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야전렬차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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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 회
20
밤새 달려온 야전렬차는 아침해가 시루봉산마루에 떠올랐을 때에야 북청역에 도착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를 갈아타시고 룡전과수농장으로 향하시였다.
낯익은 산천이 안겨왔다.
남천강방뚝길은 새벽에 내린 이슬비에 축축히 젖어있었다.
봄풀이 파랗게 돋아난 방뚝경사면에서 갈갬질을 하던 털이 곱슬곱슬한 새끼염소들이 달려오는 승용차를 멍하니 보더니 급기야 엄지염소한테로 달아뺐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차창을 열어놓으시였다.
싱그러운 애잎냄새가 흘러드는 속에 섞여 간간이 실려오는 사과꽃향기는 아득히 멀어졌던 정다운 추억을 불러일으키시였다.
반세기전 어느 여름날, 젊으나젊으신 그이께서는 어버이수령님을 모시고 여기 북청군 룡전리에 오시였다.
일찌기 수령님께서는 북청땅에 자주 오시여 산비탈에 올라 돌밭에 고랑을 째고 심은 사과나무들을 보시면서 거름이 비에 씻기지 않게 계단식으로 돌담을 쌓으며 사과나무가지전정을 비탈지의 지형에 맞게 하도록 세세히 가르쳐주시였다. 그리하여 짧은 기간에 북청군적으로 수백정보의 산경사지과수원을 일구었다.
수령님께서는 현지에서 협의회를 열고 북청군내 과수재배경험과 기술을 청취하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룡전리민주선전실의 수수한 갈노전방석에 앉으시여 열정적으로 말씀하시던 수령님의 음성이 귀전에 들려오는것만 같으시였다.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근면하고 슬기로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봉건통치배들은 큰 대통을 물고 정자나 짓고 기생놀이나 하면서 후손들에게 온전한 과수원 하나 물려주지 못하였다. 산이 많은 우리 나라에서 북청사람들처럼 산과 골짜기들에 과수원과 뽕나무밭을 일군다면 삼천리금수강산 어디나 황금산, 비단산으로 될수 있다. 몇해 지나서는 인민들이 풍족히 먹고 남은 과일을 외국에 수출하여 밀과 강냉이를 바꿔올수 있다. 그렇게 되면 식량과 집짐승먹이문제도 해결하고 고기생산도 세계적수준에 도달할수 있다. 조합마다 과실가공공장을 차려놓고 락과를 가지고 단졸임과 술, 음료를 만들어 부수입을 높이면 부러운것이 없을것이다. …
산좋고 물맑은 이 조선땅에 인민이 잘사는 락원을 건설하시려는것이 수령님의 아름다운 리상이시였다.
언제인가 수령님께서는 시루봉중턱의 과원길가녁에 류달리 아지가 휘도록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진 아름드리 사과나무앞에서 걸음을 멈추시였다.
《대단히 큰 사과나무구만.》
수령님께서는 량손을 허리에 짚고 사과나무를 올려다보시였다.
《수령님, 이 나무는 1898년생입니다. 우리 나라에서 제일 오랜 사과나무에 속합니다.》
관리위원장이 말씀올렸다.
《우리 나라 사과나무의 〈조상〉이라고 할수 있구만. 예순살이 넘었는데도 아직 나무세력이 왕성해. 청춘기야. 사과가 몇알쯤 달렸을가?》
《1만 3백알정도 달렸습니다.》
관리위원장의 말에 수령님께서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지으시였다.
《굉장하구만, 굉장해. 사과 한알무게가 100그람이 못된다 해도 한톤은 달렸소. 이제 다른 사과나무들도 크면 이렇게 많은 사과를 주겠지? 북청사람들을 부자가 되게 하는 나무요. 한번 안아봐야지.》
수령님께서는 옷섶자락을 헤치고 사과나무에 다가서시여 두팔을 벌려 껍질이 터실하고 누런 진이 내밴 나무줄기를 끌어안아보시였다.
사과나무는 그이의 량손이 맞닿지 않을 정도로 아름이 벌었다. 그이께서는 한참이나 사과나무를 끌어안은채 가지마다 빨간 사과알들이 휘늘어지게 매달린것을 만족스레 올려다보시였다.
《나무갓이 어찌나 크고 사과알이 많이 달렸는지 가을하늘이 보이질 않는구만.》
수령님께서 인민을 잘살게 하고싶은 마음이 얼마나 강렬하셨으면 사과나무를 끌어안고 놓지 못하시겠는가.
