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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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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988회 작성일 21-08-31 0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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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련대협의회가 열렸다.

부참모장 안강조는 원래 이 협의회에 참가하게 되여있었다. 그러나 어제 문제의 철문을 확인하러 내려온 군단료해성원들과 현지를 동행하다가 군단지휘부까지 따라간 후 아직 돌아오지 않고있었다.

련대장 황명걸은 정치위원의 제의에 따라 병사들을 위한 날을 잘 운영할데 대한 문제를 협의한데 이어 전연경계근무를 강화할데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있었다.

《이번에 적콩크리트장벽의 확장된 철문을 포착한 1대대 3중대 분대장의 공적은 높이 평가할만 한 일입니다. 물론 일부 편견적인 견해에 의하면 철문이 확장되도록 사전징후를 왜 포착하지 못했느냐고 하는데 여기에 앉아있는 정치위원동무나 나는 그 론조를 무시해버렸습니다. 그 징후라면 콩크리트장벽의 나들구를 넓히기 위한 발파뿐인데 교활한 적들은 한달전에 감행한 훈련때 폭음으로 발파소리를 가리웠을수 있습니다. 폭음은 이미 감시기록부에 올라있고 확장된 철문이 포착된데 따라 그 징후도 재차 판명된 이상 우리는 이 공적을 경계근무에서 나타난 실점으로 평가할수 없습니다. 그렇게 하는것은 오히려 오중흡7련대운동에 떨쳐나선 우리 군인들의 열의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밖에 더 가져올것이 없습니다.

내가 왜 이 말을 하는가, 이 자리에 모인 지휘성원들이 평가사업을 잘하자해도 전연경계근무에 정통해야 한다는것입니다.

군사부련대장동무! …》

황명걸은 문득 군사부련대장을 일으켜세웠다.

《동무는 우리 련대가 차지한 전연의 총순찰통로연장거리를 알고있습니까? 하긴 그쯤한거야 다 알고있겠지. 세부적으로 들어가서 차단물대의 개수는 얼마이고 또 참호의 개수, 장마철에 차단물을 통과하는 개울은 몇개인가? …》

김윤범은 언젠가 있은 일이 생각났다. 련대장의 아침일과는 초소를 돌아보는것으로부터 시작되군 하였다. 그래서 힘들지 않는가고 물었더니 이자 방금 제기한 그 개수에서 변경이 없는가를 알아본다는것이였다.

군사부련대장의 대답이 끝나자 황명걸은 주의를 주기 시작하였다.

《앉소, 장마철에 흐르는 개울의 개수를 모르겠다면 이번 여름에 알아보시오. 동무가 말한 차단물대의 개수는 여덟대나 차이나오.》

황명걸은 그 다음차례로 어딘가 지식인형으로 보이는 부련대장을 지명하였다.

《포병구분대훈련문제를 토의합시다. 동무의 의견을 먼저 내놓소.》

그 부련대장이 일어섰다. 그의 미간은 약간 찌프러져있었다.

《련대장동지, 현재 훈련용연유는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고있습니다.

이런 사정이 계속된다면 새로 배치된 포견인차운전수들의 계획된 단독임무수행이 불가능하게 됩니다.

사람이 밥을 먹어야 움직이듯 자동차도 연유를 먹어야 가동합니다.》

황명걸은 대번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까 군인생활문제를 협의할 때도 연유문제가 나왔지만 어디서 더 짜낼데는 없소. 현재 공급되는 연유를 잘 리용해보시오. 땅크병들도 부족되는 연유를 가지고 교육방법을 새롭게 하여 장거리기동훈련에서 성과를 보고있는데 포견인차운전수들이라고 왜 그렇게 못한단 말이요.》

부련대장이 약간 답답한 표정을 지었다.

