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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수만 한 줏대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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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3,578회 작성일 10-11-28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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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에서 펌


조승수만 한 줏대도 없나
(딴지일보 / 이미끝난인생 / 2010-11-26)


조승수는 주사파 논쟁에 내놓으면 조갑제 뺨을 24번은 갈길 수 있는 위인이다. 그는 이른바 종북주의자들을 비판할 수 있다면 조선일보하고도 손잡는다. 그런 그가 대북규탄 결의안에 반대한 유일한 국회의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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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결의안의 7개 조항을 살펴보면 북의 도발에 대한 규탄과 대책 마련에 무게를 뒀을 뿐 감정적 대응은 없다. 송영선 말마따나 “반드시 보복하고 응징하겠단 내용도 없다.” 북과 대화하지 말자는 내용도 없고 퍼주지 말자는 내용도 없다. “추가무력도발행위에 단호하고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융단폭격이라도 주문할 것 같은 서슬 퍼런 톤은 아니다.

그럼에도 조승수는 반대토론에 나섰다. 송영선은 ‘보복과 응징’이 빠져서 반대토론에 나선 거니 사실상 유일한 반대토론자였다. 그는 “평화체제를 어떻게 건설할 것인지 분명한 입장”이 빠진 점을 지적하며 “군사적 대응 중심의 결의문은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빨리 들어와”라는 야유, “빨갱이”라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 조승수의 다음 발언에 주목한다. “국민 정서 한편에선 확전되거나 전쟁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하고 있다.” 이거다. 이게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국민을 대변하는 소신’이란 덕목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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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규탄여론이 비등한 한편에서 ‘NO WAR’를 호소하는 국민에게도 마이크와 확성기가 필요하다. 아무리 사세가 불리해도 국회의원은 자신이 대변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공론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조승수는 강경론에 휩싸여 표류하는 국회에 평화의 목소리가 있음을 일깨웠다. 그는 동료의원의 야유와 힐난을 무릅쓰고 반대토론을 했고 반대표로 소신을 밝혔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기 1명으로 그쳤다는 점뿐이다. 민노당과 비록 사이가 안 좋지만 함께 반대를 하자고 권유를 했다면 만점에 가까운 의정 활동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외치다가 연평도 포격에 당분간은 강경하게 가야지하고 입장을 선회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치원칙이란 그런 게 아니다. 원칙은 어려울 때일수록 반드시 지키라고 있는 거다. 불안한 휴전상황에 서해를 놓고 남북 간 무력충돌이 언제나 연평해전 규모 정도에 그칠 거라고 생각했단 말인가.

지금 강경론을 얘기하는 자는 국가 대계에 대해 무지함을 드러내는 거다. 한마디로 불가능한 얘기를 하며 사태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짓이다. 북한의 황해도 해안포 기지를 공격하는 것도 준비가 있어야 하는 거다. 전쟁준비만 반세기를 해왔는데 무슨 준비 타령이냐고? 우리 군 대응을 보고도 그런 얘기가 나오는가.

옛날이야기 하나 꺼내겠다. 거란족의 침공을 격퇴한 뒤 전쟁 없는 세월을 보내던 고려 숙종 시절, 여진족이 국경을 넘어 천리장성을 침공한 적이 있다. 이때 고려 수비군은 망신에 가까운 참패를 당했다. 패전한 고려는 아직 국가조차 세우지 못하고 수십 개의 부족으로 분열된 이 이민족에게 먼저 화친을 제의했다. 그리고 고려로 망명한 친고려파 여진족 지도자들을 배신하고 침공군의 손에 넘겨줬다.

그 뒤 숙종은 동북면 정벌준비를 했다. 숙종에서 예종으로 넘어갔을 때에야 준비를 마칠 수 있었고 별무반을 앞세운 성공적인 여진족 토벌이 이뤄졌다. 오늘날 지도로 보면 9성의 위치가 정확하진 않지만 함경남도 동해안 일대 정도다. 이 땅의 여진족 몇 개 부족을 치는데 근 3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중세시대에 국가도 없는 부족을 정벌하는데도 엄청난 인력과 물자와 세월 그리고 희생이 필요했다. 그렇게 했어도 9성은 끝내 지키지 못했다.

