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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영원한 넋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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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1건 조회 8,575회 작성일 21-08-27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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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휴식일을 맞아 조무진은 오래간만에 정치위원과 함께 퇴근길에 올랐다. 그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던것이다.

저녁녘이라 사택마을의 굴뚝마다에서 피여오르는 흰 연기를 바라보며 양영식이 먼저 말을 꺼냈다.

《군인가정들에서 식량부족을 겪는 세대들이 있는것 같습니다. 인선동무네 가정만 보아도 송기떡으로 때식을 에우고있다는겁니다.》

조무진은 놀란 눈길로 정치위원을 돌아보았다. 후방부련대장을 통하여 군인가족들에 대한 쌀공급을 못하고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며칠전에 피까지 뽑은 지인선의 가정형편이 그렇다니 심각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조무진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우리같이 오래동안 살림해온 세대들은 별일 없겠지만 신혼세대들은 그렇지 못할겁니다. 지인선동무네 경우에는 더욱 그렇지요.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그 동무네 가정에서는 자기 순번외에도 여러차례 병사들을 위한 날을 마련한다는겁니다. 병사들이 배고파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당장은 이렇게 합시다. 련대안의 전반 가정들에 대한 식량사정을 료해하고 서로 나누어 먹도록 합시다. 그다음 차차 더 좋은 방도를 찾아봅시다.》

양영식은 제꺽 동의하였다.

《현재로서는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식량사정을 료해하는 사업은 정치부가 맡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런데…》

조무진은 갑자기 묻는듯 한 시선을 보냈다.

《지인선동무네 가정에서 송기떡으로 때식을 에운다는걸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양영식은 무엇때문인지 좀 어색해하였다.

《련대장동지가 군의소에서 있은 지인선동무의 소행을 통보하여주었을 때 나도 가만히 있을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집사람을 시켜 닭곰을 만들게 했습니다. 처가 그걸 가져다주면서 알아낸겁니다. 그들부부는 별식으로 해먹는다고 하지만…》

《일은 그렇게 되였군요. …》

조무진은 한동안 묵묵히 걷다가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참, 선희는 내 친동생이나 다름없습니다. 헌데 선희 남편의 건강에 대해선 내가 너무 무관심했습니다. …》

양영식은 조용히 웃었다.

《사실은 한마리밖에 없는 씨암닭까지 마저 잡으려던 참이였습니다. 련대장동지도 피를 뽑은걸 제 모르는줄 압니까? 그리고도 군의소장에게 어디에 말을 냈다가는 아예 상종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지요!》

조무진은 당장 군의소장이 눈앞에라도 있는듯 불그락푸르락했다.

《허참, 토 하나 빼놓지 않고 고자바친다니까… 하지만 거 하나밖에 없는 씨암닭만은 그냥 놔두시오. 우리 집 수닭이 쩍하면 그 집 마당으로 달려가던데 그놈이 날 좋아하겠습니까?》

《때가 늦었습니다. 지금쯤은 가마에 들어갔다가 나왔을겁니다!》

《뭐요? …》

조무진은 정말 큰일이나 난듯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양영식은 다시금 소리내여 웃었다.

《사실은 지인선동무한테 가져다준 닭곰이 그날로 군의소에 날아갔거던요. 남용일이한테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이 휴식일이겠다, 또 한마리 곰을 해서 지인선동무네 집에 가져다주게 했습니다.

이번엔 꼭 틀고앉아서 먹는걸 보고 오라고 말입니다.》

《원참! …》

조무진은 지인선을 두고 고개를 흔들었다.

《젊은 사람인데 무슨 성미라 할가, 꼬장꼬장한 아낙네 같다고 할지, 그러지 않아도 군의소에서 다 생각이 있겠는데도 말입니다. …》

조무진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병사를 위하는 그의 인정미를 두고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련대장을 따라걷던 양영식이가 갑자기 약간 놀란 소리로 알렸다.

《련대장동지, 집에 손님이 왔군요!》

《엉?》

조무진도 걸음을 멈추었다. 정말 처음보는 승용차가 자기 집 울타리옆에 세워져있었던것이다.

마당에서 놀던 아들 명국이가 아버지를 알아보고 달려왔다.