《련대장동지, 난 병사시절에 땅크운전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보면 포견인차운전수를 양성해내는것이 보다 헐치 않다는것을 느꼈습니다. 아까 산악극복훈련에 대해서도 강조되였지만 포견인차의 경우 땅크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는 소리겠지? 동무는 부련대장의 사업을 맡기 전에 무슨 직무를 수행하였습니까?》

부련대장은 잠시 그 질문의 의미를 생각해보는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사단포병참모였습니다.》

황명걸은 여전히 높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알기엔 동무에게 땅크운전수의 경력은 있어도 포병대대장의 경력은 없는걸로 알고있는데…

동무한테서 경력이야기가 나왔기에 하는 소리요, 충고하지만 참모형의 그 일본새를 버려달라는거요.

더우기 오늘 이 협의회는 연유를 받아오기 위해 모여앉은 자리가 아니요. 그리고 동무는 어제 뚱딴지같이 시범단위의 특성을 턱대고 월 자체판정에서 합격된 단위들의 실탄사격문제까지 제기했는데 그런 기고만장한 소리는 하지도 마오. 실탄사격이야 단계별계획에 들어가있지 않소!》

부련대장의 얼굴이 순간에 시뻘겋게 되였다. 경력문제같은건 모욕으로밖에 들리지 않을수 없었던것이다. 그 감정때문인지 갑자기 눈길을 들었다.

《난 련대장동지가 포병싸움준비에 특별히 관심을 돌려줄것을 제기합니다. 내가 제기한 문제는 군단부참모장동지가 련대장동지를 통하여 문건으로 상정되기를 요구한것입니다. 그렇다면 부련대장이 그만한 의견도 이 자리에서 내놓을수 없다는겁니까?》

황명걸은 갑자기 책상을 탕 내리쳤다.

《동무가 그걸 제기하고 부참모장이 형식을 요구한걸 내가 모를줄 알아서?! … 흥, 그런 때없는 실탄사격에 맞장구를 쳐주는것이 포병싸움준비를 관심해주는것이다?!

그래, 오늘의 현실을 반영하여 련대당위원회에서 협의통과된 판정일정과 방법이 부참모장이 그런다고 달라질줄 아는가!》

황명걸의 인상은 무슨 일을 칠 기상이였다. 자그마한 눈이 한계이상 커졌고 코등우의 흠집도 더 두드러져보였다.

부련대장은 그만에야 털썩 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김윤범은 저도 모르게 사업수첩에 이런 글을 적어나갔다. 《견인차운전수양성문제》… 《포실탄사격》…

협의회는 퍼그나 시간이 걸려서야 끝났다.

오전일정에 3중대에 대한 료해사업이 있는것으로 하여 사무실에는 황명걸이와 김윤범이만 남았다.

황명걸은 한숨 돌리듯 담배연기만 날리다가 김윤범에게 물었다.

《정치위원동무, 내가 부련대장에게 너무하지 않았습니까?》

김윤범은 회의가 끝난 지금에도 계속 들여다보고있던 사업수첩에서 눈길을 들며 시무룩이 웃었다.

《언젠가 련대장동지는 자기는 눈이 작아 눈이 큰 안해를 맞았다고 했는데 오늘 성난 눈을 보니 허참! …》

황명걸은 어쩔수 없이 따라웃었다. 허거픈 웃음이기는 하지만 오래간만에 보는 웃음이였다.

김윤범은 다시금 펼쳐놓은 사업수첩에 눈길을 내렸다.

《포견인차운전수 양성문제 말입니다. 련대안의 모든 후방차운전사 한명당 두세명의 신입포견인차운전수를 붙여주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면 몇달어간에 포견인차운전수 양성문제는 해결될수 있을것 같습니다. …》

김윤범은 약간 놀란듯 한 황명걸의 시선을 받으며 자기 말을 계속해나갔다.

《포실탄사격도 그렇지요. 련대장동지도 알고있는 문제이겠지만 조준수가 일단 조준을 끝낸 상태에서 포탄대신 다른 저격무기를 들이밀고 쏘아보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황명걸은 한손을 들었다내렸다.

《정치위원동무, 내 흥분하다나니 그것까지 미처 생각 못했소.

확실히 정치위원동문 군사일군으로 발전할걸 잘못했소!》

김윤범은 그제야 면구한 웃음을 웃었다.

