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경이 거리에서 맨발로 노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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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제이엘 작성일 11-06-07 21:06 조회 1,840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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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디바’라는 수식어는 이제 응당 가수 박혜경씨의 것이다. 10cm는 족히 되어 보이는 하이힐이 바닥에 곱게 벗어졌다. 박씨는 뒤쪽에 자리한 사람들까지 잘 보이도록 파란색 플라스틱 이동의자 두 개에 각각 한 발씩 딛고 올라섰다. 대중 앞에서 신발을 벗고 노래하기는 데뷔 이래 처음이다. 데뷔 14년차 가수가 서기에 무대는 옹색했고, 음향은 형편없었다. 그러나 박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애초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문화제를 열려고 했던 청계광장은 철저히 봉쇄됐지만, 옆으로 물러앉은 길바닥은 훌륭한 ‘식당’ 역할도 했다. 경희대 민주동문회는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아예 ‘카트’채로 음료수와 간식을 싣고 왔고, “학생들이 닭이랑 피자만 먹는 게 안쓰러웠던” 민주노동 여성연맹 조합원들은 아예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청소로 다져진 거친 손은 막 지은 뜨거운 밥을 둥글게 뭉치는데도 끄떡없었다. 척, 척 양 손을 바쁘게 오가는 밥알들은 김 가루와 깨까지 더해져 고소한 주먹밥이 되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이 낯선 이들도 있었다. 구호는 어색했고 전경은 무서웠다. 촛불집회도 한 번 나와 본 적 없었던 20대 초반의 어린 커플은 마냥 어리둥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리번거리며 열심히 자리를 지켰다. 김가람(21) 이승환(20) 커플은 순전히 '반값 등록금'이라는 말에 마음이 동해 일단 나와 봤다. 두 사람의 배후세력은 '인터넷'이었다. 대학에서 각각 귀금속 디자인과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있는 이들의 등록금은 한 해 천만 원이 넘는다. 재료비도 만만찮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부모님께 미안해 최저임금 4320원도 채 되지 않는 돈을 받으면서 빵집으로 커피숍으로 ‘알바’를 뛰어다녔지만, 등록금에 보태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외국인의 눈에도 마냥 생경한 풍경이었다. 카를로스(25·스페인)씨는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부터 청계광장까지 걸어오면서 경찰버스를 35대까지 세다가 그만뒀다. 이 날 청계광장에 배치된 경찰 병력은 27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전경들이 타고 온 버스는 광장을 따라 송곳하나 꼽을 틈 없이 빽빽이 주차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며 카를로스는 "인크레이블레(믿을 수 없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인천대에서 토목과 박사 학위 중인 그는 한국 생활 4개월차다. "이렇게 많은 경찰은 살면서 처음 봤다. 평화롭고 소음도 별로 나지 않는 시위를 왜 막는지 이해할 수 없다."
대학생들의 반값 등록금 시위는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6월7일로 어느덧 열흘 째. 고려대․서강대․숙명여대․이화여대는 6월10일 동맹휴업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제 더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촛불’은 6월8일 저녁에도 타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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