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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59]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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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7,669회 작성일 21-09-06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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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예감 459]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한호석 (통일학연구소 소장)

<차례>

1. 카불 함락될 때 벌어진 비밀협상

2.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3. 그들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

4. 비장의 무기는 적공국이다

5. 전시에 인질로 생포될 351,000명

 

 

1. 카불 함락될 때 벌어진 비밀협상 

 

2021년 8월 30일 미국 언론매체 <워싱턴포스트>가 흥미로운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것으로 하여 친미부역정권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었던 2021년 8월 15일 촌각을 다투는 화급한 시각에 미국군 중부사령관 케네스 맥켄지(Kenneth F. McKenzie Jr.)가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Abdul Ghani Baradar)를 비밀리에 만났다고 한다. 

 

케네스 맥켄지는 아프가니스탄점령군을 지휘하는 해병대 중장이고, 압둘 가니 바라다르는 탈레반 권력서렬 2인자이다. 미국군이 철수하고 친미부역정권이 무너지는 급변사태의 막후에서 점령군 사령관이 적장을 비밀리에 만난 것은 뜻밖의 이상한 사건으로 보이지만, 당시 미국은 탈레반과의 비밀협상에 매달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급한 정황에 빠져들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위급한 정황이라는 것은 미국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거류하는 미국 국적자 약 6,000명을 해외로 대피시키지 못하여, 그들이 탈레반의 인질로 붙잡히게 될 최악의 상황을 말한다.     

 

원래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Kabul)에 주둔하는 아프간무장군이 탈레반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카불을 통제하는 동안 미국 국적자들을 해외로 대피시키려고 했는데, 카불에 주둔하는 아프간무장군이 방어전은커녕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되었다. 그래서 미국은 적과의 비밀협상에 실낱같은 마지막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었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당시 카불 외곽지대에 집결하여 포위선을 좁혀가던 탈레반 전투원들은 카불점령작전을 1시간 만에 초고속으로 끝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풀어줄 열쇠는 탈레반 사령관 무하마드 나시르 하카니(Muhammad Nasir Haqqani)가 <워싱턴포스트>에 전해준 경험담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탈레반 전투원들이 카불 시내로 들어갈 때, 아프간무장군 전투원들과 경찰관을 한 명도 볼 수 없었다고 하면서, 자기들이 카불을 그처럼 순식간에 무혈점령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국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 아니었다. 카불을 점령한 탈레반 전투원들이 미국 국적자들을 인질로 생포하는 경우, 미국군은 포위선을 뚫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엄청난 인명피해를 감수해야 할 뿐 아니라, 조 바이든(Joseph R. Biden Jr.) 대통령은 수많은 미국인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 책임을 지고 자진하여 사임하든가 연방의회에서 탄핵을 당할 수 있었다. 그런 재앙을 어떻게 해서든지 피해보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던 미국은 적장이 아니라 저승사자라도 급히 만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만큼 위급한 정황에 놓였던 것이다. 

 

▲ 위의 사진은 2021년 8월 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무혈점령하던 날 촬영된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청사의 모습이다. 사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그날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로 탈출하려던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소속 외교관 및 근무원들과 그 가족들은 공항으로 통하는 도로가 피난민 인파로 가로막히는 바람에 차량이동을 포기하고 헬기를 타고 황급히 공항으로 날아갔다. 당시 미국을 경악과 공포로 몰아넣은 것은 탈레반의 카불 점령이 아니라 탈레반이 해외로 대피하지 못한 미국 국적자들을 모조리 인질로 생포하지 않겠나 하는 악몽이었다. 그런 악몽에 시달린 미국군은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다.  