《사실은 내가 군사일군다운 재목이 돼서 그걸 생각해낸게 아닙니다. 병사시절엔 발사관수를 했고 그후에는 포병구분대 정치일군을 하다나니 피끗 생각이 떠오른겁니다. 말하자는 내용은 부련대장에게도 이보다 더 좋은 방안이 있을수 있다는겁니다. …》

《더 좋은 방안이 있다구요?》

《어쨌든 그는 병사시절 땅크구분대부터 시작하여 내내 포병구분대에 있었고 군사대학도 포병을 전공하여 나오지 않았습니까.

련대장동진 그의 제기를 존중하여 추궁보다도 계발시키고 협의하는 식으로 의논해주었더라면 그도 방안을 내놓지 않고는 못 견딥니다.

그런데 부참모장을 꺼들었다해서 마른하늘에 생벼락치듯 하니 그도 감정적으로 나오는 길밖에 있습니까?

결국 련대장동지가 아무리 원칙적인 소리를 했다해도 작풍상문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황명걸의 코등우에 난 콩알만 한 흠집이 갑자기 씰룩거렸다. 정통을 찔리웠을 때 나타나는 움직임이였다.

《좋습니다, 접수합니다! …》

황명걸은 가볍게 책상을 쳤다.

이때였다. 출입문이 열리며 부참모장 안강조가 들어섰다.

황명걸이 내여주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으며 서류가방을 책상우에 올려놓았다.

《빨리 온다는게 늦었소. 그런데 참, 복도를 지나며 보자니 부련대장이 왜 그 모양이요? 어깨가 축 처져가지고…》

안강조는 곧 자기가 상관할바가 아니라는듯 서류가방에서 한장의 군용지도를 꺼내여 사무탁우에 펼쳐놓았다.

《군단참모부에서는 여기서 협의한 안을 충분히 참고하여 반땅크차단물의 위치를 확정했소.》

김윤범은 련대장과 함께 지도우에 고개를 숙였다. 적땅크들이 기동할수 있는 요소를 따라가며 곳곳에 반땅크차단물이 표기되여있었는데 얼핏 보기에도 간단히 끝내버릴 공사량이 아니였다.

《군단에서는 이제 곧 벌리게 될 공사를 동무들이 궐기한 대중운동혁신결의목표에 포함시켜 단시일내에 와닥닥 끝낼것을 기대하고있소. 그렇다고 하여 전혀 관심 안하자는건 아니고 세멘트와 연유는 전적으로 보장해줄것이요. 참, 한가지 알려준다는걸 잊었구만. …》

안강조의 얼굴에 갑자기 웃음이 떠올랐다.

《군단에서는 동무들이 강재까지 자체로 해결해가며 회관개축과 훈련장, 정비장을 일신시키는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고있소. 그런 정신이면 무슨 일인들 못해내겠소. 그래 이번에도 동무들에게 호소하자고 하는데 어떻소? 강철공장과도 련계가 있겠다, 강재만은 맡아줄수 없겠소?》

안강조는 제판 황명걸에게 시선을 주었다.

《련대장동무의 결심을 들어보기요!》

황명걸은 고개를 수굿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럴만도 하였다. 지금까지 강철공장과 교섭하여온것은 정치위원이므로 그 실태를 알수 없었던것이다. 되자면 부참모장이 정치위원을 통해 강철공장실태부터 알아보고 련대장의 결심을 물어보아야 할것이다.

김윤범은 자리가 불편한듯 고쳐앉았다. 사실 문제의 철문을 확인하기 위하여 감시소로 갔던 그날 그는 련대장의 충고도 있고 하여 더는 강철공장에 가지 않을것을 부참모장앞에서 약속하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거동이 무심히 느껴지지 않았다. 련대장이 세상깜깜이라느니 오늘의 현실을 느껴보아야 한다느니 한 그때 말이 다시금 돌이켜지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김윤범은 련대장을 겨눈듯 한 이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아 서둘러 침묵을 깨쳤다.

