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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말리아 해적 비즈니스 배후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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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1-26 23:30 조회 1,62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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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해부대의 삼호 주얼리호 구출 소식이 연일 화제다. 처음엔 작전 대승에 대한 칭찬 일색이더니, 점차 당국의 '과도한' 자화자찬과 언론플레이를 지적하는 보도도 증가하고 있다. 급기야 '작전 성공 후 기념사진'이라며 해당 부대가 배포한 사진이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이런 '과열된' 분위기가 언제 또 우리를 위협할지 모를 소말리아 해적 산업의 현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 힘들게 만든다. 시사IN은 지난 해 초 삼호 드림호가 납치됐을 때 관련 기사를 차분하게 보도한 바 있다. 2006년 동원호 납치 때 직접 해적 두목 등을 인터뷰한 적이 있는 김영미 편집위원의 이 기사는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 

소말리아 해적이 또다시 한국 선박을 납치했다. 한국인 선원 5명이 승선한 유조선 ‘삼호 드림호’가 인도양 한복판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됐다. 삼호 드림호 피랍 지점은 아덴만에서 동남쪽으로 1500km나 떨어진 인도양 한가운데로, 소말리아 해적이 이제는 장거리 원정 납치도 일삼는 것이다. 해적들이 이렇게 멀리까지 나오게 된 것은 2008년부터 유엔이 안보리 결의안 1816호로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을 지원하며 외국 군함의 소말리아 영해 진입 및 군사작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소말리아 인근 해안에는 23개국에서 파견한 군함이 진을 치고 있는지라 화력이 약한 해적에게는 상당히 불리해졌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감시가 덜한 장거리 원정을 다니며 유조선이나 상선을 나포하고 있다.

   
ⓒEPA
지난해 11월19일 소말리아 아덴만에서 포르투갈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선 선원들을 체포하는 모습.

소말리아 해적들은 2006년 필자가 현지에서 보았을 때보다 더욱 첨단 무기와 장비로 무장했다. 그들은 장거리 원정에 필요한 위성통신·위성항법장치를 갖춘 모선과 서너 척의 작은 배로 구성된 팀이 배를 나포하기 위해 갈고리와 사다리를 갖추고 이동한다. 자동소총은 물론 로켓추진총류탄으로 위협하며 유조선 같은 큰 배도 10여 분 만에 나포한다. 그리고 나포와 동시에 해적 산업이 본격 가동된다.

그들이 나포하는 배의 종류는 다양하다. 탱크 등 무기를 가득 실은 화물선을 납치해 세계를 경악하게 하기도 하고, 32만t급 초대형 유조선도 해적 서너 명이 거뜬히 나포한다. 초호화 유람선을 공격하고 심지어는 미국 군함도 나포하려 했다. 4월1일 소말리아 해적선 세 척이 한밤중에 미국 해군의 유도미사일함정인 프리깃함 니클러스 호를 나포하려다 미국 함정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해적 여러 명이 사살당하고 5명이 생포됐다. 미국 군함이 해적선의 공격을 받은 건 지난해 5월에 이어 두 번째이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군함도 공격받았다.

미국·프랑스 군함까지 공격

지금은 해적질하기에 좋은 때이다. 몬순이 끝나는 요즘은 파도가 잔잔하고 시야가 좋아 밤에도 공격할 수 있어 ‘해적 산업 성수기’이다.

해적들이 배를 나포하는 이유는 협상을 통해 몸값을 받기 위함이다. 과거 피랍 선박 당사국들은 대부분 몸값 협상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했다. 한국도 그동안 벌어졌던 세 차례 나포 사건을 몸값 협상으로 해결했다. 우크라이나 화물선 파이나 호는 피랍 6개월 만인 지난 2월 320만 달러를 지급하고 풀려났다. 해적이 러시아제 탱크와 탄약, 무기를 가득 실은 배를 납치한 이 사건은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11월 납치된 그리스 선적 마란 센타우루스 호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지불한 몸값 중 역대 최고액인 700만 달러를 주고 풀려났다. 또한 지난해 10월 납치된 중국 선적 신더하이 호 선원 25명도 중국 정부가 400만 달러를 지불한 후에야 풀려났다. 2006년 동원호가 억류되었을 당시 100만 달러 정도 하던 몸값이 날이 갈수록 계속 오르고 있다. 이렇게 인질 몸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해적 산업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기 때문이다.