 

그런데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은 맥켄지-바라다르 비밀협상에서 미국이 예상치 못한 제안을 꺼내놓았다고 한다. 그것은 미국군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과 탈레반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 가운데서 어느 하나를 택하라는 것이었다. 탈레반이 자기들의 점령 하에 들어간 카불을 다시 미국군의 통제에 내맡기겠다는 놀라운 방안을 제시한 것은, 미국군과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전부 탈출하기까지 전투를 유보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었다. 그러므로 비밀협상에서 미국은 미국군이 카불을 통제하는 방안을 택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비밀협상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위에 인용한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국제공항에 대한 통제권만 행사하기로 탈레반과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런 합의에 따라 탈레반은 카불을 통제했고, 미국군은 국제공항을 통제했다. 

 

그런데 미국은 왜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국제공항 통제권을 택한 것일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 2021년 4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이 철군명령을 내렸을 때, 아프가니스탄 바그람공군기지에 미국군 2,500명이 남아있었는데, 그들은 2021년 7월 2일 전원 철수했고, 카불 주재 미국대사관과 국제공항을 경비하는 소수의 전투원들만 남았다. 바그람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국군은 현지에 함께 주둔하던 아프간무장군에게 전혀 알리지 않고 밤중에 소리 없이 떠나버렸으니, 그건 철수가 아니라 야반도주였다.  

 

미국군의 야반도주는 결정적인 실책이었다. 왜냐하면, 미국군이 없으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그람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국군 2,500명은 야반도주를 할 게 아니라 카불로 이동하여 비전투원소개작전을 마친 뒤에 철수해야 하였지만, 그들은 미국 국적자들을 위험한 적지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살겠다고 먼저 야반도주한 것이다. 미국군은 그런 오합지졸이다.  

 

미국군이 미국 국적자들을 위험한 적지에 남겨두고 자기들만 야반도주한 이유는 자기들이 도주하더라도 아프간무장군의 통제 아래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수행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군보다 더 한심한 오합지졸인 아프간무장군은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었다. 

 

아프간무장군이 급속히 와해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미국은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수행할 전투부대를 아프가니스탄에 긴급히 재파병해야 하였다. 40일 전에 떠나온 아프가니스탄에 전투부대를 또 다시 들여보내는 웃지 못할 촌극이 펼쳐졌다. 

 

2021년 8월 12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군 3,000명을 아프가니스탄에 다시 들여보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고, 병력이 더 필요한 경우에 추가로 파병할 3,500명을 대기시키라는 긴급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진 격심한 혼란은 미국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악화되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제대로 실행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1년 8월 14일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군 1,000명을 추가로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라는 두 번째 긴급명령을 내렸다. 그로써 비전투원소개작전에 동원된 미국군은 4,500명으로 늘어났고, 현지에 잔류하는 전투원까지 합치면 근 4,800명에 이르렀다. 

 

 

2. 탈레반에 도움 애걸한 종이호랑이

 

추가파병을 단행했는데도, 미국군 수뇌부는 조바심에 가슴을 조이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4,800명의 병력으로는 대혼란에 빠진 카불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지난 시기 미국이 약 100,000명의 병력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했던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군 수뇌부가 그렇게 판단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미국군이 사실상 패잔병 신세로 전락한 4,800명의 병력으로 카불을 통제하려고 하다가, 탈레반과의 우발적 교전이 벌어져 인명손실을 입으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기는커녕 개망신을 당하고 쫓겨날 위험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기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카불 통제권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제공항 통제권만 행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결정은 패착으로 귀결되었다. 왜냐하면 카불을 무혈점령한 탈레반이 그 지역을 통제하게 되자,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통하는 도로가 모조리 막히는 바람에 미국 국적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친미부역자들이 국제공항으로 집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군이 국제공항을 통제하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원만히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미국의 생각은 어리석었다. 약 6,0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을 국제공항으로 들여보내지 못하게 된 미국군은 그들이 탈레반의 인질로 생포되지나 않을까 하는 최악의 위기감을 느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당황망조한 미국군은 자기들이 야만인으로 경멸하는 탈레반에 도움을 애걸하는 수밖에 없었다. 미국군은 미국 국적자들이 신변위험과 혼잡한 인파를 뚫고 국제공항까지만 들어갈 수 있도록 그들을 호위해달라고 탈레반에 애걸한 것이다. 승자는 패자의 마지막 애걸을 받아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2021년 8월 31일 미국 텔레비전방송 <CNN>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전투원들이 미국 국적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친미부역자들을 국제공항으로 들어가는 ‘비밀출입문(secret gate)’까지 호위해주었다고 한다. 미국군은 ‘비밀출입문’에서 탈레반 전투원들로부터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은 인계받아 군용 수송기에 태우는 식으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했다. 만일 탈레반의 협조와 호위가 없었더라면,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은 국제공항으로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을 것이다. 

