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형 사회의 경이로운 군사적 몰상식과 무지(1) > 통일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통일게시판

군사형 사회의 경이로운 군사적 몰상식과 무지(1)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나그네
댓글 2건 조회 16,374회 작성일 10-08-30 21:56

본문

군사형 사회(Militarized Society)의 경이로운 군사적 몰상식과 무지(1)

                   -침몰된 천안함보다 더 위태로운 대한민국 사회-

 

 

                           군사형 사회의 어두운 등잔 밑

  남과 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너무도 다른 이질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남북 공히

군사형 사회라는 특이함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분단정권수립으로 촉발된 3년간의 치열

한 한국전쟁에도 불구하고 현상유지를 재확인하는데 그치고 만 정전협정. 이후 60년이

넘게 지속된 분단으로 인한 남북 상호간의 대립과 반목은 천문학적인 군사비의 소모와

더불어 남북 모두를 강고한 군사형 사회(혹은 병영국가)와 국가지상주의의 나라로 만

들어 버렸습니다. 한국사회는 그간의 민주화로 인해 많이 탈색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과 북 모두 병영사회의 주요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남한 사회 남성 대부분은 군대생활을 경험하고 있고, 자주 꾸는 악몽

중 하나가 다시 군대에 끌려가는 꿈일 만큼 여러 층위에서 트라우마와 억압의 기재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점에 관해서는 북한사회 역시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국가의 GDP 40%가까이를 무려 30년이 넘게 군사비로만 충당하고 있는 사회의 핍잔

함과 황폐함이야 미뤄 짐작이 갑니다. 군국일본은 불과 2-3년간 그 미친 짓(40%이상을

군비에 투자하는 과도한 국력과 재력의 탕진)을 하고서도 온 나라가 결딴이 났죠]

 

   그러나 이토록 강고한 군사형 사회가 "등잔 밑이 어두운 격"으로 군사적 인식이나 군사

문화의 저변이 사실상 없다시피 하고 유달리 이 분야에 관한한 미신과 무지와 맹신과 몰

상식이 넘쳐난다는 점은 참으로 불가사의하기조차 합니다. 특히나 46명의 젊은 목숨들을

앗아간 천안함 사고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 우리 사회의 양상은 몰상식과 미신이 극에 달

했다는 표현으로도 오히려 부족합니다. 군대 가서 총을 쏴본 경험이 있는 남자들이 거의

대다수를 점유하는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불가해한 일들이 가능한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습니다.

 

   만약에 이번 천안함 사고가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선진국가, 예를 들어 미국이나 유럽

에서 발생했다면 과연 국방부를 비롯한 정부가 사건 발생 한 달이 넘도록, 선체가 모두

인양이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원인조차 모른 채 이토록 미궁에 쌓여 있을 수 있을까요?

수많은 언론매체들과 방송들이 하나 같이 원인규명에 대해 객관적인 접근은 고사하고 철

저히 앵무새가 되어 정권과 군당국이 불러 주는 대로 온갖 억측과 걸작 판타지 소설을 찜

쪄먹을 수준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시는 일련의 모습들은 우리 사회의 진정한 위기가 시

작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길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지금 대한민국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그럴 가능성도 사실은

은 희박하지만)했다면, 가장 발끈했을 했을 집단은 바로 예비역 장교들과 부사관들었을

겁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병사들의 죽음의 진상

을 밝히라고 연일 국방부 앞에서 시위를 했을 것이고 아마 이들의 맨 앞에는 예비역 해군

제독들이 줄줄이 서있었을 겝니다. 판타지를 써댄 언론사 건물에는 분노한 그들이 던진

계란과 토마토가 날아들어 범벅이 된지 오래였겠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선진국들과는 정반대로 이들 군경험 전문집단이 정부나 군당국

보다 한발 더 앞서서 온갖 소설과 억측들을 양산해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알 수 없는 것, 혹은 미지의 대상에 대해서 두려움을 가집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서 우는 이유도 그 때문이라지요. 우리는 대다수 남성들이 군대를 경험

했고 사회 전반에 이토록 강고한 군사문화(까라면 까는 상명하복의 문화, 과정보다 결과

를 더더욱 중시하는 풍토, 약자와 소수자를 배려하기보다는 약육강식 혹은 오직 강한자만

이 살아남는다는 정글의 법칙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군사현상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 어김없이 무지와 미신이 판을 치는 이유를 따져봐야 합니다.

