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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원리주의, 21세기 신 십자군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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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물안개
댓글 0건 조회 2,011회 작성일 11-08-12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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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종교 갈등이 없는 안전한 나라, 실업이 없고 사회복지가 가장 잘된 나라 노르웨이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는 유럽을 배회하는 극우 민족주의의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중세가 아닌 21세기에 유럽을 구하겠다는 ‘원탁의 기사’가 등장했다. 올해 32세인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 그가 벌인 믿을 수 없는 테러에 노르웨이뿐 아니라 온 세계가 경악했다. 특히 유럽은 큰 쇼크에 빠졌다. 유럽인이 반이슬람을 내걸고 유럽의 정책에 경계심을 표명하며 일으킨 대규모 테러이기 때문이다.

브레이비크는 테러를 준비하기 전 1500여 쪽에 이르는 ‘2083;유럽 독립선언서’라는 문서를 남겼다. 이 글에는 무슬림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다. 2025년이 되면 유럽 다수의 도시가 무슬림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이슬람에 대한 증오는 곧 집권 노동당의 다문화주의 정책에 대한 응징으로 귀결되었다. 이를 위한 표적이 미래 노동당을 이끌 청소년이었다.


   
ⓒReuter=Newsis
지난해 10월 런던에서 열린 영국 극우단체 영국수호동맹의 이슬람화 반대 시위에서 미국 정치가 시프렌이 연설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 vs 반이슬람 극단주의


전 세계에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신자유주의에 맞설 새로운 사회 모델이 필요했다. 이때 떠오른 곳이 바로 북유럽의 노르웨이다. 노르웨이는 실업이 존재하지 않고 사회복지가 잘된 나라로 꼽힌다. 또한 사회민주주의가 잘 정착돼 평등이 실현된 곳이기도 하다. 공장의 사장과 노동자가 회사 운영에 관해 스스럼없이 대화를 나누는, 이른바 스칸디나비아식 사회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복지제도가 정착된 것은 경제적인 부와도 무관하지 않다. 나라는 작지만 무한한 석유자원을 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석유가 풍부한 두바이·카타르처럼 3D 직종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것. 그 해결책으로 결국 무슬림을 비롯한 해외 이민자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이민자 수는 2배로 급증해 현재 5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민족이 늘어나면서 갈등도 불거졌다. 그러나 다른 이민 국가들과 달리 고용 문제가 아니라 문화·종교 측면의 갈등이었다. 사회 일각에서 반이슬람 정서가 싹트기 시작했고 마침내 브레이비크 같은 괴물이 등장한 것이다.

테러 쇼크가 조금씩 진정되면서 유럽은 오슬로 테러에 대한 분석 작업을 시작했다. 테러 직후 노르웨이 정부는 브레이비크에 대해 ‘기독교 근본주의자의 다문화주의에 대한 증오’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그가 남긴 글에 종교나 성경에 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종교 역사학자인 장 프랑수아 메이어는 테러 동기가 종교적이라기보다 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브레이비크의 행동은 논리적인 반이슬람주의에 기초한다는 것이다. 단, 이슬람을 대표하는 사원이나 무슬림 모임을 공격한 것이 아니라 무슬림의 이민과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정치 지도층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브레이비크가 정치적으로 극단의 이데올로기에 경도되어 있음은 분명하다.


   
ⓒReuter=Newsis
1978~1996년 16차례 우편 폭탄 테러를 한 미국의 카진스키(왼쪽 두 번째).

유럽 극우 정당 붐에 찬물


<새로운 테러리스트>를 쓴 마티유 귀데르 교수는 그를 중세에 빠진 인물로 지적하면서 ‘네오(新) 기독교 근본주의자’라고 규정했다. 신기독교 근본주의자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나타났다. 특히 부시가 테러 이후 종교와 십자군에 대해 언급하던 시기에 등장했는데, 신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무슬림에 정복당했고 다문화주의 때문에 기독교 문화가 타락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점은 그가 이데올로기 도구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및 인터넷을 활용했다는 점이다. 브레이비크는 종종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자기 생각을 표방했는데, 그중에는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글을 인용한 대목도 있다. 카진스키는 18년 동안 인류의 적이라고 규정되는 이들에게 우편 연쇄 폭발물을 보낸 혐의로 1996년 체포되었다. 환경운동가이자 좌파였던 카진스키는 브레이비크와는 정치적 노선이 반대이지만 극단주의 신봉자, 고립된 생활, 단독 범행을 조직했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기도 하다.

최근 세계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유럽 각국의 우경화 추세가 강화되고 있다. 그 예로 반이민과 민족 정체성을 내건 유럽 내 극우 정당의 지지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국민전선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입지를 넓히는 중이다.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전선당은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놀라운 득표율로 프랑스 사회를 긴장시킨 바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국민전선당의 지지율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핀란드의 경우 ‘진짜 핀란드인 당’이라는 극우 정당이 올해 4월 선거에서 득표율 19%를 기록하며 정치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또 오스트리아에서는 2009년 선거에서 무슬림의 침입에 대항해 기독교 성벽 건립을 주장하는 극우 정당(FPO)이 득표율 33%를 얻었다. 이 정당은 2010년 인터넷에서 반이슬람에 관한 컴퓨터 게임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유럽 극우 정당들의 선전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브레이비크가 저지른 테러다. 이 사건은 극우파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악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는 브레이비크의 행동을 놓고 극우파 이데올로기가 미친 영향에 대해 논쟁이 벌어졌다. 그가 오랫동안 노르웨이 극우당인 ‘진보당’ 당원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그의 정치적 메시지인 ‘유럽의 이슬람화’ 내지 ‘침략’이라는 테마는 극우파 이데올로기와 관련됨을 부인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각국의 극우파 및 우파 정당은 브레이비크와 거리 두기에 나섰다. 그들은  브레이비크를 환자 또는 사이코패스로 규정하며 그가 저지른 테러를 ‘고립된 개인의 광기스러운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브레이비크의 테러를 탈정치화하려는 극우 정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대한 대답은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유럽은 더 이상 정치적 극단주의, 외국인 혐오증, 민족주의 등을 금기로만 둘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두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럽이 이제 정치적 극단주의에 대한 대응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제2, 3의 브레이비크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유럽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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