 

▲ 위의 사진은 2021년 8월 24일 미국군의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실행되고 있었던 카불 국제공항의 모습이다. 짐꾸러미를 들거나 등에 멘 친미부역자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군 수송기에 탑승하기 위해 활주로를 걸어가는 장면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5일 동안 전개한 비전투원소개작전에서 미국 국적자 6,000명과 친미부역자 73,000명을 군용 수송기편으로 카타르국 도하에 있는 미국군기지로 대피시켰다. 하지만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예고 없이 24시간 앞당겨 서둘러 끝내는 바람에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2021년 8월 30일 케네스 맥켄지 미국군 중부사령관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지난 8월 14일부터 시작된 비전투원소개작전이 8월 30일로 완료되었다고 발표했다. 물론 그는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기 위해 미국군이 겪어야 했던 치욕스러운 사건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고, 미국군이 15일 동안 79,000명을 아프가니스탄 밖으로 대피시켰는데, 그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6,000명이고, 친미부역자는 73,000명이라는 사실만 언급했다. 

 

그런데 주목되는 것은, 비전투원소개작전에 동원된 미국군 C-17 수송기가 마지막으로 국제공항을 이륙한 시각이 2021년 8월 30일 밤 11시 59분이었다는 사실이다. 원래 미국이 계획한 비전투원소개작전은 8월 31일 자정에 끝내기로 예정되었는데, 24시간 전에 서둘러 끝내버린 것이다. 미국군이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고,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전에 서둘러 끝내버리는 바람에 일부 미국 국적자들이 미처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하지 못하는 뜻밖의 비극적 사태가 벌어졌다.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낸 직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토니 블링컨(Anthony J. Blinken) 미국 국무장관은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 남겨졌다고 말했다.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 국적자들이 국제공항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미국군은 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냈던 것일까? 그것은 2021년 8월 26일 국제공항을 경비하던 미국군 전투원들이 아랍어로 다이쉬(Daesh)라고 부르는 국제테러단체의 자살폭탄공격을 받고 12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하는 대참사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테러범들은 8월 29일에도 국제공항에 자살폭탄공격을 또 다시 감행하려고 시도하다가, 미국군의 무인정찰공격기가 발사한 정밀유도폭탄을 맞고 살해되었다. 이처럼 자살폭탄공격으로 큰 인명손실을 입은 미국군이 또 다시 자살폭탄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위험에 빠져들자 미국군 수뇌부는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내라고 명령했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군은 카불을 1시간 만에 무혈점령한 탈레반의 위세 앞에서 질겁하여 전전긍긍하다가 상황오판과 실수를 거듭하면서 우왕좌왕했고, 결국 국제테러단체의 자살폭탄공격을 받고 인명손실을 당하자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4시간 앞당겨 끝내버렸다. 적지에 남겨진 100~200명에 이르는 미국인들의 운명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언제나 ‘세계 최강’이라고 떠벌이던 미국군이 그처럼 개망신을 당하면서 쫓겨나는 모습은 세상의 조롱거리로 되었다. 미국의 군사력을 최강이라고 믿고 추종하는 동맹국들은 미국에 대한 깊은 불신과 회의를 느꼈고, 미국에 맞서 싸우는 적대국들은 미국군을 이길 수 있다는 전투적 신심을 갖게 되었다. 이런 극적인 변화가 세계적 범위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2021년 8월 16일 중국 언론매체 <환추스바오(環球時報)>에 실린 사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설의 일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강대하다는 미국이 20년이란 세월을 보내면서도, 외부원조를 받지 못한 탈레반을 무너뜨리지 못했다. 이번 패배는 윁남전쟁의 패배보다 더 분명하게 미국의 무력함을 보여주었다. 미국은 확실히 늙은 종이호랑이(紙老虎)인 것 같다.”

