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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모피의 덫’에 걸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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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804회 작성일 11-06-0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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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한 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에서 열릴 첫 국제 행사가 논란에 휩싸였다. 명품 브랜드 펜디가 개최할 패션쇼에 모피 의상이 포함돼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newsdaybox_top.gif [194호] 2011년 05월 27일 (금) 22:14:31 변진경 기자 btn_sendmail.gif alm242@sisain.co.kr newsdaybox_dn.gif
명품 도시가 되고 싶었다. 그런 서울시에, 명품 브랜드 펜디(fendi)가 제안해왔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반포 한강공원에 건설한 인공섬 ‘세빛둥둥섬’에서 특별한 패션쇼를 열고 싶다는 것이었다. 한강 르네상스의 ‘르네상스’가 르네상스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펜디 브랜드의 콘셉트와도 꼭 맞아, 동서양 르네상스의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라는 펜디 측의 설명에 서울시 관계자들도 공감했다.

3월부터 진행된 협의 끝에 지난 5월10일, 서울시는 “6월2일 세빛둥둥섬의 첫 국제 행사로 세계 명품 브랜드 펜디의 패션쇼를 개최하기로 했다”라며 보도자료를 내고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갔다. 2007년 중국 만리장성에 이어 펜디가 두 번째로 선택한 아시아의 런웨이 장소가 서울 한강이라는 것, 아시아의 톱 모델을 포함해 전 세계 패션·문화계 인사 1200명이 참가한다는 것, 한강을 배경으로 한 패션쇼 현장이 전 세계에 생중계까지 된다는 점은 국제·디자인·명품 도시를 꿈꾸는 서울시에게 큰 자랑거리였다.



   
ⓒ조우혜
6월2일 펜디의 패션쇼가 열릴 한강 인공섬 ‘세빛둥둥섬’ 전경.


하지만 그 자랑스러운 패션쇼에 내보일 의상 중 일부가 모피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울시는 비난에 직면했다. 5월10일 서울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6월2일 열릴 펜디 패션쇼에서는 “F/W(가을·겨울) 룩 40점과 더불어 20여 점의 모피 한정 컬렉션이 첫선을 보인다. 시민의 공공 문화공간으로 알려진 세빛둥둥섬에서 명품 브랜드 패션쇼가, 그것도 ‘모피’가 포함된 쇼가 열린다는 소식에 누리꾼들은 반대 청원에 서명하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비난 성명을 냈다. 이런 여론에 서울시는 급히 방향을 돌렸다. 지난 5월14일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모피를 소재로 하는 패션쇼는 아무리 세계적인 행사라 해도 전체 행사를 취소할 수밖에 없음을 펜디 측에 분명히 알렸다”라고 밝혔다.

그러다 말이 또 바뀌었다. 펜디 측이 “행사를 불과 2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난색을 표하고, 일부 언론이 “세계적 명품 브랜드를 상대로 서울시가 국제 이미지를 깎아먹는 행동을 하고 있다”라고 비난하자 5월23일 서울시가 다시 패션쇼를 열기로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펜디 측은 대신 패션쇼 컬렉션에 팔찌·선글라스 등 액세서리를 추가해 모피옷의 비중을 줄이고, 서울시의 디자인 전공 대학생 일부에게 장학금과 인턴십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였다.


   
ⓒ뉴시스
쇼는 제2섬에서 열린다. 오른쪽은 2009년 12월 동물보호단체들이 모피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수상사업부 이택근 부장은 “우리는 실질적으로 모피를 완전히 빼기를 강력히 희망했는데 추가 협의 과정에서 그쪽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패션쇼라는 게 하나의 연출이라 여러 의상 중 한 종류만 빼고 그러는 건 패션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측면을 알게 됐고, 이미 초청객들 비행기나 호텔 예약이 다 잡혀 있는 등 진척이 너무 많이 된 상태라 취소하기에 무리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펜디 패션쇼 홍보 대행을 맡은 ‘더 스프링’의 고경희 팀장은 “패션쇼에서는 완성된 컬렉션을 선보이는 게 중요하다. 모피 제품을 빼라는 것은 쇼에서 구두를 신지 말라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고 팀장은 또 “펜디는 비윤리적으로 획득한 모피를 사용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한강이 소수 특권층 위한 공간인가”

하지만 여전히 반발은 거세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6월2일 펜디 패션쇼가 열리는 세빛둥둥섬 현장에서 ‘반생명 모피 패션쇼 반대’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모피의 생명윤리적 판단을 떠나, 서울시가 이번 행사 장소인 세빛둥둥섬이 갖는 상징성을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패션지 기자는 “펜디가 그냥 어느 호텔 같은 데서 했다면 다들 그러려니 했겠지만, 괜히 서울시가 세금 들여 만든 공공장소에 이미지 업그레이드해보겠다고 이런 행사를 잡아서 문제가 커졌다”라고 말했다. 일부는 이번 사건이 호화·사치 사업으로 변질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단면을 드러낸 것이라고 꼬집는다. 서울시의회 민주당 오승록 대변인은 “이 일은 이제 더 이상 한강이 다수의 서울시민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소수 특권층을 위한 공간이 됐다는 걸 알려준 신호탄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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