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는 요즘 납세자의 부담으로 거창한 고비용 사업을 벌이고 있다. 2009년 6월 8일 정부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작성한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그림 1). 정부는 여름철 홍수방지, 가뭄 대비 용수확보, 하천환경과 생태계 보전, 여가활동 공간 마련 등을 목표로 2012년까지 미화 178억 달러를 지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처럼 서로 성격을 달리하는 다중적 목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모순 없이 한꺼번에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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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1. 대한민국 4대강의 지역 개관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의해 건설이 예정 또는 진행 중인 보 |
ⓒ Birds Kore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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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정부는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본류에 보 16개를 신설할 예정이다(그림 1). 지류에는 홍수조절지 2개소 및 강변저류지 3개소가 새로 설치된다. 기존 농업용 저수지 96개소의 증고(둑높임) 및 4대강 총 377km 구간에 걸친 제방보강 사업도 예정되어 있다.
정부가 애초에 세웠던 계획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강과 낙동강을 운하로 연결하는 사항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대운하 사업은 이명박 대통령이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를 참관하려 독일에 왔다가 얻은 아이디어였다. 이 구상안은 국민과 학자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딪혀 2009년 철회되었다.
4대강 사업 마스터플랜에 따르면 일부 기존 보 구간에서 저류 공간의 추가 확보를 목적으로 준설이 이루어질 예정이다(마스터플랜 p.73). 총 공사구간 691km에서 모래와 자갈 5억 7천만m³를 준설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주요 지류 243km 구간에서 제방을 보강하고 기존 농업용 저수지 9개소를 확장하는 연계사업이 계획되어 있다. 강변에는 관광산업 육성을 목적으로 자전거 길, 체육시설, 공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2009년에 시작된 4대강 사업은 2010년 6월 30일 현재 보 설치 공정률 36%, 사업 전체 공정률 20%에 이르렀다(그림 2, 3).
이런 초대형 사업을 시행하려면 환경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한 자료 수집, 분석, 평가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므로 불과 4개월 만에 끝난 정부의 환경영향평가는 피상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인공 생태계가 등장할 것이다. 이미 훼손된 일부 구간에서는 이 사업으로 인해 현 상태보다 나아질 수 있겠지만, 다른 많은 하천구간에서는 아직도 건실하게 남아 있는 준자연적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렇게 강 흐름의 패턴과 하천환경을 완전히 변경시키는 일을 가리켜 '복원' 내지 '살리기'라 부르고 있다. 국민에게 '녹색뉴딜'로 선전되고 있는 이 사업은 친환경 사업이라는 명목 하에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래에서는 '복원'과 '살리기' 이 두 용어의 의미를 살펴보고 4대강 사업에서 이 용어들이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분석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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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2. 금강 부여보 건설현장. 부여보는 높이 7m, 길이 620m(고정보 구간 500m, 가동보 구간 120m), 저류량 2350만m³이다. 완공되면 강의 평균 깊이는 4.6m, 폭은 294m가 된다.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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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3. 한강 이포보 건설현장. 이포보는 높이 6m, 길이 591m(고정보 구간 206m, 가동보 구간 295m), 저류량 1700만m³이다.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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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 (restoration)'과 '살리기 (revitalization)'라는 용어의 의미는?
생태 '복원'은 복원학회(Society of Restoration)의 일반적 정의에 따르면 "퇴화, 손상, 파괴된 생태계의 회복을 돕는 과정이다. 복원은 생태계를 본연의 궤도로 되돌려놓는 시도이다. 따라서 옛날부터 이어져 온 자연조건은 복원 계획의 이상적인 출발점이다"(Society of Restoration 2004). 퇴화, 손상, 파괴된 생태계는 복원 과정을 통해 원상태로 복귀하게 된다.
