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윤석열, 파국의 방아쇠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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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윤석열, 파국의 방아쇠 당겼다
[민족통신 편집실]
한호석 (정치학 박사,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2. 대북선제타격 강변한 도발망언
3. 인수인계회의에서 합의한 다섯 가지 안건
4. 억제대상도 있고, 제압대상도 있다
1.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중대한 과제와 현안을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대통령 당선자가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언행은 경거망동한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경거망동이 갈등과 충돌을 일으키고, 종당에 파국을 불러온 사례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윤석열 당선자가 계속해오는 즉흥적이고, 충동적이고, 경솔한 언행들 가운데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언행이다. 그러지 않아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하여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말았는데, 윤석열 당선자가 대북적개심을 드러내는 것은 남북관계를 충돌로 몰아가는 도발행위가 아닐 수 없다. 도발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상대를 집적거리고 자극하여 충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대북적개심이 체질화된 윤석열 당선자의 도발망언은 그가 대선후보로 활동하던 시기부터 언론에 오르내렸다. 이를테면, 2022년 1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신년기자회견 중에 북을 자극하는 도발망언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꺼내놓아 사람들을 놀라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날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이 오늘 아침에도 미사일을 쐈는데 이를 방지할 계획이 있느냐고 물은 취재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변했다.
“(북에서) 마하 5 이상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핵을 탑재했다고 하면, 수도권에 도달해서 대량살상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다.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3축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군사상식을 가진 사람이 위의 발언을 들으면,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당선자가 군사문제에 대해 무식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지만, 자신이 무식하면 “나는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답변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도발망언을 늘어놓았다. 전시에 북이 핵무기로 남측 수도권을 공격하여 1분 이내에 대량살상을 자행할 것이라는 그의 발언이 도발망언으로 되는 까닭은, 그것이 북을 ‘핵전쟁범죄자’로 몰아가는 모욕발언이기 때문이다.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은 장차 통일국가에서 함께 살아갈 남측 동포들을 대량살상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는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을 명백히 밝혔다. 2016년 3월 8일 김정은 총비서는 핵무기병기화공장을 현지지도하면서 북이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였다.
“우리가 보유한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다.”
“핵타격능력이 크고 강할수록 침략과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은 그만큼 더 크다.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억척같이 다져나가는 것이 우리 조국강토에 들씌워질 핵전쟁의 참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믿음직한 길이다.”
북의 핵무력이 상대해야 할 진짜 적은 핵전쟁 그 자체라는 말은 북이 핵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핵무력을 보유했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총비서는 핵타격능력이 크고 강할수록 침략과 핵전쟁을 억제하는 힘도 그만큼 더 커진다고 말했던 것이다. 따라서 북이 자기의 핵무력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미국의 핵전쟁도발위험을 막을 수 있는 “가장 정당하고 믿음직한 길”로 된다는 것이 김정은 총비서의 주체적 핵무력관이다.
북에서는 핵무력을 보유한 목적이 법으로 제정되었다. 2013년 4월 1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가 채택한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공고히 할 데 대한 법’ 제1항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핵무기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으로 가증되는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에 대처하여 부득이하게 갖추게 된 정당한 방위수단이다”라고 명시되었다.
북의 핵무력만 그런 것이 아니라, 로씨야의 핵무력도 마찬가지다. 최근 로씨야-우크라이나전쟁에서 입증된 것처럼, 로씨야는 핵무기를 우크라이나인민을 대량살상하는 공격수단으로 사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핵무기로 로씨야를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방지하는 억제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이 핵무기로 남측 수도권을 공격하여 대량살상을 자행할 것이라고 떠들어대면서 북을 ‘핵전쟁범죄자’로 몰아가는 모욕발언을 늘어놓았으니, 북은 그런 발언을 듣고 인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2. 대북선제타격 강변한 도발망언
2022년 1월 11일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신년기자회견 중에 늘어놓은 발언들 가운데는 대북선제타격을 강변한 도발망언도 있다.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미사일이 남측 수도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이내라고 지적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한미련합군이 그처럼 짧은 시간에 북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대책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하고 선제타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다.