 

   사실 천안함 사고를 계기로 재인식되었다 봐야지, 한국사회의 "군사적 무지몽매 현상"

과 "군사상황만 발생하면 패닉상태(정신적 공황상태)가 되어 이성적 판단이나 분석적인

사고가 아예 멈춰버리는 고질병"은 이미 반세기를 넘은 만성적 정신질환에 가깝습니다.

지금 한 달이 넘게 천안함 사고를 둘러싼 진실규명은커녕 날이 갈수록 북한에게 책임소

재를 돌려버리는, 근거 없는 어뢰공격설을 기정사실화하는 한국사회의 이른바 여론주도층

과 주요수구언론들 그리고 이들을 강력하게 지탱하고 있는 이른바 한국내 군전문가 집단

들은 냉정히 말해 정신병 중에서도 중증 질환을 앓는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듭니다.

 

   인간이 지혜가 발달하기 전 시절, 어둠에서 생래적 공포를 느꼈던 인류는 불을 발명한 이

래 꾸준하게 어둠을 정복해왔고 이제 인류는 오히려 밤에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다방면에

서 밤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듯이 우리도 언제까지 이 난치성 질환을 그대로만 둘

수는 없습니다. 더군다나 군사분야는 시대를 초월한 최우선 과제입니다.

  군사적 무지몽매는 국가와 민족의 생존과 직결되는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는 천

안함사고를 계기로 우리사회가 얼마나 위기에 취약한지, 또 위기상황에서 왜 매번 이와

같은 정신적공황과 공포가 극에 달해 우왕좌왕하게 되는 근본원인을 고찰하고 이의 해결

을 모색해야 합니다.

 

 

                 근본치료가 시급한 유전성 황군병(皇軍病)

   이쯤에서 대한민국 사회에 왜 선진국 수준의 군사문화가 자생하기 어려운지, 그나마

존재하고 있다는 소위 그 방면 군사적 가치관이나 행동양태들의 원류와 기원이 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자의 병력을 알아야 치료가 가능하듯이 말입니다.

 

여기서 또 한 번 잘못 끼운 첫 단추, 대한민국 현대사로 자연스럽게 회귀합니다.

 

   우선 군 창설 자체가 우리 현대사에서 수치스럽기 짝이 없는 출세지향 반민족 부역자

집단에 의해 주도되었다는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심각한 건

그것이 역사적으로 완전히 정리가 되어 이제는 그저 한낱 과거의 일이 된 게 아니라

여전히 현존하는 실존이라는 겁니다. 일본군 혹은 만주군에 부역했던 이들이 주도했던

창군과정에서 그들이 과거 일본군에게서 배우고 체화했던, 이른바 황군문화(皇軍文化)가

고스란히 우리 군에 이식되었고 이제는 유전적 질환이라고 봐야할 각종 악습들을 지속

적으로 확대 재생산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가혹하게 상황을 표현하면 대한민국 군대에는 현재 일본자위대보다 더 많은 쇼와

일본황군의 전통과 유습이 남아있다고 봐야할지도 모릅니다.

