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부터 그들은 지금과 다를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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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과 세간의 따가운 눈총이 두려워 마지 못해 봉은사로 찾아가 사죄시늉(?:제가 왜 이런 표현을
쓰게 되는지는 이후 설명드리겠습니다)을 하러간 개신교 철부지들이 또 저를 어이상실케 하는 소리를
해대는군요.
"이번 동영상은 우리끼리 보기 위해 만든 것일 뿐 불교를 공격하려는 뜻은 없었다"
아니, 그 지랄 맞은 동영상을 지들끼리 돌려보면 불교를 공격하려는 뜻이 없어지는 걸까요?
저 동영상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인 사람의 눈에는 경악 그자체인데도 지금 그걸 지들끼리만
돌려보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 줄 알았다니...
대체 이것들은 머리속에 무슨 개념이 박혔길래 이런 철모르는 소리를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것인지...
지금 저 말은 자신들이 뭘 진심으로 잘못했는지 아무런 성찰이나 자각이 전무함을 드러냈을 뿐입니다.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제자 명진스님은 이런 철모르는 것들을 너그럽게 용서하셨는지는 몰라도
평범한 사람인 저는 22년전의 일이 새삼 다시 떠오르면서 저것들은 변한게 없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맙니다.
22년전, 이맘때,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치르고 있었고 저는 올림픽 선수촌에서 통역자원봉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맡았던 일은 선수촌의 종교편의시설들에 대한 관리와 지원이었지요. 대회 시작 3주일전부터 소집되어 업무에
들어갔는데, 행정관 한명과 자원봉사자 2명이 선수촌 외곽에 위치한 오륜중학교와 세륜고등학교 두 곳에 설치된
종교관 시설들을 모두 관리하는 일은 사실 좀 빠듯했습니다. 개신교, 불교, 카톨릭,동방정교회,이슬람,유대교,기타
종교기도실등 7개 운영시설의 각종 편의와 행정사무를 지원해야 하는데다가 대부분의 종교들이 모두 올림픽을 맞아
각종 행사들을 준비해야 했던 관계로 많이 바빴지요. 오죽하면 출퇴근조차 힘이 들어 업무개시 1주일도 안되어 선수촌
내에 숙소를 따로 잡아주고 거기서 자고 먹고 하면서 일을 해야 했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이상한 일은 종교시설가운데 유일하게 개신교만이 세륜고등학교에 프레스센터와 시설을 공유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부분의 종교시설이 있었던 오륜중학교에 공간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도 굳이 거리가 1.8킬로
나 떨어진 세륜고에 따로 개신교시설을 그것도 2개층이나 화려하게 예배실을 꾸미게 되었는지 이유를 몰랐었습니다.
덕분에 선수촌 본부사무실에서 공지사항이나 공문을 전달하려고 해도 두군데를 모두 돌아야 했기 때문에 저는 따로
자전거를 배정받아서 하루에도 5-6번씩 이 두곳을 왔다갔다 했어야 했습니다. 담당 행정관 형에게 왜 이렇게 따로
떨어지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그게 개신교측이 죽어도 불교랑 같은 건물엔 못있겠다고 해서 그리고 죽어도 자기들은
2개층을 사용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리는 통에 결국 종교관을 분리하게 되었다는 거였습니다. 좀 어이가 없더군요.
물론 표면상으로는 불교랑 같이 못있겠다는 소리를 한건 아니지만, 사실상 그런 의사표시로 선수촌 관계자들은 인식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가 하도 유치했던지라... 이 때문에 종교담당행정관은 대회 내내 불편한 심정이었지요.
오륜중학교에는 시설이 남아돌아서 나중엔 그곳에 아마추어 무선 햄과 다른 업무를 보시는 분들이 들어올 정도였고
그에 비해 세륜고등학교에는 프레스센터가 비좁은데도 그곳 2개층을 사용하는 개신교.... -.-그러니 힘든건 우리였고요.
뭐 그정도는 처음 시작 약과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업무를 시작한지 1주일도 채 안되어 제가 알고 있던 올림픽 선수촌 종교시설의 기본 설치 취지와 목적을
철저하게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는 의도를 가진 종교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게 바로 개신교였습니다.
원래 선수촌의 종교시설들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한
일종의 종교서비스 차원입니다. 아무래도 올림픽이라는 경기의 특성상 긴장을 안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유독 개신교관의 존재는 그런 서비스라는 기본 목적은 도외시한채 전세계에서 오는 선수들을 향해
올림픽 선교를 하겠다는 것이 오히려 더 주요한 목표였습니다. 심지어 제가 처음 개신교관을 인사차 방문했던
날 저에게 자랑스레 내민 안내팜플렛에는 이 절호의 기회인 선교올림픽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두자라는 구호와 취지가
당당하게 인쇄되어 있었지요.