남측 군사전문가들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한 경우 선제타격으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기까지 30분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하지만, 그것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한미련합군이 발사준비태세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미련합군이 발사준비태세에 돌입한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제거하지 못하는 까닭은, 한미련합군이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시에도 그 징후를 탐지하지 못하고, 전시에도 그 징후를 탐지하지 못한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에 나타나는 발사현상은 탐지할 수 있지만, 미사일이 발사되기 전에 나타나는 발사징후는 탐지하지 못한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이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더라도, 구름이 낀 날씨라면 미사일발사현상을 탐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상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미사일엔진에서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구름층이 가리게 되는데,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구름층 아래서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포착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은 미사일이 구름층을 벗어나, 고도 10km 이상 상승비행할 때 분출되는 연소화염을 포착할 수 있다. 미국군 조기경보위성이 고도 10km 이상 상승비행하는 미사일의 연소화염을 포착하기까지 발사시각으로부터 약 40초 걸린다.
미사일발사징후를 탐지하지 못하는 한미련합군이 발사징후를 보이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탐지하여 선제타격으로 제거한다는 말은 궤변이다.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중략)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변한 것이야말로 우스꽝스러운 궤변이 아닐 수 없다.
한미련합군은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발사 전에 선제타격으로 제거하지 못하는 것만이 아니라, 발사 후에 비행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한다. 그 까닭은 한미련합군이 요격미사일을 발사할 대응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만은 아니다. 다음과 같은 사실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1)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는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도 제대로 요격하지 못하는데,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신형 미사일을 무슨 수로 요격할 수 있을까.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가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조선인민군 미사일을 요격할 확률은 0%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저고도변칙비행 미사일은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망을 간단히 뚫고 들어가 미사일방어체계를 전부 파괴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조선인민군은 미사일방어능력을 상실한 한미련합군을 향해 고고도탄도비행을 하는 기존 미사일을 집중발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저고도변칙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발사하기 직전에 강력한 교란전파를 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막연한 상상이 아니다. 이를테면, 2020년 10월 10일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야간열병식에 등장한 조선인민군 전자교란전부대 전투원들은 군사분계선 이남지역 곳곳에 은밀히 침투하여 매복하고 있다가, 개전시각에 맞춰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교란전파를 집중발사하여 한미련합군의 무선통신체계와 위성항법체계를 대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11월 30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성능이 우수한 신형 전자교란전장비를 2020년 5월부터 7월 사이에 정찰총국과 전군 전자교란전부대들에 대량으로 지급했고, 2021년 12월부터 40일 동안 실전급 전자교란전을 연습했다고 한다. 전시에 조선인민군의 강력한 전자교란공격을 받고 대혼란에 빠진 한미련합군이 요격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3) 2022년 3월 9일 미국 연방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점령군사령관은 조선인민군이 한미련합군을 360도 방향에서 공격할 수 있어서 걱정된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발언에 따르면, 조선인민군은 동서남북 360도 방향에서 전방위공격을 할 수 있는 막강한 화력타격수단을 갖춰놓았다는 것이다. 그런 작전환경에서 한미련합군이 설령 요격미사일을 몇 발 발사해도, 그것은 무의미하다.
한미련합군이 대북선제타격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가 조선인민군의 미사일발사징후를 포착하고 선제타격을 하는 수밖에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은 것은 세간의 조롱거리처럼 보이지만, 그 궤변을 조롱거리로만 여기고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그의 궤변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가 대북선제타격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오판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런 오판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서 나타난 어떤 미심쩍은 현상을 미사일발사징후로 오인하고, 대북선제타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군이 미심쩍은 현상을 오판한 것으로 하여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조성된 적이 있었다. 2015년 8월 20일 한국군은 조선인민군이 고사포로 “추정되는” 무기를 군사분계선 남측으로 발사한 것으로 오인했다. 오인보고를 받고 상황을 오판한 한국군 합동참모본부는 최전선에 배치된 포병부대에 명령하여 155mm 자주포를 군사분계선 북측으로 사격하게 했다. 당시 북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포병부대가 사격한 155mm 포탄 여러 발이 군사분계선 너머 북측 지역에 떨어졌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천균일발(머리카락 한 가닥에 수만 근이 달려 있다)의 상황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했고,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을 임명하여 전선으로 급파했다고 한다. 그에 따라, 전선대련합부대들은 즉시 전투에 돌입할 완전무장을 갖추고 공격명령을 대기하였으며, 모든 민간단위들도 전시태세를 갖추었다고 한다. 북에서 준전시상태는 8월 25일까지 닷새 동안 지속되었다. 이것이 일촉즉발 전쟁위기가 조성되었던 8월 위기사태의 전말이다.