   
ⓒAP Photo
3월5일 유럽연합 연합함대 소속인 프랑스의 FS 니보스함(뒤)이 해적의 소형 보트를 가로막고 있다.

과거 소말리아 인근 해역과 해적 본거지를 중심으로 하던 해적질이 이제는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런던 선박거래소의 브로커와 소말리아에서 이민 온 전직 군벌까지 가세해 협상과 자금 조달을 담당하는 등 해적 산업에 연루된 세력이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도 동전의 양면처럼 관계돼 있다. 심지어 해적에게 나포될 당시 협상을 도와주는 협상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해적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협상 당사국과 해적 양쪽에서 수수료를 챙기기까지 한다. 이렇게 해적 관련 사업체가 커지다보니 그만큼 자금이 필요해지고, 그래서 협상금을 올려 받아 그것을 충당하려는 것이다. 이 몸값으로 해적들은 첨단 장비를 구입하는 데도 열을 올린다. 과거와 달리 장거리까지 원정을 가는 것도 모선 외에 작은 쾌속정과 위성추적장치 등 첨단 장비로 무장했기에 가능하다. 

남녀노소 모두 해적질에 나서는 까닭

그동안 사실상 소말리아를 지배해온 세력은 각지에서 발호한 군벌들로, 그들은 이념이나 정치적 이유보다는 오직 돈을 목표로 해적질을 한다. 그들도 원래부터 해적은 아니었다. 1990년대 내전 즈음에 대부분의 소말리아 사람들은 어업 활동으로 생계를 이었다. 소말리아 인근 해안은 풍부한 어장으로, 해안선이 3000km에 달하고 해안선마다 작은 어촌이 부족별로 이루어진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내전과 동시에 소말리아 해역에 나타난 외국 어선들은 매년 약 3억 달러어치의 참치와 새우, 바닷가재 등 어류와 해산물을 대량으로 쓸어갔다. 그들은 소규모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소말리아 어부들의 생존 기반을 흔들어놓았다.

심지어 외국 어선은 처리비용이 유럽에서 1t당 약 1000달러 드는 폐기물을 1t당 3달러를 주고 바다에 버렸다. 소말리아 어부들은 생계수단을 잃어갔고 외국에 대한 적개심이 커졌다. 그래서 자체 해안 경비대를 조직해 외국 어선들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벌금 명목의 협상금을 타냈는데, 이것이 해적 사업의 시초가 되었다.

오랜 내전으로 식량조차 제대로 없는 소말리아에서 이 해적 산업은 유일하게 현금을 만질 수 있는 사업이다. 그러니 소말리아에서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해적 산업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은 해적들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한때 그들을 위축시켰던 세력도 있다. 소말리아의 가장 강력한 세력이었던 이슬람법정연대(ICU·이슬람연대)이다. 실제로 이슬람연대가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를 장악한 2006년 가을부터는 해적 행위가 거의 없었다. 

같은 해 필자와 만난 이슬람연대의 대표 셰이크 하산은 “나는 알 카에다가 누군지도 모른다. 우리 이슬람에서는 도둑질을 큰 범죄로 여긴다. 해적질도 이슬람이 범죄로 금지하기 때문에 소말리아 땅에서 모두 몰아내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자체 해상경비대를 동원해 해적 근거지였던 하라데레와 현재 삼호 드림호가 끌려간 호비요 두 곳의 항구를 소탕한 적도 있다. 이슬람연대는 분열한 소말리아를 하나로 안정시켰으며 2006년 8월에는 군벌 연합을 몰아내고 모가디슈에 입성했다. 이후 모가디슈 국제공항과 모가디슈 항구가 10년 만에 개방되면서 소말리아는 안정을 찾는 듯했다.