 

 

3. 그들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군을 철수하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전 대통령이다. 그는 2020년 2월 29일 철군계획을 발표하면서, 2021년 초까지 14개월에 걸쳐 점진적으로 철수하겠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결정을 탈레반에 통보하였다. 그런데 그 사이에 미국에서 정권이 바뀌는 바람에 철군일정이 지체되었다. 정권교체로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14일 미국군을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9월 11일까지 완전히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 철군일정에 따라 2021년 5월 1일 제1단계 철수가 진행되었고, 7월 2일에는 제2단계 철수가 진행되었다. 제3단계 철수는 없었다.  

 

돌이켜보면, 미국은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9년 12월 1일 아프가니스탄 철군일정을 처음 발표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H. Obama)는 2011년 7월까지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고 철군하겠다고 발표했었다. 오바마의 철군일정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전쟁은 10년 전에 끝났어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의 철군일정은 실행되지 않았고, 미국군은 10년이 지난 뒤에 치욕스러운 야반도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나왔다. 

 

미국은 왜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끝내지 못한 채 10년 세월을 허송했던 것일까? 주된 이유는 미국이 걸프전쟁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1991년 1월 17일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은 5주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를 점령했는데,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자기들이 탈레반 정권을 붕괴시키고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했으므로 탈레반 패잔병들이 곧 항복할 것으로 낙관했다. 그러나 탈레반 패잔병들은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도 무려 20년 동안 끈질긴 저항을 계속했고, 종당에는 미국군이 패퇴하고 말았다. 

 

주목되는 것은, 미국이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과 탈레반 무장세력의 근본적인 차이를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처럼 탈레반도 정권이 무너지면 곧 항복할 것이라고 오판했고, 그런 오판이 실책을 낳았다. 

 

미국은 전투원들의 종교적 신념이 전쟁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도 탈레반처럼 이슬람교도들로 구성된 군대였지만, 탈레반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보다 훨씬 더 투철한 종교적 신념을 가진 특수집단이다.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군은 탈레반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세한 무장장비를 갖춘 정규군이었지만,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되는 급변사태 속에서 맥없이 와해되고 말았다. 반면에 탈레반은 정규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빈약한 무장장비밖에 갖지 못한 비정규군이었지만, 자기들의 정권이 붕괴되는 급변사태 속에서 와해되지 않고 되레 불굴의 항전을 이어갔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투철한 종교적 신념이 강한 단결력과 투쟁력을 탈레반에 안겨준 것이다. 이런 이치를 알지 못한 미국은 20년 동안 전쟁의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야반도주했다.  

 

만일 탈레반이 정식 무장장비와 투철한 종교적 신념을 모두 갖춘 군대였더라면, 아프가니스탄전쟁은 2~3년 안에 탈레반의 승리로 끝났을 것이다. 미국은 적의 정신무장을 간과한 채, 빈약한 무장장비만 보면서 적을 얕보는 바람에 패전의 고배를 마셨다. 