북청확대회의정신이 열매로 주렁지던 그 나날의 추억은 주마등처럼 이어진다.
김정일동지께서 수령님을 모시고 과수작업반탁아소에 들리셨을 때였다.
널마루를 깐 해받이로대쪽에 스무나문명의 탁아소아이들이 몰켜와 소나무란간을 짚고섰다.
수령님께서 과일보관고쪽으로 가시다가 농장아이들이 보고싶어 불시에 탁아소에 들렸으므로 보모가 당황해서 인사를 올렸을뿐 아이들은 굳어진 표정이였다.
네살짜리 애들이니 수령님을 알아보지도 못하였다. 수령님께서 보모에게 탁아소형편을 물어보시는데 불현듯 널마루 뒤쪽사이문에서 짜개바지를 입은 총각애가 튀여나왔다. 두손에 큼직한 빨간 사과알을 든 총각애는 짜개바지 사타구니에 드러난 《고추》는 무랍없이 《수상님! 수상님!》하고 웨쳐대며 아이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오려고 했다. 아이들이 뒤늦은 욕심꾸러기한테 길을 내줄리 만무했다.
수령님께서 웃으시고 수원들도 웃음을 터뜨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거의나 울상이 된 그애의 손을 잡아 앞줄에 세워주시였다. 그러자 짜개바지총각애는 신이 나서 사과를 두손에 높이 들어올렸다.
《수상님, 사과를… 잡수세요.》
말도 온전히 번지지 못하는 어린 총각애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탁아소간식으로 내준 사과를 수령님께 드릴 생각을 다 하다니…
《이 녀석이 수상을 다 알구, 아주 대단한 놈이구만. 큰일하겠어.》
수령님께서는 《고추》가 데룽거리는 총각애를 번쩍 들어 안아주시였다. 앞이마가 불거지고 호박씨눈이 뚜릿뚜릿한게 헐치 않게 생겼다.
《이름이 뭐냐?》
《장… 호선…》
《아버지는 뭘하시구?》
《돼지… 닭… 기릅니다.》
총각애가 어정쩡 말하자 쌍태머리를 한 탁아소보모가 시정해주었다.
《호선이 아버지는 축산반장입니다.》
《축산이 좋지. 아버지가 훌륭한 일을 하는구나. 돼지, 닭같은 집짐승을 잘 길러 거름을 사과나무밭에 많이 줘야 이렇게 큰 사과가 달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그때로부터 수십년세월이 흘러간 2002년의 여름날에 룡전과수농장을 다시 찾으시였다.
북청확대회의시기의 민주선전실 기와집도 예전모습이고 룡전땅의 과원이 우거진 장가산과 시루봉산천도 옛날모습인듯 했지만 수령님의 가르치심대로 산경사지에 계단식과수원을 일구고 사과나무를 심고 가꾸던 낯익은 사람들은 보기 힘들었다. 수령님께서 두팔로 끌어안아보셨던 《조상》사과나무는 100살이 넘은 고령이 되여 아름드리 줄기는 구새먹고 가지들은 터갈라져 열매는 얼마 달리지 못했다. 서운하시였다. 하지만 수령님께서 안아주셨던 짜개바지총각애가 어느덧 자라 이젠 중학생아들을 둔 45살의 과수작업반장이 되였으니 무정한 세월의 흐름을 어찌 탓할수 있으랴.
김정일동지께서 룡전땅을 찾으신것은 과수의 고향인 북청을 새 세기에도 우리 나라 과수업발전의 본보기로, 현대적으로 꾸리시기 위해서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북청사람들에게 새 세기의 요구에 맞는 과수업발전방향은 명백히 과학화, 전문화, 기계화라는것을 가르쳐주시였다.
과일나무에 좋은 부식층이 두텁고 여러가지 미량원소성분들이 류실되지 않는 평지에 과원을 조성하여야 과일나무들이 튼튼히 자라고 맛좋은 열매가 충실히 달린다. 가꾸기는 물론 수확과 저장에 이르기까지 기계화, 전문화의 수준을 높일수 있다.
그날 김정일동지께서는 장가산과 시루봉경사지의 옛 과원을 돌아보시고서 아직 세력이 떨어지지 않은 사과나무들만 보존하고는 남천강이 흐르는 룡전마을 앞벌에 대담하게 평지과수원을 조성하라고 이르시였다. 그리고 평양에 돌아가시여서는 수만그루의 새 품종의 키낮은사과나무모와 과수재배기술자들을 보내주시였다. …
그때로부터 세월은 또 아홉해의 년륜을 새겼다. 키낮은사과나무는 심어서 4년이면 열매가 달리니까 9년을 자랐으니 성년기에 들어섰을것이다.