그런데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대북선제타격을 거론함으로써 8월 위기사태 같은 위험천만한 상황이 다시 조성될 위험성을 예고했으니, 이보다 더 도발적인 경거망동이 어디 있겠는가.
그의 도발적인 경거망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년 3월 6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선거유세에 열을 올리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저 이북에서 미사일을 아홉 번 쏘는데도, 도발이라는 말을 한 번 못하는 (문재인) 정권이 아닌가. 국민들이 불안하면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계산으로 김정은이가 저렇게 쏘는 거다. 제게 정부를 맡겨주시면, 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 확 들게 하겠다”고 마구 떠들어댔다. 미사일을 시험발사한 북의 “못된 버르장머리를 정신이 확 들게 고쳐주겠다”는 험악한 비방발언을 토해내며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으니, 어찌 북을 극도로 자극한 도발망언이 아닐 수 있겠는가.
2020년 6월 19일 <로동신문> 기사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북에서는 최고 존엄을 걸고드는 상대를 “천추에 용납 못할 악행을 저지른 쓰레기”로 단죄하는데, 그런 북의 시각에서 보면, 북이 윤석열 당선자를 “천추에 용납 못할 악행을 저지른 쓰레기”로 이미 낙인을 찍어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3. 인수인계회의에서 합의한 다섯 가지 안건
2022년 1월 2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북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조짐이 보일 때, 3축체계의 가장 앞에 있는 킬 체인이라는 선제타격밖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들어보면, 그는 한국군의 3축체계 중에서 ‘킬 체인(Kill-Chain)’이 대북선제타격수단이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군이 구축했다는 3축체계는 선제타격 - 미사일방어 - 대량보복을 포괄하는 종합체를 의미한다. 한국군이 자기의 무기체계에 우리말 명칭을 붙이지 않고, ‘킬 체인’이라는 영어 명칭을 붙인 것만 보더라도, 그들이 얼마나 종미의식에 세뇌되었는지 알 수 있다. ‘킬 체인’은 현무계렬의 지대지탄도미사일로 대북선제타격을 가하는 무기체계를 뜻한다.
원래 3축체계는 한국군이 연평도포격전에서 얻어맞은 것을 목격한 이명박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급조하기 시작한 것인데, 박근혜 정부 시기에 보강되었다. 2017년에 실전배치된 현무-2C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는 800km로 늘어났다. 2017년 미국이 ‘한미미사일지침’을 개정하여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제한한 조건을 풀어주자, 문재인 정부는 이제 때가 왔다고 하면서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였다. 2018년에 문재인 정부는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였는데, 사람들이 보는 무대에서는 ‘평화프로쎄쓰’를 요란하게 선전했으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막후에서는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매달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약간 미안한 생각이 들었는지,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월 ‘3축체계’라는 명칭을 ‘핵-WMD 대응체계’라는 명칭으로 슬그머니 바꿔놓고,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계속했다.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계속 추진한 끝에 문재인 정부는 현무 4-1 지대지탄도미사일, 현무 4-2 함대지탄도미사일, 현무 4-4 잠대지탄도미사일을 각각 개발했다. 현무 4-1 지대지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은 2t으로 늘어났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평화프로쎄쓰’라는 허울을 쓰고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하면서 막후에서는 대북선제타격능력을 강화하는 사업에 줄기차게 매달린 것은 그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기만적인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윤석열 당선자는 대선후보로 활동하던 시기에 3축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물론 종미우익정권의 시각에서 보면, 윤석열 당선자가 문재인 대통령의 뒤를 이어 3축체계를 강화하겠다고 일찌감치 공약한 것은 당연지사로 보일 것이다. 2022년 3월 23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보도당일에 진행된 인수인계회의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방위사업청은 3축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안건을 합의했다고 한다. 북의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북을 자극하는 도발행동으로 보일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북을 자극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도발행동이 독자행동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에 따라 미국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종미행동이라는 사실이다. 2022년 3월 10일 미국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폴 러캐머라 점령군사령관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자기들이 지켜본 윤석열 당선자의 “(대북)접근법은 매우 좋은 조짐을 보인다”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러캐머라 점령군사령관은 연방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언한 대로, 워싱턴에서 서울로 돌아간 직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인수인계회의를 가장 먼저 진행할 정부부처를 국방부로 정했고, 국방부와 진행하는 인수인계회의시간도 6시간이나 배정했다. 또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인수인계회의에서 미국의 사전허락을 받지 않고서는 회의안건으로 꺼내놓을 수 없는 엄청난 군사문제들을 거론했다.