《아버지, 순정이 아버지가 왔어요!》

《순정이 아버지가! …》

조무진은 반가움에 넘쳐 양영식을 돌아보았다.

《정치위원동무, 그 친구가 왔습니다!》

《그 친구라니요?》

《418련대 정치위원… 원참, 선희의 오빠가 말입니다!》

《아이쿠! …》

양영식은 손바닥으로 자기의 이마를 쳤다.

《혹시 녀동생교양을 바로 못한 이 오빠를 달구러 온게 아닐가요?》

조무진은 다짜고짜로 양영식의 팔을 끌었다.

《좌우지간 들어갑시다!》

《가만! …》

양영식은 별안간 주춤거렸다.

《내 곧 뒤따라 들어가겠습니다. …》

조무진은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정치위원을 의아히 바라보다가 서둘러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엌에서 한창 음식을 만들던 안해 정명이 문을 열고 들어서는 남편을 보며 반기였다.

《사무실에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나와야지요. 그래서 부대직일관에게 막 알아보려던 참이였어요.》

《배구경기를 할 때 전화를 걸었댔군!》

때를 같이하여 방문이 열리고 김윤범이 앉은 자리에서 허허 웃으며 머리를 내밀었다.

《이자 오나? …》

조무진은 대뜸 손을 흔들며 엉너리를 쳤다.

《허! 이 친구 정찰을 왔군!》

《정찰이야 뭘, 어떻게 하나 료해하러 왔지!》

조무진은 방안에 들어서서 군모와 군복을 옷걸이에 걸며 그냥 반가움에 넘쳐 친구를 바라보았다.

《몹시 궁금했던게지? 그쪽에서도 바쁠텐데 말이야!》

《그래, 자넨 궁금하지 않던가?》

《궁금해할 사이도 없었네! …》

조무진은 서로 마주앉자 그의 무릎을 철썩 쳤다.

《그래도 여길 찾아올 생각을 다 하구, 선희랑 잘있네!》

《그런가! 사실은 그 애도 그 애지만…》

김윤범은 그제야 자기가 오게 된 리유를 말했다.

《자네도 만나보고싶구해서 도강철공장에 가던 길에 들렸어. …》

《도강철공장에는 왜? …》

김윤범이 오히려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7련대칭호쟁취운동을 한다면서 강재랑 필요없나?》

《왜 필요없겠나. 그런데 어떤 방법으로 뽑아온다는건가?》

《허, 이건 정찰을 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정찰을 당하는군!》

조무진은 뭘 그러냐는듯 거듭 물었다.

《파철을 모아 보내준다는거겠지?》

《다 넘겨짚으면서 꼬치꼬치 묻는군. 파철이야 있지. 포탄깍지, 전쟁시기 파괴된 화차, 레루…》

《그런데 말일세…》

조무진은 갑자기 그의 말을 막았다.

《정치위원이 련대장을 도와 할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자네가 강재를 해결하러 다녀서야 되겠나.》

김윤범은 속이 찔린듯 흠칫하면서도 여유있게 웃었다.

《그게 련대장을 도와주는거지.

걸린 문제를 두고 정치사업만 할것이 아니라 때론 이신작칙도 해야 하는걸세.

혹시 자네 날 책상주의자로 만들려는건 아닌가?》

《책상주의자고 뭐고 내 경우에는 정치위원이 잠시라도 곁에 없으면 안되겠기에 하는 소리일세.》

《그것도 좋은 일이지. …》

김윤범은 잊은듯 조무진의 무릎우에 손을 얹었다.

《이번에 최고사령관동지를 351고지에 모신 자넬 축하하네.

난 자네가 부러워 온밤 잠을 못 잤지.》

조무진은 대번에 심각해져 고개를 가로저었다.

《축하를 받을 자격이 없네. 걱정을 끼쳐드렸으니까. 이미 신문, 방송으로도 다 보도되였지만 우리가 병사들의 누비솜옷 바늘구멍으로 찬바람이 들어간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나?

장군님께서 얼마나 마음에 걸리시였으면 떠나실 땐 고지를 거듭 바라보시며 발길을 쉬이 떼지 못하셨겠나.

명백한건 장군님께서 걱정하시는 군인생활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오중흡7련대자격을 기대할수 없다는걸세.》

김윤범은 조용히 물었다.

