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대양해군을 포기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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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 초모룽마 / 2010-09-16)
부산싸나이들은 모두 헤엄을 잘 친다는 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부산출신이라고 다들 수영 잘하겠는가. 그 사람들 모두가 바다가 뭘 의미하는지 알고 있는 것도 아닐 거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게 있다. 부산을 먹여 살리는 것은 바다라는 사실이다.
섬나라 영국이 가진 것은 사실 바다밖에 없었다. 안 그런가? 양떼 좀 기른다고 큰소리칠 수 있나? 육군 들이밀며 대륙으로 진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기엔 힘센 터줏대감들이 많았다. 차라리 잘 됐다 싶은 건, 대륙이 서로 잘났다고 땅따먹기 하느라 바다에 누구도 눈을 돌리지 않는 거라. 2백 년 동안 사실상 전 세계의 바다는 영국 것이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이든 엘리트 로열 네비던 청어잡이 어부건 하여튼 영국 얘들은 바다에서 잘 놀았다. 바닷물을 무서워했던 나폴레옹과 히틀러가 넓지도 않은 도버 해협을 건너지 못해 쩔쩔맸던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톨스토이가 러시아의 ‘대지’를 예찬하는 동안 영국의 콘래드는 ‘바다’를 썼다.
러시아가 얼지 않는 바다를 더 많이 가졌던들, 중국이 중화라고 자찬하며 땅에 퍼질러 있지 않고 일찌감치 바다로 나갔던들, 분명 역사가 달라졌을 거다.
요즘 젤 잘 나가는 브라질이다. 2014년에 월드컵이 열리고 2년 뒤엔 올림픽이 열린다. 꼭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브라질 앞바다에서 깜짝 놀랄 규모의 유전이 잇달아 발견됐다. 수백억 배럴 규모로 상상할 수 없는 가치를 지녔다.
이젠 육지에서는 새로운 석유 찾기가 어렵다. 다들 바다에서 찾아낸다. 브라질이 그랬다. 그것뿐 아니다. 대형 유전이 바다에서 발견되자 브라질이 난데없이 조선과 해양중공업의 강자가 될 조짐이다. 스스로 해양개발에 나서겠다는 거다. 이 에피소드는 바다가 가져다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미군이 위협적인 것은 공군이 아니다. 전략폭격은 ‘폭격기 해리스’가 그 옛날 증명했던 것처럼 한계가 있다. 폭격으로 이긴 군대는 없다. 아프간에서 보듯이 땅에만 오르면 쪽을 못 쓰는 미국의 지상군도 허접이다. 미국의 힘은, 바다에서 나온다. 중국이 항모 킬러 전용 미사일을 개발하자 미국이 ‘핵 전쟁’ 운운하며 발끈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 합조단의 최종보고서 발표로 그 실체가 입증된 북한의 ‘무소음 스마트 수륙양용 초스피드 녹색 잠수함’ |
노무현은 바다를 잘 알았다. 그가 해양수산부 장관이 되고 대양해군의 꿈을 키운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바다를 낀 오사카와 포항하고 가까운 이명박은 바다에 대해 모른다. 땅에 삽질만 해 와서 그런가? 삼면의 바다가 가깝게 붙어 있는데도 대운하의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바다에 대해 일자무식에 가까운 게 분명하다. 해양수산부가 괜히 없어졌겠는가.
국방부에서 대양해군이라는 말이 사라졌다고 한다. 뭘 새삼스레 호들갑인가. 가카가 등장할 때부터 일찌감치 눈치챘어야 했던 것 아닌가. 4대강 삽질에 들어갈 돈이 얼만데 뭔 자주국방이며 대양해군이란 말인가. 군대도 미필이신데…. 대양해군이라는 비전은 가카의 등장과 동시에 폐기처분 될 운명이었다.
다른 이유를 대는 사람도 있다. 혹자는 가카의 등장 이후 대양해군이 침몰한 것은 미국 때문이라고 한다. 형님 나라 미국이 바다를 제패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대양해군의 꿈을 꿀 수가 있겠느냐는 것…. 언감생심 대양해군을 말하는 것 자체가 미국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으니 그저 내해로 쪼그라들자는 거다.
미국에 그냥 빌붙자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미 핵항모 조지 워싱턴이 그렇게 뻔질나게 드나드는가? 잠수함도 심심찮게 출몰한다는 소리도 들리고?
해군에 대한 푸대접의 결과가 천안함 침몰이라는 비극의 결정적 이유일 수 있는데 왜 국방부는 ‘대양해군’을 버리게 됐을까? 해군력을 증강해도 모자랄 판인데? 떠돌아다니는 소문인데, 사실 가카가 대양해군을 포기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건 오해라는 거다.
뭐냐면…. 대양해군이 뭐 별건가, 서해에서 북한해군의 작전 능력을 따라잡으면, 그래서 북한 함정이나 잠수정들이 함부로 나다니지 못하게 막는 데만 성공하면, 국방부 해군은 세계 제일의 대양해군이 된다는 얘기다.
꼭 넓은 바다로 나가야만 대양해군인가? 엊그제 천안함 최종보고서에 또다시 확인됐고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했듯이, 북한 해군의 위력은 당대 세계 최강이다. 어느 나라 해군이 있어 잠수함 잡는다는 초계함을 상대로, 게다가 그 물샐 틈 없었을 경계를 따돌리고 울트라 스텔스, 게다가 무소음 녹색 작전 능력을 자랑할 수 있는가 말이다. 결정적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저 가공할 무기들과 항해술, 작전술에 미 해군인들 당해낼 수 있을까?
가카가 그랬던가, 공부할 돈과 성공할 빽 없으면 기술이라도 배워야 한다고? 괜히 대양해군 지향한다고 돈 쓰며 정력 낭비하지 말고, 능력자 북한의 해군 기술을 베껴서라도 배워, 청출어람이라, 북한의 그것을 뛰어넘으면 자연스레 일등 해군이 되지 않겠는가. 실용해군 말이다.
초모룽마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20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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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ㅋㅋ님의 댓글
ㅋㅋ 작성일이 기사 재미납니다. ㅎ
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사실 김영삼 정권 시절부터 연이은 세사람의 대통령이 모두 바닷가 출신들이어서 이후 15년간 해군은 꾸준한 전력증강을 해왔던 게 사실입니다. 이지스함을 만들었고 대양에서 작전이 가능한 대형 함정들을 10여척이나 배치했고 잠수함의 숫자도 어느덧 10척을 넘어섰으니까요.
그런데, 이거 점점 퇴보하네요. 미국은 한국이 강한 해군을 갖는걸 원하지 않습니다. 돌아버리겟습니다.
마하님의 댓글
마하 작성일
이대통령님이 저 자세로 진짜 사격을 하셨더라면
진짜 좋았을것을 ....하는 생각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