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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떠난 뒤
(블로그 ‘변방에서 중심을 조각한다’ / 아방나찰 / 2010-08-18)
당신이 떠난 뒤
천신만고 끝에 광장은 열렸으나
후예들은 여전히 갈팡질팡하고 있고
행동하는 양심들은 뿔뿔이 흩어졌으며
강은 피를 토하며 죽어가고 있다.
당신이 떠난 뒤
개성공단에는 기계가 멈춰버렸고
금강산 가는 뱃길은 끊어졌으며
동해와 서해에는 전운이 감돌고
평화는 아메리카와 차이나의 손에 넘어갔으며
북한 동포는 끝없이 굶어 죽어가는데
남아도는 쌀은 막걸리로 변신하였고
남과 북은 다시 낯익은 원수가 되었다.
당신이 떠난 뒤
나라의 위신은 땅에 떨어졌고
100년 만의 경술국치를 맞이하여
스스로 사대(事大) 식민지로 예속되는
국치(國恥)는 다시 반복되고 있다.
당신이 떠난 뒤
청년들의 꿈이 삽질에 찍히는 동안
중산층은 서민이 되었고
서민은 빈민이 되었으며
빈민은 당신 따라 저승행 티켓을 끊었다.
당신이 떠난 뒤
못된 신문과 못난 방송은
남아 있던 외눈마저 감아버렸고
그 화려하던 입은 더욱더 삐뚤어졌으며
빛나는 악의 침묵은 길어졌다.
당신이 떠난 뒤
불타는 망루에서 숨진 아비의 아들은
아비를 죽인 살인자로 감방에 갇혔고
이들을 무도하게 징치한 권력의 개들은
승승장구 출세가도에서 짖었다.
당신이 떠난 뒤
권력을 쥔 자들의 가렴주구는 더욱 드세졌고
위장 전입과 부동산 투기쯤은 청문회에서
시빗거리도 되지 않았으며
거짓말은 진실처럼 산하를 덮었다.
당신이 떠난 뒤
낱낱의 사람들은 속으로 화를 키우며
염치없는 세월에도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식은 퇴식(退食)밥에 심장을 꽂아놓고
흔들리는 촛불을 본다.
당신이 다시 돌아올 수는 없지만
남은 우리는 또 어찌어찌 구차하게 연명하며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분기로
일용할 양식을 대신하며
하루하루 절치(切齒)의 땀을 뜨듯 그렇게
또 그렇게 희망의 등신불로
숨처럼 쉼처럼 끊어질 듯 이어질 듯
어깨를 겯고 둔갑해갈 것이다.
끈질기게 둔갑해갈 것이다.
저들은 이내 쓰러질 것이므로
다시 원칙과 상식 그리고 양심과 평화가
우리의 밥상에 따뜻하게 오를 것이므로
가끔 텅 빈 광장에 깃발이 펄럭일 때
우리는 당신이 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노란 바람과 함께 목도할 것이다.
※ 사진 - ⓒeditoree
아방나찰
출처 : http://blog.ohmynews.com/limbo/34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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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姐姐님의 댓글
金姐姐 작성일글 시원하게 잘 썼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