《련대에서는 이 후방사업을 해결하기 위하여 어떻게 하고있나?》

《기본은 판정조항에 들어간 후방사업의 물질적토대를 빨리 갖추는거네. 거기에 다 있으니까.

자체의 실정에 맞게 시급히 대책하는것이 있다면 병사들을 위한 날을 운영하는걸세. 우리 정치위원이 그 경험을 창조한 공병련대에까지 갔다왔네. …》

《정치위원과 호흡이 잘되는게지?》

조무진은 빙긋 웃었다.

《잘되네, 정치위원은 인정미있고 좋은 사람이네. 참모부와의 사업을 잘하고있지.

정치부의 강한 뒤받침이 없이 참모부가 제 구실을 할수 없다는거야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반대로 난 정치부와의 사업을 중시하네.

참모부와 정치부가 서로 축구나 배구경기를 할 때도 난 정치부에 배속되고 정치위원은 참모부에 배속되네. 무슨 말인지 알겠나?

군정배합은 이렇게 되여야 한다는걸세.》

김윤범은 그들이 몹시 부러워났다.

조무진이 무척 자랑하고싶어하는 정치위원이 대체 어떤 사람인지 한번 만나보고싶기도 했다.

결과는 어떻든 자기의 녀동생을 우리 련대에 보내려고까지 했던 사람이 아닌가?

《좋구만, 좋은 경험일세! 게다가 자네 역시 좋은 성격의 소유자지. 결단성과 조심성, 요구성과 친절성…》

조무진은 그의 어조에서 친구의 궁근 속내를 짚어본 모양 넌지시 물었다.

《련대장하고 잘 통하지 않는거로구만, 어떤 사람인가?》

《그저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네.》

조무진은 혀를 찼다.

《간단치 않겠군, 자네야 원래 나가자성격이 아닌가. 돌격대에서 중대장을 할 때도 그랬고. …》

김윤범은 열적게 웃었다.

《그게 언제때라고… 외유내강하라는건 정치대학에서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소리네. 그래서 그 성격은 다 줴버렸는데 아무 일에서나 성차하지 않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치고있네.》

조무진은 큰소리로 마주 웃었다.

《그래도 외유내강한다구? 그게 더 자라면 독단이 되는거야.

충고하네만 오중흡7련대칭호쟁취운동에서는 말그대로 련대장이 첫째야. 일단 혁신결의목표가 당위원회에서 통과되면 총적지휘는 련대장에게 맡겨져있어. 련대장에게 군사지휘권을 보장해주지 않으면 이 운동의 전반을 틀어쥘수 없다는거야 너무도 명백한 사실이 아닌가.

그런데 련대장의 이런저런 빈구석을 메꾸어준다면서 정치위원이 나서기 시작한다면 누가 그걸 좋아하겠나.

나도 용납하지 않겠어.》

《나서기 시작한다! …》

김윤범은 껄껄 소리내여 웃고나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자네한텐 내가 그렇게 보이는게지? 하지만 련대장이라면 정치부에 의거해야 하네. 지도요강에도 있지만 키잡이를 정치부가 해야 한다는걸 동무 역시 잘 알아야 해.》

조무진은 너그럽게 웃었다.

《그래서 군정배합이라는게 있지 않나. 판정조항에도 중요하게 반영되여있고… 강철공장에 갔다왔다하는건 좋은 일이지만 그래서 련대장을 꼭두각시로 만들 생각은 아예 말게. 군정배합이 안되면 누굴 잘했다 말해줄 사람은 없어. 그렇지 않나?》

《마음놓게. 우리 련대장은 절대로 꼭두각시가 될 사람은 아니니까. 하지만 오늘 동무의 충고를 전적으로 접수하네. …》

김윤범은 진심에 넘치는 표정을 짓고나서 화제를 돌렸다.

《련대전반적범위에서 일이 잘되여가나?》

조무진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잘되여가네. 난 군인들의 열의를 놓고 그렇게 말하는걸세. 시작한지 얼마 안되였지만 기준이 하나하나 돌파되여가고있지.

하지만 고충도 있네. …》

《고충? …》

《418련대와 대조되는 고충이라 할가. 관하구분대들이 다 산악지대에 들어앉다나니 기동로와 삭도건설이 중요하게 제기되네.