 

▲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2021년 7월 24일부터 27일까지 평양에서 진행된조선인민군 제1차 지휘관, 정치일군강습회에 참석하여 개강사를 하는 장면이다. 강습회 명칭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조선인민군은 군사지휘관과 정치위원이 공동으로 지휘하는 군대다. 그들은 평소에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하는데, 그것을 전투정치훈련이라고 부른다. 전투훈련은 군사지휘관이 지휘하고, 사상교양은 정치위원이 담당한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미국군이 대치하고 있는 조선인민군은 사상정신무장이 매우 강한 군대로 평가된다. 그들은 전투훈련과 더불어 사상교양을 필수적 과업과 최고의 의무로 여긴다. 다른 나라 군대들은 전투훈련만 하는데, 조선인민군은 전투정치훈련에 힘쓴다. 여기서 말하는 전투정치훈련이란 전투훈련과 사상교양을 병행한다는 뜻이다. 그들의 사상교양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1년에 두 차례 진행하는 전투정치훈련을 마치면, 간평원들이 각 전투부대들에 파견되어 1주간 동안 훈련판정검열을 진행하는데, 전투훈련결과를 판정검열하는 것과 함께 장병들의 사상교양결과도 반드시 판정검열한다. 

 

그런 사상교양을 총괄하는 지휘부가 바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은 각 전투부대들마다 정치부 선전원들을 고정배치하고, 주기적으로 학습제강을 전군에 배포하면서 장병들의 사상교양에 힘쓴다. 그들의 사상교양에서 핵심내용은 최고사령관에 대한 절대적 충성심, 육탄정신과 자폭정신, 제국주의와 적대계급에 대한 적개심, 조국과 인민에 대한 충실성, 혁명의 최후승리에 대한 신심, 전우사상과 관병일치사상 등이다. 

 

그런데 사상교양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사상교양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 미국군은 사상교양을 중시하는 조선인민군의 처지를 이해할 수도 없고, 그에 대해 무관심하다. 다시 말해서, 미국군은 조선인민군의 실체를 모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군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적을 모르면 전략적 오판에 빠지게 되고, 전략적 오판은 패전을 불러온다.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미국군의 전략적 오판은 그런 인과관계를 현실로 입증해주었다.   

 

 

4. 비장의 무기는 적공국이다

 

미국군은 아프간무장군의 전투력을 강화시켜주기 위해 엄청난 경비와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며 그들에게 우세한 무장장비도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군사훈련도 시켜주었으며, 작전현장으로 이끌어 실전경험도 쌓게 했다. 그래서 미국군은 그만하면 아프간무장군의 전투력이 강화되었으리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허망한 물거품이었다. 2021년 7월 2일 미국군이 바그람공군기지를 버리고 야반도주하자, 홀로 남은 아프간무장군은 탈레반에 포위되어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급속히 와해되었다. 아프간무장군의 와해는 그들이 탈레반에 집단투항의사를 밝히고, 자진하여 무장을 해제하고, 진지를 탈레반에 넘겨주고, 각자 뿔뿔이 흩어져 고향으로 돌아간 것을 말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와해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프간무장군이 미국군의 지휘 아래서 미국군에게 의존하는 예속성에 묶여있었기 때문이다. 아프간무장군이 대미예속에 묶여있다는 사실을 간파한 탈레반은 그들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집중공세를 퍼부었다. 이를테면, 탈레반은 아프간무장군이 투항하지 않으면 몰살당할 것이라느니, 투항하면 부모처자가 기다리는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느니 하는 식의 압박-설득전술을 펼치면서 그들을 집단투항으로 유도했다. 그런 전술은 정신상태가 허약한 아프간무장군에 아주 효과적으로 먹혀들어갔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한국군도 아프간무장군처럼 미국군의 지휘 아래서 미국군에 의존하고 있다. 대미예속성에서 한국군과 아프간무장군의 격차는 별로 크지 않아 보인다. 탈레반이 아프간무장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했던 것처럼, 조선인민군도 한국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할 태세를 갖추었다. 

