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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홍수와 우리나라 농업에 관한 짧은 생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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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5,553회 작성일 10-09-2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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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골 외가에 놀러가거나, 영덕 위 영해 거무역의 선산에 성묘라도 하러 갈 때면 시골의 논밭 풍경들은 어린 제겐 참 익숙한 풍경이었습니다. 논두렁 사이로 뛰는 개구리, 알싸한 흙내음. 그런 것들은 제가 기억하고 있는 '시골'의 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골 가는 길엔 '아파트'만 보인다고, 아는 지인이 안부편지에 그리 썼더군요. 정말 그렇습니까? 그 정도로 한국의 땅은 개발의 열풍으로 가득 찼었군요. 고속도로에서 멀리 아련히 보이는 논밭이 모두 아파트로 변했다고 말할 정도로.

그러나 그 '목가적인' 논은 사실 우리에겐 지혜의 집대성이며, 우리의 밥줄이었고, 자연재해를 막아주는 고마운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논의 소중함을 우리는 정말 너무나 쉽게 잊어버린 듯 합니다.

 

추석이 가까운 때에 갑자기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비가 내려 서울 곳곳이 침수가 되고, 특히 청계천이 넘쳐버릴 정도의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추석을 바로 앞두고 내린 이 큰 비 때문에 인근 상가들이 물에 잠기는 등,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엄청난 비였을거라곤 짐작이 갑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시애틀도 비가 많이 내리는 곳이긴 하지만, 그런 식의 집중호우는 별로 내리지 않습니다. 과거에 딱 한번 그런 비를 본 적이 있는데, 언덕이 많은 시애틀 시의 내리막길들은 강이 되어 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집 지하 차고에서 갑자기 들어찬 물에 익사한 불행한 사람이 있었을 정도로 비의 강도가 거셌습니다. 사람은 그리고 보면 자연 앞에 참 아무것도 아닌 존재입니다.

 

이 비가 내린 지역이 서울 일대였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얼마나 발표가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4대강 공사 유역의 수해 상황들에 대해서 딱히 들어본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하천들은 자연적으로 이런 큰 물이 지는 경우를 자주 겪었고, 그러면서 생성된 하천들입니다. 그러다가 이른바 근대화 작업이 시작되면서, 오히려 더 큰물이 자주 지게 됐습니다.

 

우리가 '천수답'이라고 무시해 온 그 논들. 고향길의 정겨운 그 논들, 가을이면 황금 물결을 이루어 풍성함을 상징하기도 했던 그 정겨운 논들은, 사실 빗물의 대부분을 담아둘 수 있는 천연의 저수탱크이면서 홍수를 조절해 낼 수 있는 방패막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한국에서 요즘 들어 더욱 빈발하는 큰물은 바로 이 '천수답'이 사라지며 더 커지고 증폭된 것이 사실입니다. 거대한 담수탱크인 논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들이 들어서면서, 물은 갈 곳을 잃게 됐습니다. 거기에 자연적으로 물이 흘러내려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하천들도 인간이 인공적으로 손을 대어 강에 보를 치고, 구불구불 흘러가야 할 물길을 쭉 펴 놓아 버리니, 만일 피해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의 폭과 강도 역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게 되어 버렸습니다.

 

한편 논의 상실은 이런 피해를 낳을 뿐 아니라 식량주권의 박탈과 농업경제의 피폐화를 낳는다는 점에서 또한 우리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밥을 사 먹으면 된다고 말하지만, 식량 시장은 그리 녹녹하지 않습니다. 얼마전 러시아가 농산물 수출 금지령을 내리고, 계속되는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은 물론 온갖 농작물 가격이 오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추석 제수들의 가격도 올랐다는 것, 장바구니 물가를 아시는 분들은 이미 피부로 느끼고 계실 겁니다. 러시아에서 곡물 수출을 중단했다는 것은 바로 국내엔 과자값, 국수값 등이 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과거 풍성한 밀과 면화의 생산국이었던 우리나라의 밀과 면화 사업은 미국산 원조 밀가루와 원면이 들어오면서 망해 버렸고, 세계가 식량을 놓고 전쟁을 벌일 수도 있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넋 놓고 우리의 식량을 그냥 '사다 먹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그냥 방치하기에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러가지로 서울에 큰 물이 졌다는 이야기가 어쩐지 '비극의 서곡'처럼 들리는 것은, 이 문제가 그만큼 심각한 것들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혹시 저만 이렇게 생각한 것이 아니라 '최고 통치권자' 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신 거 아니었을까요? 인터넷 뉴스마다 온통 부부가 방송 나가서 울고 있는 사진으로 도배를 해 놨던데.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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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g님의 댓글

gg 작성일

글 잘 쓰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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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하필이면 추석때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를 겪고 있군요..  이런 상황에서 최고통치권자는 아마 하루속히 사대강 사업을 완수하여 홍수를 방지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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