이후 개신교관과 해당 운영자들은 올림픽 선수촌을 무대로 다양한 선교활동(?)에 열을 올립니다.
선수촌 곳곳에서 마구잡이로 성경책과 각종 홍포팜플렛을 돌리는가 하면, 무슬림이나 불교 국가 선수들이
묵는 아파트 숙소앞에서조차 포교와 전교활동을 서슴치 않았습니다. 가장 질겁을 했던 선수들은 당시까지만
해도 존재했던 공산권 국가 선수들이었지요. 특히나 당시에는 소련이나 동구권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사례가
많았는데, 하도 이런 사례가 많아지자, 나중엔 소련 선수단 측에서 선수촌 본부에 정식으로 항의가 들어오는
상황까지 오게됩니다. 결국 십자가 셔츠를 입고서 선교활동을 선수촌 주요 시설물에서 하는 일은 금지되고
말았습니다. 동구권 선수들의 경우, 종교단체와 접촉하면 심하면 무기징역까지도 받을 수 있어서 선수들이
상당히 거북해 했었건만, 개신교분들은 그걸 모르고 무조건 달려들었던게 화근이 되고 말았습니다.
선수촌 본부측에선 동구권 선수단대표진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흘렸고 종교서비스를 책임지고 있던 제 소속부서는
그야말로 욕을 전부 대신 먹는 상황까지 가고 말았죠.
올림픽 행사인지라, 각종교의 수장분들이 모두 한번씩 다녀가시는 것이 관례인지라, 저는 운좋게도
한국 종교의 주요 수장들을 모두 직접 뵙는 행운을 누렸는데, 그중에서도 개신교 목사님들은 무려 8분이나
선수촌내에 들어오셔서 특별 예배를 진행하셨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8분이나 되는 VIP를 모시는데에
적지 않은 고생을 해야만 했지요. 어찌된게 선수촌 정문 바로앞에 있는 세륜고까지도 차를 몰고 들어오고
싶어하시는 목사님들 덕분에 그분들의 차량까지 보안검사를 받으려면 그 전전날부터 까다로운 검색절차를
처리해야 했으니까요. 그것도 8번이나...-.-;;; 차들도 하나같이 고급들...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님이
방문당시 선수촌 개신교관에 2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놓고 갔다는 얘기를 자랑스럽게 하시던 개신교관 목사님...
당시 대졸 신입사원 월급이 30만원 수준이었으니까... 요즘으로 치면 거의 3억쯤 놓고가신 셈이죠.
그런데, 한가지 잊지 못할 일은 개신교 종교서비스는 올림픽 관련 개신교 연합 단체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방문 목사님의
회수는 8차례로 합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선수촌에 들어오고 싶어하시는 목사님들이 계셨다는 것.
가뜩이나 다른 종교단체에 비해 VIP의전서비스가 많았던 지라 개신교관 사람들도 더이상은 못하겠다고 한 모양인데,
이러다보니, 직접 종교담당부서인 제 소속부서로 직접 컨택을 시도하는 목사님들... -.-
대회가 끝나는 날까지 이런 전화가 끊이질 않았답니다. 하도 이런 전화가 오다보니, 권한이 전혀 없는 제가 이런 통화
의 전담이 되고 말았는데, 하여간 어떻게든 들어오시겠다고...들어오기만 하면 저에게도 섭섭치 않게 해주겠다고
하시던 목사님들을 따돌리느라고 애깨나 먹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보니, VIP의전서비스를 마다하시고
직접 보통사람들하고 똑같이 검색을 받고 들어오셨던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님과 동방정교회 총대주교이신
뉴질랜드 교구장님(한국정교회는 뉴질랜드 교구소속이라서 이분이 오셨죠)과 같은 분들이 돋보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선수촌을 선교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였던 것입니다.
어차피 선수들은 일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기회인 올림픽에 집중하기에도 바쁜 사람들이고
종교서비스를 받는다면 기존 자신의 종교에 의탁을 하지, 거기 와서 갑자기 뭔가 새로운 종교를
받아드리기엔 애초부터 무리가 많았건만, 그걸 무시하고 전체 선수촌 종교관 중 가장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한 개신교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보다는 오히려 자신들만의 잔치가 되고 말았습니다.
