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의 별 헤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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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볕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올해는 정말 가는시간 아쉬워할 틈도 없이 지나가 버렸군요. 해마다 가을이면 읊조리곤 하던 시인데 지금 이 글을 올리고 있는때가 어느덧 올해의 마지막주랍니다. 동주에대한 결례에 용서를 구합니다.
식민지 조선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큐슈의 후꾸오까 형무소에서 억울한 죽임을 당할때까지 동주는 "부끄러워" 할 줄 알았던 젊은이였습니다. "창밖에 속살이는 봄비"를 "남의나라 육첩방"너머 들으며 "한 줄의 시가 쉽게 씌여지는 것"은 차라리 부끄러운 일이라고 고백하던 동주의 맑은 마음이 누구님의 말마따나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를 예수님의 호적 등재일이 지나는 지금 다시 생각나는군요. 아마 동주역시 기독교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동주에게 남한의 우익 친일후손들이 붙혀준 '항일시인'이라는 찬사도 또 한 그 역의 평가도 합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그를 저는 "우물속에 비친 추억처럼 지나가는 한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섰다가 다시 그리워하던" 그런 존재로 이름으로 그리고자 합니다.
2010년이 실망스러우셨다면 아직 5일이나 남았으니 최선을 다 해 보는 것은 어떨런지요? 아님 2011년이라는 '부끄러울줄 알아야 하는'365일이라는 인생의 한 점이 또는 선이 우리를 시험해 줄테니 벌써 실망하실 필요도 없겠습니다.
모두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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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칼있으마님의 댓글
칼있으마 작성일
조용한 밤에
조용한 시
조용히 읽고 있자니
마음까지
조용해 집니다.
잘 읽고 물러갑니다.
안토니오님께서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