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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판에 새 돌 올려놓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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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4건 조회 3,317회 작성일 10-12-31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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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열 일곱 시간 차이가 나는 우리 나라는 아마 올해의 마지막 날을 맞아 한 해를 돌이키고 있는 분들이 많겠지요. 한 해라는 단위,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한바퀴 잘 돌았다는 신호이겠습니다만. 어젯밤엔 우박이 갑자기 쏟아져 아침 출근길 우리집 근처는 그게 그대로 얼어붙는 바람에 약간 애를 먹었습니다. 문제는 아내였는데, 출근시간이 저보다 늦긴 하지만 원체 겁이 많은 사람이라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보면, 저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졸편이지만 책도 한권 냈고, 큰아들 지호가 대통령상을 받으며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을 지켜보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고, 또 올해가 미국에 온 지 20년이 된 해이기도 했고... 개인적인 일들이 기쁨으로 넘쳤다면, 사회적인 일들은 분노와 안타까움, 그리고 아픔과 눈물로 바라봐야만 했던 일로 점철됐기에, 참 힘들기도 했습니다.

 

그냥 제 개인적인 견지에서, 제가 살아가는 삶으로만 말하자면, 저는 비록 바둑을 둘 줄 아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사실 개인적인 인생사야 그냥 반상에 가로세로 열아홉 줄씩 쳐져 있는 바둑판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이런저런 '환경'들은 그렇게 큰 변화가 없겠지만 거기에 어떻게 매일매일 돌을 놓는가에 따라서 이런 수가 생기기도 하고 저런 수가 생기기도 하는 거겠지요. 결국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과의 대국인 셈입니다. 그 대국의 단위를 하루로 봐도 되고, 한달로 봐도 되고, 또 이렇게 한 해로 봐도 되겠지요. 결국은 인생이라는 대국에 내가 어떻게 수를 놓는가에 따라 변하겠지만, 그래도 짧게 보면 이렇게 인위적인 시간단위들로 나눠 본다 해도 지금의 이 바둑은 재밌습니다. 내가 하는 한 마디 말이, 그리고 내가 취하는 하나의 행동이, 결국 내가 반상 위에 올려놓는 바둑알인 셈입니다.

 

내가 어떻게 대국을 치러왔는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돌을 놓으려 애썼다고. 몇 집을 잃었던, 몇 집을 땄던, 아직 계가를 정확히 못 해봐서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불계패는 당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올해라는 대국을 접고, 새해라는 새로운 판을 둬야 합니다. 매 순간순간 맞는 선택의 시점들. 나도 모르게 갈림길로 들어서는 이 인생에서, 좋아보이는 길보다는 옳아보이는 길로 가고 싶습니다.

 

제 졸문들을 읽어주시고 빛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건승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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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권종상 님, 한 해 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게 일하고 활동하시고
세상을 바꾸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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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무슨 말씀을... 우리 모두 함께 가는 길입니다.  모두 수고하셨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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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님의 댓글

조조 작성일

바뿐 일정에 공부까지 하면서 많은좋은글 올려주심 감사해유.....
새해에두 활기찬 모습 기대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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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님의 댓글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모두 함께 활기찰 수 있기를!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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