차창으로 진하게 풍겨오는 사과꽃향기는 먼 려로의 피곤을 가셔주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키낮은사과나무밭을 한시바삐 보고싶으시여 남대천방뚝옆의 포전도로에서 승용차를 세우게 하고 내리시였다.
벌판에 사과꽃향기가 진동했다.
직선으로 뻗은 콩크리트지지대들을 따라 키낮은사과나무이랑들이 무연히 펼쳐졌다. 영양이 좋아 반질거리는 회색나무줄기와 가지들에는 하얀 연분홍빛사과꽃이 만발하여 온 사과나무밭에 흰 안개구름이 내려앉은듯 했다.
이슬방울이 맺힌 사과꽃들에는 벌들이 붕붕 소리를 내며 날아다녔고 푸른 하늘중천에는 종달새가 우짖었다. 아름다운 풍치였다.
산기슭에는 아담한 소층살림집들이 늘어서고 그 앞벌에 일매진 포전길과 물길을 갖춘 이렇듯 대규모의 현대화된 청춘과수밭이 펼쳐진것은 과수의 고향인 룡전땅의 새 력사를 말해주고있었다.
사과밭사이로 난 포전길로 앞이마가 툭 불거지고 넙적한 얼굴이 검실검실한 낯익은 사람이 밀짚모자를 벗어쥐고 달려왔다. 룡전과수농장 지배인 장호선이였다. 북청확대회의가 열리던 그때 수령님께서 안아주셨던 짜개바지총각애가 이제는 쉰살이 썩 넘어 머리칼이 희슥희슥 세였다. 그는 반가움에 눈물이 글썽해서 장군님께 인사를 올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굳은 살이 꽛꽛이 배긴 그의 커다란 손을 잡아주시고 그동안 키낮은사과나무밭을 일구고 청춘과원으로 만든 지배인과 농장원들의 수고를 헤아려주시였다.
《호선지배인, 지난해에 이 7년생사과나무밭에서 얼마를 땄소?》
《정보당 35톤을 땄습니다. 일부 세력이 좋은 포전에서는 최고 60톤까지 수확했습니다.》
《룡전사람들이 세계적인 과일생산수준에 올라선셈이구만.》
2002년 6월, 장군님께서 다녀가신 후 룡전사람들은 과수원의 현대화, 과학화를 실현하며 농장을 대규모과수농장으로 전변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하였다. 200정보도 넘는 평지과수밭을 농장자체의 힘으로 건설하였다. 수만개의 콩크리트지지대도 다 농장원들이 만들어냈으며 규격포전정리와 이랑, 물길, 포전길에 이르기까지 과수원을 현대화의 요구에 맞게 과학적으로 건설하였다.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과수와 축산을 결합한 고리형순환생산체계도 확립했다.
수백톤능력의 돼지공장을 건설해서 키낮은사과나무밭에 물거름, 유기질거름을 듬뿍 주어 지력을 높였다. 사과따는것을 내놓고는 거름주기, 시약뿌리기, 김매기, 과일운반과 저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일생산공정을 기계화하였다.
수행일군들과 같이 장가산중턱의 전망대에 오르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진 농촌살림집들과 현대화된 과원을 만족해서 바라보시였다.
《선경이구만.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은 인민보안원들과 평양시민들, 대학생들까지 다 동원되여 도와주었지만 룡전과수농장은 자기 힘으로 건설했습니다. 이 지방 기후풍토에 맞는 키낮은사과나무를 해마다 수만그루씩 키워내기까지 하고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북청확대회의고장이 다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뒤쪽에 겸손히 서있는 도당책임비서 윤정기를 돌아보며 칭찬하시였다.
《확실히 함경남도사람들이 어데 가보나 내가 과업을 주면 일을 이악하게 하고 깨끗이 해제낍니다. 기질이 있소. 난 아무리 힘들어도 함경남도를 다니면 피곤이 죄다 풀립니다. 함경남도는 찾아다닐 맛이 있습니다. 지방당 책임일군들과 내각, 중앙기관 일군들이 여기에 와보고 룡전사람들이 자체로 어떻게 무릉도원을 건설했는가를 알게 해야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농장지배인을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장호선동무, 사과고장의 전통을 지켜 과원을 현대적으로 꾸렸는데 뭐 제기할거라도 있으면 하라구.》
《저… 별로… 없습니다.》
《꺼리지 말고 말하라구. 동무야 짜개바지시절에도 수상님, 수상님 하구 앞에 척 나서지 않았나.》
그이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지배인은 용기를 얻었는지 도농촌경리위원장을 흘끔 돌아보고나서 입을 열었다.
