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조국 방문기 16. 옥류관의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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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만에 다시 찾은 북부조국 방문기 16
옥류관의 냉면
옥류관 건물은 엄청난 규모의 크기다. 내가 지금까지 본 식당 건물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이 바로 이 옥류관인 듯하다. 크기만 웅장하고 큰 것이 아니라 참 아름답게 지어진 현대식 건물이다. 지붕이며 처마가 조선식이어서 더욱 아름다운 것이다. 건물 왼편으로 올라가 제법 넓은 방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식사를 하고 있다. 빈 자리에 안내받아 앉으니 봉사원이 어떤 냉면을 주문할지를 물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냉면은 우리가 평양냉면으로 부르는 물냉면이고 여기가 평양에서도 유명한 옥류관이니 당연히 물냉면으로 주문하는데 자주 이곳을 찾은 노 박사님은 쟁반냉면을 주문한다. 비빔냉면은 나도 좋아하지만 매운 것이 먹은 후 속을 아리게 해서 잘 먹지 않는데 쟁반냉면이 남한의 비빔냉면과 같은 것이 아닐까해서 나는 물냉면을 고집했다. 함께 한 안내원 미향동무와 운전기사 영호동무도 물냉면을 주문한다. 한데 그냥 주문을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몇백 그램을 주문하겠느냐고 다시 봉사원이 물어온다. 보통 200 그램이 표준인데 영호동무가 건장한 체격이라 300 그램을 주문하는지라 나도 따라서 300 그램을 주문했다. 그러고보니 그 전날 저녁 평양호텔에서 주문할 때에도 내가 워낙 냉면을 좋아해서 300그램을 주문했었고 여기 옥류관까지는 귀한 음식이라 300 그램으로 했지만 며칠 지나면서 매일 점심을 냉면으로 여기저기 가는 곳마다 먹다보니 나도 표준형으로 200 그램만 먹게 되었다.
맛이 세계적이라는 대동강맥주
이렇게 평양의 옥류관을 찾았는데 그 유명한 대동강맥주도 한 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노 박사님의 말씀에 맥주도 한 병 주문을 했다. 대동강맥주의 맛이 국제적으로도 고급이라는 이야기를 나는 이번에야 들었고 한때 남한에도 대동강맥주가 수입되어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제법 알려진 것도 이번에 알았다. 수년 전 남북관계가 나빠지는 바람에 수입이 금지된 모양인데 다시 나아지면 다시 대동강맥주를 남한의 민중들이 편안하게 구입해서 마실 수 있으리라.
평양 배추김치
북에서 냉면을 주문하면 밑반찬을 따로 내놓지 않는데 김치가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배추김치는 따로 주문하기도 하는 것이 이곳의 방식인 것을 알고는 김치도 추가해서 주문했다. 김치는 너무 맵거나 짜지 않으면서 내 입에는 아주 잘 맞게 담아진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봉사원이 서비스로 접시에 무색의 정갈한 떡을 내어오는데 노 박사님이 쉬움떡이라고 말해준다. 김 주석이 만주에서 항일투쟁 가운데 이 떡을 맛본 후 그 맛을 잊지 못하였다는데 나도 회고록에서인지 어렴풋이 읽은 것 같다. 쉬움떡은 향이 샹큼하고 부드러워 냉면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면 이것으로 점심을 때워도 좋을 것 같은 맛이다. 내가 전혀 먹어보지 못한 맛은 아니고 이름만 기억하지 못할뿐 한두번 이런 종류의 떡을 미국에서 어떤 식당에서 혹은 동포들 가운데 누가 만든 것을 맛본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입안에서 살살 녹는 쉬움떡
내가 이 글을 준비하면서 인터넷에서 쉬움떡에 대하여 설명한 것을 찾아 발췌하여 약간 옮겨본다.
쉬움떡
북한 조선말대사전은 "쌀가루의 4분의 1을 익반죽하고 나머지는 감주로 반죽해 섞은 다음 설탕과 중조물을 두고(섞어) 쪄낸 떡"을 쉬움떡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또 만들기 쉬운 떡이라 하여 쉬움떡 혹은 기지떡이라 하며 상화떡, 증편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쉬움떡은 말 다듬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주로 기지떡•상화떡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증편이란 말은 아예 쓰지 않는다.
