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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노다지’ 독식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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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834회 작성일 10-12-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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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광산 개발권을 따내기 위해 중국은 발전소와 철도를 짓는 등 어마어마한 투자를 했다. 반면, 9년 동안 아프간에 공을 들여온 미국은 정작 별다른 이익을 챙기지 못했다. 배가 아플 수밖에 없다.


아프가니스탄(아프간) 수도 카불에서 남동쪽으로 30여㎞ 떨어진 로가르 주의 한 계곡. 황량한 산악지대 산 중턱에 무장도 하지 않은 한 무리의 병사들이 땅 밑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구리 광산인 아이나크 광산에서 구리를 채굴하는 중이다. 가까이에서 보니 병사 같은 사람들은 구리를 채굴 중인 중국인이다. 2007년, 중국 공기업 중국광물개발공사(MCC)는 이 아이나크 광산 채굴권을 따내려고 34억 달러(3조9000여 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캐나다·유럽·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쟁 입찰 기업보다 10억 달러가량 많은 액수였다.

아이나크 광산 반경 수마일은 모래 주머니와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 안에 중국 노동자 수백명의 임시 막사가 설치되어 있다.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구리를 채굴할 예정인 중국은 아프간 정부와 채굴량을 절반씩 나누기로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34억 달러라는 투자 규모는 아프간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외자 투자액이다. 중국은 앞으로 25년 동안 1100만t에 이르는 구리를 채굴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중국 내 구리 추정 매장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아이나크 광산을 중국에 빌려주는 대가로 아프간 정부는 연간 4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

   
ⓒAP Photo
중국은 세계 2위의 구리 매장량을 가진 아이나크 광산(오른쪽)에서 25년 동안 구리 1100만t을 채굴할 권리를 얻게 됐다.석탄 광산, 학교, 사원까지 지어주기로

‘자원의 블랙홀’이라 불릴 만큼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와 중동 등지에서 열띤 자원 외교를 펼쳐왔다. 그러한 중국이 아프간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게 된 계기가 바로 아이나크 광산 입찰이었다. 알카에다의 요새이자 수도 카불에서 가까운 아이나크 구리 광산은 거대한 노른자위 광산이라 할 수 있다. 아프간 정부는 공개 입찰을 통해 외국 기업이 이 광산 개발에 참여할 것을 유도했다. 그 결과 중국 국영기업이 다른 나토 회원국 소속 기업들을 제치고 광산 채굴권을 따낸 것이다. 이 입찰에는 캐나다 밴쿠버에 기반을 둔 헌터 디킨슨 사, 미국 피닉스의 펠프스 다지 사, 런던의 카자크마이스 사 등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이 속한 나라 대부분이 아프간에서 희생을 치를 대로 치른 나토 회원국이다.

이들 나라의 기업이 입찰에 실패한 까닭은 간단하다. 중국이 무모하리만큼 전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중국은 입찰 조건으로 아이나크 광산에 전력을 제공할 400㎿짜리 발전소 건설과, 이 발전소를 지원할 목적으로 인근의 석탄 광산 개발까지 떠안았다. 또한 중국의 제안에는 아프간 철도 건설도 포함되었는데, 이 철도는 중국 서부에서 타지키스탄을 경유해 아이나크 광산으로 연결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중국은 아프간인들을 위해 학교와 이슬람 사원도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약 조건이 너무 엄청난 까닭에 몇몇 전문가는 처음에 믿지 않을 정도였다. 다른 기업이 거의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베팅으로 마침내 아이나크 광산을 거머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중국은 2007년 아이나크 광산 계약을 체결했다.치안 부재와 부패한 정부 탓에 투자 주저

아프간의 치안 부재는 그동안 다른 서방 기업들이 입찰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미국·캐나다·영국 정부는 아프간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가들이 아프간의 치안 부재로 겪게 될 정치적 위험을 덜어주려고 다양한 보장책을 마련했지만, 중국이 제안한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유도하지는 못했다. 토론토에 본부를 둔 광산업체 ‘리오-노보 골드’의 데이비드 비티 CEO는 “물론 아프간에 엄청난 광물이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인 내가 칸다하르에 직원들을 보내고, 그 부인들에게 부고를 전해야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죽음을 무릅쓰면서까지 아프간에 진출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부패한 아프간 정부를 당해낼 자신도 없다. 아프간 광산부의 자문역을 맡았던 미국 지질학자 짐 예거 교수는 아프간 정부가 언제든 광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광산 관련 규제가 세계적 기업들의 자원 개발 참여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거 교수는 “아프간 규정상 정부는 개발 중인 광산을 빼앗을 수 있다. 이런 규정이 하루빨리 개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프간 정부가 부패의 대명사가 되어 있는 한 낙찰을 받았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 다른 기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광산 입찰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아프간 전임 광산부 장관에게 3000만 달러를 뇌물로 건넸다가 장관을 교체하게 만들기도 했다. 광산부는 부패한 아프간 정부기관 중에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중국과 서방 기업들이 적극성에서 차이를 보인 것은 추구하는 목표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 광산 개발업체들은 광산 개발을 통한 이익 창출이 목표이다. 따라서 치안 부재나 정부 조직의 부정부패 등 위험 요소 앞에서 망설일 수밖에 없다. 반면 실물 자원 조달이 우선인 중국의 국영기업체들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아프간의 자원 개발에 적극 동참하는 길을 택했다.