지금 가카처럼 군이 나태하다고 군 자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국회의원들이 침 튀겨가며 왜 폭격하지 않았느냐고 몰아붙여서는 강경파가 오매불망 소원하는 북한의 서해안 해안포 기지 공략 못 한다. 윤관은 침공한 여진족을 막지 못하고 화친을 한 주역이었지만 오히려 중용돼 결국 여진토벌의 공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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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국가의 무력을 행사하려는 지도부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나? 여진토벌을 계획한 국가 최고지도자인 숙종은 직접 토벌준비에 열을 올리다 과로로 쓰러져 사망했다. 서경까지 행차해 군을 사열하고 개경에 돌아오다 쓰러져 궁궐의 북문을 지나던 중 죽었다. 나라의 국왕이 길거리에서 숨을 거둘 정도로 자신을 돌보지 않고 여진토벌 준비에 매달렸던 거다.

하물며 북한은 여진족 수준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단지 남북관계만 생각해서는 안 될 정도로 복잡하게 꼬인 상황이다. 그런데 4천만 국민과 2천5백만 북한동포들의 생사가 달린 사안을 원통함과 울분, 부끄러움과 당황스러움으로 범벅된 외마디비명에 걸어야 한단 말인가.

그러니 강경파들은 이제 입을 다물자. 지금은 싸울 때가 못된다. 가카는 평양에서 죽겠다는 각오로 김정일과 정상회담을 추진해야 한다. 6·15, 10·4선언 이행, 최소한 NLL을 둘러싼 남북 간 입장 차를 좁히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해야 한다. 오바마에 기대서는 답이 안 나온다. 오바마는 현재 한반도 문제에 대해 별 고찰 없이 부시랑 비슷한 수준으로 굴고 있는 것뿐이다. 지난 2년이 입증해주지 않았나.

김정일과의 대화는 자존심 구기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대화를 하냐 마냐에 자존심을 거는 것 자체가 국가의 자존심을 얄팍하게 만드는 짓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남한이 북한과 대화한다고 ‘북한이 남한보다 센갑다’로 해석하지 않는다. 가카가 김정일과 대화하고 금강산관광이 재개된다고 ‘박왕자, 서정우, 문광욱을 잊었냐’고 비난할 자는 한 줌도 안 되는 가스통 부류들뿐이다.

대화는 봐주는 게 아니다.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걸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각인시키며 무력도발 같은 술수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정면돌파다.

북한의 무력도발은 동북아 정세를 긴장시키고 남한과 미·중·러·일 4강 사이를 교란시키고 남한사회 내부를 혼란에 빠트리고 싶은 흔들기용이다. 국민의정부-참여정부는 꾸준한 남북대화를 통해 이런 무력도발로는 남한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미·중·러·일 모두가 남한을 지지했다. 동북아 정세는 세계의 깡패 부시 정권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안정을 유지했다.

지금은 어떤가. 미국은 한반도 정세에 별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처지다. 그저 사태가 발생하면 즉자적 대응밖엔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남한에 등을 돌리고 있다. 중국은 우리나라에 있어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중요한 동맹국이다. 결과적으로 동북아 정세는 점점 혼란에 빠지고 있다. 우리가 앞을 예측하기 힘들게 됐다는 거다.

그나마 지난 10년의 결실로 남한 사회가 북한의 무력도발에 휩쓸려버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연평도가 포격 받은 뒤, 국민은 보수 진보를 떠나 한목소리로 가카를 비롯한 정부를 믿지 못하고 가카는 군을 못 믿고 있다. 믿으라고 윽박지른다고 없어진 신뢰감이 우러나오지는 않는 거다. 신뢰란 ‘정부를 믿지 않으면 잡아가요’란 윽박지르기로 쌓이는 게 아니다.

이래도 ‘북한은 우리의 대북정책과 관계없이 짜인 각본대로 움직일 뿐이다’라며 끝내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나라 정치인 중 누란의 위기 앞에서 옳은 소신을 명료하게 피력할 배포를 가진 자가 조승수뿐이란 말인가. 야권은 정치적 이해득실 차원을 넘어 가카에게 대화를 적극 건의해야 한다. 분노가 앞서 있는 여론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지난 햇볕정책 기간에 만들 수 있었던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다시 재건해야 한다. 위기에 움츠러들지 않는 의연한 대처가 보고 싶다.

 

이미끝난인생


출처 : http://www.ddanzi.com/news/5131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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