 이런 기형적 출생의 배경은 결국 한국군대의 정체성과 전통의 측면에서 매우 근원적인

한계와 취약성을 내재시킵니다. 합리적인 정체성의 근거 뿌리가 아예 없거나 있어도

매우 허약한 체질을 가진, 그러면서도 군대가 가진 근원적인 폭력성을 제어할 줄 모르는

무력집단으로 잘못 탈바꿈되었고 이후 역사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이러한 비극적인 사실들은 우리 역사에만 있었던 일들은 전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른바 선진국들은 군에 대한 확고한 문민통제의 전통이 있고 "시민을 지

키는 군대"라는 기본 책무에 대한 인식과 전통이 확립되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선진국의 군대들치고 자랑스러운 군사적 전통이 없는 군(軍)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미군은 부당한 왕정의 간섭에 항거해 일어선 독립전쟁의 전통으로부터 시작해 2차대전

을 승전으로 이끌며 전체주의로부터 세계의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는 긍지와 여전히 지구

의 경찰 노릇(요즘은 예전 같진 않지만)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프랑스군은 대혁명의 전통과 그 혁명사상을 유럽 전역에 전파했다는 역사가 있습니다.

그들 혁명군이 불렀던 군가 "라 마르세예즈"는 그 살벌한 내용(조국 땅의 이랑에 적들의

피가 넘쳐흐를 때까지 죽여주시겠다는)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프랑스의 공식국가입니다.

이스라엘에서 군인이 되면 그들은 외세와 싸우다 패해 결국 국권을 상실하고 만 마사다

의 비극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러시아군 역시 나치와 피 튀기게

싸웠던 대조국전쟁(2차대전을 그렇게 부르죠)때처럼 어머니 "러시아 땅"을 유린하려는 그

어떤 자들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의식을 군인이 되면서 치릅니다.

거의 500년에 걸쳐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영위했던 영국은 전국 구석구석 군사박물관

이나 기념물이 없는 곳이 없고 수백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그들의 부대들은 아예 자체적

으로 부대역사박물관을 운영할 정도로 자신들의 과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합니다.

 

    그런데, 한국군대는 어떠할까요? 안타깝게도 우리 군대에는 오랜 군사적 전통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 같은 자랑스러운 전통이 아예 없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한국 현대사에서

군이 개입했던 역사들은 민주주의를 탄압하고 민족정기를 거스르는 불미스러운 사건들이

대부분입니다. 자부심이나 긍지가 없는 군대, 군의 패트런인 시민에게 사랑받지 못한 군

의 전형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 군대라는 사실은 한국현대사가 그 증거입니다.

 

  제주 4.3 학살과 여순 학살, 보도연맹학살, 국민방위군 사건으로 대표되는 분단과 한국

전쟁 당시의 민간인 학살은 물론 4.19혁명으로 세운 민주주의를 짓밟은 5.16군사반란,

12.12 군사반란, 80년 5월 광주학살까지 군과 연관된 대한민국현대사는 거개는 수치스런

일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군의 본분인 그 나라 시민들의 생명과 터전을 지킨

게 아니라 역사의 주요시점마다 소수의 권력자들과 수구기득권의 이익에 충실히 봉사

했던, 냉정히 말하면 진짜 주인을 배신하고 되려 주인행세를 해온, 본분을 잊은 종복의

무약방자함이었습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 군대들처럼 조국이나 그 주인 되는 시민들을,외침이나 위험으로부터

지켜낸 자랑스러운 역사나 전통이 있을리 만무하고 기껏 내세우는 게 결연(?)한 반공통일의

의지로, 북한 김일성 김정일로 상징되며 아직도 북한 땅을 불법점거하고 있는 공산 괴뢰 집단을

때려잡겠다는 것이 한국군의 존재이유로 교육되고 있는 게 고작입니다.

  그러나 보편적 역사의 관점에서 같은 동족과 싸운 내전의 역사나 그 부산물들이

그 나라 군대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나 존립근거가 되기엔 너무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금 한국군이 존립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반공이나 혹은 대북적개심 고취과 같은 명제들은

명백히 분단과 냉전구조가 낳은 기형적 산물입니다.

