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개들의 천적, 신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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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이랍시고 서울 삼성동 고양이도 다 쥐약 놓아 죽이는 건 아닐까 하고 뜬금없이 걱정을 하다가 문득 생각해보니, 도둑고양이는 있어도 도둑개는 없고 길고양이는 있어도 길개는 없다. 그나마 고양이가 개보다 거리에서 어찌어찌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라는 종자의 속성을 알아 가까이 하지 않는 지혜를 지녀서 그럴 것이다. 개들은 정말이지 바보다. 어지간히 당하지 않는 한 그래도 꼬리를 흔들며 다시 다가가는 바보. 그 바보스러움 때문에 이토록 개를 사랑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은 신자유주의에는 도무지 맞지 않는 미덕이다.
신자유주의는 특히 똥개들의 천적이다. 푸들이나 요크셔 말고 종자 불분명한 개가 옛날에는 그토록 흔하더니, 이제는 서울특별시에 특별하지 않은 개들은 눈에 불을 켜고 찾아봐도 없다. 특별히 박멸 계획을 세우지 않았는데도 서울특별시에서 똥개는 멸종된 것이다. 개체의 경쟁력을 강조하고 이 사회에는 모든 선택의 자유가 있으니 자기계발을 통해 그 자유와 특권을 획득하라고 외치는 신자유주의 안에서 애초에 타고나기를 잡종인 것들은 도무지 설 곳이 없다. 이 안에서는 당연히 개도 소비재가 되었기에, 옆에 데리고 다니는 것만으로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폼 나는 개를 키워야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서 유명해진 ‘상근이’. 그레이트 피레네는 어지간히 훈련을 안 시키면 상근이처럼 말 잘 듣고 점잖지 않기 때문에 숱하게 버려졌다. 잘나가는 연예인 누가 키운다는 특이한 종자 개가 알려지면 다들 “얼마냐, 어디서 살 수 있냐” 하는 데, 동물학대방지연합(www.foranimal.or.kr) 같은 곳에서 새 주인을 애타게 찾는 종자 좋은 멍멍이들이 키워만 주면 공짜건만 싶어 펄펄 속이 탄다.
그나마 위로가 되는 건 동네 재래시장 할머니가 키우는 흰둥이다. 늙고 뚱뚱하고 못생기고 건방진 데다 물론 족보도 없는 이 흰둥이는 할머니가 시장에 나갈 때 손수레에 올라앉아서 같이 가고, 저녁에는 같이 퇴근한다. 날씨가 추워지면 할머니는 온돌바닥에 앉은 흰둥이 등에 담요를 둘러준 다음 난로를 켜주고, 여름에는 느티나무 아래에 앉아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부채질도 해준다. 흰둥이는 공작부인처럼 오만하게 앉아 있는데, 종자가 좋은 개였으면 얄미웠을 것 같지만 그래도 흰둥이를 보면 웃지 않을 수 없다. 녀석아, 난로 뜨뜻하냐?
출처: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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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루저님의 댓글
루저 작성일
옛날엔 '못생겨서 죄송합니다' 해서도 밥 먹고 살았는데
요즘은 키만 작아도 루저가 되는 세상이니...
제이엘님의 댓글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개천에서 용났다는 소리도 이제는 듣기 어려운 얘기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