《강철공장실태는 심각합니다. 이번에 가보아서 알지만 설비부속품사정, 전기사정으로 공장을 당장 세워야 할 형편에 처해있었습니다.》

안강조는 뜻밖인듯 두눈을 치떴다. 그 눈길에는 방금 알린 공장실태보다도 련대장을 대신하여 일어선 정치위원에 대한 불만이 숨김없이 비껴있었다.

《뭘 말하자는거요? 동무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어이 강재를 뽑아오지 않았소. 요즘 공장형편이야 늘 그런거지. 그리고 잊었소? 동무는 그동안 밀린 당정치사업으로 공장에 계속 오갈 형편이 못되지 않소. 그래서 련대장동무의 결심을 묻는거지!》

황명걸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수첩장에 무엇인가 무심히 이리긋고 저리 긋고있었는데 뜻밖에도 호케이채를 그리고있었다.

그는 자기에게 쏠린 시선들을 감촉했는지 수첩장을 덮으며 헌걸스레 웃었다.

《내 결심을 말하면 강재는 군단에서 보장해주어야 한다는겁니다!》

《뭐라구? …》 안강조의 얼굴은 삽시에 붉어졌다. 《그러니 군단의 호소도 귀찮다 그거요?》

황명걸은 저으기 열이 올라있었다.

《전쟁관점에 관한 문제지요. 적들의 기도가 명백해진 오늘 군단앞에 이보다 더 중요한 사업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만하오! …》 안강조는 버럭 어성을 높였다. 《쩍하면 전쟁관점! … 그럼 뭐 이 부참모장이나 웃단위일군들은 평화주의자들이요? 반땅크차단물보다 더 중요한 군사대상물공사가 있는지 없는지 또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무가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군단이 처한 심각한 실태는 알려고도 하지 않고 누가 가져다주기만을 바란다면 오중흡7련대운동은 무엇때문에 하고 고난의 행군정신은 어디에 필요하오? 전군의 시범단위로 된 련대장이라는 사람이! …》

안강조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뒤이어 울리는 그의 말은 거의 위압적으로 울렸다.

《좋소, 군단에 그대로 보고하지. 군단의 호소를 거절해버린 동무의 요구를 말이요!》

안강조는 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돌아섰다.

《부련대장과 같은 아래일군의 요구는 무작정 내리누르고 웃단위일군에게는 조건타발이나 하는 동무의 처사를 어떻게 보아야 하겠소?

앞뒤가 다르지 않는가!》

안강조는 마침내 밖으로 나가더니 쾅―하고 문을 후려닫았다.

방안에는 또다시 침묵이 깃들었다.

이 순간 김윤범은 부참모장에게로 쏠리는 불만을 금할수 없었다. 군단이 진짜로 그렇게 호소했다면 무엇때문에 련대장에 대한 편견적인 자극이 오늘 이 자리에서 필요했는가? 결국 군단의 호소도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 불만을 누르며 고개를 들었다.

《련대장동지, 방도를 토론해봅시다.》

《방도? 무엇을 가지고? …》 황명걸은 아직도 성이 채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의심스럽게 눈길을 돌렸다. 《또 강철공장에 가볼 생각을 하는건 아니요?》

《방도가 거기밖에 없다면 또 가야지요.》

황명걸은 비로소 부참모장한테 채 해보지 못한 화를 터뜨렸다.

《정말 리해되지 않소. 이제와서 정치위원만이 강재를 뽑아올수 있다는걸 보여주자는거요?》

김윤범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아니라 누가 가던! …》

《공장실태야 방금 정치위원동무가 제 입으로 말하지 않았소! 그런데도 누굴 보낸다는거요? …》

황명걸의 어조가 갑자기 비양조로 바뀌였다.

《혹시, 이번 차례로 이 련대장이 가주길 바라는건 아니요?》

김윤범은 그 억측에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다.

황명걸은 저 혼자 껄껄 웃었다.