 

   그토록 호전적인 미국도 남북전쟁으로 6년여를 싸우고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전사상자를

냈지만 미국 군대 어디에도 남북전쟁이 미군의 자랑스러운 전통이나 존립근거로 얘기되

는 일은 전혀 없습니다. 심지어 승전했던 북군의 장군들조차 자신의 전공을 자랑한 사람

은 단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현 대한민국 군의 존립근거는 대부분 한국전쟁에

서 동족인 북한과 싸워 이뤄낸 것들이고 그나마도 대부분 국지적인 승리들을 필요이상

으로 과장(한국전쟁 당시 북에게 당한 결정적인 패배 혹은 전선의 붕괴를 초래했던 모든

주요 패전은 전부 한국군 담당 지역에서 발생했었고 한국전당시 치욕적인 패전 역시 대부

분 우리군과 연관이 있다는 점은 부인되기 어렵습니다)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자랑이

나 미덕 혹은 전통이 될 수 없습니다. 그토록 조선일보가 부러워하고 걸핏하면 인용해대

는 세대와 세대에 걸친,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로 이어지는 미국의 군사적 전

통의 사례들이 우리사회에서 불가능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동족인 북한과 싸워 국지

전에서 몇 번 이긴 것이 자랑일 수 있을까요?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 하는 데 더 능숙

했던 군대가 후세에 어떤 미덕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민주주의를 지키기는커녕 독재와

폭력을 합리화하는 데 앞장섰던 군에게 긍지나 자부심은 동네양아치건달 수준이상을 바

라기 어렵습니다. 대한민국 군대의 역사는 자랑이나 전통보다는 추문에 가깝고 이러다

보니, 뭔가 전통으로 삼아야 할 것들이 없거나 매우 억지스레 포장하게 됩니다.

 

   국군의 날이 한국전쟁 당시 38선을 넘어 북진한 날을 기념하는 것이라던가, 헌법전문에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적혀있음에도 광복군이나 독립군 출신 육군참모

총장은 단 한명도 배출되지 않았다던가, 거의 50년이 넘는 항일 무장독립투쟁의 역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고 많던 독립군의 군가들 중 현대의 우리 군이 따라 부르고 있

는 군가는 아예 없다시피 하면서도 우리 군의 현재 군가는 대부분 쇼와 일본황군의 군가

처럼 7.5조가 대부분이라는 것 등등... 한국군의 정체성에는 태생적 한계와 구조적인

문제가 그대로 상존하고 있습니다. 이렇게나 자랑스러운 전통이 없다는 건 한국군대의 유

전적 허약성을 잘 말해 줍니다.

 

   이 태생적 결함은 바로 대한민국을 건국했다는 건국주도세력 그리고 이른바 창군주도세

력의 작품이고 친일부역의 무리들이 우리 군 창설을 주도하면서 발생한, 잘못 끼운 첫 단

추이자 태생적 구조적 한계입니다.

우리 군은 과거와의 단절을 통한 역사적 정리와 현대적 합리와 이성에 근거한

군 정체성 확립이 없는 한, 계속 이 난치성 유전질환을 앓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저들 창군주도세력들은 병사를 양성하되,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생각

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현대전에 적합한 능동형 군인 대신, 상명

하복의 미명하에 명령만 내리면 무조건 싸우는 전사(warrior) 혹은 전투에만 능숙

한 싸움기계(combat machine)양성에만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게 되었고 이후 한국

사회의 군사문화 혹은 군사담론은 무지와 몽매, 미신과 잘못 미화된 신화가 찬양되

는, 다분히 구시대적 양상을 띠게 됩니다.

 

    권위주의 독재 통치기간 내내 현대사 교육이 사실상 멸종해버렸던 것과 같이 우리 군

역시 다른 선진국 군대처럼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능한 정상적인 정체성 확립

이나 정훈교육이 아예 불가능했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시키는 대로 해(라고 쓰고 '까라

면 까'로 읽어야겠죠)! 이 분야에 대해선 뭘 알려고 하지마! 알면 다쳐!!"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레 형성된 것이지요. 최근 들어 천안함 사건 진상규명과정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신상철씨에게 모처에서 협박성 전화가 오는 것이라던가, 김태영 국방장관이 참

여정부시절 안보관계 비서관의 너무도 당연한 발언을 문제 삼아 고소했던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겠습니다.

