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신냉전에 태평양 얼어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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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12-12 13:39 조회 2,552 댓글 0본문
최근 TPP 등을 통해 중국을 압박해온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남중국해 독자 영유권을 고집하는 중국을 의식한 조처다. 아시아·태평양에 찬 기운이 감돈다.
“아시아 국민은 우리가 진정 아시아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 탓에 한눈 팔 것인지, 우리가 신뢰할 만한 경제적·전략적 공약을 유지하고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그 대답은 ‘우린 할 수 있으며, 또 할 것이다’라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11월호에서 밝힌 21세기 미국의 대(對)아시아·태평양 외교 청사진의 핵심 대목이다. 이 장문의 기고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 중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심리다. 클린턴 장관은 “오늘날 미·중 관계는 미국이 지금까지 씨름한 쌍무 관계 중에서도 가장 힘겹고도 중대한 관계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노력이 급속히 구체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주도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실현해 중국을 압박하고, 군사적으로는 한국과 일본·필리핀·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아우르는 안보 동맹을 통해 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경제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2500명 규모의 해병대를 상주시키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사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을 집중하느라 아시아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이 군사적으로 떠오르며 이 지역 패권국으로 급속히 자리매김하는 현실을 상당히 염려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국방비를 3배나 증액해 지난해 국방비가 약 1600억 달러(약 185조원)에 이르렀다. 나아가 중국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5세대 전투기인 스텔스 전투기 J-20을 개발했는가 하면 사상 최초로 항공모함까지 시험 운항하는 등 군사 강대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을 자랑한다. 5세대 전투기의 선두 격인 F-22 랩터를 일찌감치 개발한 데다 현재 건설 중인 2척을 포함해 항공모함을 모두 13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적어도 군사력 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아직 미국의 상대가 못 된다.
현실이 이런데도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응을 서두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지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아·태 지역에 확보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특히 중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보고로 알려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섬들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놓고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면서 더 깊어졌다.
미국도 근래 남중국해 해상의 난사군도(南沙群島, 일명 스프래틀리 아일랜드·Spratly Islands)의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이 주변 당사국과 팽팽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빚어온 점을 우려해왔다. 난사군도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는 물론 미국의 우방인 필리핀과 타이완까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부쩍 독점적 영유권을 주장해왔다. 중국은 난사군도 주변의 원유를 개발하면 현재 베트남과 브루나이의 하루 평균 생산량인 18만~37만 배럴은 너끈히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은 호시탐탐 난사군도의 영유권을 주장해온 베트남과 1979년 이후 여러 번 유혈 충돌을 빚어왔다.
동남아 나라들, 미국과 협조 태세
근래에는 필리핀과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필리핀의 아키노 대통령은 난사군도 부근에서 원유 탐사를 하려던 필리핀 선박에 대해 중국의 해군 순시선이 발포한 것을 두고 지난 5월 중국 정부에 ‘무력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우방인 미국으로서는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중국 간에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게다가 남중국해는 이곳을 통해 미국을 오가는 무역액이 연간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미국으로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해상 요충로이다.
어쩌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이 보인 호전성 때문에 관련 당사국이 미국의 아시아 개입을 더 원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우방인 필리핀을 포함한 대다수 동남아시아 나라는 미국과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군사적 의도와 행동에 맞설 만한 견제 세력으로 미국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는 미국이 싱가포르에 군함을 배치하기로 한 것과 말레이시아가 이미 올해 두 차례나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데서도 감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아시아 군사력 증강의 신호탄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상주 병력을 주둔시키기로 한 결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비록 병력 규모는 2500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제1의 군사 강국으로 남아 있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 병력이 주둔한 기지는 오스트레일리아 최북단에 위치한 ‘다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이 일본으로부터 태평양을 되찾기 위해 핵심 전초기지로 활용했던 곳이 바로 다윈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16일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국으로서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미국이 이 지역과 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지금보다 크고 장기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미국은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며 8만여 명에 달하는 미군을 배치 중이다.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는 미국 태평양함대 소속 제7함대의 모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1990년대 들어 필리핀 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미군기지가 폐쇄되면서 미군 전력이 급속히 약해져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윈을 확보해 앞으로 이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침으로써 남중국해에서의 전력을 크게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은 다윈의 미군 배치를 ‘중국 포위’ 작전으로 간주하고 강력 반발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심지어 “미국이 남중국해상의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갱단을 조직하려 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중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자칫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앞으로 ‘신냉전’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20세기 소련을 상대로 냉전을 벌였듯 21세기에는 중국과 또다시 냉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시사인
