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미래행 급행렬차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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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편
5
그때 광우는 조용한 사무실에 혼자 떨어져 콤퓨터를 마주하고있었다.
그에게는 위원회에 온 첫날부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스스로 세워놓은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그것은 정보화시대, 지식경제시대에 이르러 교육발전의 새로운 전략을 경쟁적으로 모색하는 세계 여러 나라들의 최근 동향자료들과 교육변혁과정에 찾은 교훈들, 주요문제점들, 교육계에서 이미 정책화되였거나 론쟁점으로 되고있는 현대교수방법과 교수리론들 그리고 교육의 정보화와 관련되는 자료들을 빠짐없이 머리속에 잡아넣는것이였다.
그는 하루일이 끝나고 모두들 퇴근한 뒤끝이면 그렇게 콤퓨터를 켜놓고 교육관련자료들을 들여다보았으며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서도 밤늦도록 그 일에 달라붙었다.
자기의것을 더 훌륭히 창조하기 위해 세계를 알아야 한다는것은 군사일군시절부터 그의 머리속에 인박힌 지론이기도 했다. 그는 성격상 사람들앞에서 자기를 나타내기 좋아하지 않는 성미일뿐 사실상 아는것이 많았다. 그는 콤퓨터를 사랑했으며 콤퓨터에 능했다.
그가 끊임없이 지식의 세계를 들이파는것은 군관학교시절부터 생겨난 관습이라고도 할수 있었다. 한번은 지숙한 나이에 머리가 비상하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한 전술교원이 콤퓨터앞에 앉아있는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동무는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옛사람들의 말을 알고있겠지요?》
광우는 그 말을 전술교원이 무슨 의미에서 상기시켜주는것인지 알수 없어 얼굴이 뻘개서 대답할 생각을 못하고있었다.
전술교원은 빙그레 웃었다.
《농부가 소를 잃으면 손해가 막심한건 사실이지만 외양간을 고쳐놓은 다음에 다시 송아지를 사다놓으면 되오. 내가 말하자는건 군사에선 그 말이 통하지 않는다 그 소리요. 군사지휘관이 한번 결심채택을 잘못하면 돌이킬수 없는 일이 벌어지게 되오. 현대군사과학과 리론으로 준비된 유능한 군사지휘관이 되기 위하여 콤퓨터에 정통하시오. 애당초 〈소〉를 잃지 않게 말이요.》
교훈적인 그 말은 지금도 광우의 머리속에 인박혀있다. 하여 콤퓨터앞에 앉으면 자연히 그 고마운 전술교원이 생각나는것이였다.
《방에 있구만. 지금 바쁘오?》
광우가 미래지향적으로 개선되고있는 중, 소학교교육내용에 대한 자료들을 보다가 생각되는것이 있어 잠시 콤퓨터에서 눈을 떼고있는데 전학선이 자기 방에서 전화를 걸어왔다.
《괜찮습니다. … 시간이 있기에 그저 자료를 좀 보느라고… 왜 그러십니까? 부상동지.》
《시간을 낼수 있으면 내 방에 좀 오우.》
광우는 콤퓨터를 끄고 왜 그러는가 해서 그의 방으로 갔다.
전학선은 하는 일없이 벽가의 긴 쏘파에 앉아있다가 따뜻한 미소로 그를 맞으며 옆자리를 권했다. 부상이 무슨 사업상용무로 그를 오라고 한것 같지는 않았다.
하긴 직무로 보면 김광우는 비록 갓 임명되였지만 위원회에 직속되여있는 부국장이고 전학선은 위원회산하 보통교육성의 부상이니 사업상 직접 련관되는 일은 없었다.
《광우동무가 부국장이 된것을 축하도 해줄겸 조용한 시간에 마주앉아 이야기나 나누자고 그러오. 광우동무가 부국장으로는 금방 됐지만 우리 위원회에 배치받아온지는 몇해 됐는데 그동안 한번 마주앉아보지는 못하지 않았소.》
오랜 대학일군출신이라는 이 부상이 무엇때문에 오늘 새삼스럽게 나를 만나자고 해놓고는 그런 말을 하는것인가? 광우는 머리속에 생각을 굴리며 부상의 얼굴표정을 슬그머니 주시했다.
광우의 그런 속마음을 들여다본듯 부상은 약간 창백해보이는 갱핏한 얼굴에 느슨한 웃음을 실었다.
《광우동무가 중임을 맡은셈이요. 거기 부서의 일이 잘돼야 인재강국으로 솟구쳐오르려는 나라의 꿈이 더 빨리 실현될수 있고 가깝게는 중등교육수준이 시대의 요구에 따라설수 있지 않겠소. 고등교육에서 땅땅 여문 과학인재들을 키워내자고 해도 먼저 중등교육의 질이 올라가야 하겠기에 하는 소리요.