   
ⓒXinhua
2009년 8월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왼쪽)이 중국이 투자한 카불 병원을 방문했다.
아이나크 광산 입찰에서 중국 업체에 패한 캐나다 헌터 디킨슨 사의 로버트 셰퍼 부사장은 “중국은 아프간 광산 개발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그들에게 광물 개발은 국가 시책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그들의 관심은 실물 상품을 조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 우리가 가지 않는 곳에서도 그들이 투자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상한 것은 이 아이나크 광산 주변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중국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프간 군인 약 1500명이 이 지역을 경호하며, 그 보조금은 일본이 지불한다. 그리고 이 지역의 군사적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은 미군 제10 산악부대이다. 미군은 중국의 구리 광산사업을 위해 탈레반 무장 세력으로부터 중국 노동자들을 적극 보호하고 있다. 광산 주변 도로를 따라 미군 기지가 들어섰고 일부 미군 부대는 아예 중국인 노동자 숙소 주변에 진지를 구축했다. 미군 2000명이 광산이 있는 로가르 주와 바로 옆의 와르다크 주에 배치되었다.

자국 기업이 광산 입찰에 참가해서 쓴잔을 마셨건만 미국이 중국의 광산 개발을 지켜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만약 중국까지 아프간의 불안정한 치안 상황에 두 손을 든다면 세계 어느 국가나 기업도 아프간에 투자하겠다고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중국은 아프간의 안정을 보여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중국의 아이나크 광산 개발은 아프간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창출해줌으로써 아프간 전쟁을 종식시키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지는 사업이다. 아프간 전쟁이 길어지면서 이 수렁에서 미국이 손 털고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아프간 정부와 정세가 안정을 찾는 것이다. 그러자면 아프간 정부의 경제적 자립이 필수이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중국 기업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돈을 버는 모습을 보여야 다른 서방 기업도 진출하고 싶어지는 법이다. 이러한 중국 측의 투자가 서방 기업에 또 다른 투자 효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9년 전쟁 동안 수많은 피를 흘린 것은 미국인데 정작 이익을 보는 쪽은 병사를 한 명도 보내지 않고, 총도 한번 쏘지 않은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재주는 미국이 부리고 이익은 중국이 챙겨가는 형국이다. 미국이 아프간에서 수천억 달러를 퍼부으며 탈레반·알카에다와 전쟁을 벌였지만 실속은 자원 확보에 나선 중국이 챙긴 꼴이다.

이 같은 중국을 보는 미국의 시각은 차갑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제1 슈퍼 파워인 미국이 안보에 신경 쓰는 사이 급성장한 중국은 재정적인 면에 집중했다”라고 보도했다. 프레데릭 스타 중앙아시아 재단 의장도 “어려운 일은 미국이 하고, 열매는 그들(중국)이 거둬들였다”라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간뿐 아니라 이라크에서도 미국 기업보다 더 많은 석유를 차지했으며, 이란에서도 천연가스를 확보하는 장기 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서남아 지역을 안보 위협 지역으로 봤다면, 중국은 기회로 여겼다”라고 꼬집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광산 개발 지켜주는 미국

다른 나라들이 수도 카불에 웅장한 대사관을 만드느라 분주한 사이 중국은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골목 귀퉁이에 위치한 중국대사관은 어쩌다 한 번씩 열리는 빨간 대문 뒤로 초라한 모습을 숨기고 있다. 직원도 별로 없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아프간에서 낮은 자세를 취한다.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최근 중국의 가장 큰 프로젝트는 카불 병원 투자로, 투자액만 2500만 달러(약 290억원)에 달한다. 2009년 8월에 개원한 이 병원은 현재 전국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카불에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샴 샤리드 씨는 “중국인들이 무섭게 아프간으로 진출하고 있다. 그들은 목적을 위해 돈과 사람을 아끼지 않는다. 무차별 포격을 퍼붓듯 아프간 각계에 덤벼들고 있다. 그런 중국인들을 좋게 보는 아프간 사람들은 드물지만, 총을 들고 들어온 외국 군인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적어도 그들은 민간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 정부는 두 번째 대규모 광산 개발 발주를 계획 중이다. 이는 카불 남서쪽의 하지각 광산 채굴권에 관한 것으로, 이 광맥은 철광석 18억~20억t가량을 매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에 참여할 기업은 7개 정도인데, 대부분 인도 혹은 중국 기업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국 MCC도 여기 다시 뛰어들 작정이다. 중국이 아프간에서 벌이는 거대한 ‘그레이트 게임’은 현재진행형이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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