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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단은 과연 누구를 살찌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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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0건 조회 2,873회 작성일 10-11-2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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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철을 만났던 것은 1999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였습니다. 당시 여자 축구 월드컵 북한 대표팀은 덴마크와의 경기를 포틀랜드의 PGE 경기장에서 가졌고, 저는 라디오코리아 오리건, 그리고 한국일보 포틀랜드 지사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제 와인 구루라고 할 수 있는 정상규 전 오리건 축구회장(나중에 한인회장 역임)님께서 선수들과 임원진을 지원해 주셨는데, 이때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한식을 제대로 먹었다고 이들은 나중에 심정을 밝히고 우리 동포 지원단 및 응원단에게 깊이 감사했었습니다.

이때 최승철은 '정치국원'으로서 이들과 함께 나와 있었습니다. 첫눈에도 체격 좋고 호인이었던 그는 덴마크전에서 승리를 차지한 것을 동포들의 지원 덕으로 돌렸습니다. 선수단과 동포들은 이때 승전 파티를 함께 가졌는데,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서로 목이 메는 순간을 나눴었습니다.

한인회및 축구 협회는 처음에 '북한 축구 선수단 환영'이라는 팻말을 걸어 놓았었는데, 이것 때문인지 첫 만남은 무척 썰렁하고 냉기가 돌았습니다. 북한이라는 단어는 그들에게는 마치 그들이 우리를 '남조선'으로 부를 때같은 이질감을 안겨주는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승전의 기쁨- 사실 감격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이때는 남북이 없었습니다. 응원단은 소리질러 북을 응원했고, 덴마크를 이기자 동포들은 "우리가 이겼다!" 고 외쳤습니다. 모두들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그 자리에서만은 통일이 이뤄진 듯 했습니다 ㅡ 때문인지, 파티장에서 최승철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동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저는 사실 이 대목에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그러자 그때 상황을 파악한 한인회 임원 중 하나가 답사를 했습니다. "공화국의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주셔서, 우리 민족의 패기를 세계에 보여줬다"고. 그 자리에서 어떤 상호 존중의 모습이 드러나자, 그 다음엔 참 훈훈해졌던 기억이 납니다.

 

최승철은 즐거웠던지 기자들과도 호기있게 건배를 부르며 소주를 컵째 들이키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선수들도 동포들과 친해져서, 골키퍼를 맡았던 선수는 제가 그 당시에 아기였던 지호와 아내의 사진을 보여주자, "기자 선생, 아이가 오마니 닮아서 참 다행입네다" 하는 농담을 던졌고 우리는 모두 깔깔 웃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러던 그 최승철을 다시 접한 것은 TV 뉴스를 통해서였습니다. 2007년 10 월에 노대통령이 방북할 때, 그가 노무현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실제로 만나본 사람이기도 하거니와, 또 포틀랜드를 찾아왔을 때보다도 더 신수가 훤해보여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어느새 '통일전선부 수석 부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아 남북간의 경협을 주도해 왔던 것입니다. 그가 재임할 동안, 평양에서 흘러나온 사진엔 미키 마우스 모자를 쓴 북한 어린이라던지, 평양에 들어간 코카콜라의 모습이라던지 하는 것들이 간간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북은 공히 협력 모드로 들어갔고, 경협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미국에서 때때로 왜 국산 물건이 아닌 북한산 물건이 미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둔갑하느냐고 따지고 들었던 것도 이때였습니다. 적성국인 'DPRK' 대신 'Korea'로 표기된 물건들은 미국에서 저염가 시장에서 꽤 튼튼하고 잘 만들어진 물건으로 호평받았고, 미국은 여기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학생용 가방이라던지 신발 같은 물건들 중에서 북에서 만들어진 것들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서 만들어진것보다 훨씬 튼튼하고 괜찮았습니다.