거긴 그런 고충이 없겠지?》

김윤범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동로와 삭도문제 역시 우리한테도 나서고있지만 102련대만 한 고충으로야 될수 없지. 대신 관하구분대들이 고원지대에 위치한 야산을 끼고있다보니 진지건설이 중요하게 제기되네. 적들의 지대는 상대적으로 높고… 그러니 적의 그 어떤 첨단타격수단에도 견디여낼수 있는 진지를 완비해야 하네. …》

조무진은 심중히 고개를 끄덕이다말고 나직이 웃었다.

《그쪽 좋은 경험이나 좀 들어보자구. 군인생활을 개선하는 사업을 어떻게 하고있나?》

《땅크차단물구역의 빈공지를 개간했는데 70여정보는 될것 같애.》

이번에는 조무진의 얼굴에 부러움이 잔뜩 비꼈다.

김윤범의 얼굴에는 신심이 넘쳐있었다.

《앞그루는 감자를 심을 계획이야. 식량보탬이 될테니까, 부식물로도 좋고. 뒤그루는 강냉이를 심어 식량과 사료를 해결할 결심일세.》

《음, 두벌농사를 짓는다, 거참 좋은 생각일세!》

《그런데도 내가 뭐 정찰을 왔다구? 헛참! …》

바로 그때 부엌에서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며 양영식이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김윤범에게 깍듯이 거수경례를 하였다.

《정치위원 양영식입니다!》

김윤범은 황급히 일어나 마주 거수경례를 붙였다. 뚱뚱한 몸과 대조되게 민첩한 행동, 명민한 두눈과 인상좋은 미소가 함뿍어린 양영식에게 대뜸 호감이 갔다. 안해가 이야기하던 미인이라는 녀동생에 비해 퍼그나 수수한 용모였으나 친구의 친구는 제 친구라고 대뜸 마음이 통할듯싶었다.

《반갑습니다! 김윤범입니다.》

양영식은 인사가 끝나자 부엌쪽을 향하여 소리쳤다.

《어서 들어오라구! …》

조무진은 열려진 문쪽을 바라보다 놀랐다. 인선이와 선희가 들어서고있었던것이다.

선희는 오빠의 팔에 매달려 발을 동동 굴렀다.

《오빠! …》

윤범은 오래간만에 만난 기쁨에 눈물부터 흘리는 동생의 잔등을 가볍게 두드려주었다.

《얼굴이랑 볕에 탄게 군인가족의 모습을 다 갖췄구나!》

선희는 오빠와의 상봉이 믿어지지 않는듯 그냥 떨어질줄 모른다.

《오빠, 어떻게 된거예요. 우리 부대에 다 오고! …》

《허참, 내가 여길 오면 안된다더냐?》

조무진이가 옆에서 보다못해 한마디했다.

《선희야, 남편을 소개해야지!》

선희는 황급히 얼굴을 붉히며 등뒤에 서있는 인선의 팔을 끌었다.

《오빠, 우리 인선동지예요!》

인선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다가 황급히 거수경례를 했다.

《제 선희 남편입니다.》

윤범은 덥석 인선의 량어깨를 부여잡았다. 이리저리 보다가 만족스럽게 웃으며 굳게 포옹했다.

《오늘에야 만나보는군. 반갑네!》

조무진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련대적으로 한다하는 정치지도원일세!》

《그러지 않아도 척 보자 정이 끌리고 편안하단 말일세. 하하! …》

모두들 빙 둘러앉자 조무진은 자기 정치위원을 돌아보았다.

《정치위원동무,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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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위에서 계속)

《다같이 한자리에 모여앉는게 더 좋을것 같아 그랬습니다.》

《허참, 그런데 난 이 친구한테 비밀을 다 털리우면서도 그 생각은 아예 못했습니다.》

그 바람에 모두 와― 소리내여 웃었다.

김윤범이도 따라 웃다말고 양영식을 바라보았다.

《정치위원동지, 우리 선희가 가족생활을 잘합니까?》

양영식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쾌활한 어조로 말했다.

