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도소에서 고민하면 쓴 ≪긍정 통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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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감옥에서 고민하며 쓴 ≪긍정 통일학≫
아직도 민족통일을 갈망하는 것이 죄가 되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남측본부 윤기진(33) 의장은 지난 2008년 8월27일 징역 3년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고 옥중생활을 하며 고생하고 있다. 그는 1999년 한총련 의장을 역임, 그 다음해부터 범청학련 남측본부 의장으로 활동해왔다. 8년 넘게 수배생활을 해온 윤기진 의장은 수배 중에 황선씨와 결혼, 민이와 겨레 두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최근 감옥에서 고민하며 쓴 ≪긍정 통일학≫을 통해 남한의 현주소를 거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때묻지 않은 그의 마음을 반영한 글이다. 전문을 여기에 소개한다.[민족통신 편집실]
[출처 : 수감중인 윤기진 의장 2010-11-16]
민족통신
[남]감옥에서 고민하며 쓴 ≪긍정 통일학≫
바쁘지 않고 생활이 헐렁하면 그런 생각이 난다는 겁니다. 기본 정서는 밝고 낙천적으로 지냅니다. 아직 3년 총화를 하지는 않았지만 부정적인 것들 보다는 긍정적인 성과들을 더 찾고 더 크게 보려고 계속 노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공부도 많이 하고 글쓰기도 몸에 배이게 하고 아직 반에 반도 오지 못한 운동인생에서 더 빨리 더 높이 내달리기 위한 좋은 계기가 됐다며 자위하면서요. 이런 긍정적 사고가 성격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운동에서 긍정적 사고와 사업방식이 가지는 힘이 매우 중요하다는 목적의식적인 판단이 더 강하게 작용합니다. 사람 사업에서도 부족한 점만 들추어내는 방식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고 그 장점을 더욱 살리는 방향에서 일군들을 도와주는 긍정교양이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사람사업에서 확인된 긍정의 힘은 그대로 통일 사업에서도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통일 사업도 남은 북을, 북은 남을 상대로 하는 사업인 만큼 서로에 대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서로가 마음도 몸도 하나로 할 수 없겠죠. 통일 사업에서도 중요하다는 긍정노선에 대한 나쁜 사례가 최근에 있었습니다. 보호인지 구금인지 잘 구별하기 어려운 논현동 안가에서 황장엽이 죽었습니다. 그가 죽은 것이야 나이가 있으니 별 일이 아니지만 별 일은 그가 죽은 후에 생겼습니다. 그에게 민간인에게 줄 수 있는 최고 훈장이 내려지고 국립묘지에 그를 묻었습니다. 이유가 참 궁색합니다. 평화통일에 업적이 있다고 합니다. 훈장이나 묘지는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이름에 걸맞은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평화통일에 업적이 있다는 근거는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는 시종일관 평화나 통일에는 관심이 없었으며 거꾸로 북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감만을 드러냈습니다. 그가 쓰는 ‘반북 소설’들은 그대로 조중동의 1면 기사로 실렸습니다. 자 그럼 다시 정리해 보면, 황장엽은 반통일 형태를 일삼았기 때문에 MB정권이 훈장도 내리고 묘지도 내린 겁니다.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부정의 통일학은 통일학이 될 수 없습니다. 남북문제에 새로운 화두가 나타났습니다. 민족적인 관심도 높고 논쟁의 열기도 뜨겁습니다. 북한의 ‘후계자’에 관해서 말입니다. 사실 10월10일을 전후해서 열린 당대표자회나 열병식과 같은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안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체제의 재확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관심은 모두 새로운‘ 후계자’에게 집중됐습니다. 그에게 조선인민군 대장 칭호가 내려지고 당중앙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직책이 맡겨졌다고 합니다. 공식적으로 ‘후계자’라는 결정이 된 바는 없습니다. 하지만 제반 정황을 보면 그 과정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너무 젊지 않은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던데. 이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례에 비하면 빠르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만주에서 한창 항일무장투쟁을 하던 김일성 주석도 이십대였고 60년대 중앙당에서 사업을 시작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이보다는 그간의 경력이 궁금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외부사회에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듯합니다. 