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처럼 쇄락하나? 일본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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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동양의 포르투갈’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250년 전 유럽의 강호로 군림하다 지진과 쓰나미로 막대한 피해를 입고 쇠락한 포르투갈과 일본이 닮은꼴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가 동북 지방을 덮친 이후 역사가들은 “일본이 동양의 포르투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예로 ‘미노아 문명’과 ‘포르투갈’을 꼽는다.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3000∼1100년께 지중해 크레타섬에서 번성한 청동기 문명을 말한다. 기원전 1780년에 일어난 화산 폭발과 쓰나미로 중요 건축물이 대부분 무너지거나 소실되었다. 그 뒤 미노아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다가 외적의 침입을 받고 소멸한다.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도 대지진과 쓰나미로 국력이 쇠잔해진 나라이다. 기록에 따르면, 규모 8.5 내지 9.0의 강진이 1755년 11월1일 수도 리스본 일대를 엄습했다. 그 직후 15m가 넘는 거대한 쓰나미가 두 번이나 밀어닥쳐 주민 1만명이 실종되었다. 고지대에서는 화재가 일어나 최대 9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리스본 시내의 건물도 85%가 붕괴되었다. 포르투갈이 이때 입은 피해 규모는 GDP의 30~50%로 추정된다. 한때 유럽의 강호로 군림한 포르투갈은 이후 국력이 날로 약해져 2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왕년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정 파탄 위기까지 겹쳤다.
그렇다면 포르투갈과 일본의 어디가 닮았다는 얘기일까. 먼저, 250년 전에 포르투갈을 엄습한 대지진과 지난 3월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의 규모가 9.0으로 엇비슷하다.
포르투갈은 국토가 비좁아(일본의 4분의 1) 해외에서 식민지를 경영하며 무역으로 번성했던 나라다. 그러나 대지진과 쓰나미로 리스본 항이 완전히 붕괴되어 식민지와 외국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선박의 기항이 불가능해졌다.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이 입은 경제적 손해는 25조 엔(약 330조원), 즉 GDP의 5% 정도로 추산된다. 포르투갈의 피해 규모가 GDP의 30∼50%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의 피해액은 포르투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정학적 상황·재정 적자도 닮은꼴
그러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겹쳤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 피해액은 3조 엔(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도쿄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수도권 일대에 부분 정전이 실시됨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족히 10조 엔(약 13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진·쓰나미·원전 사고의 2차·3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도요타자동차는 오는 11월 말이나 12월에 들어서야 지진 발생 전의 생산 대수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생산 대수 세계 1위 자리도 곧 미국의 GM에 넘겨줄 전망이다.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의 주역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주도권이 영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를 만나 강호국의 지위에서 완전 탈락했다. 일본도 지난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지위를 중국에 넘겨주었다. 국력의 기반이 침체되는 와중에 대지진과 쓰나미를 만나 수만명 인명 피해와 25조 엔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일본 역사가들은 포르투갈과 일본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즉 포르투갈이 이웃 스페인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영국과 동맹 관계를 맺었듯이, 일본도 중국의 횡포를 막기 위해 미국과 안보 동맹을 체결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 나라가 거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점도 닮았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4월6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앞으로 3년에 걸쳐 600억 유로(약 95조원)에서 800억 유로(약 127조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그리스, 핀란드에 이어 포르투갈로 옮아붙은 것이다.
일본에게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일본의 국가 채무는 현재 GDP의 180%에 해당하는 약 1000조 엔이다. 만약 동북부 지방의 재건을 위해 국채를 남발할 경우 국가 채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일본의 재정이 파탄할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한 전문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재정이 파탄할 확률은 12.5% 였지만, 그 확률이 지금은 31.9%로 상승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포르투갈은 대지진이 일어난 지 250년 뒤에 재정이 파탄했지만, 일본에 남아 있는 시간은 그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대지진이 국민성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 사람들은 모험심이 강하고 매사에 진취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포르투갈인들은 온순하고 돈에 대한 집착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한순간에 리스본 시내를 폐허로 만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경험한 후 포르투갈 사람들이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한편 대지진과 쓰나미가 안 좋은 유산만 남긴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을 엄습한 대지진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18세기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신학적 세계관이 외면당하고, 자연과학적인 사고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을 통해 동북 지방의 부흥과 복구 작업을 진척시키자는 방안을 제기한다. 정치와 관이 주도하는 복구 작업을 민간 주도로 바꿀 경우 ‘제2의 패전’에서 벗어나는 기간이 그만큼 단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출처: 시사인
거대한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가 동북 지방을 덮친 이후 역사가들은 “일본이 동양의 포르투갈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지진과 쓰나미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예로 ‘미노아 문명’과 ‘포르투갈’을 꼽는다. 미노아 문명은 기원전 3000∼1100년께 지중해 크레타섬에서 번성한 청동기 문명을 말한다. 기원전 1780년에 일어난 화산 폭발과 쓰나미로 중요 건축물이 대부분 무너지거나 소실되었다. 그 뒤 미노아 문명은 쇠퇴의 길을 걷다가 외적의 침입을 받고 소멸한다.