《예, 모처럼 찾아왔기에 하는 소리가 아닌데 장군님의 축복을 받은 가족답게 모범을 보이고있습니다. 장군님께서 351고지를 다녀가신 후부터 련대에서는 병사들을 위한 날을 운영하고있는데 인선동무네 가정이 제일 모범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병사들을 위한 김치독도 따로 장만하고 명절이면 색다른 음식을 해가지고 중대를 찾아가는 소행이 이젠 온 련대에 일반화된셈입니다. 부부가 서로 어느 한쪽도 기우는데가 없는 훌륭한 가정입니다. 먼 일도 아니고 며칠전에 저 인선동무는 한 병사의 건강을 회복시켜주기 위하여 자기의 피까지 아낌없이 바쳤습니다.

병사들을 위하는데서 부부일심동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김윤범은 그들부부의 어깨를 량팔에 정겹게 껴안으며 양영식을 향해 감사히 말했다.

《그렇게 일한다니 저도 기쁩니다. 정치위원동지가 잘 이끌어주었기 때문이겠지요!》

양영식은 면구스러워 손을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닙니다. 녀동생 하나 바로 이끌지 못해 련대까지 찾아갔다가 도망가게 한 제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인사를 받겠습니까.

그러지 않아 요즘 그 생각을 하던중이였습니다. 이제 며칠후 선희동무가 석회로를 더 크게 확장할 기술적문제때문에 평양에 갈 일이 있는데 그 기회에 우리 집에도 들려보게 하겠습니다. 마침 어머니의 불편한 다리에 필요한 약초를 전해줄겸 해서 우리 은순이를 만나 영향을 좀 줄 작정입니다.

혹시 그 애가 자신을 새롭게 돌이켜볼지 알겠습니까. 더우기 선희동무야 평양에서 최전연을 선택한 선각자로서 주는 영향이 클것입니다.》

《아니? …》

선희와 김윤범이 거의 동시에 놀란 소리를 냈다.

김윤범은 선희에 앞서 양영식의 결심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부탁인데 녀동생에게 제발 강요하지 말아주십시오. 녀동생을 두고 전번에 취한 방법에 대해서도 솔직히 난 의견이 있습니다. 어쩌면 학생모집이요 뭐요 하면서 녀동생을 막다른 곤경에 밀어넣을수 있단 말입니까? 사실 그때 난…》

김윤범은 조무진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친구를 가만두려하지 않았습니다. 보나마나 각본을 짠 장본인일테니까요. 그때 내가 중대지도를 가고 없었으니 망정이지 처가 얼마나 진땀을 뺐다구요. 그래, 자네 그걸 인정하나?》

조무진은 입맛을 쩝쩝 다시며 참회하듯 고개를 푹 수그려보였다.

《할말이 없네!》

그 바람에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김윤범도 따라 웃다말고 양영식에게 재차 강조했다.

《영식동지, 녀동생을 탓할건 없습니다. 처녀들마다 다 자기 리상과 포부가 있는데 우리가 어떻게 그걸 강요할수 있겠습니까. 누구나 자기가 소유한 재능으로 꼭 있어야 할 위치에서 일할 권리가 있는데 그런 경우 군관의 안해로 되는 길만이 옳은 선택이라고 할수 없지요.

선희야, 그렇지 않니?》

선희는 오빠의 물음에 심중히 고개를 끄덕이였다.

《오빠, 사실 그래요. 그 어떤 사회적소행을 두고 누구에게나 다 그렇게 하기를 요구한다면 그 소행자체가 진실감을 잃어버리게 될게고 사람들에게 주는 영향도 좋지 않을거예요. 특히 결혼과 같은 문제에선 더욱 그렇다고 생각해요.》

김윤범은 또 한번 다짐을 받듯 조무진에게 물었다.

《들었나?》

조무진은 짐짓 두눈을 흡떴다.

《젠장, 이 친구 지금 여길 자기 부대로 착각한게 아니야?》

방안에는 다시금 웃음이 터져올랐다.

때마침 부엌에서 정명이 선희를 찾았다. 이어 두 녀인이 음식상을 마주 들고 들어왔다. 소박한 음식상우에는 류별나게 커다란 삶은 통닭이 놓여있었다. 그것이 군정배합의 산물이 되여 조무진이한테 갈번 하다가 지인선이네 집으로 날아가는가 했더니 정치위원 안해의 손동작이 늦는 통에 결국 이 자리로 오게 된것임을 윤범이로서는 알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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