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영혼들 ‘샤하다’와 접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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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in 한국의 무슬림 ③마스지드의 청춘 *샤하다 : 신앙고백 | |
송경화 기자 안수찬 기자 | |
조영희(가명·24)씨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법적·인종적·문화적으로 명백하다. 지난 2월 서울 ㄱ대학 도서관 직원들은 그 사실을 잠시 의심했다. “한국 사람 맞아요?” “네.” “그런데 무슨 짓이야?” 조씨는 히잡을 쓰고 대학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했다. 사람들은 한국인 무슬림의 존재를 좀체 받아들이지 못했다. 조씨는 경쟁적 삶이 싫었다. 외국인 무슬림을 만나면서 새로운 대답을 발견했다. 인터넷에서 종교적 의문을 풀었다. 그 길을 따라 무슬림으로 ‘커밍아웃’하는 다른 한국인 청년 무슬림도 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젊은 한국무슬림들이 늘어나고 있다. 1천명 회원을 가진 인터넷카페가 개설되고 오프라인 모임도 있다. 해외서 무슬림들을 만난 뒤 영향을 받기도 한다.
새로운 사태가 2000년대에 시작됐다. 한국 젊은이들이 무슬림으로 ‘커밍아웃’하고 있다. 박동신(26)씨는 2009년 11월 이후, 네이버·다음·싸이월드 등에 한국인 무슬림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다. 대다수 회원은 한국 부모 아래서 나고 자란 20대다. 지난해 4월에는 ‘한국인을 위한 이슬람’이라는 제목의 인터넷 누리집을 따로 만들었는데, 하루 평균 200여명이 방문한다. 박씨는 이들 회원을 바탕으로 올해 1월1일 ‘이슬람 정보센터’를 차렸다. 서울중앙성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는 하루 평균 20여명의 한국인 젊은이들이 방문한다. 그 가운데 40여명의 한국인 젊은이가 이슬람 정보센터에서 지난 넉달 동안 ‘샤하다’(신앙고백)를 하고 무슬림이 됐다. “대부분 대학생이고, 개종자가 많고, 평소 종교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다 이슬람을 택하는 경우가 많아요.” 박씨가 말했다. 젊은 ‘토착’ 무슬림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박씨가 운영하는 카페 회원만 1000명이 넘는다. 귀화 무슬림이 1600여명, 한국인 배우자와 결혼한 체류 무슬림이 40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 무슬림 가운데 이들의 비중은 적지 않다.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외국 문화에 대한 이물감을 느끼지 않는다. 외래 문화를 깊게 파고들 무기도 갖췄다. 인터넷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수시로 외국인과 접촉한다. 세계 인구의 23%가 무슬림이다. 무슬림과 교류할 기회가 많다. 고등학생 이승미(가명·15)양은 영어 공부에 도움 된다는 친구의 말에 전세계 접속자들과 일대일 채팅을 하는 사이트에 접속했다. 인도네시아 친구와 채팅하며 이슬람을 접했다. 한국인 무슬림 카페에 가입해 쪽지와 전자우편으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2009년 ‘채팅으로 만나는 이슬람’이라는 사이트에서 ‘샤하다’를 했다. 미국에 있는 한국인 무슬림 등 2명이 채팅으로 ‘샤하다’의 증인이 됐다. 카페 회원들은 오프라인 모임도 연다. 지난달에는 30여명이 모였다. 20대 언니가 이양에게 히잡을 선물했다. ‘스펙’ 관리에 지친 대학생 가운데 삶의 다른 가치를 찾는 이들도 있다. “좋은 회사 들어가는 게 인생의 전부가 아니잖아요.” 대학생 조영희(가명·24)씨는 진학·취업 경쟁을 회의했다. 2009년 여름 일본으로 국제봉사활동을 떠났다. 독일 청년을 만났다. 그는 맑고 경건했다. “저 친구를 저렇게 만든 게 뭘까 궁금했어요.” 그는 무슬림이었다. 조씨는 호기심을 느꼈다. 기독교·불교는 익히 알고 있었다. 자신을 구원해줄 무언가를 새로운 종교에서 찾고 싶었다. 조씨는 인터넷 이슬람 카페 회원들에게 궁금한 것을 묻고, 지난 1월 회원 3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샤하다’를 했다.
대부분 대학생이고 개종자가 많다. 그러나 아직은 가족에게만, 몇몇 친구에게만 무슬림이란 걸 말한다. 율법도 각자의 형편에 맞게 지킨다. “경건한 삶을 살면 되는 거죠.”
“이슬람은 유연한 종교예요.” 조씨가 말했다. “지키지 않으면 하나님이 벌을 주는 율법, 반드시 복종해야 하는 종교 지도자가 이슬람엔 없어요. 각자 형편에 맞게 경건한 삶을 살면 되죠.” 많은 한국인들이 알고 있는 이슬람은 집단적이고 억압적이다. 조씨가 생각하는 이슬람은 개인적이고 자유롭다. 인식의 간극은 적지 않지만, 이슬람에 대한 세간의 눈길을 굳이 바꾸려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믿음을 강요하지 않아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소개할 뿐이죠. 모범된 삶을 사는 게 이슬람식 선교입니다.” 한국이슬람교 중앙회 서울중앙성원 이주화 이맘이 말했다.
이슬람이 사회불안과 폭력을 부추기는 종교라며 경계하는 세간의 시선이 있지만 젊은이들은 자유롭고 열린 선택을 한다.
공개 강좌에서 쏟아질 법한 질문들이 있다. 무슬림 남편의 ‘명예살인’(명예를 더럽혔다며 가족을 죽이는 일), 양성평등에 반하는 일부사처, 그리고 무슬림의 테러에 이르기까지 이슬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2020년까지 한국을 이슬람화하려는 이슬람계의 전략이 진행중”이라는 소문이 한국 사회에 제법 퍼져 있다. 그 소문 속에서 이슬람은 사회 불안과 폭력을 부추기는 종교다. ※4회 ‘하나님의 이름으로’에서는 이슬람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송경화 안수찬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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