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미국에서 북녘 고향산천을 다녀온 은퇴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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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고향이 있고,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미주 이산가족들이라면 북녘 고향 방문 소식을 접하고 그냥 지나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주 이사가족들이 미국 정부의 대북여행금지 조치로 북녘 고향땅을 오가지도 못한 지가 벌써 3년이 넘었다. '고향'이라는 말만 들어도 슬퍼지고 눈시울을 붉히며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나.
오늘자 <중앙일보> (9/9)에 은퇴한 연방공무원 유재현씨가 북녘 고향을 방문하고 돌아와 정든 고향땅에 얽힌 사연을 올렸다. 비록 디지털로 깜짝 다녀온 이야기지만, 고향을 찾으려 하고 또 그리워하는 유재현씨의 심정이 어찌 유씨에게만 그치고 말겠나. 유씨는 자기집터도 보고, 도라지와 약초를 캐려고 누비던 뒷동산도 봤다고 한다. 자기집 옆에 바다가 있어서 굴, 소라, 조개, 새우 등 온갖 해물을 캐고 잡던 추억을 더듬는다.
유씨의 시선을 가장 크게 끌게 한 것은 자기 집터이고 다음으로 어머니와 영원히 작별한 선창가라고 한다. 한 달이면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바로 그 선창가는 초라했던 옛 모습이 아니라 크게 확장된 모습을 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술회한다. 한 달 후면 돌아오겠다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어머니의 기도 덕분으로 미국서 공무원으로 일하다 은퇴해 가족들과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라고 어머니를 위로한다.
그리고는 부모 형제가 이젠 연로해 다들 돌아가셨을 것이라면서 고향에 가서 뭘 하나라고 실의에 빠지기도 한다. 김빠진 맥주와 같이 맛도 의미도 없다며 고향엘 안 가겠다고 한다. "아침 저녁으로 흑백 고향 사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련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도 덕분에 미국서 편안히 잘 살면서 고향을 찾아갈 생각이 없다는 유씨의 고백을 정말 저세상에 계신 어머니가 흡족해 하고 기뻐할까?
돌아가신 어머니는 너 혼자만 잘산다고 만족할 게 아니라 너의 이웃, 친척, 나아가 민족이 평화롭게 다같이 잘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이바지하라고 일렀을 것 같다. 혈육이 연로해 돌아가셨을 것이라면서 고향에 갈 이유가 없다는 유씨는 너무 이기적이고 남을 배려하는 데 인색한 사람으로 비춰진다. 자기만 미국에 와서 편안하게 산다고 두고 온 고향, 해어진 친지 친척과 제동족(제민족)에 무관심하려는 자세는 많은 재미동포 이산가족을 실망시킨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동포 이산가족들은 오늘도 북한여행금지 조치를 철회하라고 백악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우리 땅, 우리 민족을 둘로 갈라놓은 장본인이 미국이 아닌가. 70년이 넘도록 분단에 올라타고 앉아 재미를 보는 게 미국이다. 오늘도 갈라진 둘을 하나로 합치기 위해 남북 교류 협력을 추진하려고 무진 애를 쓰는 우리 민족의 끈질길 노력을 훼방 차단하는 게 미국이 아닌가. 어서 통일을 이뤄 우리 겨레가 멋지게 살아가자는 운동을 지구촌 곳곳 동포들이 벌이고 있다. 고향땅엘 가지 않고 고향사진을 조석으로 들여다 보는 걸로 만족하겠다는 유씨에게 돌아가신 어머니가 이렇게 일러줬을 것 같다. "아들아, 너도 위대한 통일운동 대열에 합류해 사람구실을 하는 게 도리이고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다"라고. 맞다, 이게 가신 어머니에게 유씨가 할 수 있는 최대의 효도다. 그렇게 한다면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얼마나 아들이 자랑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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