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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철부지 미국 목사의 '진시황 흉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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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돼지
댓글 2건 조회 7,371회 작성일 10-09-1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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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피아닷컴=박현일 기자, ukopia.com]
 
구약의 마카베오 1편엔 안티오쿠스 4세가 예루살렘을 함락시킨 후 이스라엘의 율법서를 닥치는대로 찢어 불살랐다는 대목이 나온다. 안티오쿠스는 지금의 중동과 이집트를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다.

성서엔 유대인들이 '불온서적'을 갖고 있다가 들키면 즉각 처형을 당해 통곡이 그치지 않았다고 쓰여있다. 그때가 기원전 168년이니 절대권력에 책이 희생된 역사는 꽤 오래 된다.

이후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종교와 식민지배 이념 권력욕 등과 맞물려 무수한 책들이 '학살'을 당한다. 인류역사를 '책과의 전쟁'이라 불러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성 싶다.

이같은 반문명적인 행위는 20세기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린다. 특히 역사에 더러운 얼룩을 남긴 독재자들은 너 나 할 것없이 책을 파괴하고 도서관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2차대전 때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군의 만행은 지금도 널리 회자된다. "나무로 불을 땔 필요는 없소. 우리는 당신네 톨스토이의 이름과 관련돼 있는 건 뭐든지 다 땔감으로 쓸 생각이요." 이 말과 함께 톨스토이 도서관은 한줌의 재로 변해 흩뿌려졌다.

1950년대 티벳을 합병한 중국은 불경의 필사본을 불태워 버리거나 갈갈이 찢어 거름에 섞어 쓰도록 했다. 그러고는 이를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한 것. 모멸감을 줌으로써 티벳인들의 저항의지를 완전히 꺾으려 했다.

알고 보면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모방한 범죄였다. 전국시대의 종지부를 찍은 시황제는 체제에 반하는 책은 모조리 불살라 버리는 '분서'의 정책을 들고나왔다. 이어 수백명의 지식인들을 구덩이에 생매장했다. 이른바 '갱유'다.

티벳의 정신적 지주인 승려들도 '갱유'를 당해 달라이라마(최고지도자)는 망명자의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책이 죽음을 맞는 처절한 현장은 계속된다. 문화혁명 당시 홍위병들은 고전이 봉건주의를, 서구의 것은 자본주의를, 러시아의 것은 수정주의를 부추긴다며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오죽했으면 '라이브러사이드(libricide)'란 합성어가 생겨났을까. 장서나 도서관을 뜻하는 'library'와 살인을 의미하는 'homicide'를 합쳐 만든 것이다. 한마디로 '책 학살'이다.

'책 도살'은 딴 나라 얘기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엄연히 헌법에 명시돼 있는 미국서도 반도덕적 반기독교적이라는 이유로 수십만 권의 책이 불에 탔다. 1800년대 말 일어난 미국판 '분서'는 의회가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고 민간단체가 주도해 이뤄졌다. 기준도 모호해 멀쩡한 책이 검열에 걸려 화형에 처해진 것.

'분서'는 2000년대 들어서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헤밍웨이 학살'이 대표적인 사례다. 피츠버그의 한 종교단체가 신을 모독했다며 대문호의 작품 화형식을 가져 비웃음을 샀다.

9.11 테러 9주년을 맞아 전세계의 시선이 플로리다게인스빌의 한 작은 교회에 쏠렸다. 신자가 50여 명에 불과한 이 교회 목사가 코란을 '분서'하고 이슬람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갱유'하겠다고 선언한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이 병사들의 목숨이 위태롭다며 중단해 줄 것을 호소했지만 그 목사는 막무가내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적은 알 카에다 테러집단이지 이슬람이 결코 아니다"고 목청을 높이고 그 목사의 딸 마저 "아빠가 미쳤다"며 공개적으로 비난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코란 불태우기 이벤트는 없던 일로 된 것이다.

이념적 종교적 극단주의에 의해 저질러지는 비극을 막기 위한 대안은 없을까. 관용과 포용에 기반한 '민주적 휴머니즘'의 공유야 말로 '테러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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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님의 댓글

나그네 작성일

교회가 갈수록 이상해집니다. 이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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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여우님의 댓글

예쁜여우 작성일

인간이 하느님께 기도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이 신이 된 양 행동하게 된다는 말 상기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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