Muhar et al.(1995)는 하천 복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인간이 하천에 가한 변경에 재차 변경을 가해 새 환경에서 생태계의 기능이 더 자연적인 하천을 닮도록 만드는 조처의 총체다." 이 정의 역시 복원 작업에는 하천의 자연상태 회복, 자체조절 및 정화기능(생태계의 회복력) 강화, 천연자원 보존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강을 바라보는 사람도 자연스런 하천 경관의 독특함, 다양성,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복원'과 내용상 유사한 용어인 '살리기'는, 죽거나 죽은 듯이 보이는 사람이나 물체에 새 생명과 활력을 불어넣음을 의미한다(http://www.thefreedictionary.com/revitalize). 그런 '살리기'라는 용어가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사용될 때는 원래 활력있고 온전했던 생태계가 파괴되어 "생명"을 잃었음을 전제로 한다(Anderson 1995). 이에 따라 죽은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한 외부적 조처가 취해지며, 그로 인해 기존의 파괴적인 효과가 역전되고 생태계의 기능과 능력이 개선된다. '살리기'의 목표는 이전보다 "기능적"이고 유용한 경관을 만드는 데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꼭 이전보다 자연에 더 근접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Boon et al. 1992). 그런 점에서 한국의 4대강 사업은 '복원'보다는 '살리기'에 가깝다.
'살리기'나 '복원'과 같은 용어에 담긴 이중적 메시지에 주목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살리기'와 '복원'은 생태계나 경관에 초래된 변화를 분석하고 묘사하는 개념이지만 이와 동시에 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포하고 있다. "강 살리기, 강 복원은 좋은 일이다.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일이므로!"
기존 '강 살리기' 사례들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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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1960년대에 세운 고가도로를 철거함으로써 청계천은 시민들의 인기 높은 휴식공간으로 변했다. 그러나 서울 중심가를 흐르는 이 강은 본질적으로 완전히 새로 조성된 인공하천이다. 수많은 시민들이 강변 산책길을 이용하고 있다. |
ⓒ 임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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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기'라는 이름이 붙은 성공적인 하천환경 개선 사업을 세계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그 가운데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 미국에서는 '로스앤젤레스 강 살리기 사업'이 펼쳐졌다(http://www.lariverrmp.org/). 이 사업의 목적은 로스앤젤레스 강을 되살리는 데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강은 총 구간 약 80km 가운데 상당 부분이 운하화되어 콘크리트 통로에 갇힌 상태였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 강변에 철도, 창고 및 기타 공업용 시설이 들어서면서 로스앤젤레스 강은 점차 시민과 지역사회로부터 완전히 유리되고 외면당했다. 이에 2002년 로스앤젤레스 시 당국은 야심찬 '강 살리기' 시민참여사업을 계획했다. 지역 주민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휴식공간을 조성하고 야생동식물 서식지 보호, 수질관리, 일자리 마련, 지역정체성 고양 등을 도모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이었다(http://www.lariverrmp.org/).
- 미국 매사추세츠 주에서는 2006년 "프렌치 리버 커넥션"이라는 비영리기구가 프렌치 강 살리기 사업을 시작했다(French River Connection 2006). 42km에 걸쳐 매사추세츠 주를 통과하는 프렌치 강은 한때 극심한 오염에 시달렸고, 상당 구간이 좁게 수로화된 데다 공업단지에 면해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프렌치 강 살리기 구상안"에 따라 강변에는 공원과 산책로가 조성되고 역사적 건축물이 보수되고 보트 이용시설이 마련되었으며, 불법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은 금지됐다.
- 미국 위스콘신 주 라신(Racine) 시에서는 2008년 루트 강 위원회와 위스콘신 하천연합회가 "근본으로 돌아가자: 도시 하천 살리기 계획"이라는 명칭의 강 살리기 구상안을 내놓고 쓰레기와 산업폐기물에 오염된 루트 강 8km 구간의 상태를 개선하고자 했다(Root River Council 2008). 구체적인 사업 목표는 (1) 라신 시의 생활 중심을 루트 강 쪽으로 유도하고, (2) 주거, 상업, 레저의 조화를 통해 강변 지역에 혁신적인 발전과 성장을 유도하고, (3) 자연 생태계 복원과 하천 수질 개선을 도모하고, (4) 사업에 시민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있었다(http://www.backtotheroot.org).