북녘 사회는 모르겠습니다. 북한 주민들 안에서는 이미 회자되는 내용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후계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지만 남쪽의 보수 세력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세습’으로 규정하고 ‘봉건사회론’, ‘권력투쟁설’, ‘건강이상설’을 퍼뜨리는 계기로 상황을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이상한 것은 이것도 남북문제와 관련된 주제인데, 전선이 보수 대 진보만이 아니라 진보 대 진보로도 형성이 되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잘 분석·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지금 통일운동진영의 주소와 과제가 있습니다. ‘후계문제’에 대해서 민주노동당은 북한 내부문제로 그들이 알아서 할 일이며 부정도 긍정도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기도 했습니다. 저는 일면 수세적 대응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현장에 있는 동지들이 고심한 흔적을 느끼며 공감을 했습니다. 논쟁은 커녕 문제가 될 내용이 전혀 없는 민주노동당의 입장에 대해 소위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과 인사들은 마녀사냥, 또는 색깔론과 다르지 않는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접할 수 있는 정보매체가 한정된 저도 여러 주장을 보았습니다. 경향신문 사설과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한겨레 기획위원 홍세화씨의 글들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진짜 진보다면 북한을 비판해야 한다는 요지들입니다. 얕은 지식과 경험, 현실과 심각하게 괴리된 운동집단, 진보의 탈을 쓴 반북주의자들의 오만함이라고 밖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수준 낮은 글들입니다. 분단국가에서는 진보가 아닌 보수라 불러야 할 내용의 글들입니다. 이정희 대표는 진보가 지금 현실에서 전진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럼 우리 현실은? 여러 모순들이 복합되어 있지만 근원에 자리한 모순은 바로 남북의 분단입니다. 천안함 사태 하나만 보더라도, 이 사건이 남북관계를 넘어 정치·외교·군사·경제 전반을 휘저어 버렸습니다. 통일문제를 풀어야 진보의 다양한 과제들도 앞으로 전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통일의 상대는 북한입니다. 우리가 북한에 대한 영상을 황장엽과 조중동이 그려준 그대로 가지게 된다면 통일은 절대로 할 수 없게 됩니다. 머리에 뿔이 난 나라라는 이미지가 2000년대 들어서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진실을 중심으로 하는 저울의 추는 부정과 왜곡으로 현저하게 기울어있습니다. 미국과 반통일 세력들은 황장엽과 같은 다양한 수단들을 가지고 반북캠페인에 목숨을 걸고 달려듭니다. 앞서 진보 내 색깔론자들은 통일의 대의는 손대기 뭣하니 북한에 대한 비판을 통일문제와 별개의 사안으로 다루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그들의 주장처럼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치열한 전선입니다. 소풍이 아닙니다. 우리 민족 대 미국이라는 전선의 한 부분, 그것도 가장 격렬한 부분임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에 진보의 몫이 있습니다. 바로 저울의 추가 균형을 잡도록 부정과 왜곡의 반대편 접시에 무게를 더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눈을 감거나 귀를 막거나 입을 닫자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입니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자는 겁니다. 진실에 대한 접근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세습’논란에 대해서도 진실이 무엇인지 적극 찾아야 합니다. 먼저 ‘봉건사회’, ‘왕조국가’라는 비유는 사실과 맞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악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국가정책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에 열린 당대표자회도 그렇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최고인민회의를 보더라도 기본적인 민주적 형식과 절차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 대의원의 구성을 보면 새삼 놀라게 됩니다. 군인이 17%, 노동자와 농민이 각 10%를 차지합니다. 구체적인 운영 실태에 대한 정보도 필요하겠지만 그들에게도 사회주의 방식의 민주주의 절차는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최고지도자와 혈연관계라는 사실만으로 ‘세습’이라 규정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박근혜는 어떻게 합니까. 