사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와 선수들의 종교비율을 볼때, 개신교는 오히려 소수에 불과했고
그렇게 넓은 시설은 사실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개신교의 예배에는 선수들보다는 오히려
개신교관 사람들과 외부손님들이 더 많이 참가하는 실정이었죠.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서독 선수단은 자체적으로 개신교 목사님과 카톨릭 신부님을 대동하고 있었는데,
이분들이 독일 선수단을 위한 합동기도회를 개최하기 위해 자신들의 숙소에서 가까운 개신교관에 갔다가
일언지하에 거부를 당했던 것이었죠. 개신교관 자체의 행사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저희쪽에 대신 행사를
치를 만한 곳을 의뢰하셨고 결국 카톨릭쪽에 연락을 넣어 자리를 만들어드렸으니까요.
이때문에 제 담당 행정관은 또 한번 돌아버렸죠. 선수들 편의를 위해서 좀 가까운 쪽에 자리도 넓은데
좀 해주면 안되냐고 했다가 또 거부를 당했으니까요. 서독 선수단의 목사님과 신부님은 두분이서 다정하게
선수촌 내를 활보하시건만, 천주교관을 찾은 개신교관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요. 아니 올림픽 내내 개신교
관은 종교관 전체에서 따로 놀았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개신교를 제외한 모든 종교관 분들이 올림픽을
맞아 서로의 시설에 방문하여 대화도 나누고 가끔은 서로 음식도 나눠먹으면서 친근하게 지내셨던 것과는
대조적이었지요. 선수촌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한분의 개신교 선교사님이 방문했던게 유일했던...
저도 이곳에서 동방정교회와 이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끼고 경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기독교와 무슬림의 공통점에 대해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셨던 이슬람의 윤이맘님...
불교철학의 심오함과 절하는 법을 가르쳐주셨던 나월스님(어렵게 자수성가하신 교사출신이셨는데,
동생 시집보내고서야 뒤늦게 출가하여 일생을 깨닫음에 던지셨던 분)...
늘 온화하게 오르간을 연주하며 차분하게 사람들을 맞아주셨던 손정명 세실리아 수녀님...
동방정교회의 유일한 한국인 신부님이셨던 최바오로신부님의 자상한 설명으로 동방정교회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미사 방식에 대해서도 들을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다들 힘들게 도와준다고 들리기만 하면 잘 챙겨주셨거든요. 자연스럽게 개신교 관은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들리질 않게 되었죠. 2주일 내내 선수촌에만 있다가 잠시 외부에 볼일이 있어서 외출을 했다가,
선수촌의 문밖에 넘쳐나던 그 엄청난 십자가와 각종 홍보물들과 개신교전도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지금 이게 운동경기 올림픽인지 종교선교 올림픽인지 구분을 할 수 없는 착각에 빠졌었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모습이 선수촌 뿐 아니라 올림픽 주경기장과 올림픽 빌리지 등 주요 올림픽 관련 건물과
경기장의 예사로운 풍경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곤 또한번 아연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 있었던 것은 이런 모습을 본 외국선수들 특히나 개신교를 믿는 선수들조차 이들이 개신교라는 사실을
아무리 설명을 해줘도 쉽게 믿지 않더라는 것이었죠. 이러한 촌극은 패럴림픽에서도 다시 한번 재현되었지요.
(아는 분의 소개로 패럴림픽을 보러 오신 미국 할머님을 하루종일 안내해드렸었는데, 잠실 주경기장에서
그 엄청났던 개신교 전도자들을 보시곤 이 할머님의 첫 질문은 "도대체 무슨 사교집단이냐?'였었답니다
이분도 독실한 루터교 신자셨는데, 제가 프로테스탄트들이라고 하자, 끝내 이를 믿질 않으시더군요)
그때 제가 받은 한국개신교들의 인상은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하기보다는 신앙을 이유로
독선과 독단을 일상화하려는 조짐이 보였고 무엇보다 타인의 사정을 배려하는 일에 서툴다는 것이었습니다.
가령, 동방정교회 소속 수사님과 신부님들은 동구권선수들이 종교를 가질경우 탄압을 받기 쉽다는
현실을 너무도 잘 알고 계셨던 터라, 이들에 대한 접촉을 오히려 자제하셨고 선수들중 간혹 기도나 성경이
필요해 이곳을 찾는 경우에도 세심하게 은밀성을 보장해주고 성경책도 가로세로 2.5센치 크기의 소형을
따로 준비하셨을 정도로 치밀했던 반면, 개신교측이 동구권선수들에게 나눠주려고 준비했던 성경책은
큼지막하고 화려한 장정에 누가 주었는지조차 뚜렷하게 겉표지에 적혀있는 모습...결국 대부분 이 책자들은
그냥 그대로 먼지만 둘러쓰고 말았지요.
22년전에도 그들은 이미 세상과 분리되어 자신들만의 세계를 절대시하기 시작했었는데,
지금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한국개신교의 고질병은 하루이틀의 문제도 아니고
이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행태에 대한 각성과 교정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몰상식은 더욱더 심화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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