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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큰소리 파키스탄, 비결은 핵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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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5-25 22:56 조회 1,72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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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파키스탄 정보부가 빈라덴을 은닉·비호했으리라 의심한다. 그러나 설사 파키스탄 정부나 정보부 인사가 연루되었더라도 미국은 응징할 수 없다. 때문에 이미 갈등을 푸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무려 10년간 추적한 끝에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고 쾌재를 부르던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상대는 빈라덴의 은신처가 있었던 파키스탄. 파키스탄이 빈라덴 추적 작전에 협조해준 것은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은신처를 미리 파악하고도 혹시 비호한 게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빈라덴이 사살된 지 일주일 만인 5월8일, CBS 방송의 영향력 있는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파키스탄 내부에 오사마 빈라덴을 지원하는 조직망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라고, 작심한 듯 발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의 발언에는 빈라덴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겨우 100여㎞ 떨어진 군 요충지 아보타바드에서 무려 6년씩이나 은거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파키스탄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이 물씬 묻어난다.


   
ⓒAP Photo
파키스탄 남성들이 5월5일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의 은신처 주위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이 빈라덴의 비호·은닉에 공조했다는 뚜렷한 증거를 갖고 있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파키스탄이 ‘이중 플레이’를 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파키스탄 정부 안팎에 빈라덴을 감쌌던 인사가 있다면, 그가 누구인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요구이다. 이와 별도로 은신처에서 체포되어 파키스탄 관계 당국이 억류 중인 빈라덴의 세 부인에 대한 수사 접근도 요청한 상태이다. 만일 파키스탄이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은 빈라덴 자택에서 압수해 면밀히 분석 중인 자료를 통해 빈라덴의 ‘공범’을 밝힐 방침이다.

파키스탄 총리, 미국의 주권 침해 비난

이 같은 미국의 압박에 파키스탄 정부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빈라덴 은신처의 사전 파악설을 일축했다. 오히려 그는 미국이 빈라덴의 은신처 급습과 관련해 “이를 사전에 파키스탄 정부에 알려주지 않은 것을 주권 침해로 간주하고,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특히 국가의 자랑거리인 정보부(ISI) 요원들이 빈라덴을 비호·은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미국 관리들이 말하는 데 대해 상당히 분노했다.

파키스탄 정보부는 미국에 대한 분노감의 표현으로 보수 일간지 <더 네이션>에 이번 빈라덴 제거 작전에 큰 몫을 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파키스탄 지부장의 이름을 공개했다. 앞서 정보부는 미군 무인조종기에 의한 파키스탄 민간인 피살 사건에 항의해, 지난해 12월 당시 CIA 파키스탄 지부장의 이름을 밝힌 바 있다. 그 때문에 문제의 지부장은 피해 유족들에게 소송을 당하고, 살해 위협까지 당하면서 결국 파키스탄을 떠나야 했다. 미국은 파키스탄 정부가 두 사람의 이름을 고의로 공개했다고 분석하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AP Photo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파키스탄 내에 빈라덴을 지원하는 조직망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빈라덴의 은신처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가장 의심하는 곳은 파키스탄 정보부이다. 빈라덴이 숨은 아보타바드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알카에다 고위 공작원인 우마르 파텍이 지난 1월 체포된 곳이고, 2003년에도 알카에다 조직원들에 대한 급습 작전이 이루어졌을 정도로 파키스탄 정보부가 한시도 감시를 늦추지 않는 곳이다. 그런데도 빈라덴이 이곳에서 6년씩이나 은신했다는 사실을 정보부가 과연 몰랐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2003년까지 파키스탄 정보부장을 지낸 아사드 무니르 준장은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정보부 고위 관리들이 빈라덴을 비호할 이유가 뭐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미국 조지타운 대학 전략문제연구소 크리스틴 페어 교수는 “정보부 하급 공작원들은 빈라덴의 은신처를 파악했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다. 알카에다와 연루된 테러 조직이 자행한 2008년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 때에도 파키스탄 정보부의 하급 공작원이 개입된 일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하급 공작원 2명이 자체 징계를 받은 바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빈라덴 은신처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의혹 및 추궁에 공개적으로 반발하는 양상을 보이면서도, 수사 시한은 밝히지 않은 채 중장급 인사를 수사 책임자로 임명해 미국에게 최소한 ‘성의’ 표시는 했다. 그렇지만 미국은 수사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데다, 설령 수사 결과가 나온다 해도 제대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대테러 협조와 관련한 파키스탄의 ‘전력’ 때문이다. 가장 단적인 예는 인도 뭄바이 테러 사건에 대한 파키스탄의 미온적 태도. 당시 미국인 6명을 포함해 166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 사건에 연루된 ‘라시카르 에 토이바(LeT)’라는 테러 단체가 파키스탄 정보부와 강력한 연대를 갖고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파키스탄 당국이 지금껏 수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진상 규명은 지지부진하다. 이 사건과 관련된 재판이 5월 하순 시카고 연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테러 공범 중 한 사람이 파키스탄 정보부 소령으로 확인되면서 벌써부터 상당한 파장이 예고된다.

파키스탄 핵무기 때문에 쉽게 내치지 못해

만약 빈라덴의 은신처와 관련해 파키스탄 정부나 군부 혹은 정보부 인사가 연루된 것으로 판명되면 미국도 상당한 정치적 곤경에 처하리라 보인다. 설령 파키스탄의 연루가 확인되어도 미국이 파키스탄을 응징하거나 저버릴 수 있겠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알카에다로 상징되는 국제 테러 조직이 미국을 정조준하는 상황에서 이들의 활동 무대인 파키스탄을 저버리고 미국이 대테러 작전을 펼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또 대테러 작전이 성공을 거두어야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미군 철수도 그만큼 쉬워진다.

   
ⓒAP Photo
유수프 라자 길라니 파키스탄 총리는 미국의 자국 내 작전을 비난했다.
미국으로서는 파키스탄이 핵무기 약 100개를 가진 ‘핵 국가’라는 점도 여간 신경 쓰이지 않는다. 이웃 인도를 의식해 갈수록 핵 야욕을 키우는 파키스탄이 거대한 핵 단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테러범들이 핵물질을 탈취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테러 작전에 협조하는 대가로 파키스탄에 지급하는 연 30억 달러 원조를 중단하고 외교 관계까지 격하할 경우, 국익과 국가 안보 측면에서 득보다 실이 많다고 미국 정부는 판단한다.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가 파키스탄과 어려움을 겪어왔지만, 미국의 국익을 보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한 점도 향후 미국의 파키스탄 전략과 관련해 시사적이다.

두 나라 간에 갈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갈등을 풀기 위해 존 케리 미국 연방상원 외교위원장이 5월 중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곧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방문할 예정이다. 험악하게 치닫고 있는 미국과 파키스탄의 관계가 과연 우호적으로 전환될 수 있을까.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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