쉬움떡, 기지떡, 상화떡은 우리에게 매우 생소한 떡이름이지만 남한에서 입말로 쓰이는 '술떡'과 같은 것이다. 남한 국어사전에는 '술떡'이란 어휘가 등재돼 있지 않고 대신에 같은 의미의 상화떡이란 용어가 기록돼 있다. 남한 사전은 상화떡을 "밀가루를 누룩과 막걸리 따위로 부풀려 꿀팥소를 넣고 빚어 시루에 쪄낸 여름 음식"이라고 설명해 북한의 상화떡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쉬움떡은 북한 사람들이 매우 좋아하는 고급 떡 종류의 하나로 지난 15일 평양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을 환영하는 만찬에도 등장했다. (이상 인터넷에서 옮김)
옥류관의 쟁반냉면
옥류관의 물냉면과 쟁반냉면이 나오자 사진부터 찍어 기록으로 남긴다. 내가 주문하지 않았지만 박사님이 쟁반냉면의 맛을 보길 권한다. 쟁반냉면은 전혀 남한의 비빔냉면과는 다른 모양이고 맛도 맵지 않고 아주 구수한 맛이다. 특히 냉면을 좋아하지만 국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오히려 더 어울릴 수 있는 요리였다.
옥류관 물냉면
물냉면은 그릇에 담긴 모양부터 예술이다. 이렇게 정성들여 내온 냉면을 세상에 싫어할 사람이 있으랴. 옥류관 물냉면은 어제 맛본 평양호텔에서의 면발과는 비슷한데 옥류관의 냉면이라는 생각에서인지 더욱 맛있다. 긴 면발을 가위로 잘라주지 않으니 결국 입안에서 먹으며 잘라야 하는데 나는 앞니로 잘 자를 수 없어 송곳니 쪽에서 오히려 잘 잘라지는 것을 냉면을 먹으면서 터득하는데 아무래도 그 모양새가 좋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상관 않고 내게 주어진 옥류관에서의 이 소중한 시간을 오로지 냉면에 집중하여 그 맛 속에 빠져들었다. 남한이나 미국의 식당에서 먹게 되는 달콤새콤한 냉면 맛과는 많이 다르지만 이 오묘한 평양냉면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으랴. 그저 빨리 통일을 이루어 옥류관을 직접 찾아가 먹어보라는 말을 할 수 있을뿐.
식사를 마치자 미향동무가 우리를 대형 식당방으로 안내한다. 벽의 전면을 금강산 폭포를 그린 대형 벽화로 장식하였고 천정에도 대형 샹델리어가 아름답다. 이 방을 보러 온 것이 아니라 바로 거기서 건물 뒤편으로 난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오라고 한다. 한 발작 바깥으로 내딛는 순간 갑자기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발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대동강이 아닌가.
우리를 테라스로 나오도록 하고는 손전화 통화에 여념이 없는 미향동무
옥류관 맞은편의 동평양
동평양의 살림집들. 맑은 물속에 두루미들이 한가롭다.
노길남 박사님과 서로 사진을 찍어주다.
필자도 기념으로 한 장
오늘따라 날씨가 참 화창한데 대동강 물빛도 너무 푸르다. 저 멀리 맑은 물 가운데 두루미인지 하얀 새들이 노니는데 그 모습이 참 평화롭다. 옥류관이 냉면으로 유명한 줄만 알았지 이렇게 훌륭한 경관을 갖춘 곳인지는 미처 알지 못했었구나. 푸른 강물 너머 주로 살림집들이 많다는 동평양과 주체사상탑이 아주 선명하고 깨끗하게 다가온다.
글을 좀 더 길게 썼는데 나눠서 다음 회에서 계속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옥류관의 냉면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조금 더 깊게 생각할 필요가 있는 이야기는 다음 회에 하기로 하자. 오늘의 방문기는 북의 인민과 남의 민중이 모두 좋아하는 평양냉면 하나로 우리 서로 마음을 트고 통일을 염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서울에서 맛있는 옥류관 냉면을 먹으러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평양행 열차를 타고 가는 그날을 꿈꾸어보자. 통일만 이뤄진다면 빚을 내어서라도 나의 페이스북 친구들 수백 명 분을 미리 예약했다가 평양역에서 저 선생님들이 타고 온 버스를 대절하여 내가 크게 한턱 내리라. 그날 잔치에 참석하고 싶은 분들은 미리부터 신청을 받으려 한다. 신청하는 분들은 모두가 통일꾼이다.
아래 링크에서 저의 북부조국 방문기 15회를 읽을 수 있습니다.
http://www.hanseattle.com/main/bbs/board.php?bo_table=freeboard&wr_id=11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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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갯가용님의 댓글
갯가용 작성일
남북간 대치상황이 없어지는 그날이 오면 옥류관을 예약하여
여러 친우들을 초대하여 크게 한턱 내리라는 글쓴이의 희망찬
꿈과 따듯한 성의가 느껴지고 공감되어 가슴이 뭉클합니다.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갯가용 님, 옥류관의 냉면을 먹으러 가는 날 꼭 함께 가십시다.
우리 시애틀의 동지들 모두도 제가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