《저희들이 장군님께서 가르쳐주신대로 평지에 과원을 꾸렸더니 수확고가 그전과는 대비할수 없는 풍작인데다가 기계화, 현대화를 할수 있어 힘들지 않게 사과농사를 짓게 되였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과일군이나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 뒤지지 않게 수천정보의 사과나무밭을 일궜으면 좋겠는데 농업성에서 허락하지 않습니다.》
《알곡생산용토지가 돼서 그런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를 향해 물으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가 전에 부총리를 했으니 알겠구만. 이 농장에서 생산하는 과일을 팔면 알곡을 얼마쯤 사올수 있소?》
《정보당 30톤의 사과를 팔면 흰쌀은 5배정도이고 강냉이는 10배나 됩니다.》
《대단하구만. 사과나무밭을 일궈 5년후부터는 과수원정보당 30톤이상의 수확을 낼수 있지 않소. 그러니 결국 알곡생산용부침땅을 과수밭으로 전환하면 알곡생산이 줄어드는것이 아니라 늘어납니다. 도농촌경리위원장, 기계적으로 당면한 알곡생산만 생각지 말고 사과를 팔아 과수원으로 전환된 농토에 해당한 알곡을 사다가 도알곡생산계획에 포함시키면 되지? 유무상통이라는게 있지 않나.》
《장군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도농촌경리위원장은 열적은 낯색이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바쁜 외국방문의 길이였지만 렬차에서 내려 북청땅에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하시였다.
《북청군은 가까이에 항이 있고 철도가 있어 과일수송에 유리합니다. 배로 하루면 로씨야의 울라지보스또크에 갈수 있소. 북청군에서 과일을 생산하여 쌀을 사오는것은 경제적실리가 큰 해볼만 한 일입니다. 농업성 일군들은 전문과수농장을 꾸릴데 대한 당의 방침을 관철하는데서 이런 유무상통의 원칙에서 문제를 보고 일을 해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채성림총리에게 따로 말해야 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내각이나 농업성이 왜 과일을 팔아 몇배의 쌀을 사올수 있는 실리가 있는 경제사업, 단순한 유무상통의 리치대로도 잘 일하려 하지 않는가. 웃기관에 빙자하면서 굳어진 경제사업의 틀거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것이 문제이다. 사회주의적생산관계는 인민들에게 복리를 안겨줄수 있는 경제적공간이 허다하다. 도처에 기념비적창조물을 멋지게 건설했다고 해서 강성국가로 되는것이 아니다. 경제를 효률적으로 실리있게 관리하는것이 중요하다. 키낮은사과나무밭을 건설해놓았어도 일군들이 혁신적안목을 가지고 경제공간을 활용하여 관리운영하지 않는다면 당의 방침이 무력하게 되고 생활력이 나타날수 없는것이다.
《룡전과수지배인, 북청군당책임비서, 동무들도 알다싶이 여기 룡천땅도 그렇구 북청군일대는 사과가 류별나게 잘되는 고장입니다. 그래서 수령님께서는 북청을 우리 나라 과수의 고향으로 만드셨습니다. 올해는 력사적인 북청확대회의 50돐이니만큼 북청사람들이 분발해서 현대화된 평지과수밭을 본때있게 건설하시오. 그래서 북청군을 북방의 과일군으로 만듭시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감개무량해서 어쩔바를 몰라하는 장호선의 어깨를 두드려주시였다.
《룡전땅을 무릉도원으로 더 잘 가꾸라구. 동문 할수 있어. 아까 말하는걸 보니 과일군이나 대동강과수종합농장에 뒤지지 않을 야심이 단단하던데… 그래 경쟁을 해볼셈인가?》
《해보겠습니다, 장군님. 그런데 우리 룡전농장은 과수재배기술은 떨어지지 않는데 대동강과수종합농장보다 면적이 작습니다.》
《사과생산량에서 질것 같단 말이지. 대동강과수종합농장은 사과밭이 1 000정보이니 여기 룡전의 4배인셈이야. 대비가 안되지. 중량급선수와 경량급선수가 맞서서야 공정한 승부를 가를수 없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장호선의 어두운 얼굴을 띄여보시며 웃음을 지으시였다.
