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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민경제의 바닥에서 바라보는 복지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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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권종상
댓글 2건 조회 3,075회 작성일 11-01-03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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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왜 이리 춥던지... 이곳의 겨울 날씨는 온난 습윤하고 여름엔 온난 건조한 전형적인 서안해양성 기후인데, 엘 니뇨와 라 니냐가 교차하는 덕에 전혀 엉뚱한 날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꼭 우리나라의 겨울을 연상케 하는 그 아릴 정도의 새벽 추위는 오늘 개학해 학교에 간 우리 아이들의 발도 동동거리게 만들었을 것 같습니다. 하긴, 애 엄마가 학교에 데려다 주니 우리 아이들은 어렸을 때 제가 학교에 가려면 그 추운 길을 귀마개 하고 동동 싸다시피 해서 갔던 그런 추억은 가지지 못하겠지만...

 

아고라에서 미국 경제에 관한 토론이 열띤 것을 보았습니다. 미국 경제가 다음해에 나아지느냐, 혹은 그렇지 않느냐의 일인데, 어제 함께 모였던 우리 친구들도 술 한잔 기울이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과연 경제가 나아질 것인가의 문제였는데, 결국 결론은 미국이 다시 레이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희망은 없다는 거였습니다. 지금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도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고, 저처럼 우체국에서 일하는 이들도 저같은 캐리어나 수송원 이외엔 자동화의 결과로 많은 수가 퇴직했고, 특히 창구직원의 경우는 창구 업무에 많은 기계가 도입되면서 그 숫자가 계속해 줄고 있는 형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제 우리는 꽤 큰 중국계 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부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원래 카지노였던 자리를 통째로 부페 식당으로 바꾼 이 식당이 지금 자리에 들어서면서 반경 10마일안의 중국집, 테리야키집, 일식집 등은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부페의 1인당 가격도 1인당 9달러 정도로 웬만한 식당의 한끼 식사 값밖에 되지 않는데다가, 먹을 것은 가짓수가 엄청나서 어지간한 이들은 다 이곳으로 찾아오겠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눈에 띄는 손님들도 상당히 메트로폴리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마치 말 그대로 '인종의 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였습니다. 이미 코스트코로 상징되는 초대형 유통업체들의 약진만을 바라볼 때도 그렇고, 이 식당도 그렇고, 이제 미국 안에서 대형 자본이 아니라면 비즈니스가 설 길이 별로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어지간한 체인점들도 살아남지 못하는, 초대형 집중적 자본들이 비즈니스의 모든 면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 지금 미국의 모습이고, 그렇다보니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살아갈 공간은 점점 적어지고 있습니다. 동포사회에 자영업자들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동포사회에 불리하게 변화되는 미국사회에서 점점 비즈니스 기회가 적어지고 있고, 심지어는 동포사회의 문제였던 특정 직종에 대한 집중 현상조차도 아무런 의미없는 것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그렇다고 한인들이 대형 사업체를 운영할만한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철저히 개인이 살아남아야 하는 막가파 경쟁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의 미국 스몰 비즈니스 업계에서 노동집약적 사업들은 당연히 대부분 기계가 해야 하는 상황, 그리고 유통은 계속해 대형 업체들이 점유하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지금의 미국은 일자리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그 일자리가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어서 직장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도 먹고 살아야 하고,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복지가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의 번성 1세대만에 미국은 과거 '없는 사람도 풍족히 먹고 살 수 있다'는 과거의 환상이 완전히 깨져 버렸습니다.

 

늘 생각하지만, 보다 더 큰 이윤을 창출해내기 위해 투자 조건을 마구 완화하고, 자본이 집중되어 있는 기업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것이 이곳에서 일자리 창출을 보장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기업이 자기 자본의 확대와 이윤 창출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 세상에서 이들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와 복지 혜택에 대해 생각해줄 만큼의 심적 여유도 없거니와, 그것을 강제했던 규제 수단들이 거의 모두 사라져버린 상태에서 바라보는 미국의 미래는 암울하기 그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에 대해 많은 논의들이 오간다고 했습니다. 문제는 복지를 위해선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은 부유층에 세금을 걷는 것, 그리고 FTA와 같은 자유무역 제도 대신 관세를 보다 많이 걷어들일 수 있는 보호무역의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세금이 복지의 재원이 된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습니다. 그리고 특히 쌀 같은, 우리가 가격에 상관없이 '식량자급'의 목적을 위해서도 보호해야 할 것들은 보호하며 타국의 동종 상품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관세를 매기고 그것을 통해 복지 자원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그저 주는 혜택이 아닙니다. 그 혜택을 통해 내수를 강화하고 국내 산업을 키우고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아무튼 과거의 부국 미국조차도 그 신자유주의의 몰상식한 전횡 속에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져가고 사람들의 인심마저도 말라가고 있는 판입니다.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그 신자유의의 폐해가 어떤 식으로 올까 생각해보면, 그저 미국이나 한국이나 서민들만 불쌍해질 판입니다.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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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갓더파워님의 댓글

유갓더파워 작성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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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살기 좋아져야 한다는건 그저 사람들의 머릿속의 이상일 뿐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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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허공에 짓는 공중누각은 아닐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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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제도가 더 나빠져가는게 피부로 느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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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밥그릇 꼬옥 붙들고 주변도 좀 둘러보면서,...눈치껏 요령껏 힘껏 알아서.....자 알....살아야 할듯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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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자유무역을 너무 좋아하면 나라 망하기 딱입니다.

물론 대규모 기업가에겐 좋은 일이지요.  당연히 해외에서 싼 물건을 구입해서 국내에서 팔거나, 아니면 해외에서 값싸게 생산하여 해외에서 혹은 국내에서 팔거나...아무튼 그 기업가가 거주하는 나라의 값비싼 노동력을 사용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

문제는 그것이 정부에서 주도해야 할만한 것인가입니다.

민중이 직업을 잃고 비틀거리는 일에 정부가 기업가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무제한의 자유무역을 추진한다면 나라 꼴이 지금의 미국처럼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니까요.  그렇지만 부자들은 로비스트들을 고용해서 자유무역에다 내어야 할 세금까지 줄여나가고 그 결과 지난 30년 동안 부자들은 수십배 더 부유하게 된 반면에 민중의 삶은 더 피폐해진데다 정규직으로 살아나기조차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모두 스스로 알아서 자기 밥그릇을 제대로 챙길 수 있을까요?
불가능입니다.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하고, 새로운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개혁을 하고 세 세상을 이루지 않고 스스로의 살 길만 찾다가는 모두가 망할 수밖에 없지요.

정책이나 경제가 우리 개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것인가는 요즈음이야말로 민중이 뼈저리게 느끼는 시기입니다.  느낀 후 알고 행동하기까진 시간이 흐르겠지요... 그렇지만 그런 날은 꼭 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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