- 잘 알려진, 그러나 엄밀히 말해 성공사례라 하기 어려운 예로서, 서울시에서 행해진 청계천 복원 사업을 들 수 있다(그림 4). 청계천에는 1957~61년 복개공사가 이루어지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건설되었으나, 2005년 당시 서울시장이던 현 이명박 대통령이 이 작은 하천을 복원해 6km 길이의 인기 높은 휴식공간으로 조성했다. 이 사업의 총 비용은 미화로 약 2억 81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청계천은 겨울을 낀 반년 동안 거의 바닥을 드러내므로, 멀리 한강에서 끌어온 물과 지하철 역사에서 솟아오르는 지하수를 모아 오염물질을 정화한 뒤 청계천 유지용수로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것은 "복원했다"거나 "살렸다"기보다는 "새로 디자인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론: 위에서 살펴본 강 살리기 사업의 공통점은 주로 대도시에서, 콘크리트 수로화되거나 혹은 일부 구간이 도심의 지하로 흐르는 상태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실행되었다는 데 있다. 이런 개선은 여가활동 공간으로서 강변 지대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청결하고 친환경적이고 접근성 높은 공원 공간의 마련 등 주로 외관상 미적인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도시에서 준자연적 생태계의 복원을 목표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도시지역에서는 주로 강의 사회적 기능(즉 "여가활동 공간" 기능)이 우선시된다.
대한민국의 하천은 '살리기'의 대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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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5. 낙동강 경천대. 이 구간은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손꼽힌다. 기존 제방은 강 폭을 넓히기 위해 50m 옮겨 설치하고, 모래사장은 강 깊이를 더 깊게 하기 위해 파내 없앨 예정이다.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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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6. 내성천변에 자리잡은 회룡포는 자연경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한국 강변 경관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이 구간에서 직접적인 공사는 이뤄지지 않을 계획이지만 다른 장소에서 시행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앞으로 이곳의 경관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건기에도 낙동강 하류의 유량을 일정 수준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회룡포를 지나는 물길 상류에 영주댐이 설치되고, 영주댐을 토사의 퇴적으로부터 보호하려면 그 상류에 또 다른 보를 추가 설치해야만 한다. 이 가로물막이들은 퇴적물을 가둬놓는 역할을 하므로 회룡포 구간에 모래가 흘러와 쌓이지 못하게 된다. 한편 회룡포 하류 구간으로 모래가 유실되는 현상은 더욱 심화된다. 회룡포에서 하류 쪽으로 불과 5km 거리에 위치한 낙동강에서 심한 하상침식이 일어나 유속이 빨라지면서 모래를 하류로 잡아끄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결국 회룡포의 모래사장은 침식되어 사라질 것이다. |
ⓒ 최병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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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뚜렷하고 우기가 있는 곳에서는 철에 따라 강의 유량, 유속, 토사운송력이 변하고 침식작용이 일어나며 토사운반과 퇴적작용이 생긴다(Ellenberg 1996, Naiman et al. 1998). 한국의 범람원 역시 여름 한 철에 집중되는 강우량(7~8월에 강우량 최대) 덕분에 장마철 홍수와 하천 역동성의 영향을 받는다(그림 5).
한국의 하천 범람원의 생물종과 생태계 또한 이 같은 주기적 변화에 적응해왔다. 광물질이 풍부한 새 표토가 계속 퇴적되어 반복 생성되어야만 버드나무나 포플러나무 같은 개척종(pioneer species)이 정착할 수 있고, 연목으로 구성된 범람원 녹지대도 재생을 거듭한다. 북반구에서는 전북구(全北區; holarctic: 북반구 전역에서 열대지역을 제외한 부분 ㅡ 역자주) 식물분포역에서 자라는 버드나무와 포플러, 남반구에서는 남미의 발사나무(Balsa; Ochroma pyramidale) 숲이 좋은 예이다. 만약 하천의 역동성이 약화되면 범람원 특유의 동식물은 멸종할 것이다. 범람원에 분포하는 상당수의 동식물종이 강의 범람을 잘 견디고 개척종의 특징까지 겸비한 선별섭식자(specialist)이다.