《부참모장도 그걸 바라는것 같던데 내가 가도록 합시다! 하긴 난 처음부터 정치위원동무가 자기 사업을 제쳐놓고 공장에 오가는걸 좋게 보아오지 않았소. 그건 엄연히 이 련대장몫이였소!》

김윤범은 불현듯 비웃음을 지었다.

《거 아주 다행이군요. 이제야 스스로 자기의 약점을 드러내놓았으니까!》

그 바람에 황명걸은 어리둥절하여 두눈을 흡떴다.

《약점을? …》

김윤범은 곧 정색한 눈길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생각이 빨리 달라질걸 무엇때문에 부참모장한테 자기 주장을 들이댔습니까. 전쟁관점도 달라진건 아닙니까?

련대장동지는 전쟁관점을 걸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황명걸의 코등우에 난 흠집이 또 한번 움씰거렸다.

김윤범은 재차 말을 이었다.

《황당한 억측앞에서는 누구나 자신을 설명하기 힘든 법이지요. 련대장동지도 나도! …》

황명걸은 무엇인가 갑자르는듯 하다가 책상을 가볍게 쳤다.

《좋습니다. 오늘은 내가 완전히 졌습니다. 계획된 3중대로 나가봅시다!》

3중대로 향하는 승용차안에서 그들은 각기 제나름의 생각에 잠겨있었다.

김윤범은 다시금 자신에 대한 불만을 느꼈다. 강철공장에 갈 생각을 또 하다니, 거기가 련대의 사업대상이 아니라는거야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

승용차는 어느덧 3중대병영으로 들어서고있었다.

고개를 든 김윤범의 시야에 병영마당에서 특수체육훈련을 하고있는 중대군인들이 비껴들었다.

중대장 리철이가 차렷구령을 내리고 승용차에서 내리는 련대장앞으로 급히 달려왔다.

《됐소, 쉬엿하오!》

황명걸은 이렇게 밀막고나서 체육대형으로 정렬해있는 군인들쪽으로 걸어갔다.

련대장을 따라 군인들앞에 이른 김윤범은 문뜩 운동장 한쪽켠 의자우에 놓여있는 록음기를 알아보았다.

황명걸의 눈에도 그것이 띄였는지 리철에게 넌지시 물었다.

《음악에 맞추어 기초동작을 수행한다는거겠지!》

《그렇습니다! …》

《특수체육이 률동을 요구한다는 의미에서 좋은 일이요. 그런데 듣자니 동무네는 식사시간에도 록음기를 틀어놓고 밥을 먹는다면서? …》

황명걸은 꼿꼿한 눈길로 록음기를 다시 바라보며 시까슬렀다.

《때와 장소가 있어야지. 록음기가 목이 쉬겠소! …》

병사들속에서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김윤범은 리철이 무엇인가 변명할듯 주춤거리는것을 보았다. 그때를 같이하여 대렬 한옆에 서있던 정치지도원이 중대장을 향하여 눈을 끔벅해보이고있었다.

황명걸은 비로소 록음기에서 눈길을 돌려 리철을 마주보았다.

《지금 무슨 동작을 수행하고있소?》

리철은 곧 차렷자세를 취하였다.

《기초동작입니다. 두발수평펴기와 모둠발차기련습을 하고있었습니다.》

《잘되오?》

《힘들어하는 동무들도 있습니다.》

《훈련을 계속 집행하시오!》

리철은 병사들과 마주서서 구령을 힘있게 내리고는 자기도 동작을 같이 하였다.

병사들은 예술체조선수마냥 일제히 다리를 좌우로 쫙 펴며 주저앉았다. 동작은 한결같지 않았다. 두다리를 완전히 땅에 붙인 병사들이 있는가 하면 채 펴지 못한 두다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두손으로 땅을 짚고있는 병사들도 있었다.

《일어섯!》

리철의 구령에 따라 군인들은 일제히 일어섰다.

황명걸은 그들앞으로 한걸음 나섰다.

