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구에게 속을 터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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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에게 속을 터놓다
누구나 옛날의 아련한 추억을 함께 한 귀한 친구들이 있듯이 제게도 그런 절친한 친구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의 단짝 친구, 중학교 시절의 어렵던 시절을 함께 한 친구,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다가올 미래와 청춘의 꿈을 함께 꾸었던 친구들입니다.
내가 옛 친구들과 수십 년간 떨어져 살면서도 서로 소식을 놓지 않고 지낼 수 있은 것은 연말연시에 한번도 잊지 않고 크리스마스 카드를 서로 교환하였기 때문입니다. 한해를 보내면서 다른 것은 못해도 서로 친구를 떠올리며 꼭 카드를 보내는 일만은 삶의 철칙처럼 지켜온 것이 우리들의 우정의 끈을 서로 놓지 않고 지켜온 이유였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연락처를 알고 있었기에 옛 친구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가능했습니다. 친구들과 몇 년만에 만나보면 서로의 삶의 환경이 다른 것에 처음엔 별로 주고받을 말이 없었지만 그 반갑고 귀한 얼굴을 대하는 동안 아무런 스스럼없던 옛 시절의 정은 더욱 짙어져 가끔 몇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친구 집에서 며칠을 묵거나 함께 여행을 하면서 대화하기도 하였었지요.
그런 친구들을 만난 지 벌써 6년이나 되어갑니다. 친구들이 한국에서 세상의 바뀜을 얼마나 깊이 느끼면서 사는지는 서로 만나지 못하여 깊은 대화가 없었으니 알 수 없지만 그 전 10여년 동안에 만났을 때 한국의 정치에 관한 이야기 같은 것은 별로 할 이유도 필요도 없었으니 지금 그 친구들이 오늘의 현실을 당하여 어떤 생각을 하며 지내는지는 내가 알지 못할뿐더러 친구들 또한 나를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던 것은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이메일 카드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일찌감치 보내서인지 메일을 받았던 귀한 그 친구들이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메일로 답장을 해온 친구들이 내가 보낸 짧은 메일에 제법 긴 사연의 편지를 보내오는가 하면 전화를 걸어 정겨운 목소리로 안부를 물어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연락하게 된 친구들이지만 우리의 우정을 믿고 메일 주소가 확인된 친구에게 다시 장문의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옛 친구에게 못할 말이 어디 있을까요? 내가 삶을 살아온 가운데 직접 경험하였거나 독서를 통하여 보다 깊이 느끼고 깨달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미국과 한국과 벽에 부딪친 자본주의의 문젯점, 민주주의가 망가지고 4대강으로 파헤쳐진 한국, 평화적인 조국의 통일에의 희망…이런 이야기를 이제 다시 옛 친구들과 주고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이야기를 써 보냈습니다.
내 사랑하는 친구들은 멀리서 떨어져 살아가는 이 친구를 더 깊이 이해해주게 되겠지요. 대부분 우리가 받았던 반공교육으로 크게 진보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겠지만 삶의 현장에서 진보는 자연발생적으로 마음 속에 들어와 있어 옛날 80년대 중반에 멀리 미국의 내게로 귀한 책들을 보내주다가 한겨레 신문 1년치를 아주 비싼 송료로 보내준 귀한 친구도 있으니까요. 그런가하면 그 가운데 박정희를 가장 존경한다던 친구도 있는데 그에게는 이해를 시킬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 것도 숨김없이 터놓고 지내던 옛 친구들이 참 그립고 보고싶습니다. 세월이 지나서도 이렇게 그 친구들에게 다시 속마음을 터놓으며 먼저 다가가니 전화로 대화한 그 친구 또한 나를 이해해주고 격려해줍니다. 서로 안부만 묻고 별 할말이 없던 친구사이가 다시 깊숙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군요. 친구란 사실은 그런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라야 참 친구가 아닐까요?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오늘은 참 행복합니다. 창밖엔 눈발이 휘날리는군요. 멀리 있는 친구가 내가 알려준 이곳 한시애틀을 찾아와 이 글을 읽을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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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돼지님의 댓글
돼지 작성일
누군가가 날 알아주고 이해해준다는것은 삶에 보람을 갖게하고
행복을 느끼게하는 청량제가 될것입니다.
좋은 친구를 갖는것은 건강에도 좋다는 말이 있읍니다.
강산님에게 좋은 친구가 있다는것은 그만큼 강산님의 삶이
건강한 삶이 된다는 의미겠지요.
"친구란 사실은 그런 속을 터놓고 지내는 친구라야 참 친구가 아닐까요?
그런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오늘은 참 행복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강산님의 댓글의 댓글
강산 작성일
어제 오늘은 옛 친구들의 전화와 메일로 참 보고싶고 그리운 날이었습니다.
미국에선 오래 살아도 제대로 된 친구가 없던 것이
요즘은 사람사는 세상을 통하여 서로 터놓고 격려하는 새 친구들이 많이 생겨나서
행복합니다.
돼지 님도 귀한 제 친구가 되어주셔서고맙습니다.
조조님의 댓글
조조 작성일
내두 한국 댕겨온지 22년이 넘었내유....
보고푼 친구들의 모습이 그리워 지내유
그냥 편안하게 이야기 할수있고 서로를 이해해주고.....
함께만 있어두 좋은놈들.....
보고프다....
강산님의 댓글의 댓글
강산 작성일
조조 님의 선한 마음씨로 보아서
좋은 친구들이 참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옛 친구가 그리울 때
이곳 새 친구들끼리라도 어울려 한 잔 해야 하지 않을까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