“아시아 국민은 우리가 진정 아시아에 남아 있을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 탓에 한눈 팔 것인지, 우리가 신뢰할 만한 경제적·전략적 공약을 유지하고 이를 행동으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묻고 있다. 그 대답은 ‘우린 할 수 있으며, 또 할 것이다’라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 11월호에서 밝힌 21세기 미국의 대(對)아시아·태평양 외교 청사진의 핵심 대목이다. 이 장문의 기고문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 중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 심리다. 클린턴 장관은 “오늘날 미·중 관계는 미국이 지금까지 씨름한 쌍무 관계 중에서도 가장 힘겹고도 중대한 관계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노력이 급속히 구체화하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미국 주도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실현해 중국을 압박하고, 군사적으로는 한국과 일본·필리핀·오스트레일리아 등을 아우르는 안보 동맹을 통해 태평양에서 제해권을 차지하려는 중국의 움직임을 적극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은 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와이에서 개최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경제 구상을 공식화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 전쟁 이후 처음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2500명 규모의 해병대를 상주시키겠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Xinhua 11월9일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가 홍콩 인근 해역에 정박해 있다. |
사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사력을 집중하느라 아시아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 사이 중국이 군사적으로 떠오르며 이 지역 패권국으로 급속히 자리매김하는 현실을 상당히 염려해왔다. 실제로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국방비를 3배나 증액해 지난해 국방비가 약 1600억 달러(약 185조원)에 이르렀다. 나아가 중국은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5세대 전투기인 스텔스 전투기 J-20을 개발했는가 하면 사상 최초로 항공모함까지 시험 운항하는 등 군사 강대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물론 미국은 중국에 비해 월등한 군사력을 자랑한다. 5세대 전투기의 선두 격인 F-22 랩터를 일찌감치 개발한 데다 현재 건설 중인 2척을 포함해 항공모함을 모두 13척이나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적어도 군사력 면에서 보자면 중국은 아직 미국의 상대가 못 된다.
현실이 이런데도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부상에 대응을 서두르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지금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아·태 지역에 확보하지 않으면 나중에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우려는 특히 중국이 원유와 천연가스의 보고로 알려진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의 섬들에 대한 영유권 문제를 놓고 주변국과 분쟁을 벌이면서 더 깊어졌다.
동남아 나라들, 미국과 협조 태세
근래에는 필리핀과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필리핀의 아키노 대통령은 난사군도 부근에서 원유 탐사를 하려던 필리핀 선박에 대해 중국의 해군 순시선이 발포한 것을 두고 지난 5월 중국 정부에 ‘무력 충돌’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우방인 미국으로서는 영유권 문제를 놓고 필리핀과 중국 간에 무력 분쟁이 발생할 경우 마냥 팔짱을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처지다. 게다가 남중국해는 이곳을 통해 미국을 오가는 무역액이 연간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만큼 미국으로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해상 요충로이다.
어쩌면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을 놓고 중국이 보인 호전성 때문에 관련 당사국이 미국의 아시아 개입을 더 원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우방인 필리핀을 포함한 대다수 동남아시아 나라는 미국과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를 추구함으로써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국의 군사적 의도와 행동에 맞설 만한 견제 세력으로 미국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는 미국이 싱가포르에 군함을 배치하기로 한 것과 말레이시아가 이미 올해 두 차례나 미국과 합동 군사훈련을 벌인 데서도 감지된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이 아시아 군사력 증강의 신호탄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상주 병력을 주둔시키기로 한 결정은 여러 가지로 의미심장하다. 비록 병력 규모는 2500명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도 제1의 군사 강국으로 남아 있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미국 해병대 병력이 주둔한 기지는 오스트레일리아 최북단에 위치한 ‘다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총사령관이 일본으로부터 태평양을 되찾기 위해 핵심 전초기지로 활용했던 곳이 바로 다윈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월16일 오스트레일리아 의회 연설에서 “미국은 태평양국으로서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미국이 이 지역과 이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 지금보다 크고 장기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중국 인터넷에 퍼진 스텔스 전투기 J-20의 사진. 촬영자는 알려지지 않았다. |
미국은 현재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한국·일본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으며 8만여 명에 달하는 미군을 배치 중이다. 일본 요코스카 미군기지는 미국 태평양함대 소속 제7함대의 모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1990년대 들어 필리핀 내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빅만 미군기지가 폐쇄되면서 미군 전력이 급속히 약해져왔다. 그런데 이번에 다윈을 확보해 앞으로 이 지역에서 대규모 군사작전을 펼침으로써 남중국해에서의 전력을 크게 회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은 다윈의 미군 배치를 ‘중국 포위’ 작전으로 간주하고 강력 반발한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심지어 “미국이 남중국해상의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맞서 갱단을 조직하려 하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아시아에서의 미국의 군사력 증강을 중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자칫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앞으로 ‘신냉전’이 도래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도 제기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20세기 소련을 상대로 냉전을 벌였듯 21세기에는 중국과 또다시 냉전을 벌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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