 

▲ 이 사진은 김정은 총비서가 2013년 11월 10일 조선인민군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회의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장면이다. 조선에서 적공일군열성자회의가 진행되었다는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외부에 알려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적공일군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서 근무하는 지휘관이다. 총정치국 산하 적공국은 적군을 와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적군와해방법을 교육한다.  


한국군의 허약한 정신상태에 공세를 집중하는 대적심리전은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산하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이 수행한다. 2004년 4월 7일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가 각 전투부대들에 하달한 ‘전시사업세칙’이라는 제목의 내부문건에 따르면, 적공국은 적군을 와해하기 위한 작전계획을 세우고 적군와해방법을 교육한다고 한다. 내부문건에 따르면, “적공국은 우리 당의 전략적 방침과 적들의 사상심리에 맞게 작전단계별로 적군을 조직사상적으로 와해, 전취, 소멸하기 위한 대책을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와 협동하여 맞물리며 방송차를 비롯한 대적기술기재들에 대한 공급과 지원(배속)을 실현하고 공작조들의 적후침투를 조직하며 그들의 활동을 지휘한다”는 것이며, “적공국은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조국통일전략사상에 따라 군사적 타격과 배합하여 전략적 및 작전적인 여론전과 적구 및 적구주민들에 대한 각성, 계발, 포섭전취활동을 활발히 벌려 도처에서 투항, 도주, 의거, 전투기피, 반전, 반미시위와 군인폭동, 전민항쟁을 조직하여 전쟁의 승리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12일 <데일리 NK> 보도에 따르면, 조선인민군 적군와해공작국은 3개 여단으로 편성되었는데, 총병력은 약 2,000명이라고 한다. 평시에 적공국 병력은 약 2,000명이지만, ‘전시사업세칙’에 따르면, 전시에는 “제대자들 가운데서 공작원 경력이 있는 성원들과 외국어 소유자들을 선발하여 적공국과의 련계 밑에 군단사령부에 파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전시에 적공국 병력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외국어 소유자들을 선발”한다는 말은 영어를 할 줄 아는 제대자들을 선발하여 적공국에 편입시킨다는 뜻이므로, 적공국이 한국군만이 아니라 미국군도 와해시킬 작전계획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3년 11월 10일 평양에서 조선인민군 제4차 적공일군열성자회의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그 회의에 “력사적인 서한”을 보내주었고, 회의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이것은 적공국이 조선인민군 안에서 얼마나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5. 전시에 인질로 생포될 351,000명

 

위에 서술한 것처럼, 아프가니스탄전쟁 종전과정에서 미국군은 비전투원소개작전을 2021년 8월 14일에 시작하여 8월 30일에 끝냈다. 그 기간에 미국군은 79,000명을 아프가니스탄 밖으로 대피시켰는데, 그 가운데 미국 국적자는 6,000명이고, 친미부역자는 73,000명이다. 비전투원소개작전 중에 미국군은 C-17 군용 수송기를 동원하여 카불 국제공항에서 미국 국적자들과 친미부역자들을 태우고 카다르국(State of Qatar) 도하(Doha) 인근에 있는 미국군기지로 연방 실어날랐다. 그 수송기에는 200명밖에 타지 못하므로, C-17 5대가 매일 5번씩 15일 동안 계속 실어나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에 서술한 것처럼, 미국군이 탈레반의 협조를 받지 않았다면, 비전투원소개작전은 실행될 수 없었다. 

 

이제 시선을 한반도 군사상황으로 돌려보자. 전시에 비전투원소개작전이 아프가니스탄보다 더 절실히 요구되는 곳은 한국이다. 왜냐하면 엄청나게 많은 미국 국적자들이 아프가니스탄보다 훨씬 더 비좁은 한국땅에 바글바글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은 전시에 비전투원들을 한국에서 일본 요꼬다(橫田)에 있는 미공군기지로 대피시키는 비전투원소개작전계획인 ‘작전계획(Oplan) 5077’을 수립해놓고, 해마다 상하반기에 각각 한 차례씩 ‘용감한 통로(Courageous Channel)’라는 명칭의 소개작전연습을 하고 있다. 

