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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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에서 개곰님의 글 후반부를 옮겨왔습니다.
티파티..... 부자들의 지원으로 엄청난 뒷돈을 이용한 덕으로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우승을 이뤄냈다는데........
우리는 어떤 파티가 필요할까요?
(전략)
1981년까지 70%였던 미국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50%로, 다시 38.5%, 막판에는 28%로 떨어졌다. 이른바 ‘누수효과’론을 내걸면서 부자 감세가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전무후무한 경제 이론을 내세워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었다. 당연히 재적정자가 늘어나자 레이건 후임으로 대통령으로 오른 ‘아버지’ 부시는 공약을 어겼다는 욕을 먹으면서 최고세율을 31%로 약간 올렸다. 그 후임자인 민주당의 빌 클린턴은 최고세율을 다시 39.6%로 끌어올려 미국의 재정을 빠른 시일 안에 안정시켰다.
그러나 2001년 대통령에 오른 ‘아들’ 부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대규모 전쟁을 벌이면서도 2003년에 최고세율을 35%로 끌어내렸다. 부시의 감세로 중산층과 서민도 조금 소득세를 적게 냈지만 가장 큰 수혜는 2% 미만의 거부들이 보았다. 거부들이 내던 소득세가 크게 줄어드니까 중산층과 서민이 국가로부터 누리는 수혜는 줄어들게 마련이어서 실질적으로는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이 부시의 감세로 상대적으로 더 많이 쥐어짜이고 크게 손해를 본 셈이었다.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라는 언론인은 최근 뉴욕타임스에 쓴 글에서 미국이 바나나공화국이 되었다고 개탄했다. 1976년 미국에서 최상위층 1%가 9%의 부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1%가 24%를 가져간다. 1980년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의 평균 연봉은 미국 근로자 평균 임금의 42배였지만 2001년에는 무려 531배로 뛰었다. 1980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 창출된 부의 5분의 4를 최상위 1%가 차지했다. 미국이 니카라과, 베네수엘라처럼 빈부 격차가 심하여 전통적으로 바나나공화국이라고 불리던 나라를 능가하는 바나나공화국이 된 것이다.
부시의 감세법은 올해 말로 시효가 만료된다. 일정액 이상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감세를 할 경우 대체 세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느라고 2010년까지만 감세를 한다고 못박은 것이다. 이대로 가면 내년부터 다시 최고세율이 올라가게 생겼으니까 미국의 부자들은 루퍼트 머독의 폭스 뉴스, 포브스,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친부자 매체를 통해 정부의 방만한 지출을 질타하면서 작은 정부를 예찬하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게이트웨이 아치에서 ‘티 파티(Tea Party)’가 마련한 ‘11월로 가는 길(Gateway to November)’ 집회 |
최근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두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른바 티파티(Tea Party) 운동에 거액의 뒷돈을 대주는 것도 감세에서 엄청난 이익을 보는 거부들이다. 티파티의 Tea는 Taxed Enough Already의 약자다. 세금은 이미 걷을 만큼 걷었으니 중앙정부는 국민이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소득세로 빼앗아가는 날강도짓을 그만두라는 이른바 풀뿌리 정치 개혁 운동이다.
