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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성이 밥 먹여줘?” 미국 보수의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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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12-27 19:48 조회 2,34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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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만 해도 미국 대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밋 롬니를 제치고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대세’로 떠올랐다. 성추문과 구태에 연루된 그를 부활시킨 건 TV 토론이다.
newsdaybox_top.gif [223호] 2011년 12월 19일 (월) 16:38:06 워싱턴·권웅 편집위원 newsdaybox_dn.gif
‘깅리치의 난’이라고 해야 할까. 오는 1월3일 미국 대선 후보들의 중요한 첫 격전지인 아이오와 주 예비경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판도에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대선 출사표를 던진 뒤 줄곧 형편없이 뒤져온 뉴트 깅리치(68) 전 공화당 하원의장이 다른 공화당 대선 후보들을 제치고 단숨에 선두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겨우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는 풍부한 자금력과 조직력을 자랑해온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다. 그런데 롬니를 깅리치가 단번에 녹다운시키면서 공화당 대선 판도가 180도 바뀌게 된 것이다. 내심 롬니를 염두에 두고 대선 전략을 짜오던 민주당 오바마 대통령과 참모진도 선거 전략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빠졌다.


   
ⓒAP Photo
12월7일 깅리치 후보가 공화당 유대인연합이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 나왔다.과거보다는 능력과 자질 중시

사실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지난봄 대선 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다. 그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취약점이 많다보니 대선 후보전이 본격화되면 이것이 터질 수밖에 없고, 그럴 경우 한때 하원의장으로 천하를 호령하던 깅리치도 치명타를 입고 도중하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뒤에는 참모들이 대선 전략에 대한 의견차를 이유로 대거 이탈하는 소동도 있었다.

1978년 정계에 입문한 깅리치는 특히 1994년 ‘미국과의 계약’이라는 보수 강령을 내세우며 그해 중간선거를 공화당 승리로 이끈 주역으로 떠올라 하원의장에 올랐다. 하지만 깅리치의 가장 큰 흠은 혼외정사를 포함한 여자 문제였다. 그는 지금까지 두 번 이혼과 세 번 결혼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또 1998년 불미스럽게 정계를 은퇴한 뒤에도 막강한 의회 연줄을 무기 삼아 로비스트로 활약하며 거액을 벌어들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받았다. 실제로 그는 연방주택자금 대출기관인 프레디맥으로부터 고문료로 180만 달러(약 20억원)를 받은 것이 드러나 구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이런 구태는 오랜 세월 부패와 탐욕으로 얼룩진 워싱턴 중앙정치 무대의 변혁을 외치며 미국 전역에서 정치 압력조직으로 자란 공화당 풀뿌리 조직 티파티(Tea Party)가 가장 혐오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깅리치가 최근 들어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려오던 롬니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이 대선 후보 여러 명을 놓고 공화당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깅리치는 롬니에 비해 우위(40%대27%)를 보였다. 특히 양자 대결 구도에선 롬니를 23% 포인트나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시사 주간지 <타임>과 CNN 방송, <워싱턴 포스트>와 ABC 방송이 각각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깅리치는 내년 1월3일로 예비선거가 잡혀 있는 아이오와 주는 물론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와 플로리다 주에서도 롬니를 거뜬히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롬니가 우세를 지켜온 뉴햄프셔 주에서도 지금은 깅리치가 앞서가는 형국이다.

한때 정계를 은퇴한 퇴물로 간주되던 깅리치가 이처럼 화려하게 부활한 까닭은 무엇일까? 사실 깅리치의 정치적 부활에 대해선 공화당 유권자는 물론 정치인들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깅리치는 무엇보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덕목으로 꼽는 정직성과 청렴성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는 기독 우파 유권자가 많은 아이오와 주에서 치러진 세 차례 모의 투표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가장 보수적인 의원 가운데 한 사람인 스티브 킹 공화당 의원은 방송에 나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면서 혀를 내둘렀다.

   
ⓒAP Photo
12월10일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론 폴 하원의원, 미셸 바크먼 하원의원(왼쪽부터)이 TV 토론을 하고 있다.

오바마의 상대로는 아직 역부족


정치 분석가들은 다른 후보들, 특히 밋 롬니에 비해 열세일 수밖에 없는 깅리치가 이처럼 단독 선두에 올라설 수 있었던 요인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 먼저 후보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볼 수 있는 토론회에서 깅리치가 다른 후보에 비해 거침없는 언변과 무대 장악력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한 예로 최근 토론회에서 롬니가 자신은 성공한 사업가 출신이지만 깅리치는 워싱턴 정치 무대에서 닳고 닳은 정치인이라고 꼬집은 적이 있다. 그러자 깅리치는 “좀 솔직하게 말하자. 당신이 나처럼 직업 정치인이 되지 못한 이유는 1994년 테드 케네디 후보에게 졌기 때문 아니냐?”라고 되받아쳤다. 롬니는 답변도 제대로 못한 채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깅리치가 보수주의적 견해를 워낙 조리 있게 설명하고 주창하기 때문에 보수 유권자들이 혼외정사와 같은 불미스러운 과거보다는 오히려 그의 능력과 경험을 더 중시한다는 분석도 있다. 우익 조직인 ‘티파티 패트리엇’의 마크 메클러 공동의장은 ABC 방송 인터뷰에서 “깅리치가 보수주의자들의 목표와 분노를 잘 표현하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그의 과거사보다는 현재의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최근 <뉴욕 타임스>와 CBS 뉴스가 공동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직과 세계적 위기를 감당할 수 있는 최상의 후보를 묻는 항목에서 깅리치가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인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또 당선 가능성과 관련해 깅리치는 43%를 차지해 20%를 얻은 롬니를 두 배가 넘는 격차로 따돌렸다. 공화당 유권자들이 깅리치의 불미스러운 과거보다는 그의 국정 수행능력과 당선 가능성을 더 염두에 둔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아직 대선전 초반인 데다 외생 변수에 따라 여론조사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깅리치 진영도 아직 100% 안심할 상황은 못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의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깅리치가 공화당 핵심 유권자들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당파와 히스패닉 유권자로부터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데는 40%가 넘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찬성표가 톡톡히 기여한 점을 감안할 때 깅리치로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깅리치의 파괴력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점이다. 오바마는 더딘 경기 회복과 9% 가까운 높은 실업률로 인해 재선 고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깅리치는 아직 오바마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월스트리트 저널>과 NBC 방송 여론조사를 보면 롬니가 공화당 후보로 나서서 오바마와 맞붙을 경우 45%대47%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리라 예상됐지만, 깅리치가 나설 경우 오히려 51%대40%로 오바마가 그를 누를 것으로 예상됐다. 깅리치가 과연 공화당의 대선 후보직을 따낼 수 있을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우선은 그 첫 관문이 될 2012년 1월3일 아이오와 주 예비경선에 미국의 관심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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