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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낙하산 투하, 낙하산은 ‘자리 상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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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댓글 0건 조회 1,768회 작성일 11-04-1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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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그룹 회장들은 감독 당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절친’이 청와대에 있기 때문이다. 대신 ‘좋은 자리’를 권력에 나눠준다. MB 정부 출범 이후 금융권 요직들이 어떻게 배분되었는지 파헤쳤다.


지난해 11월16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는 특종을 냈다. 금융시장은 경악한다. 그러나 정작 더 놀라운 것은 ‘계약 그 자체’가 아니라, 금융당국이 계약 사실을 <월스트리트 저널> 보도 때까지 까맣게 몰랐다는 사실이다.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은 국내 금융계를 발칵 뒤집어놓을 ‘빅딜’을 금융당국과 협의하지도 않고 밀어붙인 것이다.

금융시장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국민은행장 등이 이보다 훨씬 작은 일로도 무자비한 감사를 당한 끝에 비참하게 퇴출된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무서운 후폭풍을 기대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마치 잔잔한 바다와도 같았다. 하나-론스타 계약에 대해 오히려 시민사회와 노동계가 끊임없이 법률·재무적 문제점들을 제기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김승유 회장이 공공연히 금융당국을 무시하고도 무사할 수 있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막역한 관계 덕분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승유 파워’의 정체는 최고 권부와의 친분이었던 것이다.

   
KB금융 노조원들이 2010년 7월 어윤대 회장 취임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적어도 3곳의 수장이 대통령과 절친한 관계를 맺고 있다. 김승유 하나지주 회장과 마찬가지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선후배 사이다. 더욱이 김승유씨는 2005년 말부터 하나지주 회장직을 맡았으나, KB지주의 어 회장, 우리지주의 이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이후 금융지주회사 회장직을 얻어낸 경우다. 또한 지난 3월 김승유 회장의 세 번째 연임 성공도 ‘이명박 시대’와 아주 무관한 일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이런 금융그룹 회장들은 대통령을 업고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자신이 맡고 있는 조직의 ‘좋은 자리’를 대통령 주변의 세력들에게 ‘상납’해야 하는 것이다. 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사외이사·고문·경영자문 등의 명목으로 연봉 수천만~수억원의 ‘좋은 자리’를 100여 개 이상 만들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다.

짭짤한 요직, 권력 주변에 ‘상납’

금융그룹과 정치권 간에 이 같은 ‘주고받기’가 가장 노골적으로 이루어진 곳이 바로 KB금융지주다. 2009년 8월 황영기 회장이 물러나자 이 자리를 둘러싸고 두 차례에 걸쳐 여권 내 총력전이 벌어졌다. 1차전의 주역은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 당시 강 행장은 다른 두 후보가 사퇴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장 내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불미스러운 소문이 퍼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 사조직인 선진국민연대 인사들이 강 행장을 지지하면서 다른 후보들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정원 천하’는 오래가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강도 높은 검사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2차전이 개시된 것이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누구도 금감원이 일상적 조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지 않았다. 금감원은 강정원 행장과 임원들의 계좌와 컴퓨터를 털었다. 강 행장이 업무용 차를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운행일지와 주유 카드를 면밀히 조사하고 운전기사까지 수차례 심문했다. 차기 회장 선임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사회 의장의 비리 캐기에도 골몰했다. 금융계 인사들에게 금감원은 ‘심판’이 아니라 ‘선수’(그것도 강정원을 몰아내기 위한)로 간주되었다.

실제 강 행장은 2009년 마지막 날 내정자 지위를 포기하면서 어윤대 현 회장에게 ‘길’을 터준다. 민주당에서는 대통령 측근이 어 회장을 위해 다른 후보들에게 사퇴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온다. KB금융지주라는 거대한 ‘돈과 권력의 복합조직’을 둘러싸고 정치권-관료-금융권 등이 합종연횡하며 싸운 뒤, 대충 아래와 같은 ‘자리 배분’이 이루어진 것이다.

어윤대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경영학과 후배다. 금융인이라기보다 학자다. 고려대 총장 출신으로 예술의전당 이사와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으나, 금융 부문에서 일한 적은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한국은행 총재·교육과학부 장관 등 ‘괜찮은 자리’가 빌 때마다 그의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

KB지주에서 ‘이명박 인맥’으로 불리는 대표적 인물은 조재목 사외이사. 조 이사는 심리학 박사로 1995년 여론조사 기관인 에이스리서치를 대구에 설립했다.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외곽 조직인 선진국민정책연구원 사무총장을 거쳐 KB지주 사외이사로 선임되었고, 지난 3월 재선임에 성공했다. 김왕기 KB금융지주 부사장은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다. 경제부를 거쳤으나 금융 부문 경력은 없다. 고려대 출신인 그는 2008~2009년 국무총리실 공보실장 겸 대변인을 맡은 뒤 상근 부사장으로 KB지주에 입성한 경우다.

   
ⓒ시사IN 안희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MB의 고려대 후배다.
KB지주의 자회사들에도 ‘이명박 인맥’이 포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국민경제자문위원인 김인준 교수(서울대)와 정책자문단 출신인 박요찬 변호사가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KB투자증권 노치용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에 근무할 당시 비서실에 있었다. 어윤대 회장이 2010년 7월 취임하자마자 끌고 온 대학 후배들도 있는데, 남경우 KB선물 사장과 손영환 KB부동산신탁 사장이다.

