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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 안철수’ 현상, 이면을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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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3,610회 작성일 12-01-30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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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IN>이 설을 맞아 정치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마디로 결과는 안철수 원장이 어떻게 나와도 된다는 것이다. 양자 대결에서는 물론, 안 원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도 지지층이 막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치 2012년 대한민국에 ‘안철수’ 한 사람밖에 없는 듯한 분위기다. 대선이 치러지는 해가 시작됐는데도, 아직 출마를 할지 말지조차 밝히지 않은 인물에게 이처럼 민심이 쏠리는 건 대선 취재를 네 번째 하는 기자에게도 이례적인 현상이다.

올 대선과 관련해 쏟아지는 각종 여론조사 지표들을 분석하다보면 과거 이즈음과 비교해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대선 후보 선호도에서 무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일러스트 시사IN 조우혜


첫째, 사람들이 올 대선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이슈가 ‘정치’다. 예전에는 욕하고 관심을 끊었지만, 요즘은 욕하면서 적극 개입한다. 서점가에서 ‘정치’나 ‘시사’ 관련 책이 많이 팔리고, 인터넷 포털이나 팟캐스트 방송 중에서도 정치 이슈를 다루는 콘텐츠가 불티나게 소비된다. 예전에는 젊은이들 모임에서 정치 얘기가 나오면 ‘뭐야~’ 하는 눈총을 받았지만, 지금은 새로운 정보를 내놓고 날카로운 분석을 하는 젊은이가 ‘개념 남녀’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말 그대로 ‘닥치고 정치’ 시대다.

둘째, 이미 지지 후보를 정한 사람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이는 ‘안철수’라는 인물이 대선 후보로 등장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정당 지지도를 물었을 때는 무응답층이 여전히 40%에 이르는데도, 후보 지지도를 물으면 무응답층이 10%대로 확 줄어든다. 무당파들의 관심과 지지를 ‘안철수’라는 인물이 개인 경쟁력으로 흡수하는 양상이다. 그러니 2012년 대선은 안철수를 빼고는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무당파 59%가 안철수 지지

그렇다면 ‘안철수’ 지지층은 어떤 사람들이고 그 지지도는 얼마나 견고할까? 지금은 출마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채 무조건적인 ‘폭풍’ 지지를 보내지만, 그가 실제로 정치판에 발을 담그고 대결 구도가 저마다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바뀌어도 그에 대한 순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시사IN>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와 함께 설맞이 특집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1월10~11일 이틀간 이뤄졌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 일반 전화와 휴대전화 RDD 방식을 절반씩 병행했다.

결과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지금 분위기라면 안철수 원장이 “어떻게 나와도 된다”라는 것.

   

먼저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단순 지지도 조사에서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33.2%로 27%를 얻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을 약간 앞섰다. 하지만 오차범위(±3.1% 포인트) 안에 드는 차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11.6%를 얻어 단순 지지도에서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게 눈에 띈다. 여론 전문가들은 “문재인 이사장이 4월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정치 행보에 나선 것이나, SBS 예능 프로그램인 <힐링 캠프>에 나와 친밀감을 선보인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한다.

2강 1중을 뺀 나머지 주자들은 존재감이 거의 없었다. 대다수 유권자의 관심이 2강 1중으로 수렴되는 양상이다. 특히 겨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야권 주자 1위를 달렸던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의 지지율 폭락(1.6%)은 여론의 냉정함을 절감케 한다.

2강 1중 후보를 대상으로 다양한 대결 구도를 실험했다.

첫 번째로 한나라당 박근혜 위원장, 야권 단일후보 안철수 원장이 양자 대결을 벌일 경우 안철수가 박근혜를 52.1% 대 43.8%로 가뿐히 이겼다. 박근혜 위원장은 단순 지지도에서 10%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안 원장은 25%를 더 얻어 2배 가까이 지지율이 뛰었다. 문재인 이사장 등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을 다 흡수한 데다 전체 16.5%의 무응답층에서 8%가량을 안 원장이 가져왔다. 박근혜 위원장은 김문수, 이회창 등 여권 후보 지지표에다 무응답층에서 4%가량을 끌어들였다.

두 후보의 지지층은 극명하게 갈린다. 안 원장은 대구·경북과 대전·충청에서만 빼고 나머지 지역에서 박 위원장을 이겼다. 대전·충청도 50.3% 대 45.2%로 박 위원장이 오차범위 안 우세다. 2040세대에서는 7대3 정도로 안철수 지지가 세고, 5060세대에서는 6대4, 7대3 정도로 박근혜 지지가 앞선다. 안 원장은 화이트칼라·자영업자·학생층에서, 박 위원장은 블루칼라·농림어업·주부층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지지자 가운데 17%가 안철수를 지지하고, 민주통합당 지지자 가운데 역시 17%가 박근혜를 지지하는 등 두 당 지지자들 사이에 약간의 교차 지지세가 감지되는 가운데, 안철수 우세에 큰 힘을 보태주는 그룹은 무당파다. 전체 40%에 이르는 무당파 중에서 59%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박근혜 후보 지지는 35.4%였다.

