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정세 안에서 거시적으로 바라보아야 할 '한글공정'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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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른바 '한글공정'을 통해 한글의 국제 표준 소스를 만드려는 움직임에 대해 네티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글날 지나자마자 뒤통수 두들겨맞는 소리여서 놀랍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사에 따르면 동북공정에서 이름을 딴 '한글공정'은 중국이 한국보다 먼저 휴대전화 등에 사용하는 한글 표준을 만들어 국제표준화하려 한다는 것이라는군요. 다음 아고라의 경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는 청원이 제기된 지 하루 만인 12일 오후 현재 1만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서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생각, 저도 자주하게 됩니다. 이미 중국은 동북공정이라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야욕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중국이 무엇 때문에 애써가면서 저렇게 자기들의 역사를 새로 꾸미는 짓을 했을까요? 그것은 '유사시' 북한이 자체 모순으로 인해 붕괴될 경우 북으로 직접 진주하거나, 최소한 친중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을 노골화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대륙세력인 중국으로서는 해양세력인 미, 일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죠. 중국은 고구려사가 자기의 변방민족사라 우기면서, 이를 근거로 해서 '자신의 역사가 남아 있는 땅'을 접수하겠다는 의도인 것입니다.
저는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이른바 '한글공정' 역시 이런 면면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단지 한글 소스를 국제화하고, 이를 자기들의 이윤 창출의 목적으로만 사용하려 이러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거기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글은 문화의 핵심이며 에스쁘리입니다. 이 정수에까지 이들이 굳이 손을 대겠다는 그 저의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우리는 유사시에 뒷통수 맞기 딱 좋을 것입니다.
어쨌든, 우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남북관계의 기조라 할 수 있는 햇볕정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그대로 날려버린 상태입니다. 이 상태라면 북의 연착륙 같은 것도 기대할 수 없고, 남북이 서로 '적대적인 의존'을 하고 있는 이 기형적인 공존 형태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여차직하면 중국은 북쪽 땅을 실질적으로 점령하려 들 것이고, 미국 역시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려 들 것이지요. 실제로 우리가 직접 풀어낼 수 있었던 민족문제의 해법이 망가지고 난 이후에 계속해 격변과 격변을 거듭하는 속에서, 외교 당국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지금의 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 한반도 주변의 정세를 풀어나가고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최근에 진보 세력 내에서의 북한의 3세대 세습에 대한 비판 여부를 두고 불거져나온 갈등에서 보듯, 이제 분단상황은 이런 식으로 고착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좀더 거시적으로 넓게 봐야 할 문제들에 대해선 내팽개쳐둔채 이땅의 수구세력들 - 남북을 막론하고 - 이 만들어 놓은 틀 속에 사로잡혀버린 진보 진영의 모습을 보면서도 참 답답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이 안에서 이런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하고 있을 동안, 중국과 미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갈등은 한반도의 상황을 옥죄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넓게 보고서, 통일에 대한 실제적인 해법을 모색하지 않을 경우 한반도는 유사시 북쪽은 중국의 의도대로, 남쪽은 미국의 의도대로만 움직이게 될 것이고, 우리의 분단의 골은 더욱 깊어 갈 것입니다.
그리하여, 중국의 이번 '한글공정'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음모를 바라볼 수 있는 잣대이기도 합니다. 마치 천안함 사태를 빌미삼아 항공모함 무력시위를 벌였던 미국 역시 그런 식으로 자기들의 의도를 드러내 보인 것이겠지요. 그저 각성한 민중의 자각과 연대가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만 듭니다. 우리가 포기하고 체념하는 동안, 남과 북의 수구세력들은 '지금 이대로'를 외치며 서로 적대적으로 공생하며 자기들의 잇권을 챙기려는 그들의 야욕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지요. 참 갑갑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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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한국님의 댓글
문제는한국 작성일
(퍼왔습니다. 정부와 기업체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군요. 천안함이나 사대강 등 국내의 여러가지 문제를 이런 일로 괜히 중국을 찍어서 확대시켜 여론몰이를 하려는 현정부의 의도도 보입니다. 저런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정부를 중국이 자극을 주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는가는 지켜 볼만 하군요 )
/휴대전화 같은 이동 통신기기에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에 대한 국제 표준을 정하는 사업에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동북공정에 이은 한글공정이라며 누리꾼들이 발끈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와 기업체는 표준화 작업에 손을 놓고 있습니다.
임찬종 기자입니다.
< 기자 >
휴대전화에 한글을 입력하는 방식은 제조 회사마다 다릅니다.
컴퓨터와 달리 휴대전화 같은 이동 통신기기에 입력하는 자판 배열은 국제 표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박유진/서울 화곡동 : 휴대전화 바뀌면 업체마다 문자쓰는 방식이 다 달라서 2~3일 정도 적응하는 시간이 걸리고…]
그런데 휴대전화 한글 입력 기준 문제에 중국이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조선족 200만 명이 쓰는 문자인 만큼 서둘러 표준 자판 배열을 확정하고, 한국, 북한과 협의해 국제 표준을 지정한다는 입장입니다.
[현룡운/중국조선어정보학회장 : 중국에서 모바일 기기로 한국이랑 통화를 해도 메시지를 주고 받지 못합니다. 여기도 호환성 때문에 규격을 만들어야 합니다.]
소설가 이외수 씨를 비롯한 네티즌들은 중국의 한글 입력 표준화 작업을 '한글공정'이라고 규정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한국어정보학회는 '한글공정'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한글 입력 관련 특허만 400여 개나 되는데다, 업체마다 입장이 달라 정부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입니다.
[이대로/한국어정보학회 부회장 : 중국의 뜻대로 국제 표준이 정해지면 중국이 먼저 특허도 낼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국익이 엄청나게 침해받게 됩니다.]
우리 정부와 업체들이 15년 동안이나 표준화 작업을 놓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문자인 한글에 대한 국제 표준이 중국의 뜻대로 결정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