‘대항해 시대’를 연 포르투갈도 대지진과 쓰나미로 국력이 쇠잔해진 나라이다. 기록에 따르면, 규모 8.5 내지 9.0의 강진이 1755년 11월1일 수도 리스본 일대를 엄습했다. 그 직후 15m가 넘는 거대한 쓰나미가 두 번이나 밀어닥쳐 주민 1만명이 실종되었다. 고지대에서는 화재가 일어나 최대 9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리스본 시내의 건물도 85%가 붕괴되었다. 포르투갈이 이때 입은 피해 규모는 GDP의 30~50%로 추정된다. 한때 유럽의 강호로 군림한 포르투갈은 이후 국력이 날로 약해져 2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왕년의 영화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재정 파탄 위기까지 겹쳤다.
ⓒAP Photo 동북부 지방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은 약 330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일본 경찰들이 피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
그렇다면 포르투갈과 일본의 어디가 닮았다는 얘기일까. 먼저, 250년 전에 포르투갈을 엄습한 대지진과 지난 3월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의 규모가 9.0으로 엇비슷하다.
포르투갈은 국토가 비좁아(일본의 4분의 1) 해외에서 식민지를 경영하며 무역으로 번성했던 나라다. 그러나 대지진과 쓰나미로 리스본 항이 완전히 붕괴되어 식민지와 외국으로 물건을 실어 나르는 선박의 기항이 불가능해졌다.
지진과 쓰나미로 일본이 입은 경제적 손해는 25조 엔(약 330조원), 즉 GDP의 5% 정도로 추산된다. 포르투갈의 피해 규모가 GDP의 30∼50%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본의 피해액은 포르투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지정학적 상황·재정 적자도 닮은꼴
그러나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겹쳤다. 후쿠시마 원전 주변에서 생산되는 농·축·수산물 피해액은 3조 엔(약 40조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도쿄전력이 전기를 공급하는 수도권 일대에 부분 정전이 실시됨에 따라 공장 가동률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피해액이 족히 10조 엔(약 132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진·쓰나미·원전 사고의 2차·3차 피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예컨대, 도요타자동차는 오는 11월 말이나 12월에 들어서야 지진 발생 전의 생산 대수를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자동차 생산 대수 세계 1위 자리도 곧 미국의 GM에 넘겨줄 전망이다.
ⓒAP Photo 재정 위기에 분노한 포르투갈 시민들이 4월15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
15세기에 시작된 대항해 시대의 주역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었다. 포르투갈은 유럽의 주도권이 영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대지진과 쓰나미를 만나 강호국의 지위에서 완전 탈락했다. 일본도 지난해 세계 제2의 경제 대국 지위를 중국에 넘겨주었다. 국력의 기반이 침체되는 와중에 대지진과 쓰나미를 만나 수만명 인명 피해와 25조 엔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입었다.
일본 역사가들은 포르투갈과 일본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도 비슷하다고 말한다. 즉 포르투갈이 이웃 스페인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영국과 동맹 관계를 맺었듯이, 일본도 중국의 횡포를 막기 위해 미국과 안보 동맹을 체결하고 있다는 얘기다. 두 나라가 거대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점도 닮았다. 포르투갈 정부는 지난 4월6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앞으로 3년에 걸쳐 600억 유로(약 95조원)에서 800억 유로(약 127조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재정 위기가 그리스, 핀란드에 이어 포르투갈로 옮아붙은 것이다.
일본에게 포르투갈의 재정 위기는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일본의 국가 채무는 현재 GDP의 180%에 해당하는 약 1000조 엔이다. 만약 동북부 지방의 재건을 위해 국채를 남발할 경우 국가 채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찍부터 일본의 재정이 파탄할 위험성을 경고해왔다. 한 전문가는 대지진이 일어나기 전 일본의 재정이 파탄할 확률은 12.5% 였지만, 그 확률이 지금은 31.9%로 상승했다고 말한다. 또 다른 전문가는 포르투갈은 대지진이 일어난 지 250년 뒤에 재정이 파탄했지만, 일본에 남아 있는 시간은 그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경고한다.
대지진이 국민성에 미치는 영향도 간과할 수 없다. 대항해 시대의 포르투갈 사람들은 모험심이 강하고 매사에 진취적이었다. 그러나 현대 포르투갈인들은 온순하고 돈에 대한 집착이 거의 없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한순간에 리스본 시내를 폐허로 만든 대지진과 쓰나미를 경험한 후 포르투갈 사람들이 모든 일에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이다”라고 풀이하기도 한다.
한편 대지진과 쓰나미가 안 좋은 유산만 남긴 것은 아니다. 포르투갈을 엄습한 대지진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18세기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신학적 세계관이 외면당하고, 자연과학적인 사고가 크게 유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패러다임을 확 바꿔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전문가들은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 민간 부문의 활력을 통해 동북 지방의 부흥과 복구 작업을 진척시키자는 방안을 제기한다. 정치와 관이 주도하는 복구 작업을 민간 주도로 바꿀 경우 ‘제2의 패전’에서 벗어나는 기간이 그만큼 단축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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