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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 그는 임기동안 전화 한 통 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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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하
댓글 3건 조회 7,335회 작성일 10-09-1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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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임기 동안 나에게 전화를 한통도 하지 않았다

"하루는 노무현 대통령과 단 둘이 청와대 경내를 걷고 있을 때였어요. 노무현 대통령이 내게 말하더군요. '내가 전화를 못하는 곳이 딱 두 곳 있어요. 어딘지 아세요?' '……' '한 사람은 검찰총장이고, 다른 한 사람은 KBS 사장이에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한 후 KBS 사장직에서 쫓겨난 정연주 전 KBS 사장이 한 말이다. 그는 경남도민일보 독자모임 초청으로 온 강연에서 그렇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 약속을 지켰어요. 그 대화가 있던 날이 내가 KBS 사장에 임명된 얼마 뒤였는데, 그리고는 한 통도 전화를 못받았죠."

   
▲ 경남도민일보 3층강당에서 강연 중인 정연주 전 KBS 사장

퇴임 후 봉하마을로 내려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만났을 때 그는 이번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정치가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것 같아요. 문화가 세상을 바꾸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요즘 하고 있지요. 어때요? 나하고 문화운동이나 하는 게."

아마도 노무현에게 있어서 정부 권력의 정점은 검찰과 방송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그걸 놓고 싶었던 모양이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인들이 가장 먼저 점령하는 곳이 어디던가. 바로 방송국이다.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은 다음 검찰, 경찰을 앞세워 세상에 겁을 주는 것이다.

즉 말하자면, 검찰은 인간의 육체를 구속하는 곳이고, 방송은 인간의 정신을 구속하는 곳이다. 구속이란 곧 자유를 말살하는 것이며, 자유가 말살된 영혼을 통제하는 것이다. 노무현은 그런 것이 싫었을 것이다. 그는 평검사들과 대화하며 그들에게 자기가 가진 칼을 쪼개어 나누어주었다. 

KBS 사장에게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전화 한 통 하지 않았다고 하니 마찬가지로 자기가 가진 칼을 오롯이 주어버린 셈이다. 정연주 전 사장은 그 약속을 지킨 노무현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정연주 전 사장이 참여정부에 비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되는데, 그 가진 부자신문들, 족벌신문들이 불법적인 판촉 하는 것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에 적극적으로 (제재하지) 못한 것은 진짜 잘못한 겁니다.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하는 거에요. 그때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데 이 경제관료들이 적극적으로 안 해준 거죠."

   
▲ 강연이 끝나고 한 시민이 질문하고 있다.

한편으론 자유를 주었지만, 한편으로 그 언론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선 단호하게 잘랐어야 하는 데 그걸 못했다는 것이다. 정연주 전 사장에 의하면 이때의 경제관료들이(예로 한덕수 총리를 들며) 나중에 대체로 노무현을 배신했다고 했다. 강연이 끝나고 뒤풀이 자리에서 한 시민이 이렇게 물었었다.

"사장님. 제 생각엔 노무현이 칼을 쥐었을 때 확 청소를 했어야 하는데 그게 잘못 아닌가요? 이명박 보십시오. 지금 일사천리로 가고 있잖습니까? 노무현은 왜 그걸 못했냐는 거죠. 그때 길 좀 확실하게 들여놓았다면 조중동이 저러겠냐고요."   

그러자 정연주 전 사장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럼 안 되죠. 그럼 역사가 어떻게 발전해요? 좀 무능하단 소리 듣더라도 원칙을 지켜야죠. 더디더라도… 노무현은 그걸 했어요. 그래서 훌륭한 거죠. 단, 법을 어기는 놈은 확실히 조지자, 단죄하자, 그런 이야기죠. 그래서 아쉬운 게 공수처에요." 

노무현은 검사들에게 자기가 가진 칼을 쪼개어 주는 대신 공수처(공직비리수사처)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이 개혁적인 조처는 기소독점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검사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물론 정치적으로 이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준 것은 한나라당이다.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놓지 않으려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공수처가 생기면 자기들도 언제든지 공직비리 수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소독점권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기 자신 말고는 누구도 자기를 수사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니 말이다.

   
▲ 강연 후 근처 감자탕집에서 가진 뒤풀이. 궁금한 점이 워낙 많았던지 여기서도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아무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연주 전 사장에게 약속을 지켰다. 다른 이들에게도 물론 같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연주 전 사장의 말처럼 "한덕수 전 총리와 같은 많은 경제관료들이 대통령직을 물러나자 곧 배신 때렸"듯이 노무현이 내어준 자유가 부메랑이 되어 그의 목을 겨누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하여 오늘 노무현과 정연주가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나눈 대화를 머릿속에 그려 보며 한편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또한 그것이야말로 정연주 전 사장의 표현처럼 "역사의 발전"이라면 받아들여야만 하는 일일 게다. 그런데 지금 역사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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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동이님의 댓글

길동이 작성일

지금 당장은 거꾸로 가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역사는 발전합니다.
지난 45억년 동안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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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지금 저 거꾸로 가는 역사가 훗날의 큰 교훈이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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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라님의 댓글

약속이라 작성일

약속지키다 무능한 사람 게다가 등신되기 쉬운 세상 아닌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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