티파티 운동은 민주당과 공화당 같은 주류 정당은 똑같이 썩었다고 보지만 그래도 공화당을 개혁해서 자기들이 추구하는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고 공화당으로 침투해서 이번에 자기들이 미는 후보를 대거 당선시켰다. 티파티 운동에 참여한 미국인 중에는 정말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나라빚이 걱정스러워서 정치 개혁 운동에 뛰어든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인물들은 그렇지가 않다.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와 바닥 모를 무뇌성을 보여준 사라 페일린, 로비스트를 아내로 둔 공화당 원내대표 존 보넘, “사회주의자” 오바마가 획책하는 “나치즘 독재”로부터 나라를 지키자면서 눈물을 글썽거리는 폭스 뉴스의 간판 진행자이자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글렌 벡은 모두 물심양면으로 거부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거부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논리를 설파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낱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쳤을 티파티 운동이 미국 하원의 주도권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기는 핵폭풍으로 폭발할 수 있었던 것은 폭스 뉴스 같은 극우 언론의 전폭적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
순수 자본주의 체제에서라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과 은행, 보험사를 국가가 구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러나 금융 위기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다는 대공황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오바마는 GM 같은 자동차회사를 지원했고 AIG 같은 보험사를 살려냈다. 사회주의자라는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방만한 경영으로 망할 뻔하다가 오바마 덕분에 살아난 AIG 같은 기업은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해서는 안 된다. AIG 경영진은 위기에서 벗어나자 다시 1억 5천만 달러가 넘는 보너스 잔치를 벌이면서, 다시는 이런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하려는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라고 비난하는 여론을 만들어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오바마를 “사회주의자”로 낙인찍는 티파티 운동의 든든한 자금줄 노릇을 하는 것이 AIG처럼 “사회주의적” 자본주의 덕분에 살아난 기업이다.
티파티 운동이 타도해야 할 대상은 미국이라는 공동체가 붕괴하여 실업자가 폭증하는 것을 막으려고 기업과 은행에 구제 자금을 제공한 오바마의 민주당이 아니라 군수 산업과 석유 산업 주식을 가진 부호들에게만 득이 되는 전쟁을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일으켜 미국을 빚더미에 올려놓고도 오히려 부자 감세로 거의 회생 불가능한 채무국으로 몰아간 부시의 공화당이다. 티파티가 세워야 할 정부는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전쟁을 안 하는 정부다. 미국은 전시에는 부자 증세를 해서 위기를 넘긴 전통을 가진 나라인데 티파티 운동은 이라크와 아프간 두 곳에서 전쟁을 벌이는 자기 나라의 세금을 깎으라고 요구한다. 티파티 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의 현실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뜻이고 그 원인은 부자들이 장악한 언론에 세뇌당했다는 데 있다.
그래도 부자들이 장악한 신문 방송에서 24시간 쏟아내는 오바마와 민주당에 대한 저주 속에서 오바마가 아주 외롭지만은 않은 것은 그를 옹호하는 미국의 언론인과 지식인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티모시 이건이라는 언론인은 얼마 전 ‘자본주의를 구하고 중간선거에 진 오바마’라는 칼럼에서 정적들의 저주 속에 묻혀진 오바마의 업적을 열거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포커스 타령’이라는 칼럼에서 오바마의 중간선거 패인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지 않고 의료보험 개혁이라는 엉뚱한 의제에 포커스를 맞추었기 때문이라는 항간의 비판에 일침을 놓으면서 오바마는 포커스를 제대로 맞추었으니 중간선거에서 졌다고 기죽지 말고 좀 더 확실히 밀어붙이면서 공화당이 어떻게 발목을 잡는지를 국민 앞에 까발리라고 주문했다. 크루그먼은 또 다른 칼럼에서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선 적이 있는 정치인 중에서 단 한 명을 빼놓고 모두 폭스 뉴스에서 돈을 받고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정치인이 언론의 주구 노릇을 하는 현실을 꼬집기도 했다. 오바마는 외로운 섬이 아니다.
그러나 노무현은 외로운 섬이었다. 노무현에게는 포커스 타령을 하면서 대통령을 비판하는 어설픈 진보 먹물을 꾸짖는 크루그먼 같은 우군이 없었다. 현실 진보 정치인 오바마에게는 크루그먼이라는 현실 진보 지식인이 우군으로 버텨주었지만 현실 진보 정치인 노무현에게는 남의 현실에서 만들어진 관념의 잣대를 가지고 자기 현실에다 돌팔매질을 하는 것만을 능사로 아는 관념 진보 세력의 저주 말고는 기대할 것이 없었다.
크루그먼처럼 현실을 사유하는 지식인이 한국에서 나오지 않는 한 노무현처럼 현실을 사유하는 정치인은 늘 난자당할 수밖에 없다. 노무현은 너무 일찍 간 지도자가 아니라 너무 일찍 온 지도자였다. 노무현은 잘못 태어났다. 지금의 한국은 노무현이 태어나서는 안 되는 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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