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 내에서의 의회 FTA 비준 촉구 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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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제가 다니는 성당에서는 한미 FTA 조속 체결을 위해 미국 의회에 요청을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서명을 받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놀랐습니다. 이 사안이 그렇게 쉽게 우리가 '찬성'을 하고 나서야 할 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서명운동을 주도하고, 또 서명을 받으셨던 분들께서 순수하게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랬다는 것은 백번 이해하고 남습니다. 그러나 FTA의 찬성은 정말 다시금 재고하고 재고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솔직히, 이 문제가 일반 동포사회에서까지 다뤄지는 데 영사관이나 본국정부의 입김이 없었을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만...
FTA, 그러니까 '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 은 일견 우리에게 매우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자동차와 핸드폰 등을 관세 없이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미국에 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미국의 상품들이 우리 소비자들에게 싸게 공급된다는 것, 그리고 양국의 관세 없는 자유로운 통상 속에 관계가 증진된다는 믿음... 여기에, 자원이 부족하고 인력과 기술만 있는 우리 나라의 경우 믿을 곳은 해외통상밖에 없다는 설명들. 이런 것들은 FTA를 보는 시각을 매우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런 입장이 우리 정부가 FTA의 조속한 타결을 위해 우리 해외동포들에게 설명한 입장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FTA는 말 그대로 '자유무역협정' 이지만, 그것은 '관세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합니다. 즉, 국가간 통상에 있어서 가장 큰 배리어라고 할 수 있는 관세장벽을 없애고 상품교역을 자유롭게 하자는 데 그 핵심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얼마전 워싱턴주 동부로 여행을 갔다 왔습니다. 그곳에서 자라는 온갖 작물들과 밀, 과일, 포도 등을 보면서 여기서 생산되는 농산물의 양으로만도 몇개의 나라를 충분히 먹여살릴 수 있겠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미 FTA에서 제일 크게 다뤄지는 분야가 농업인 이유는, 바로 이같은 농산품들이 관세 장벽 없이 우리나라로 수출될 수 있는 길을 미국이 트겠다는 것도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미국에서 저렴하게 생산되는 좋은 농산물들이 한국으로 싸게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싸게 즐길 수 있다면 좋은 일이겠지요. 그렇다면, 그것은 한국의 농업엔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요? 가뜩이나 미곡 생산에 치중하는 단일농업의 비율이 아직까지 가장 큰 한국에서 캘리포니아산의 캘로즈 쌀이 무관세로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아마 우리나라의 농업의 기반인 벼농사 자체는 그 근간을 잃어버릴 것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입니다.
FTA는 식량주권의 포기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이를 반대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농업 근간의 박탈이란 결국 한 나라의 식량주권 포기를 말하는 것입니다. 중동의 석유위기 이후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의 식량 대량 생산국들은 공공연히 식량무기화를 선언해 왔습니다. 얼마전 한국 내에서의 밀가루 값 및 과자, 빵류의 가격 급등도 러시아가 흑해산 밀에 대한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고 묶었기 때문이죠. 식량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 가지고 싶은 전화기는 참았다가 다음에 가져도 되지만, 오늘 고픈 배는 내일 채우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미 영세성, 그리고 농가부채 등으로 계속해 해체의 길을 걸어야 하는 한국 농업에 있어서, FTA의 타결은 그들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것은 왜 지난 1999년 시애틀에서 '세계화 반대'라는 기치를 걸고 수많은 사람들이 WTO 반대 시위를 했는지를 설명해 주는 것입니다. 그것은 주권의 문제이며, 나아가 경제와 사회정의의 문제, 그리고 생명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공산품에 관해 관대한 수입을 하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자국 내에 이런 산업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미국 안에서 TV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왜 이들이 외국의 공산품을 보다 저렴하게 가져오기 위해서도 FTA가 필요한가를 설명해 줍니다. 한국의 입장에서, 미국에서 현재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공산품은 휴대전화일 것입니다. 자동차 역시 점점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그래도 셀폰 하면 한국이라고 해 왔을만큼, 우리나라의 셀룰라폰의 인기는 정말 높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허상이라는 것이, 이번 아이폰 4 예약사태를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진짜 신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신기술로 만들어낸 제품이 '무관세'로 한국으로 흘러들어갈 때, 우리나라의 휴대전화시장이 어떻게 될까요? 이미 아이폰 하나만으로도, 우리나라의 기존 손전화 시장은 교란될대로 교란된 상태입니다.