한국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상당 구간은 오늘날까지 대체로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그림 5, 6). 특히 대도시인 서울 지역을 제외하면 4대강 생태계와 범람원의 역동성은 잘 보존되어 있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사례는 다른 나라의 도시지역 하천 살리기 사례와는 본질적인 차이점을 지닌다. 경관이 뛰어나고 자연보호적 가치가 높은 한국의 강은 희귀하고 멸종 위험에 처한 각종 동식물에게 소중한 서식지를 제공하면서 오늘날까지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어왔다. 흰목물떼새(Charadrius placidus)나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호사비오리(Mergus squamatus)를 예로 들 수 있다.
낙동강과 금강의 범람원과 습지는 흑두루미(Grus monacha)나 재두루미(Grus vipio)등 시베리아와 아시아의 아열대지방을 오가는 철새들이 겨울을 나거나 휴식을 취하는 중요한 도래지 역할을 한다(Birds Korea, 2009 a, b, c; 그림 7). 한국 고유종인 미호종개(Iksookimia choii)나 묵납자루(Acheilognathus signifer) 등의 어류와 단양쑥부쟁이(Aster altaicus var. uchiyamae)와 같은 식물 또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결론: 한국의 4대강은 한국정부가 암시하듯 그렇게 일률적으로 '퇴화되거나 파괴되거나 또는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강으로 분류될 수 없다. 오염되고 운화화된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4대강은 거의 자연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살리거나', '복원한다'는 말이 모순이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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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7. 호사비오리(Mergus squamatus)의 개체수는 벌써 여러 해 동안 감소 추세에 있다. 현재 번식 가능한 암수는 전 세계에 약 1200쌍뿐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
ⓒ Thurner, B.S., Ho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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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강 살리기'란 '파괴 후 재창조'와 동의어인가?
이미 한창 진행 중인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하천체계와 지형역학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이다(그림 6; Groffman et al. 2003; Ellenberg 2009). 보를 세운 구간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른 유량 변동이 현저히 줄고, 주기적 유속 상승도 사라질 것이다. 하천의 침식, 운반, 퇴적작용도 완전히 변한다. 퇴적물은 더 이상 강 하류로 흐르지 못하고 보의 설치로 생긴 인공호수 바닥에 쌓여 훗날 정기적인 준설을 요하게 될 것이다. 강변과 수중 생태계 및 얕은 강에 사는 동식물의 서식지가 사라지면서 이곳에 정착한 생물종은 멸종하고, 강변은 늘 물에 젖어 있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변할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는 특히 여름철 수온 증가와 조류(藻類) 증식으로 강물의 산소함유량이 줄고 부영양화가 발생하여 수질이 악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결론: 한국의 이른바 '강 살리기' 사업은 기존의 자연스런 하천역학을 인공수로와 인공호수로 대체할 것이다. 즉 토사의 운반이 일어나지 않는, 거의 정체된 수서생태계로 바뀌는 것이다. 이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호수에 주로 서식하는 동식물이 강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밀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정부의 이런 지극히 기술관료적인 조처는 '강 살리기'가 아니다. 이는 현존하는 소중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이를 인공호수나 인공운하로 바꾸는 행위일 뿐이다.
한국정부는 왜 4대강 사업에 '살리기'라는 용어를 사용할까?