 

    창군 이래, 한국사회남자들이 대부분 총을 쏠 줄 알고 각개전투에는 능하지만, 실제

군사현상이나 전쟁사 혹은 전쟁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같은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인식은

아예 전무한 기형의 현상이 자연스럽게 발생해 왔고 이는 반세기를 넘게 지속되었습니

다. 그러니 천안함 사고와 같은 상황에서 당연히 미신과 억측과 무지몽매가 판을 쳐도

그러한 현상 자체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군사

관련 인터넷 카페나 동호회조차도 별반차이가 없습니다. 그들 대부분이 군사무기의 스펙

이나 사진에 대해서는 일본오타쿠들을 능가하는 전문가들이지만, 막상 군사현상이나 전쟁

의 본질과 같은 근원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닥치고 반공!"외엔 할 말이 없는 인생들이 그

들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그러니 군사관련 카페들일수록 어뢰설과 북한책임설에 더 목청

을 높이고 있거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정치성 발언으로 되려 규제를 하고 있

을 지경이니, 말 다 했다고 봐야겠지요. 군사학은 명백히 정치학의 한 분야이건만 군사관

련해서 정치발언은 절대로 안 된다는 발상자체가 우리 군사문화의 저급성과 수준을 대변

한다 하겠습니다. 저들에게 "전쟁은 피 흘리는 정치다"라는 말은 이해불가의 외계어?)

 

  그런데 이러한 한국군의 원조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쇼와 일본황군이 어떤 존재였는가

하면, 30년대 군국파시즘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일본육사를 시찰했던 독일육사의 교장

은 소감을 묻자, 동맹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육사의 교육이 지나치게 스파르타식이

다"라는 쓴소리를 했습니다.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사관양성으로 과거 프러시아 시절부

터 정평이 높았던 나치독일에서 온 군인의 눈에도 이미 일본육사는 정상이 아니었지요.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일본육사는 서구 사관학교의 거의 3배가 넘는 시간의 교육훈련을

하는 인간한계에 가까운 혹독한 과정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과정에는 서구의 사관생

도들이 필수적으로 배우는 전쟁의 본질 혹은 과거 전쟁사에 대한 이해과정들이 결여 되

어 있었습니다. 그 결과 2차대전 내내 일본육군의 지휘관 대부분은 현대전에 대한 이해

가 부족했고 너무도 비현실적이고 무모한 돌격 작전만을 고집하다 엄청난 부하들의 희

생과 참패와 졸전을 거듭해야 했습니다. 결국 2차대전 참전국가 중 가장 시대에 뒤진

지상군이라는 최악의 혹평을 듣습니다. 오죽했으면 후일 자국의 역사가에게조차도 '시대

에 뒤진 3류 군대'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을까요.

 

  이렇듯 전쟁의 본질을 오독하여 그저 싸움만 하면 장땡인 전사만들기에 혈안이 되었다가

나라를 패망으로 몰아넣었던 군대에게서 훈련을 받았던 자들이 주도해 만든 대한민국 군대가

그와 똑같은 양상의 "저질 군사문화" 혹은 "군사문화의 사막화"현상을 초래하는 것은 전혀 우연이 아닙니다.

팥 심는데 당연히 팥이 날 밖에요. 그런데도 우리네 공식 군역사에서는 이들 시대에 뒤진 3류 군대 출

잔당들을 창군의 과정에 등용한 것을 '해방 직후라 너무도 인재가 부족해 부득이 일본군 출신일망정,

군의 경험이 있는 인재들을 등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라는 식의 다분히 억지스런 합리화와 변명이

횡행하거나, 아예 그런 부분은 철저하게 은폐 혹은 생략해버리고 있습니다.

 이러니 군의 전통이나 정체성이 반세기가 넘도록 제대로 뿌리를 내릴래야 내릴 수 가 없는 것이지요.