미국과 일본에서는 몇몇 가문이 지금까지도 정치 대물림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내용입니다. ‘세습’이라고 할 때는 그 안에 반민주적 불법성이나 자격 부실이라는 내용이 담겨져 있어야 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를 들자면 삼성그룹이 불법승계나 유명환 장관의 그 유명한 편법 채용사건과 같이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과문한 탓인지 ‘세습’이라는 주장은 숱하게 보았지만 앞서 기준에 맞는 구체적 근거들을 제시한 글들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제가 본 것은 북한이 당대표자회를 마치고 세계를 상대로 열병식을 비롯한 다양한 축하 행사를 생방송으로 진행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여러 집단의 마녀사냥에 의한 제물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저도 ‘세습’이라는 규정에 한 표를 던질 수가 없습니다. 북한 정치체제를 지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먼저 이해를 하자는 겁니다. 있는 그대로의 이해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습니까. 덩치는 100배, 인구는 10배의 미국과 싸우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사회주의 나라입니다. 그런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일당독재가 우리 현실에 비춰 보면 이해가 불가능 하지만 사회주의 나라에선 당연한 제도입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 중국의 류사오보는 일당독재를 반대하고 사유재산을 주장하고 서방식 민주주의를 주장했다고 합니다. 사회주의 나라 중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는 범죄자가 분명합니다. 그리고 류사오보의 주장처럼 제도를 바꾸었던 옛 소련과 동유럽 나라들과 지금 중국의 현실을 비교해 보더라도 중국의 정치노선의 정당성은 고려할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북한사회를 볼 때도 우리의 잣대가 아니라 그들의 처지에서 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진실도 모르겠다. 이해하기도 어렵다. 정 이렇다면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6·15공동선언과 10·4정상선언의 합의대로만이라도 하자는 겁니다. 소극적으로는 서로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서로의 사상·제도를 존중하고 신뢰해야 합니다. 두 선언은 통일은 연방·연합제를 지향한다고 했습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두 제도의 공존을 전제한 통일방식입니다. 두 제도가 공존하자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합니다. 어떤 부분은 인정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어떤 부분은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를 인정해야 가능한 통일입니다. 진보 내 반북주의자들은 통일에만 집착하며 통일 이후에 보편적 가치에 대해서 외면하면 안 된다고 비판합니다. 보편적 가치라니요? 결국 거꾸로 말하면 남쪽의 잣대로 체제 논쟁을 하자는 것이 아닙니까. 이는 6·15공동선언의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통일 그 자체도 요원하게 만드는 반통일적 주장입니다. 그들의 의도가 어찌됐든 말입니다. 홍세화씨는 통일운동세력이 북한에 대해서 ‘극도의 긍정’을 고집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감옥에서 이글을 쓰고 있는 제 처지가 그에게 답변이 되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이 엄연히 살아 있는 이 나라에서는 ‘극도의 긍정’은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중국에서도 후계체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시진핑 부주석도 혁명 1세대인 아버지의 후광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쪽 사회의 대응은 사뭇 다릅니다. 북한에 들이대던 잣대는 한 번도 내놓지 않고 시진핑시대에 한·중 관계를 전망하고 대책을 세우기에 바쁩니다. 북한의 후계체제구축에 대한 대응으로 정치권은 비난하고 군부는 급변사태 대비를 운운한 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상과제라는 민족통일의 요구성이 한·중관계보다 못할 수는 없습니다. 서로 화해하고 단합해야 하는 통일의 성격이나 반북이데올로기에 심하게 경도된 현실로 볼 때 대북문제에 대해서 긍정적 자세를 갖는 사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긍정해야 할 대상과 부정의 대상을 분명히 가를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가만이라도 있어야 합니다. 윤기진 |
[출처 : 수감중인 윤기진 의장 2010-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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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님의 댓글
민족 작성일
이치에 맞는 참으로 귀한 글이로군요. 저런 애국자가 감옥에 가야 한다는 사실이 참 가슴아픕니다.
국가보안법의 폐지가 절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