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남은 고엽제 묻어…운반중 유독물질 새나와” > 최근 이슈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최근 이슈

“베트남서 남은 고엽제 묻어…운반중 유독물질 새나와”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본영
댓글 0건 조회 1,732회 작성일 11-05-19 22:39

본문

‘에이전트 오렌지’ 표기 드럼통, 부대 뒤뜰에 매립
여름·가을 동안 일주일에 한두번씩 작업 지속
“우리는 실험용 동물”…발마비 청력이상 시달려
한겨레 bullet03.gif 이본영 기자기자블로그
1305812174_00392232001_20110520.JPG
» 미국 <시비에스>(CBS)의 계열사 <케이피에이치오> 방송(KPHO-TV)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퇴역 주한미군들의 고엽제 매립 증언을 폭로했다(아래 사진). 방송은 에이전트 오렌지의 드럼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사용했으나 이것이 당시 사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현장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도 방송에서 공개했는데, 점선 안 검은 부분이 파묻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전직 주한미군이 밝힌 33년전 ‘캠프캐럴의 비밀’

미국 방송의 탐사보도로 드러난 주한미군의 고엽제 매립 방식은 일반 쓰레기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고엽제를 몰래 파묻었다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사실이다. 이번 보도로 미국 정부가 1968~69년 비무장지대에 뿌리고 한국에 남아 있던 고엽제를 바다에서 소각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한 것도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33년 만에 비밀을 털어놓은 미군 전역자 스티브 하우스 등은 1978년 당시 도시의 한 구역만한 크기의 구덩이를 만들라는 지시로 땅을 팠다고 말했다. 하우스는 “우리는 원래 쓰레기를 부대 뒤뜰에 묻어왔다”며 고엽제 매립 방식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130581223193_20110520.JPG
» 미국 <시비에스>(CBS)의 계열사 <케이피에이치오> 방송(KPHO-TV)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퇴역 주한미군들의 고엽제 매립 증언을 폭로했다(아래 사진). 방송은 에이전트 오렌지의 드럼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사용했으나 이것이 당시 사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또 현장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도 방송에서 공개했는데, 점선 안 검은 부분이 파묻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이들이 묻은 것은 베트남에서 수백만명에게 피해를 입히고 남은 고엽제였다. 중장비 특기병이었던 하우스는 19일 <에스비에스>(SBS)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일부 드럼통들에는 ‘베트남 지역, 콤파운드 오렌지(에이전트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며 “일주일에 한두번씩 여름 내내, 가을까지 작업을 계속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한국 병사들인) 카투사들은 다른 일을 시켜서 뭔가 옳지 않은 일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고 덧붙였다. 그의 동료였던 로버트 트래비스는 드럼통 수를 250여개로 기억하면서 “어떤 것에는 ‘1967년 베트남공화국’이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고엽제의 인체 피해가 심각하다는 점을 알고 사용을 금지한 상태였는데도 자국 병사들에 대한 보호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드럼통을 창고에서 하나씩 꺼내 손으로 굴렸다는 트래비스는 “고엽제가 드럼통에서 새나오기도 했고, 역겨우면서도 달착지근한 냄새까지 났다”고 말했다.

130581201859_20110520.JPG
» 캠프 캐럴의 모습. 기지 외곽은 칠곡군청에 인접해 있고, 증언자들이 밝힌 고엽제 매립 추정지는 기지 동쪽에 있다. 구글어스 제공


트래비스는 작업 뒤 온몸에 종기가 났으며, 이후 여러 군데에 관절염을 앓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손목과 발 관절이 너무 약해져 몇번이나 부러졌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같은 작업에 동원된 리처드 크레이머는 “작업 뒤 발이 너무 부어 걷지도 못할 정도였다”며, 이후로 발이 마비되고 관절염과 청각장애를 얻었다고 말했다.

폭로를 주도한 하우스는 자신은 상부의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물질에 노출돼 암 등의 질병을 얻었겠느냐”며 죄책감을 토로하면서 울먹였다. 그는 “큰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지만 간이 너무 약해져 수술을 견뎌내기 어렵다고 한다”고도 했다. 트래비스는 “우리는 실험용 동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케이피에이치오>(KPHO)는 위성사진을 이용해 캠프 캐럴 내부의 고엽제 매립 지점을 지목하면서 유독물질이 낙동강 등 주변 하천으로 흘러들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피터 폭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주변 주민들의 피해 가능성에 대해 “독성물질이 지하수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며 “주민들이 이 물을 농사에 사용하면 독성물질이 식수 공급 사슬뿐 아니라 식량 공급 사슬로까지 들어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캠프 캐럴의 매립지처럼 독성물질이 용해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제거작업에 50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엽제를 취급한 군부대 주변의 주민 건강 문제는 미국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 주정부 등은 미군의 생물학전 연구 중심지이던 포트디트릭 기지 주변에서 500여가구가 고엽제의 영향으로 암에 걸렸다는 주장에 관해 최근 조사에 착수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