예상했던 대로 트위터를 사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지지 성향에도 큰 차이가 났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63% 대 33.8%로 안철수 지지세가 압도적으로 강한 반면, 트위터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49.2% 대 46.5%로 오차범위 내에서 박근혜 지지도가 높았다. SNS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안 원장에게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두 번째 대결 구도는 한나라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 3자가 맞붙는 경우다. 기존 야당과 안철수 원장 간의 후보 단일화가 무산될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는 출마하는데 끝까지 민주통합당에는 몸을 싣지 않는다고 고집할 경우 이런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 안에 “서울시장까지는 양보할 수 있지만, 제1 야당이 대통령 후보를 못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는 정서가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단일 후보 자리를 내준 후 손학규 당시 대표 등은 “무능한 지도부”라는 당 안팎의 비판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다.

3자 대결 결과는 아슬아슬하게 나타났다. 박근혜, 안철수 두 후보가 39.5% 대 36.1%로 초박빙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문재인 후보는 19.3%를 얻어 3위로 처졌다.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 때 안 후보가 얻은 지지율(52.1%)이 안철수, 문재인으로 갈리는 셈이다. 안철수 지지표는 야권 성향이 강하고 야권이 분열하면 승리를 장담 못한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선거가 이 구도대로  치러진다면 안철수 당선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질 거라고 전망한다. 문재인 지지표가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 안철수 지지로 이동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층은 수도권과 호남, 강원·제주 등 민주당세가 강한 지역과 3040세대에서 높게 나타난다. 민주당 지지층과 겹치는 것이다. 이들이 막판에 전략적 투표를 할 경우 결과적으로 박근혜-안철수 맞대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어쨌거나 3자 대결로 가면 안철수 후보보다 민주통합당이 더 큰 상처를 입을 개연성이 높다.


‘문재인 몰아주기’ 현실화되면…


세 번째로 안철수 원장이 출마하지 않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지지할 경우를 가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때와 같은 모형이다. 결과는 박근혜 52.1%, 문재인 39.7%로 나왔다. 3자 대결 시 안철수 지지자(36.1%) 가운데 3분의 2가 문재인 후보로 옮아갔지만, 박근혜 후보 쪽으로 이동한 비율도 3분의 1이나 되었다. 호남을 뺀 전 지역에서, 3040세대를 뺀 나머지 세대에서 박근혜 후보가 우세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실제로 안철수 사퇴, 문재인 몰아주기가 현실화하면 상황은 달라지리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지금은 안철수 원장의 출마를 기대하는 심리가 반영되어 그렇지, 안 원장이 직접 지지를 호소하고 나서면 제2의 박원순 효과가 나타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지금 여론은 “대리인은 싫다. 안철수가 직접 나와라”는 목소리가 강하다. 


64.7% “대통령 잘 못한다”

마지막으로 안철수 원장이 야권 후보가 아닌 한나라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도 경쟁력이 있는지 조사했다. 안철수 지지층의 성향과 강도를 가장 잘 드러내줄 수 있는 가설이어서다. 한나라당 안철수 후보 대 야권 단일 후보 문재인의 맞대결에서 안 후보는 47.3% 대 34.4%로 우세했다. 박근혜-안철수 맞대결 때의 박근혜 지지자 가운데 절반과 안철수 지지자 가운데 절반이 ‘한나라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고, 박근혜 지지자의 21%와 안철수 지지자의 나머지 절반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호남 유권자의 40.5%, 자신을 진보 성향이라고 응답한 사람의 46%가 ‘한나라당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결과는 안 원장에 대한 최근의 높은 지지에 ‘무조건 안철수’라는 ‘홀릭’의 측면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경계가 요구된다. 다만 이 구도에서는 모름·무응답층이 18.3%로 급증해, 유권자들이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점을 드러냈다.

이처럼 ‘안철수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는 것은 반MB 정서가 갈수록 강해지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이 64.7%나 나왔다. ‘잘하고 있다’는 응답(23.4%)보다 3배 가까이 많다. 대통령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도 58.6%가 잘못했다는 여론이고, 2040세대의 분노는 하늘을 찌른다. 한나라당 지지층조차 절반가량이 ‘MB 잘못’을 지적하는 가운데, 무당파의 71.9%가 반MB 정서를 나타냈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델 대로 덴 민심이 이명박 시대를 끝장낼 대안으로 ‘안철수’를 설정한 채 미친 듯이 달려가는 형국이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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