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뭔 보물? 차마 못 버렸던 2년된 김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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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 입력 2010.10.03 11:11
지난 추석, 한통에 8천원 가까이 하는 배추 두통을 사다가 담근 명절김치가 어느새 떨어졌습니다. 보통은 장마가 시작되기 전 배추 몇 통을 사다 김치를 담급니다. 장마가 지면 배추가 무르고 맛이 없어지거든요. 그 김치로 여름을 나면 추석이 다가오고 여름김치가 떨어질 무렵 추석김치를 담그게 됩니다.
예년 같았으면 추석 때 김치를 담가 김장 때까지 두고 먹는 것이 보통이었겠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 값이 너무 올라, 소심하게 달랑 배추 두통을 샀거든요. 그나마도 직접 김치를 담그지 않는 동생네랑 맛 좀 보자는 친구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보니 며칠 못 가 김치통의 바닥이 보이는 겁니다.
추석 땐 추석이 지나고 나면 배추 값이 떨어질 테니 다시 담가 먹으면 되려니 하고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웬 걸, 추석이 지나고 나니 8천 원 하던 배추가 만원을 육박하더니 엊그제는 만 오천 원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배추파동이 날 정도로 배추 값이 오르자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밥상에 양배추김치를 올리라고 하셨답니다. 하긴 양배추김치도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여름김치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양배추가 저렴하면 나도 대통령처럼 양배추김치를 담가 먹을까하고 양배추 가격을 기웃거려 보았지요.
그런데 "헐~" 양배추도 한통에 만원입니다. 물론 배추값 보다는 조금 싸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부담 없이 먹을 만한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추석 전 8천원하는 배추도 겁나서 달랑 두통밖에 사지 못했는데 만원짜리 양배추에 덥석 손이 가지 않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추석김치를 좀 아껴두는 건데 하는 후회가 들지만 이미 늦은 일. 그러다 문득 김치냉장고 맨 아래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묵은지가 떠올랐습니다.
지난해 김장김치를 담글 때도 한통 남아있던 2년 된 김치입니다. 남들이 묵은지, 묵은지 하기에 혹시나 하고 보관해 두었지만 새로 담근 김치에 밀려 늘 뒷전이었던 묵은지. 올해는 더 이상 묵히지 말고 버려야지 했지만 오늘, 내일 미루기 좋아하는 나의 게으름 때문에 아직까지 김치냉장고 한구석을 차지 하고 있던 그 천덕꾸러기 묵은지가 생각난 겁니다.
'오홋!! 김치가 있다. 그것도 김치통으로 한통이나 있어.'
2년이나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묵은지를 꺼내는 순간, 마치 보물이라도 캐내는 듯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혹시나 먹지 못하게 무르지는 않았을까, 혹시 심하기 군둥내라도 나면 어쩌나, 맛이 변해 이상해졌으면 어쩌나...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김치통을 열어보니 그동안 주인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제 맛을 잘 지키고 있는 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약간 무른 듯 줄기에 투명한 감이 있고 살짝 군둥내도 나는 듯하지만 맛을 보니 2년 전 김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혀에 달라붙는 것입니다.
조금만 부지런했더라도 지난 봄 이미 음식물 쓰레기 통 속으로 사라졌을 묵은지가 이렇게 감동을 줄지 누가 알았을까요.
그동안은 김치 한 조각도 아껴먹게 하면서 이 김치 떨어지면 당분간은 단무지로 대신 할테니 불만을 갖지 말라 가족들에게 공공연히 엄포를 놓았지만 오늘만큼은 부자가 된 듯 푸짐하게 김치를 식탁에 올립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김치콩나물국도 함께 끓여 보았습니다.
"자, 김치 아니 금치예요. 비싼 김치지만 오늘은 마음껏 먹어도 돼. 내가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았거든."
남편은 식탁위에 올려 진 묵은지가 2년 된 김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맨입에 자꾸 맛을 봅니다.
"이거 정말 2년 된 김치 맞아? 맛 진짜 죽이는데. 이렇게 김치를 먹으니 갑자기 부자가 된 것 같아. 대통령도 안 부러운 걸. 배추김치 먹은 우리집 밥상이 양배추김치 먹는 청와대 밥상보다 더 훌륭하잖아."