 

▲ <사진 5> 이 사진은 2016년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경상북도 대구에 있는 미국군기지 캠프 캐롤에서 진행된 '용감한 통로'라는 명칭의 비전투원소개작전의 한 장면이다. 간단한 짐꾸러미를 챙긴 대피자들이 군용 수송기를 타기 위해 한국 관광회사에서 임차한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다. 실제상황이 아니라 연례훈련이라서 그런지, 마치 소풍을 가는 행락객들처럼 모두 느긋한 모습이다. 하지만 전시에는 위의 사진에 나타난 장면이 현실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전시에 미국은 한국에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지 못할 것이다. 지방도시인구에 맞먹는 351,000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항공편으로 대피시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피하지 못한 그들은 조선인민군에 인질로 생포될 것이다.  


전시에 미국군이 가장 먼저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주한미국군 가족은 약 11,000명이다. 또한 전시에 미국군이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미국 국적자와 미국 영주권자는 약 230,000명이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일본인은 약 60,000명이다. 또한 전시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대피시켜야 할 친미-친일부역자들과 그 가족은 최소 50,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므로 전시에 미국이 대피시켜야 할 전체 인원은 무려 351,000명이나 된다.

 

2014년 6월 16일 일본 언론매체 <아사히신붕> 보도에 따르면, 미국군은 비전투원소개작전 중에 미국 국적자, 미국 영주권자, 영국인, 일본인 순으로 대피시킨다고 한다. <아사히신붕>은 친미-친일부역자와 가족을 비전투원소개작전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전투원소개작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부역자와 가족이다.   

 

그러나 전시에 미국은 한국에서 비전투원소개작전을 실행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전투원 79,000명을 대피시키는데 무려 15일이나 걸렸고, 그나마 탈레반의 협조를 받고서야 79,000명을 간신히 대피시켰는데, 전시에 미국이 한국에서 대피시켜야 할 대상은 무려 351,000명이나 되기 때문이다. 

 

누구나 예상하는 것처럼, 한반도 전시상황은 아프가니스탄 전시상황과 다르다. 그냥 다르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테면, 결전의 시각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은 한국 각지에 있는 공군기지 및 민간공항의 관제탑, 활주로, 변전소, 격납고를 개전 10분 만에 모조리 파괴할 것이며, 조선인민군 화력타격부대들이 발사한 각종 탄도미사일과 방사포탄이 군사분계선에서 제주도에 이르는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으며 날아다닐 것이다. 조선인민군은 탄도미사일 약 300발을 초탄으로 발사할 수 있으며, 거기에 방사포와 장거리대구경포까지 더하면 초탄을 최소 1,000발 이상 발사할 수 있는 엄청난 타격력을 가졌다. 이런 상황은 개전과 더불어 모든 항공기의 운항이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사정을 보면, 전시에 미국은 비전투원을 전혀 대피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시에 미국이 비전투원을 대피시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나? 351,000명은 독 안에 든 쥐처럼 조선인민군의 인질로 전원 생포되는 전대미문의 충격사태가 일어날 것이다. 인질구출작전은 생각하지도 못한다. 그런 엄청난 충격을 받고 거의 혼절상태에 빠져든 백악관은 황망히 조선에 항복의사를 전해야 할 것이고, 그로써 조선의 이른바 ‘남조선해방전쟁’은 72시간 만에 인명손실과 시설파괴를 최소화하고 기적처럼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인민군이 지난 반세기 동안 세대를 이어 끊임없이 축적하고 연마해온 강력한 화력타격력에 관한 정보를 접한 사람만이 72시간 초단기속결전 씨나리오를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전쟁 패배는 조선의 이른바 ‘남조선해방전쟁’이 어떻게 72시간 만에 초단기속결전으로 종식될 수 있는지를 예고해준 계기로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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