그러면 2022년 3월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진행한 인수인계회의에서 무엇을 합의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2022년 3월 23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인수인계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안건을 합의했다고 한다.
1)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축소하거나 취소했던 한미련합야전기동훈련(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2022년 3월 21일 <조선일보> 보도기사에는 올해 북침전쟁연습을 재개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기술되었다. 보도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4월 12일부터 15일까지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진행할 것이고, 18일부터 28일까지 한미련합지휘소연습을 진행할 것이라고 한다. 북에서 해마다 4월 15일에 최대 명절로 성대하게 경축하는 태양절에 맞춰 한미련합군이 북침전쟁연습을 감행하면, 북의 인내심은 한계에 이를 것이다. 또한 한미련합지휘소연습에 미국군 증원부대가 참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북을 극도로 자극하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 군사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2)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미국의 핵우산(대북핵타격력)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월에 진행된 이후 중지된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다시 가동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핵위협을 증대시키는 위험한 길을 선택했으니, 군사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 수 없다.
3)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는 경우, 미국의 전략자산(핵타격수단)을 남측에 상시적으로 순환배치하거나 일시적으로 전개해달라고 미국에 요청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2022년 3월 21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미련합군은 미국의 핵타격수단을 남측에 전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핵위협을 증대시키는 일만 골라서 하고 있으니,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4)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조선인민군의 핵무력 및 미사일능력에 대처하여 한국군의 역량을 강화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이것은 선제타격 - 미사일방어 - 대량보복을 포괄하는 이른바 3축체계를 강화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대북선제타격능력을 더욱 강화하면서 자극강도를 높이고 있으니,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5) 인수인계회의에서 양측은 미국군이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가 정상적으로 운용되도록 지원하는 안건을 합의했다. 이로써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는 북과 중국을 동시에 자극하는 도발행동을 시작한 것이다. 군사적 위기가 고조되지 않을 수 없다.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방부가 위에 열거한 다섯 가지 안건을 합의한 것은 군사상황을 극도로 악화시킬 무력도발을 시작하겠다는 뜻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2022년 4월부터 한미련합군이 감행할 북침전쟁연습과 북침무력증강책동으로 군사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리라는 것을 누구나 예견할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긴장상태에 놓인 군사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더욱 악화되면, 2015년 8월 위기사태를 능가하는 위기국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4. 억제대상도 있고, 제압대상도 있다
북은 2016년 2월 10일 개성공업지구를 완전히 폐쇄하면서 반북대결공세에 나선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가리켜 “밤낮 미국 상전의 사타구니에 붙어야 살 수 있고 외국에 청탁하러 싸다니다나니 제 발로 걸어가는 법이란 애당초 배우지 못한 얼간망둥이”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또한 북은 2020년 6월 19일 북의 최고 존엄을 모독한 악질탈북자들의 악행을 묵인하고 “철면피한 요설을 늘어놓은”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동족대결에 환장을 한 인간오작품들, 너절한 배신자들”이라고 맹렬히 공격했다.
그런데 이번에 북은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맹렬히 공격하지 않았다. 북의 대외선전매체들은 윤석열 당선자를 “대결병자”라고 비난하였지만,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윤석열 당선자를 비난하는 대남담화를 발표하지 않았다. 그 대신, 북은 윤석열 당선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움직이는 백악관을 상대로 강력한 군사행동을 취했다. 어떤 군사행동이었나?
2022년 3월 24일 김정은 총비서의 현지지도 밑에 조선인민군 전략군 붉은기중대와 조선국방과학원 간부들은 평양국제비행장 인근에서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였다. 이전에는 화성-17형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화성포-17형이라고 부른다. 화성포-17형은 평양시 순안구역에 있는 미사일공장에서 최종조립한 초대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이다. 평양시 순안구역에는 평양국제비행장과 미사일공장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나는 2020년 5월 11일 <자주시보>에 실린 ‘순안미사일공장이 전해주는 놀라운 사연’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 미사일공장에 대해 자세히 서술한 바 있다.