광우동무도 몇해 책임부원자리에 있어봤으니 물론 그사이에 공부도 많이 했을거구 교육사업이란 지휘관의 명령 하나면 다되는 군대에서와는 좀 다르다는것을 알았을거요.》
부상은 무엇때문인지 그 말을 퍽 조심스럽게 하는것 같았다.
광우의 얼굴에 실리는 의혹을 제나름으로 리해한듯 부상은 미안해하며 가볍게 손을 내저었다.
《지금이야 과학이 나라의 국력을 결정한다는 확고한 인식이 지배하는 시대가 아니요. 그래서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교육발전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있는것이지. 둘러보면 나라마다 교육발전전략도 새롭게 세우고있소. 명백한건 교육을 어떻게 하면 발전시키겠는가 하는 문제가 오늘날 인류의 사색에서 많은 령역을 차지하고있다는거요. 생존을 건 치렬한 경쟁마당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모지름이라고도 할수 있지. 이거야 사실 부국장동무도 다 아는 문제인데…》
부상은 여기서 말을 끊고 별로 소심하면서도 소탈하고 허심한 인상을 자아내는 미소를 얼굴에 실으며 김광우를 건너다보았다.
《부상동지두!》
《내가 새삼스럽게 이 말을 하는건 말이요, 우리도 분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말을 하자는거요. 교육에서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라는 종당에 후진국이 되고마오.》
나라의 교육문제를 두고 항상 사색하며 머리를 쓰는 사람만이 할수 있는 말이였다.
교육에서 진보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나라가 후진국이 된다! 얼마나 심각한 정의인가! 교육이 그처럼 나라와 민족의 흥망이 달려있는 중대한 사업이기에 위대한 수령님들께서는 건국의 첫기슭에서부터 오늘을 내다보시고 세상에서 가장 우월한 교육제도를 마련하시여 우리 인민 누구나 돈 한푼 안 들이고 마음껏 공부할수 있게 해주신것이 아니겠는가.
부상은 잠시 생각에 잠기는듯 하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린 마땅히 이 훌륭한 교육제도를 발전시켜 나라의 믿음직한 기둥감들을 키워내야 하겠는데 현실은 아직도 시대의 요구를 따라서지 못하고있지 않소.
우리 중등교육의 실태도 같소. 학생들에게 쓸모있는 지식을 배워주어 응용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말들은 많이 하면서도 교원들부터가 교과서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그치는 지식전수위주의 교수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고 학생들은 그들대로 대학에 가기 위한 공부,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하는 편향들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있단말이요.》
광우는 이 고정한 학자풍의 일군이 무엇때문에 자기를 만나자고 했는지를 알았다. 나라의 교육문제를 놓고 생각이 깊은 오랜 일군앞에서 머리가 숙어졌다.
《고맙습니다.》
《허, 그건 무슨 소리요? 부국장동무.》
《저를 위해 좋은 말씀을 해주자고 이렇게…》
전학선은 소탈하게 웃으며 손을 홰홰 내저었다.
《너무 겸손해서 그러지 마오. 그러지 않아도 위원회당비서동지한테서 다 들었소. 군관학교 최우등졸업생이고 지금도 공부를 많이 한다더군. 군대에서 오래동안 복무하다가 제대된 내 오랜 친구 한사람을 만났던적이 있는데 그도 동무에 대한 말을 하더구만. 군관학교때엔 각이한 지형과 정황조건에서의 병종간협동을 내용으로 하는 전술방안을 내놓아 소문을 낸적이 있다고 말이요.》
《…》
전학선은 다소 민망스러운듯 얼굴이 벌개지는 김광우의 표정을 얼핏 띠여보고나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만나자는건 뭐 다른 일때문이 아니요. 난 그저 부국장동무와 마주앉아 교육문제를 놓고 이야기나 나누고싶었을뿐이요.》
광우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부상동지, 그렇다면 제 생각하는걸 하나 말할가요?》
《뭐요?》
《이건 사실 제가 위원회에 처음 와서 책임부원을 하면서부터 생각해온 문제입니다. 학생들의 학습열의를 높여주고 교과서를 그대로 외우는 식의 공부에서 벗어나자고 해도 지금의 대학입학시험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 전국적인 대학입학시험을 국가가 통일적으로 장악지휘할수 있게 원격시험체계로 넘어가자는것입니다.》
전학선은 혼자소리로 외우며 한동안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들어 부국장을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결심하고 하는 말이요? 아니면 생각해보는중이요?》
《아직은…》
《물론 동무의 말대로 현재의 시험제도에 문제가 있는것은 사실이요. 교육의 정보화가 본격화되는 오늘의 시대적요구에 비추어봐도 그렇소.
하지만 서지시험제도를 페지하고 당장 원격시험으로 넘어가는 문제는 많은걸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제기하는게 좋겠소.》
부상방에서 나올 때 광우의 머리속에는 하나의 의혹이 생겨났다. 교육문제에 박식하며 나라의 교육발전을 놓고 생각을 많이 하는것이 분명한 이 부상이 현재의 시험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그리고 새로운 시험제도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것은 무슨 뜻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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