사외이사는 원래 사내 경영진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기구다. KB지주 같은 조직의 문제점은 사내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모두 정치권력과 친밀해 정상적인 견제와 협력이 원천적으로 어렵다는 데 있다.

우리금융, MB 측 사외이사 전원 재선임

그러나 KB지주 이사회는 우리금융지주에 비하면 오히려 정치적으로 느슨한 편이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 역시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이었던 시절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맡았고, 2007년 대선 당시에는 MB 캠프의 경제특보였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았는지, 이 회장 역시 ‘괜찮은 자리’가 빌 때마다 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이 회장은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08년 3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응모했다가 탈락한다. 이 회장을 물리친 사람은 거래소 출신인 이정환씨. 그러나 이정환씨는 이사장직에 오르자마자 우연인지 필연인지, 줄곧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지긋지긋하게 시달리다가 임기를 절반 정도 수행한 2009년 10월 사퇴하고 만다(고려대 출신인 김봉수씨가 이사장직을 물려받는다). 이팔성 회장은 거래소 탈락 이후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다가 2개월 만인 5월에 국내 자산 규모 1~2위를 다투는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 낙점된다. 그야말로 새옹지마라 할 것이다.

이런 이팔성 회장을 견제하게 되어 있는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의 정치적 성향은 매우 명료하다. 지난 3월25일 이사진 교체가 있었는데 ‘이명박 인맥’은 모두 재선임되었다. 2008년 3월부터 우리금융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방민준씨는 <한국일보> 기자 및 논설위원을 거쳐 ‘우파 언론’을 자처하는 <뉴데일리> 부사장 출신이다. 김앤장 변호사 출신인 신희택 이사는 지난 20여 년 동안 기업 인수합병 업무 등에서 김앤장의 간판 변호사 노릇을 해왔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국민경제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고, 최근 서울대 법대 로스쿨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보수적 법률 단체인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 모임’의 공동대표인 이헌씨도 우리지주의 사외이사다. 이두희 사외이사는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소망교회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의 첫 사회정책수석 후보로 내정되었다가 낙마한 박미석 교수(숙명여대)의 남편이기도 하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우리지주의 자회사인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일하다가 지난 3월25일 우리지주의 사외이사로 옮겼다. 고려대 금융 인맥의 대부로 불리는 이용만 이사는 대선 당시에는 선진국민연대,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을 맡았다.

금융과 무관한 인사들 부지기수

이 외에 우리지주의 자회사에 포진한 ‘이명박 인맥’으로는 백창열 우리은행 사외이사(서울경제포럼 사무총장 출신), 정인학 우리투자증권 사외이사(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 출신) 등이 있다. 황성호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이팔성 회장이 직접 PCA투자신탁운용 사장직에서 스카우트해온 고려대 후배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동문인 동시에 청계재단(이명박 대통령이 출연해 만든 재단) 이사까지 맡는 등 대통령과 절친한 사이다. 이명박 정부의 야심적 서민 정책인 미소금융(소액 대출사업)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하나지주 사외이사 중 김각영 전 검찰총장과 유병택씨가 고려대 동문이다. 김 회장은 자회사인 하나대투증권과 하나다올신탁의 대표로도 고려대 후배인 장승철씨와 이병철씨를 각각 세웠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월 라응찬 장기집권 체제를 한동우 차기 회장 중심으로 개편하는 가운데 사외이사를 대다수 교체했으나, 친MB 성향으로 알려진 윤계섭 서울대 경영대학장은 유임시켰다. 자회사인 신한은행 사외이사 중에는 이명박 인맥으로 성격이 뚜렷한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이규민 사외이사는 <동아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인천 지역에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그 뒤 대우건설·LG전자 사외이사를 거친 뒤 신한은행 사외이사에 이르렀다. 다양한 업종에서 경영진에 대한 전방위적 견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일까. 김준경 신한은행 사외이사는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로 인수위 전문위원을 지냈다. 박철곤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출신이다.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동지상고 동문이다. 동지상고 출신 금융인으로는 이휴원 대표 외에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하인국 하나로저축은행장 등이 있다.

 ‘이명박 인맥’은 금융 공기업, 제2금융권, 연구소, 금융 인프라 업체 등에서도 엄청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친MB 인사로 분류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강명헌 금융통화위원,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장, 이영식 예금보험공사 이사 등은 비금융 전공자인 탓에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밖에도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민생포럼·선진국민연대 출신 인사 등이 예금보험공사나 한국자산관리공사,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주요한 지위를 맡고 있다. 산은금융지주의 자회사인 대우증권의 경우에도 이명박 인수위 출신이 사장(임기영)으로 활동하거나 사외이사(6·3동지회 류해성 부회장, 선대위의 오찬석씨)를 맡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예탁결제본부·보험연구원·한국증권금융·코스콤 등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금융 유관기관은 물론 민간 부문의 증권·보험·카드사 등에도 ‘이명박 인맥’이 본부장·감사·간부·원장 등의 직위로 포진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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