4대강 사업은 국민에게 '녹색사업'으로 선전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이토록 거대규모의 고비용 사업을 시행하는 데에는 어떤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
수질개선: '살리기'란 다른 말로 '바람직한 상태'를 만드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수질개선도 그 가운데 한 요소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수질오염의 주요 원인은ㅡ다른 산업화된 국가들과 마찬가지로ㅡ생활하수, 산업폐수, 그리고 비에 씻겨 하천으로 유입되는 비료 및 농약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수 및 폐수처리 시설을 설치하고 농업의 집약성을 낮춰야 한다. 그리고 유럽에서 2000년부터 "물관리 기본지침(Water Framework Directive)"의 일환으로 시행하고 있듯이 수변에 광범위한 완충 녹지대를 마련하도록 국가 차원에서 감독해야 한다 (http://ec.europa.eu/environment/water/water-framework/index_en.html). 수질을 개선하는 문제는 하천을 운하화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유속이 느려져 수질 오염이 오히려 심화되기 때문이다.
홍수조절: 홍수조절도 국가정책으로 하천공사를 하는 중요한 목적이 될 수 있다. 성공적인 홍수방지를 위해서는 평소에 수위를 낮게 유지하면서 대규모 저수용량으로 홍수에 대비하는 저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보로 막은 구간의 범람원은 유량변동폭의 감소로 늘 침수 상태에 놓여 저류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 게다가 보 구간 수변 범람원에는 진흙이 퇴적된다. 그러면 유량이 적은 기간에는 조금만 강물이 출렁여도 강기슭이 진흙으로 덮여 낚시꾼이나 관광객에게 외면 받게 될 것이다.
사실 홍수피해는 강물의 범람 그 자체가 원인인 경우보다도 이전에 홍수조절 기능을 하던 범람원에 계속 제방이 늘어나고 주거지 및 공업시설이 들어서는 등 강변 토지이용 집약도가 나날이 증가한 데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 결과 앞으로 수년간 대홍수가 인간에게 초래할 홍수피해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수확보: 자연하천을 보로 막아 인공호로 만드는 공사는 가뭄 때 용수를 확보하는 대책이 될 수 있다. 여름 장마철이 있는 한국에선 주로 겨울과 봄에 용수 확보의 필요성이 생긴다. 따라서 이것도 하천공사를 행하는 일리 있고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이 진행 중인 한국 4대강 유역에 놓인 도시들은 물 부족을 겪고 있지 않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곳은 섬 지역이나 하천 지류의 상류구간이 지나는 산간 지역뿐이다. 4대강 사업으로 확보되는 용수는 이들 물 부족 지역에는 도달하지 못하지만 정부는 이런 현실을 흐리고 있다. 용수부족 지역의 많은 농부들은 4대강 사업이 자기 지역의 용수부족 현상을 개선해주리라고 실제로 믿고 있다.
여가공간 조성: 휴식공간 마련과 관광산업 육성 또한 4대강 사업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한국에서 선호되는 여가활동 공간 개념은 환경교육이나 친환경 '생태관광' 개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국민은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와 보호를 배우는 대신 인위적으로 조성된 인공호수를 즐기는 일에 길들여질 것이다.
최종 결론: 정부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4개의 강을 지금 완전히 새로 뜯어고치고 있다. '4대강 마스터플랜'은 4대강 사업이 강 유역 범람원 생태계에 끼칠 영향을 '복원'이라고 묘사한다. 그러나 이것은 앞에서 밝힌 대로 부적절하고 국민을 호도하는 표현이다. 4대강 건설 사업은 '한국 하천환경의 재구성'이라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하고 타당할 것이다.
앞으로 예상되거나 이미 드러난 실상과 정부의 주장 간에 놓인 커다란 간극으로 미루어, 정부의 이러한 용어선택에는 필시 다른 특정한 동기가 있으리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현존하는 하천환경과 하천생태계를 기본적으로 파괴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여기에 '살리기' 혹은 '복원'이라는 이름을 붙여 사업이 초래할 환경파괴적 효과를 가리고 용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면 국민으로 하여금 정부 정책을 더 쉽게 수용하도록 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는 '국민의 의지를 조종'하는 행태 혹은 '선동' 행위라 불러 마땅하다. 정부가 그런 식으로 주장을 관철해 정책을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한 관리체계'에 정면으로 반하며 이익만을 쫓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