전시에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포-17형을 최장사거리로 발사하면, 그 미사일은 북미대륙 상공과 북대서양 상공을 넘어 북아프리카대륙의 사하라 사막에 떨어지게 된다. 그래서 미국 본토를 타격하려면, 사거리를 좀 줄여서 발사해야 한다.
화성포-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로씨야가 올해 2022년에 실전배치할 것으로 보이는 사르맛(Sarmat) 대륙간탄도미사일보다 탄체길이가 약간 짧다. 화성포-17형과 사르맛은 탄체지름이 3m로 같은데, 화성포-17형의 탄체길이는 28.5m이고, 사르맛의 탄체길이는 35.3m다.
미국의 LGM-30 미닛트맨 III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도시 한 개를 초토화할 수 있고, 로씨야의 사르맛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프랑스 영토만한 크기의 나라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 사르맛보다 탄체길이가 6.8m 짧은 화성포-17형은 프랑스 영토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나라 전체를 초토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조선인민군 전략군이 화성포-17형 한 발을 미국 본토 한 복판에 떨어뜨리면, 미국은 멸망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조선의 초강력한 핵무력을 의식한 미국이 조선을 감히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화성포-17형은 절대적인 핵억제력인 것이다. 그런 까닭에 김정은 총비서는 화성포-17형 시험발사현장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략무력은 미제국주의자들의 그 어떤 위험한 군사적 기도도 철저히 저지시키고 억제할 만단의 준비태세에 있다고 확언”하였던 것이다.
2019년 12월 14일 박정천 당시 조선인민군 총참모장은 담화에서 미국에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우리는 거대한 힘을 비축하였다. (중략) 우리 군대는 최고령도자의 그 어떤 결심도 행동으로 철저히 관철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되여있다. 우리 힘의 실체를 평가하는 것은 자유겠으나 똑바로 보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렇다면 북은 미국의 도발기도를 절대적인 핵억제력으로 억제하면서, 윤석열 당선자의 경거망동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는 것일까?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은 경거망동을 계속하는 윤석열 집권세력을 제압할 방안을 이미 마련해둔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김정은 총비서는 2020년 6월 23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5차 회의 예비회의에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작성, 제출한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실행하는 문제를 보류했는데, 북의 시각에서 보면, 바로 그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은 경거망동을 계속하는 윤석열 집권세력을 제압할 무력행사계획으로 되는 것이다. 만일 윤석열 당선자가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북을 자극하는 경거망동을 멈추지 않으면, 김정은 총비서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대남군사행동계획들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조선인민군에 하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심각한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북의 내부동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2년 3월 8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국가보위성은 준전시보위사업세칙을 각 지역 보위부에 하달했다고 한다. 준전시보위사업세칙을 하달한 것은 준전시상태선포에 대비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2022년 3월 9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북은 로씨야에서 일하는 해외파견노동자들에게 정치학습자료를 전달했는데, 거기에는 “로씨야가 같은 나라였던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병한 것처럼 필요에 따라 우리도 남조선을 단매에 공격하여 점령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술되었다고 한다.
지금 로씨야는 우크라이나가 불법적으로 점령한 땅을 되찾기 위한 영토수복전쟁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그 전쟁을 로씨야의 침략전쟁이라고 우겨대지만, 그 전쟁은 다른 나라 영토를 점령하는 침략전쟁이 아니라 자기 땅을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이다. 로씨야가 수복하려는 영토는 우크라이나가 불법적으로 점령한 노보로씨야(Novorossiya)다. 노보로씨야는 새로운 로씨야라는 뜻이다. 나는 2022년 3월 24일 페이스북에 발표한 ‘한호석의 정치탐사 제11화 - 레닌의 염원을 실현하려는 뿌찐’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노보로씨야를 되찾는 로씨야 영토수복전쟁의 역사적 배경과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로씨야만 그런 게 아니다. 중국도 국가분렬주의세력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대만섬을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다. 로씨야와 중국과 마찬가지로 북도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다. 북에서 쓰는 표현을 빌리면, 북은 “미제국주의자들과 괴뢰정권이 불법적으로 점령한 공화국 남반부”를 되찾는 영토수복전쟁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정세와 국제정세가 이처럼 긴박하게 돌아가는 오늘, 윤석열 당선자는 대북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북을 자극하는 파국의 방아쇠를 당겼다. 다가오는 4월 중순 북침전쟁연습을 계기로 하여 군사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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