《이 동작이 잘되지 않는다고 하여 락심할건 없소. 이런 동작은 하루이틀에 완성되지 않소. 지난 시기 내가 보아온 경험에 의하면 이 동작을 힘들게 완성한 사람일수록 발타격력은 오히려 더 강했다는거요.

기본은 각오와 신심이요. 적의 간첩들과 불순분자들, 특공대를 대상으로 하는 우리 1제대보병들은 총도 잘 쏘아야 하지만 격술에서도 난다긴다 해야 하오.

중대장동무, 모둠발차기도 련습하고있었다는데 한번 봅시다.》

리철의 구령에 따라 나무기둥에 매달아놓은 타격자루를 향하여 중대가 한줄로 늘어섰다. 자루에는 눈금이 표시되여있었다.

첫 순서로 중대장이 달려나오면서 허궁 몸을 날려 타격자루의 맨 웃부분을 보기좋게 발로 타격하였다. 다음 정치지도원, 부중대장에 이어 소대별로 달려나왔다. 몇몇 병사들의 발타격은 자기 높이에 이르지 못하고있었다. 그런 경우 락법동작까지 제대로 되지 않아 땅바닥에 딩굴거나 궁둥방아를 찧었다.

황명걸은 알만하다는듯 리철에게 중대를 다시 정렬시키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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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바로 이때였다. 어디선가 고양이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그 소리를 무심히 들었으나 련대장만은 무엇때문인지 그 소리를 찾아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반쯤 열려진 식당문안으로 들어가는 고양이를 알아보고 일렀다.

《누가 가서 고양이를 가져오오!》

사관장이 급히 식당으로 달려갔다.

황명걸은 사관장이 안고 온 얼룩고양이를 받아들고 군인들앞에 나섰다.

《모둠발차기에서 왜 자기 높이를 보장하지 못하고있는가! 거기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기본은 락법에 자신없기때문이요.

자, 그럼 고양이의 락법을 한번 봅시다!》

황명걸은 갑자기 들고있던 고양이를 홱― 공중으로 휘뿌렸다.

공중에서 버둥거리던 고양이는 날래게 균형을 바로잡으며 난딱 땅바닥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날래게 군인들 다리사이짬으로 달아났다.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와― 터져올랐다.

황명걸은 거기에는 아랑곳없이 병사들에게 물었다.

《어떻소? 주먹은 호랑이발통이나 곰발통처럼 세야 하지만 락법은 고양이처럼 유연해야 하오. 이리 둘러메치고 저리 둘러메쳐도 고양이처럼 난딱난딱 내려앉아야 하거던. 기본은 훈련이요. 훈련을 통하여 해결하지 못할 동작이란 없소!》

중대장 리철이가 불쑥 련대장에게 청했다.

《련대장동지, 련대장동진 민경에 있을 때 군단이 자랑하는 격술선수였다던데 한번 동작을 보여주십시오!》

황명걸은 김윤범을 돌아보며 두눈을 찌긋했다.

《허, 이 동무들이 련대장을 시험치려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김윤범은 껄껄 웃었다.

《피하면 소문이 나빠질거고… 그까짓것, 병사시절기질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좋습니다, 해봅시다!》

황명걸은 자기의 모자를 벗어 리철에게 휙 던져주고는 타격자루앞에 나섰다. 몇번 목을 좌우로 휘둘러 준비운동을 한 후 순간적으로 그 장대한 체구를 날려 타격자루 맨 웃부분을 번개같이 걷어차는 동시에 사뿐히 땅바닥에 내려섰다.

《야!》하는 경탄의 목소리가 병사들속에서 터져올랐다.

황명걸은 군모를 받아쓰며 손을 내저었다.

《동작이 제대로 되였다고 볼수 없소. 내가 느끼기에도 타격이 약했거던… 우린 병사시절에 2층침대를 내릴 때도 락법으로 뛰여내렸소. 그렇게 훈련하다보니 병실기와장높이를 목표로 모둠발차기를 했소.

알아야 할건 덩지큰 미국놈을 단매에 쓸어눕히자면 일당백장수힘을 키워야 한다, 이거요!