FTA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 적어도 제가 보기엔 - 금융시장 개방의 문제입니다. 건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은행은 예금주들의 예금을 모아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기업은 생산활동을 통해 이윤을 만들고, 이것을 통해 자기들이 만들어낸 이윤을 '임금'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 환원하며, 그렇게 지불된 돈은 기업 제품의 구매력이 되고, 또 은행에 다시 재예금되어 자본이 선순환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개방은 이같은 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체이스 맨하탄 같은 세계적 은행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영업을 한다고 합시다. 이들이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 중 어느쪽에 먼저 돈을 빌려주려 할까요?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미국 기업이 한국에 들어와 이윤을 만들고, 그것을 세금도 내지 않고 그대로 미국 은행을 통해 이윤만 빼 간다고 합시다. 이것도 그렇게 나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그러나 생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투기성 자본이 마음대로 들락날락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FTA 가 가진 가장 큰 파괴력이 무엇인가를 재고해봐야 할 것입니다.
이미 김영삼 정권 시절,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의 규제와 간섭을 최소화하고 오로지 이윤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갑자기 제도와 인프라 등 모든 것을 신자유주의화하고 있는 세계 경제의 틀 안에 갑자기 뛰어들게 됐습니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습니까? 허수의 경제인 '지표'와 '주가 상승곡선'속에서 우리는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고, 투기자본은 그때 한국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초 고수익을 만들고 나서 자기들의 자본을 뺀 자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서 한국경제는 마치 기둥을 뽑아 버린 집과도 같이 무너져내려버리고 말았습니다. FTA란 이 신자유주의의 극대화된 국가간 관철 형태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적어도 '미리 준비는 하고 뛰어들어야' 할 것 아니겠습니까.
30년전, 미국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의 주도로, 그리고 영국에서는 대처 수상의 주도로, 당시 기업의 생산성을 해치고 있는 것으로 여겨졌던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복지정책을 축소하며, 기업의 생산성 극대화와 이윤 창출의 극대화를 위해 온갖 규제를 풀어주었습니다. 이른바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우는 이 정책으로, 미국의 대기업들은 크레딧카드를 발행할 수 있게 됐고,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 것을 피해 해외에 공장을 지을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이것은 나중에 북미무역자유화협정(NAFTA)으로 구체화됐습니다. 그 결과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갔고(특히 멕시코처럼 임금이 저렴한 지역으로), 원래 이 기업들을 위해 일하던 노동자들은 당연히 대량해고됐습니다. 그것은 결국 미국 안에서 '중산층의 붕괴'로 이어지는 사태가 됐고, 이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와 미국의 기업들의 제품을 살 수 있는 미국인들이 층이 점점 엷어졌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 우리는 유래없는 불황을 맞고 있습니다. 돈을 쓸 수 있는 계층이 엷어지는데 경기가 살기를 바랄 수는 없지요.
거의 '소비경제'로만 운영되는 미국의 경제에서 소비자층이 없어지자, 대자본측은 투기경제를 키워 소비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거품'입니다. 닷컴 열풍부터 시작해서 얼마전의 부동산 거품까지, 미국 경제는 신자유주의화 이후 스스로 붕괴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실물 지지대가 없는 미국 경제가 살아나려면 자유무역이라는 허울을 통해 투기자본의 팽창을 꾀해 살아남는 길밖에는 없습니다. 그리고 FTA는 그것을 이뤄줄 수 있는 미국의 유일한 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수많은 불평등한 조건들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FTA는 '자유무역'을 내세우며 국가의 기업보조를 최소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양곡농가에 지금처럼 보조를 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럴 경우 쌀 농가들의 파산은 뻔합니다. 옥수수같은 경우, 지금까지 다른 나라들과의 자유무역협정의 예를 봤을 때 미국은 주정부 단위에서 농가들에 보조를 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연방정부 차원의 보조'가 아니기 때문에 '합법'입니다. 이런 불공정한 경쟁 속에서의 FTA라면,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 것인지 분명히 재고해봐야 합니다.
FTA 는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질 것입니다. 사교육 부문이나 유통업 부문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며 심지어는 의료나 우정서비스 같은 부문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가 여기에 경쟁할 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저 보이는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FTA에 대한 찬성과 비준을 촉구한다면, 그것은 사회 계층의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자본만을 고려한 경제정책과 그 실천과정에서 더욱 큰 비인간화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FTA, 저는 반대합니다. 만일 FTA를 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정치인들이나 무관세로 미국을 비롯한 타국에 수출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봅니다만.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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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아무 생각없이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것이라해서 무작정 찬성하는 것에 그치지않고
서명운동까지 한다니 참 한심합니다.
저들이 국민들에게 이익이 될 일이라 판단하고
서명운동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미쳐가는 정부나 대기업의 하수인 노릇을 한다는 것을
제정신이라면 알 것이고..
홍길동님의 댓글
홍길동 작성일
몇 해전 여름 한국에서 FTA 반대 시위대가 시애틀에 와서 다운타운 4가 와 파브릭
마켓에서 시위 하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당시 국회의원이던 강기갑의원 과의 만남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