 

이때, 동포들도 북에다 투자하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미국 내 재산의 북한 반출은 힘들어 포기하고 만 경우가 여럿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남북 경협이 일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으로도 이는 참 고무적이었습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올 때만 해도 상상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에서 '일상'으로 이뤄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최승철의 소식을 마지막으로 접한 것은 지난해 5월이었습니다. 그가 철직당하고 나서 대남정책의 실패 책임을 물어 처형당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 등장 이후 남북관계가 완전히 경색되고 나서의 일이었습니다. 2008년 여름 일어난 박왕자씨 피격 사건, 개성공단 억류 사건 등이 연이어 일어나고 남북관계는 악화 일로를 치닫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것은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던 햇볕정책 기조를 완전히 대한민국이 내다 버렸다는 것을 의미했고, 이로 인해 일어날 남북관계 파탄은 눈에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참 어렵게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였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퍼주기'라고 말할 정도로 많이 투자한 것 같았지만, 사실 그것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은 많은 것을 얻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이명박 정권 등장 이후에 초급속으로 냉각되나 싶더니, 기어이 북이 우리에게 포격까지 하고 우리도 맞대응해야 하는 일촉 즉발의 상황까지도 빚어졌습니다.

 

사실, 이 모든 일련의 사실을 되돌이켜보면, 우리 조국의 모순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아마,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들의 대북관도 일단 적대적인 것으로, 또 규탄하고 침략에 대해 응징해야 한다는 쪽으로 귀결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두들겨 맞고도 가만히 있으면 바보지요. 그러나 이번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우리는 벌써 우리가 가진 한계를 그대로 노출해야 했습니다. 13분만의 대응. 만일 노대통령이 추진했던 전시작전권 반환이 그대로 이뤄졌더라면 우리는 여기에 걸맞는 대응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응을 일단 했지만, 우리 군의 작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의 확전 우려 때문에 이에 걸맞는 대응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더 크게 드러난 모순은, 우리가 이 남북관계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 한, 그리고 이 남북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아무리 민주화의 탑을 쌓아도 그것이 한순간에 그대로 무너질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북한의 이 도발은 그들에겐 체제를 공고히 함과 동시에 남쪽에게 이런 식의 블로우를 한 방 먹임으로서 정국을 출렁거리게 만들겠지만, 엄연히 말하면 그들도, 또 우리의 정권도 마찬가지로 이런 것들을 빌미삼아 자국 내의 민주화 움직임을 누르고 탄압할 수 있는 빌미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즉, 남북 분단 체제의 모순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은 우리는 언제나 다시 전두환 박정희 체제로 그대로 환원할 수 있는 개연성을 지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남북의 분단은 남북한 양쪽 내의 기득권 세력만을 강고히 해 주는 체제일 뿐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면 일어날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남북 공히 불쌍한 민중들일 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김대중 대통령의 눈물을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보여주었던 김대중 대통령의 눈물은, 그가 생물학적인 수명을 거의 다 했다는 것을 간파하고 동시에 이 정권이 들어서면서 그가 만들어왔던 남북관계의 틀을 지탱해 줄 사람이 실질적으로 없어졌다는 것을 실감한 노 정치인의 비통과 통한의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북한 체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자기모순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잘 알고 있는 중국마저도 '동북공정'이니 뭐니 하면서 여차하면 북한을 자기 체제로 흡수해 버리겠다는 야욕을 '거의 공개적으로'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의 '특수 상황'에 받아들일 준비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같은 민족으로서 가져야 할 의무의 포기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것은 어느새 망각돼 버리고, 남북한 기득권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민족의 공생공멸 같은 전제는 포기한 채 그들의 기득권만을 지키고자 어느새 남북관계를 이런 쪽으로까지 몰고 와 버렸습니다. 

 

역사는 증명합니다. 남북한이 지금껏 서로 대립각을 쌓아 왔을 때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아 왔는가를. 일본은 남북의 모순이 쌓이고 쌓여 터진 전쟁으로 일어나 지금껏 경제대국이랍시고 우리를 우습게 보아 왔습니다. 미국은 늘 전쟁의 위험을 강조하고 우리에게 그들의 무기를 사라고 해 왔습니다. 이것을 통해 심지어는 우리가 자주국방의 의지를 드러낼 때마다 음으로 양으로 방해해 왔습니다. 그리고 남한과 북한의 독재자들은 그들의 존재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왔습니다.

통일을 향한 민중들의 열망만이, 이 모든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 봅니다.

 

이번 북한의 도발로 어처구니 없이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북은 응분의 댓가를 치러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댓가를 치러주게 하려면 전작권을 가져와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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