《내가 공정한 경쟁을 조직해주겠소. 룡전과수농장에서는 대동강과수종합농장과 과수밭면적을 늘이는 경쟁을 할것이 아니라 맛좋은 사과를 생산하는 경쟁을 하시오. 면적이 아니라 맛을 가지고 하는 사과맛경쟁입니다.》
《장군님, 자신있습니다. 우리 룡전과수농장은 사과나무재배기술의 오랜 경험과 전통이 있기때문에 이길수 있습니다.》
장호선지배인의 얼굴은 대번에 밝아졌다.
《과수지배인, 물어보자구. 룡전에서 키낮은사과나무를 풍토순화시킨것이 〈애국-2〉호라고 했지. 그 사과맛이 어떤가?》
《달짝지근합니다. 사과는 달아야 맛있습니다.》
《아니요. 사과는 물이 많고 시원해야 합니다. 그게 진짜 사과맛입니다. 룡전과수지배인은 북청토배기인데 북청지방의 사과가 왜 맛있는지 알고있소?》
《예, 우리 북청은 바다바람이 알맞추 불어 기후가 좋은데다가 물이 좋고 미량원소가 많아서 사과가 맛있습니다.》
《기후 좋고 물이 좋고 미량원소 많아 좋다… 아주 일반적인 막연한 소리요. 북청사과가 왜 맛있는가를 과학기술적으로 밝혀내지 못하고 사과농사를 지어왔구만.》
그이께서는 저으기 신중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과수련합총회사 사장이 왔지?… 내 생각엔 여기 룡전에 사과연구소를 내오는것이 좋겠소. 사과농사를 짓는데서 풀어야 할 과학기술적문제들이 많습니다. 유럽나라들을 비롯해서 과수업이 발전된 나라들에서 좋은 품종의 사과나무들을 들여다 우리 나라의 기후풍토에 순화시켜 퍼치는것도 그렇고 우수한 사과품종의 특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한 맛을 보존하는 문제도 그렇고 과학기술적으로 해명하고 체계화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래야 실지 사과농사에 써먹을수 있습니다. 과학원 생물공학분원 미생물연구소의 방조랑 받으면서 사과연구를 심화시켜야 하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부하시였다.
《룡전지배인, 사과농사는 하늘농사가 아니라 과학기술농사요. 앞으로 생물분원 연구사들이랑 같이 이 고장의 토질과 염기밴 바다바람, 물이나 미량원소들이 사과농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북청자연의 비밀을 알아내라구. 사과맛경쟁에서 꼭 이기라구.》
그이께서는 전망대에서 내려와 승용차있는데로 가시였다.
장호선지배인과 과수농장 일군들은 장군님과 헤여지는것이 섭섭해서 눈물을 머금고 승용차두리에 모여섰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의 과수정책을 받들고 일을 많이 한 그들이 볼수록 대견하고 정이 들어 선뜻 차에 오르지 못하시였다. 인민들에게 맛좋은 사과를 먹이고싶어하시는 자신의 간절한 뜻을 앞장에서 판철하는 룡전사람들이였다.
정에 사무쳐 누구도 말 못하고있는데 장호선지배인이 그 옛날처럼 대담하게 앞으로 나섰다.
《장군님, 가을에 사과딸 때… 다시 오십시오. 사과맛을 봐주십시오.》
《가을에…》
김정일동지께서는 조용히 뇌이시였다. 그때 가서 시간이 있겠는지…
《가을에 사과가 익을 때 와보면 장관입니다.》
윤정기가 나직한 말로 과수농장사람들의 청원을 두둔했다.
《그래, 가을에 다시 와야지…》
그이께서는 손을 반외투주머니에 넣으시였다. 가을에는 하얀 사과꽃구름이 핀 이 룡전벌에 빨간 사과바다가 펼쳐질것이다. 황금가을이라 일컫는 조국산천의 어데 가나 장관일테지만 아지마다 열매가 주렁진 사과밭의 풍치는 그 아름다움과 풍요함이 여느 작물에 비할수 없다.
협소한 산지과수밭도 아니고 현대화된 무연한 평지과수밭의 풍작을 자랑하고싶은 농장사람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지배인, 사과농사를 잘 짓소. 내 가을에 와서 사과맛을 보겠소. 사과는 나무에서 따서 먹으면 더 맛있지.》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사과나무밭가운데로 난 도로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룡전과수농장 지배인과 일군들이 눈시울이 젖어들어 장군님의 승용차를 따라 달려왔다.
가슴이 뭉클하시여 차창을 내리고 손을 흔드시던 그이께서는 볼언덕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연방 훔치면서 승용차와 나란히 달리는 장호선에게 약속하시였다.
《다시 와. 내 꼭 가을에 오겠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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