창군주체도 떳떳하질 못하고 현대사에서 민폐만 가득한 과가 공을 압도해버리니, 무엇인들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이러니, 동족과 싸우면서 38선을 넘었던 날이 당당하게 국군의 날이 되고 정작 소중히

하고 전통으로 삼아야 할 독립군가는 단 한개도 기억 못하는, 근본 없고 자랑할 전통도

없는 얼치기 군대가 돼버리고 맙니다. 군에 가서 안 배워도 될 것(한국사회 상당수 남성들

이 제대 후 놀랍도록 마초가 돼버리는 배경에는 황군식 악습이 가득한 군대문화가 큰 몫

을 해왔습니다. 우리군의 하드웨어는 미국제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너무도

많은 구석에서 일본황군의 피를 물려받았습니다)들만 배우게 되고 군자체가 사회와 동떨

어져 '그들만의 리그'에만 안주하다보니, 점점 더 군복무에 대한 동기부여나 자긍심을 가

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습니다. 오죽하면 '군에 가서 썩고 온다' 라는 관념이 생

겼을까요. 군복무가 시간낭비라는 관념이 생기게 된 주된 책임은 군 스스로에 있습니다.

  결국 세간에 군복무기피현상이 일상화되고 사회지도층 자체부터가 군복무를 기피하는데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 역시도 군의 정체성과 동기부여가 제대로 확립이 되어

있지 못한 데서 상당수 기인합니다. 이렇듯 군에 대한 금기와 경원과 거부가 점점 일상화

되어버리니, 현대시민사회에 적합한 "군사담론문화"가 생겨날 수가 없고 "군사문화의

사막화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할 군사문화는 전혀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사막화 되고 제대로 된 군사담론이 형성될 토양이 아예 없으니, 천안함 사고와 같은

돌풍이나 태풍이 몰아치면, 우리 사회는 금세 쑥대밭이 되고 맙니다.

이러한 종류의 위협에서 우릴 지켜줄 숲이나 보호막이 없는 탓이지요.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군 관련한 모든 것들은 금기시 혹은 함부로 말해서는 신상에 좋을

것이 하나도 없는, "그들만의 영역"입니다. 쇼와시대 감히 군이 하는 일이나 군에 대해

서 그 어떤 의문이나 이의제기도 모두 비국민(非國民)으로 낙인찍혀 매장되었던 시절,

일본은 결국 대미개전이라는 최악의 수순으로 망국과 원폭의 비극을 자초하고야 말았고

그 배경에는 바로 군부의 군사담론 독점과 '그들만의 리그가 자행한 전횡과 횡포'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사회가 군사 관련 모든 이슈에 대해서 천안함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도 쇼와 30년대 일본과 뭐가 다른지를 자문해야 합니다.

이건 도를 넘어선 무지입니다. 당최 뭘 모르니 무지와 미신이 판을 치는게 전혀 이상할

게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선무당이 생사람을 잡고 있어도 누구하나 딱 부러지게 아니

다! 라고 말조차 못하는 웃지 못 할 희극이 벌어집니다.

 

   지금 한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합리적이고 상식에 입각한 군사담론과 문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이상태로라면 우리가 제 아무리 최강, 최신의 무기와 병력을 보유

하고 있다 한들,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습니다.

 

  지난 30년간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수십배의 군사비를 쓰고도 천안함 사고가

발생하자 한 달이 넘도록 원인규명조차 못하고서 전가의 보도 빼쓰듯이 궁색하게 북

에게 책임을 다 떠넘기려는 군부와 정권과 그 배후지지 세력들의 우왕좌왕 행보는

안보와 국방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나 의식이 없으면 그 어떤 장비와 병력을 가지고

있어도 언제나 불안하다는 것을 여실히 입증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북은 여전히

심리적으로 남한 내 이른바 반공우익세력들이 자신들에게 눌려있다는 것을 명백

댓글목록

profile_image

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한국군의 현대화는 단지 무기체계뿐만 아니라 정신상태도 선진화 해야겠군요..  좋은글 잘 읽고 많이 배우고 갑니다.

profile_image

나그네님의 댓글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아마 두어달전에 보신 글일겝니다. 여기엔 처음 올리는 글이라서 패키지로 한꺼번에 올려놨습니다.


서비스이용약관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상단으로


Copyright © 2010 - 2023 www.hanseattle1.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