정상회담이 성공하길 바란다면서 장애물을 설치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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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봄이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두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 회담에 장애가 되는 언행을 자제하고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두 정상회담이 발표돼서 이행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게 확인됐지만, 분위기를 깨는 목소리가 계속 들리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를 들먹이며 북의 관행을 봐서 북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소리가 들린다. 미국 보다 북이 더 우려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북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고도 한다. 한국당은 "북이 불러주는 각본을 복사한 게 '3.6남북합의'라고 생억지를 쓰고 있다. 펜스 미부통령은 핵폐기의 구체적 단계 까지 제재압박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심지어 몇일전에는 해리슨 태평양 사령과은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미군철수가 단행되면 김정은이 춤을 춘다"고 했다. 또, "북의 남침야욕은 변치 않았다"는 악담을 늘어놓기도 했다.
양 정상회담을 앞두고 4월 부터 한미합동훈련이 재개된다고 발표됐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잠정 중단됐던 훈련이긴 하지만, 세기의 회담을 코앞에 두고 벌리겠다는 건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전혀 납득이 가질 않을 것이다. 이것은 회담에 결정적 장애물이 될 뿐 아니라 신뢰에 의심을 갖게 한다는 건 너무도 명백백하질 않는가 말이다. 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회담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한데, 오히려 분위기를 깨는 일을 하고 있으니...
남북, 북미 간에는 이미 대화 의제를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실천하면 되는 것이다. 남북 간에는 이미 지난 10년이나 경험했던 <6.15시대>로 복귀하는 게 핵심이다. 북미 간에는 북핵폐기와 북미관계정상화을 교환하는 게 핵심 사항이다. 물론 부속적인 것들은 북의 안보 담보에 장애가 되느나 안되느냐를 판단해서 실천에 옳기면 되는 아주 간단 명료한 일이다. 그런데 이번 북미 정상회담은 전예가 없는 회담이다.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접근법이다. 북미 두 정상이 포괄적 합의를 도출하게 된다. 속전속결 통큰 결단에 의해 전반적 문제에 합의를 만들어내고 세부사항은 차후 전문가들에 의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합의한 방향과 지침에 따라 실행해야 하는 것이기에 큰 난재가 있을 수 없다.
과거에는 하부에서 논의를 하고, 6개국의 이해 까지 얽혀서 세월을 많이 허비하고도 실패한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의제에도 없는 '납치문제'를 일본이 내밀어 난관을 조성했던 일이 있다. 실제로 일본은 과거나 지금이나 북핵문제 해결을 전혀 달가와하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북핵을 빙자해 미국이 가장 재미를 보지만 일본도 재미를 짭짤하게 봐오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북핵 회담이 상향식이라면 이번의 경우는 하향식인 데다가 여러 나라가 가담하지 않아 더 쉽고 간단하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성공확률이 실패확률 보다 크다고 보는 이유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북이 더 걱정이라고 하지만, 실은 미국을 더 우려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무엇 보다 트럼프가 매우 강열한 의욕을 보인다는 데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이유다. 심지어 그는 김 위원장을 추켜세우는 일도 한다. 놀라운 변화다. 하기야 변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시점에 미국이 봉착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화성-15>성공이 결국 임계점이자 전환점이 된 것이다. 미국으로선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있다면 전쟁인데, 이것은 공멸이다. 이걸 알고 있는 미국이 전쟁에 불을 당긴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내우외환과 특검의 수사는 11월 중간선거에 보나마나한 대패를 예견하고 있는 트럼프로서는 여기로 부터 탈출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당도했던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 위원장으로 부터 기막힌 희소식이 날라든 것이다. 절호의 탈출구가 마련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김 위원장은 트럼프를 살려줄 <구세주>가 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평양은 외침에서 자유로와지자 경제에 눈을 돌려야 하고 워싱턴은 새로운 출구를 모색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따라서 두 나라는 이해관계의 일치로 지상최대의 정상회담을 열게 된 것이다. 사실상 어제의 적이 오늘의 벗이 된 것이다. 이번 회담을 성공하도록 협조 협력하는 게 우리의 도리다. 우선 대화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한미합동 훈련은 결정적 장애가 된다.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와중에 전쟁연습을 한다는 건 양심이 있다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정상이다. 알 수는 없지만, 아마 도중에 중단 내지 더 축소하는 조치를 취해서 회담에 협력하는 자세를 보일 수도 있다. 아무튼 회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언행으로 장애를 조성하는 일은 자제해야 마땅하다.
이흥노/벌티모아, 메릴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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