동무들, 그렇게 준비할수 있습니까?》

병사들은 병영이 떠나갈듯 대답했다.

《할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훈련을 계속하시오.》

황명걸은 그렇게 이르고나서 김윤범을 바라보았다.

《뭐, 이 동무들의 안내를 받을것 있습니까. 우리들끼리 중대를 돌아봅시다!》

김윤범은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면서 생각했다. 련대장은 이렇듯 특수체육만이 아닌 모든 훈련에서 요구성이 높았고 세심하였다. 그러나 종종 작풍상 의견이 제기되고있는것은 무엇때문인가? 아까 록음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밥을 먹었다는 그 문제도 그렇다. 3중대는 다른 중대들보다 록음기리용을 특별히 잘하고있다. 명곡만이 아닌 리수복영웅의 시, 길영조영웅의 시를 포함하여 텔레비죤으로 방영된 서사시들까지 록음하여 병영과 훈련장마다에서 울려퍼지게 하고있다. 한마디로 외진 전연초소에서 록음기는 그들의 생활의 길동무였다. 그날은 식탁우에 별식으로 담근 김치깍뚜기가 올랐는데 그 맛을 더 돋군다면서 식당근무성원들이 《김치깍뚜기노래》를 록음기로 내보내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참모의 눈에 걸려 《사회풍》이라는 딱지까지 붙어 정치부에 보고되였다. 물론 정치부에서는 이를 료해한 후 있을수 있는 일로 평가하여 그것을 제기한 참모와 중대에도 알려주었다. 문제는 어떻게 되여 이 사실을 련대장이 아직도 모르고있는가 하는것이다. 역시 련대장과 정치위원과의 군정배합문제였다. 구분대를 포함하여 부대안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를 정치부와 참모부사이에 수시로 통보하여주고 협의해나갔더라면 련대장이 이런 오유를 범하지 않았을것이다. …

중대를 돌아본 그들은 곧장 초소로 올라갔다.

초소장의 안내를 받으며 병실로 들어서던 김윤범은 주춤 걸음을 멈추었다.

분대장 신금성이가 온돌방에 앉아 무엇인가를 쓰고있다가 벌떡 일어섰던것이다.

황명걸은 마침 잘 만났다는듯 김윤범을 돌아보았다.

《정치위원동무, 난 초소의 매 분대장들이 이 동무만 한 수준이라면 경계근무는 마음놓겠습니다.

이 동무에 대한 표창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윤범은 그때 신금성분대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후회감을 안고있던터여서 제꺽 거기에 응해나섰다.

《련대장동지가 결심하면 난 다 찬성할 용의가 있습니다!》

황명걸은 정치위원의 그 동의에 싫지 않은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좋습니다. 그럼 내가 제의하지요.

나와 정치위원동무의 명의로 고향에 감사편지를 쓰는것이 어떻습니까?》

그 제의는 김윤범의 마음에도 들었다. 신금성의 어머니를 보아도 그렇다. 휴가를 온 아들을 다음날로 부대를 향해 등을 떠밀어보낸 어머니가 감사편지를 받으면 얼마나 기뻐하겠는가!

《찬성입니다. 오늘중으로 편지를 쓰도록 합시다!》

이때였다. 신금성이 갑자기 외마디소리를 냈다.

《저, 그건! …》

김윤범과 황명걸은 동시에 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낯색이 돌변한 그를 보고 황명걸이 능청스레 물었다.

《왜, 표창이 작아보여서? …》

신금성은 당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앞으로 더 큰 위훈을 세운 다음에…》

황명걸은 신금성의 어깨를 툭 쳤다.

《적들의 기도를 만천하에 발가내놓았는데 그게 어디 작은 위훈인가? 정치위원동무, 이 동무 경계근무만 잘 서는줄 알았는데 겸손하기란 또한 나무랄데 없습니다. 하하! …》

김윤범도 마주 웃으며 련대장을 따라 병실을 나섰다. 그러나 길다란 복도를 걸어가다말고 슬며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딘가 신금성의 행동이 이상스러워보였던것이다.

