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자본, 그 위험한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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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은 의식적인데 권력은 무의식적이다. 자본은 권력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 것인지, 그 대가로 무엇을 제공할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지원을 언제까지 어떤 조건하에 계속할 것인지 분명하게 의식하고 있다. 반면 권력은 오랜 세월 한국 사회에서 유통되어 이제 기한만료된 시장보수의 피상적 행태를 근본적 고민없이 반복실행하고 있을 뿐이다.
현 정권, 기업논리 습관적 반복
셋째로, 한국 사회의 강고한 기득권과 결합함으로써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유들은 거의 대부분 스스로를 배신할 것이다.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든 공정사회론과 친서민정책조차 자본의 대변자들에게 어떤 험한 말들을 들어야만 했는지 돌이켜보면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무의식적 결합이 실제로 국가권력의 자율성을 얼마나 위축시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근본적으로 권력은 자본 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기반 위에 서는 것이며, 따라서 정치의 궁극적인 문제는 정의에 있다. 자본은 위험한 동반자일 뿐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3년이 지나도록 독자적인 정치 논리를 학습하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올해의 대통령 신년연설에서조차 핵심은 또 다시 경제와 안보였다. 둘 다 중요하지만 1970년대라면 몰라도 2011년 정치의 핵심 원리가 되기에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흘러간 옛 노래가 아니던가. 옛 노래인지 몰라서 그 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이 아닐 터이다. 새로 부를 노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자율적인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시장의 논리와 별개로 존재하는 정치의 논리가 무엇인지 학습하지 못한 권력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자본의 논리를 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하려고 든다.
따라서 현 정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치를 학습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공공의 영역에 존재해야 할 권력이 스스로의 위치를 찾지 못하고 사익의 영역인 경제논리만 반복하는 것은 시민을 위해서나 스스로를 위해서나 재앙이다. 국가와 자본은 너무 가까워서도, 너무 멀어서도 안 되는 관계이다. 역사상 어떤 권력도 자본으로부터 영원히 보호받은 권력은 없다. 더 이상 권력으로부터 얻을 것이 없어질 때, 권력은 어느 날 갑자기 해고된 최고경영자처럼 버려질 뿐이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배신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의 문제일 뿐이어서 원망할 일도 못 된다. 오히려 시장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혼동한 스스로를 원망해야 할 일이다.
권력은 시민적 기반 위에 서야
권력의 어리석은 선택은 시민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남긴다. 공동체의 기반인 사회성의 영역은 붕괴하고 모든 것이 돈으로 거래되는 상품사회를 남겨놓기 때문이다. 권력이 시민적 기반 위에 버티고 서서 국가자율성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그래서 권력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모두가 덕담을 나누는 새해 벽두를 날선 비판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고, 이 글이 진심으로 읽혀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현 정권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권력은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를 상당부분 결정한다. 우리 모두 속에는 권력 자신도 포함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새해에는 정치를 학습하고 권력이 원래 있어야 자리를 되찾기를 기원한다.
2011-01-05 21:03:32 장덕진|서울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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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돼지님의 댓글
돼지 작성일
쥐박이 정권은 시작 부터가 고.소.영에의한 고.소.영을 위한
정권으로 출발했으므로 시민이 뽑아주었지만 시민에의한 시민을 위한
정권은 아니었읍니다.
한마디로 가진자와 기독교적 기득권 세력과 특정지역 기득권층을
기반으로 해서 출발했고 거기다가 딴나라당이라는 보수꼴통 집단과
짬뽕이 되버리니까 권위주의와 기득권만 내세우는 골때리는 정권이
되었읍니다.
애당초 시민을 생각하고 위하는 정권이 아니었던 것이죠.
그러니 촛불시위가 나서도 처음에는 당황해서 사과 하는척
하더니 콘테이너로 명박산성을 쌓지않나 용산의 재개발 지역에서
갈곳이 없는 시민들을 잘협상 해서 갈곳을 마련해 주진못할망정
경찰을 투입해서 무지막지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6명이 희생
당하기까지 했읍니다.
기득권층을 위해서 출발한 정권이 시민을 위해서 무엇을 한다거나
시민을 위해서 어떤 정책을 편다거나 하는 정치철학은 찾아볼내야
찾아볼수없는 정권 이었죠.
"이명박 정부가 집권 3년이 지나도록 독자적인 정치 논리를 학습하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올해의 대통령 신년연설에서조차 핵심은 또 다시 경제와 안보였다. 둘 다 중요하지만 1970년대라면 몰라도 2011년 정치의 핵심 원리가 되기에는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흘러간 옛 노래가 아니던가. 옛 노래인지 몰라서 그 노래를 계속 부르는 것이 아닐 터이다. 새로 부를 노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권력의 어리석은 선택은 시민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남긴다. 공동체의 기반인 사회성의 영역은 붕괴하고 모든 것이 돈으로 거래되는 상품사회를 남겨놓기 때문이다. 권력이 시민적 기반 위에 버티고 서서 국가자율성의 영역을 확보하는 것은 그래서 권력 자신을 위해서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
지금까지도 우왕좌왕 하는 쥐박이 정권은 듣기에 좋은 무슨 친서민정당이니 공정한사회니
중도 실용주의니 그때그때 지들이 필요할때마다 진실성이 하나도없는 허구의 말만 늘어노우면서
정말로 시민들을 위한 효율적인 정책은 하나도 없는것입니다.
저런 쥐박이 정권을 뽑아준것을 정말로 정말로 후회하게 되는군요........
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권력의 어리석은 선택의 재앙을
지금 왕창 당하면서
느끼는 바가 있겠지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런데 생각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이 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