"맞아요. 아빠. 요즘엔 국산 배추김치 먹는 집이 제일 부자래요. 평민들은 중국산 배추김치 아니면 양배추김치 그것도 못 먹으면 단무지를 먹는다는데 우린 국산 배추김치 먹잖아요. 2년 된 김치면 어떻고 삼년 된 김치면 어때요. 맛만 좋네. 엄마 우리 이거 팔아도 되겠어요. 요즘 공장김치도 엄청 비싸다잖아요. 우리 집 정말 부자 맞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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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 같았으면 추석 때 김치를 담가 김장 때까지 두고 먹는 것이 보통이었겠지만 올해는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추석을 앞두고 배추 값이 너무 올라, 소심하게 달랑 배추 두통을 샀거든요. 그나마도 직접 김치를 담그지 않는 동생네랑 맛 좀 보자는 친구에게 조금씩 나눠주고 보니 며칠 못 가 김치통의 바닥이 보이는 겁니다.
추석 땐 추석이 지나고 나면 배추 값이 떨어질 테니 다시 담가 먹으면 되려니 하고는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웬 걸, 추석이 지나고 나니 8천 원 하던 배추가 만원을 육박하더니 엊그제는 만 오천 원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배추파동이 날 정도로 배추 값이 오르자 대통령께서는 청와대 밥상에 양배추김치를 올리라고 하셨답니다. 하긴 양배추김치도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여름김치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양배추가 저렴하면 나도 대통령처럼 양배추김치를 담가 먹을까하고 양배추 가격을 기웃거려 보았지요.
그런데 "헐~" 양배추도 한통에 만원입니다. 물론 배추값 보다는 조금 싸지만 그렇다고 전 국민이 부담 없이 먹을 만한 가격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추석 전 8천원하는 배추도 겁나서 달랑 두통밖에 사지 못했는데 만원짜리 양배추에 덥석 손이 가지 않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추석김치를 좀 아껴두는 건데 하는 후회가 들지만 이미 늦은 일. 그러다 문득 김치냉장고 맨 아래 한동안 잊고 지냈던 묵은지가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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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홋!! 김치가 있다. 그것도 김치통으로 한통이나 있어.'
2년이나 뚜껑도 열어보지 않은 묵은지를 꺼내는 순간, 마치 보물이라도 캐내는 듯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혹시나 먹지 못하게 무르지는 않았을까, 혹시 심하기 군둥내라도 나면 어쩌나, 맛이 변해 이상해졌으면 어쩌나...
이런 저런 걱정을 하면서 김치통을 열어보니 그동안 주인의 홀대에도 불구하고 제 맛을 잘 지키고 있는 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약간 무른 듯 줄기에 투명한 감이 있고 살짝 군둥내도 나는 듯하지만 맛을 보니 2년 전 김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혀에 달라붙는 것입니다.
조금만 부지런했더라도 지난 봄 이미 음식물 쓰레기 통 속으로 사라졌을 묵은지가 이렇게 감동을 줄지 누가 알았을까요.
그동안은 김치 한 조각도 아껴먹게 하면서 이 김치 떨어지면 당분간은 단무지로 대신 할테니 불만을 갖지 말라 가족들에게 공공연히 엄포를 놓았지만 오늘만큼은 부자가 된 듯 푸짐하게 김치를 식탁에 올립니다. 오랜만에 시원한 김치콩나물국도 함께 끓여 보았습니다.
"자, 김치 아니 금치예요. 비싼 김치지만 오늘은 마음껏 먹어도 돼. 내가 숨겨두었던 보물을 찾았거든."
남편은 식탁위에 올려 진 묵은지가 2년 된 김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지 맨입에 자꾸 맛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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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아빠. 요즘엔 국산 배추김치 먹는 집이 제일 부자래요. 평민들은 중국산 배추김치 아니면 양배추김치 그것도 못 먹으면 단무지를 먹는다는데 우린 국산 배추김치 먹잖아요. 2년 된 김치면 어떻고 삼년 된 김치면 어때요. 맛만 좋네. 엄마 우리 이거 팔아도 되겠어요. 요즘 공장김치도 엄청 비싸다잖아요. 우리 집 정말 부자 맞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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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보물단지님의 댓글
보물단지 작성일
그것 정말 김치단지가 보물단지가 된 셈이로군요.......
우리집 냉장고에도 어디 신김치 있나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