황명걸도 걸음을 멈추었다.

《정치위원동무, 왜 그럽니까?》

《아니, 아닙니다.》

김윤범은 서둘러 고개를 가로젓고나서 다시 걸음을 옮겼다.

 

×

 

신금성은 한동안 우두커니 선자리를 지키고있다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련대장, 정치위원이 들어서기 전에 쓰던 군사우편엽서를 다시 집어들었다. 무슨 말로 동생 금주를 위로해주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금성은 저 홀로 한숨을 내쉬며 쓰던 엽서를 한옆에 밀어놓고는 학습장갈피에서 동생이 보내여온 편지를 펼쳐들었다. 아직은 10살밖에 안되는 금주였지만 써보낸 편지는 사실을 알기에 충분하였다.

《…오빠, 아침에 어머니는 먹고싶은 생각이 없다며 식사도 안하고 직장에 출근했어요.

난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저녁을 지어놓고 어머니를 기다렸어요.

문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당비서할아버지가 찾아와 나보고 함께 가자고 했어요.

어디로 갈가 하고 생각했는데 가보니 병원이였어요. 어머니가 기대앞에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던거예요.

어머니가 입원한 호실에는 공장사람들이 가득 와있었어요.

반장아저씨가 나를 보자 어머니를 불렀어요.

〈금주 어머니, 금주가 왔소. 어서 눈을 좀 뜨오! …〉

나도 어머니를 붙잡고 불렀어요.

〈엄마, 내가 왔어. 왜 이렇게 됐나? …〉

어머니는 내 목소리를 알아들었는지 눈을 떴어요. 내가 온것이 반가와 눈에서 눈물이 흘렀어요.

〈금주야, 이제는 더 어쩔수 없을것 같구나. …〉

나는 겁이 나 왕왕 울었어요.

〈엄마, 왜 무서운 소리를 하니? 죽어선 안돼!〉

엄마는 내 머리를 살뜰하니 쓰다듬어주었어요.

〈네 오빠를 한번 보고싶구나.〉

난 제꺽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엄마, 그럼 편지쓸게. 그럼 오빤 당장 올거야.〉

엄마는 반대하였어요.

〈그래서는 안된다. 오빠가 군사복무에 지장을 받는다.〉

오빠, 어머니는 이 말을 하고 눈을 감았어요.

장례식은 공장에서 해주었어요.

평양에서 온 높은 간부선생님도 참가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데 공장을 지도하러 온 항일투사라고 했어요.

그 항일투사할아버지는 울고있는 나를 꼭 그러안아주며 말했어요.

〈너는 훌륭한 어머니를 두었다. 너의 엄만 자기가 불치의 병에 걸려 오래 못산다는걸 다 알고있었다. 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심지어 집에 왔던 오빠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숨이 질 때까지 기대앞을 떠나지 않았다.〉

오빠, 난 지금 그전처럼 학교에 다녀요. 공장사람들과 학교선생님들이 날 친자식처럼 돌보아주고있어요.

어머니 생각이 날 때마다 오빠가 막 보고싶어요.

오빠,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어머니가 부탁한대로 군사복무를 잘해주세요.

                                                                                          동생 금주 올림》

금성은 다 읽은 편지를 손에 든채 한동안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두볼은 어느새 눈물에 젖어있었다. 언뜻 금자라가 뇌리에 떠올랐다. 그래서였다. 어머니는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감하고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금자라까지도 공장사람들을 위해 다 바친것이다. 아, 훌륭한 어머니, 한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말없는 실천으로 가르쳐준 나의 어머니! 정다운 어머니의 모습이 방불히 떠오른다. 고향을 떠나는 그날 역에서 자기를 바래워주던 어머니의 절절한 눈빛을 그는 정녕 잊을것 같지 못했다. 또다시 후더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어머니가 살아계시여 부대의 감사편지를 받아본다면 얼마나 기뻐하시랴. 어머니도 안계시는 지금에 와서 그 감사편지가 무슨 의의가 있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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