   
ⓒ합참 공보실
지난해 5월6일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의 링스 헬기 K-6 사수가 해적선을 겨냥하고 있다.

이렇듯 이슬람연대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잠잠해졌던 해적 행위가 미국과 에티오피아가 전쟁을 벌여 이슬람연대를 몰아내고 과도정부를 지지한 이후부터 다시 극성을 부리고 있다. 미국이 이슬람연대를 축출한 것은 그들이 이슬람 샤리아(이슬람 율법)를 신봉하는 알 카에다와 연계되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유엔 소말리아 고문으로 근무했던 켄 멘트하우스는 “이슬람연대를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히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미국은 에티오피아에 군사 고문과 기술자를 파견했고 테러 소탕을 명분으로 소말리아를 공습했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테러와의 전쟁’으로 소말리아 사태를 몰아간 미국이야말로 해적이 극성을 부리게 한 원인 제공자라고 지목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재 안보연구소(ISS)의 리처드 코넬 연구원은 “미국이 소말리아 내부 문제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국제적인 시각으로 본 것이 결정적인 실수다”라고 지적했다. 즉 이슬람연대를 소말리아에서 몰아냄으로써 해적들의 천적이 제거된 셈이다.

해적 조직, 중동·유럽까지 진출


현재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는 이런 해적들에 대응하기 위해 23개국이 해군함을 파견해 국제 공조를 하고 있다. 미국 해군은 페르시아만·오만만·아덴만·홍해·아라비아해·인도양 등에서 연합 해군작전을 전개 중이며, 아덴만과 소말리아 해상에서 해적 퇴치를 주 임무로 하는 연합해군함대(CTF-151)를 창설했다. 해적 출몰이 잦은 아덴만에 국제해양안전수로(MSPA)가 설정되었고, 현재 CTF-151에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사우디아라비아·터키·한국(청해부대) 해군이 배속되어 그동안 여러 차례 해적을 퇴치하는 혁혁한 전과를 거뒀다. 하지만 군함의 항해속도가 보통 30노트(시속 약 55㎞) 정도라 우연히 사고 현장에 있지 않으면 제 시간에 도착해 해적의 나포 행위를 막기 어렵다. 그들이 순찰해야 할 바다는 너무 넓고 해군 함정의 수는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 이 정도 규모로 해적 산업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이런 조건들이 소말리아 해적 산업을 키우는 원천이 되었다. 해적들은 인질 몸값으로 첨단 무기를 구입하고 국제사회의 개입에 대비해 자신들의 근거지를 요새화하고 있다. 또 외국에 거주하는 소말리아인들을 중심으로 해적 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금·물자·선박·이동정보 등을 제공받는다. 

해적 산업의 조직은 어느 배가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알려주는 정보 제공조, 배를 나포해오는 행동 대원인 체포조, 해적 본거지에서 협상을 전개하는 협상조, 협상을 마무리하고 돈을 받아내는 수금조까지 정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원만한 수금을 위해 현금을 선호하고 이제는 영국에 있는 선박 브로커나 두바이에 있는 은행까지 고객으로 삼는다. 해적 조직이 소말리아를 뛰어넘어 중동과 유럽까지 진출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런던이 소말리아 해적들을 움직이는 실질적 본부라고 보도할 정도다.

따라서 몸값을 지급하면 해적 산업은 더욱 번창하고 조직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보험사와 선박회사 처지에서 인명과 화물의 가치를 고려할 때 몸값을 지급하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정부로서도 혹시나 인질 구출 작전 과정에서 인명 사상이 있을까 우려해 차라리 돈을 주고 해결하는 것이 손쉬울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여러 상황이 맞물려 소말리아 해적 산업이 불황을 모르고 번창하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김영미 편집위원은 2006년 6월 동원호 피랍 사건 때 국내 언론인으로는 유일하게 셰이크 아하메드 하산 이슬람법정연대 대표와 당시의 해적 두목 등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한 바 있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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