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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파업 아버지와 경찰 대학생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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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하
댓글 2건 조회 3,199회 작성일 11-01-0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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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파업 아버지와 경찰대학생 딸

경찰노조의 길 4

문 성 호

한국자치경찰연구소 소장

연말 세밑에 전주는 수십년 만에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벌써 여러 주일째 계속되던 버스파업까지 겹쳐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 와중에 전주제일여객 파업현장에 어머님과 딸과 아들 이렇게 어느 한 가족이 찾아왔다. 파업 중이던 아버님을 현장에서 빼내 집으로 모셔가기 위해서였다. 딸은 경찰대학 3학년 재학생으로서, 그렇치않아도 아버지가 파업 중이라며 이를 중단시키도록 학교당국에 3차례씩이나 불려갔다 온 처지였다.

방학이라 고향 전주에 내려왔다지만 파업중인 아버지 집으로 모셔올 일이 까마득하였다. 아버지야말로 자기 직분에 충실한 분이셨다. 아무리 자신이 경찰대학 재학생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아버지 당신 생각에 파업을 통해 버스운전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몫을 뺏기지 않으려는 걸 말릴 명분이 없었다. 불법파업도 아니었다. 경찰대학 당국에서 학생의 미래에 악영향이 있을 지도 모른다며 세 번씩이나 자신을 호출하였을 때, 뭐라고 항변하지도 못했다. 군산출신 황호항 전경무관이 우여곡절 끝에 해경청장까지 영전은 했다지만, 운동권 딸 때문에 사표권고를 받았었다는 『아버지와 딸』이라는 자서전이 나와 있는 것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다. 자신은 파업중인 아버지 때문에 자퇴권고라도 받게 되는 건 아닌지 무서웠다.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전주 집에 내려온 딸은 남동생과 어머니와 함께 다른 분들 이목을 끌지 않기 위해 크리스마스날 새벽녘에 파업현장에 찾아갔다. 딸은 어머니가 대변해 주셨다. 딸자식 장래 망치지 않으려면 당신은 당장 파업 그만두고 집에 가자며 막무가내로 소리치셨다. 기왕에도 어머니는 파업현장에 전화를 걸어 갖은 비난을 다 퍼부었다. 딸은 아무 소리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그러는 어머니를 말렸다. 아버지는 한참을 그런 소릴 듣다가 말없이 일어서셨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전주제일여객 파업현장에 있던 어느 동료 분이 이 이야기를 모두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다.

“조함원 자녀가 경찰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아버지가 파업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3번이나 학교측에 불려갔다 하네요 오늘(크리스마스날) 엄마와 딸 그리고 아드님이 파업현장에 나타나 울분을 토하고 갔습니다. 이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누가 사찰을 하는 건가요? 자녀는 경찰대학에서도 심한 탄압을 받고 왕따를 당한다고 합니다.”(@Endu1959의 트위터 글)

문제는 이 글이 금세 경찰노조 추진위를 비롯한 전국 트친(트위터사용자)들에게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경찰청과 경찰대학측은 뜨끔하였다. 아버지는 경찰이 되려는 딸에게 ‘정권의 하수인’ 아닌 ‘민중의 지팡이’가 되도록 온몸으로 증언한 것이다. 딸의 미래를 위한다며 경찰대학측이 세 번씩이나 이 학생을 불러 아버지의 파업참여를 문제삼자, 온가족이 나서서 파업현장을 지키던 아버지를 모셔간 것이다.

당연하게도 현대판 연좌제라느니 한국전쟁때 동족상잔 같은 가족상잔을 강요하는 것과 같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사태가 이렇게 되어가자 놀란 경찰은 가족에게 트위터 글을 삭제하도록 종용한다. MB정권측이 흔히 써먹는 수법이다. 이젠 가족이 놀랐다. 가족은 처음 트위터 글을 올린 현장 동료 분에게 부탁하여 관련 글을 모두 내려달라고 요청하였으며, 그 현장 분은 동료애를 발휘하여 모두 내려주었다. 그러나 트위터 속성상 일단 리트위트 된 것이라든가 소셜미디어로서 트위터가 퍼뜨린 것들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황호항 전경무관과 딸과는 반대 케이스인 이번 전주버스파업 운전자 아버지와 경찰대학 딸이라는 구도는 어쩌면 진보의 쇠퇴를 예고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구세대 진보세력과 보수화되어가는 신세대라는 구도말이다. 어쨌든 경찰대학을 갓졸업하여 임용되는 경위계급은 경찰노조 조직대상이다. 고문수사와 과로사 자살을 강요하는 범죄혐의자 조현오청장의 실적주의를 용감하게 비판하다 파면 당한 채수청 전 강북서장 역시, 복직을 위해 침묵을 강요당하고 있다.

경찰노조 추진위는 이들을 대변하여 잘못된 경찰지휘부에 제목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경찰노조 허용을 위한 공론화와 내부조직화를 서두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가 말해주듯이, 경찰노조 출범을 위해선 같은 교대근무 노동자인 버스운전자나 간호사 철도 같은 일반노조와 연대가 필수적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 이 아버지와 딸에게 모종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전혀 터무니없는 일일까?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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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님의 댓글

강산 작성일

치사한 현정권은 올바른 자식, 훌륭한 아버지로 살아가는 것도 어렵게 만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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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정당한 파업도 가족을 동원하여 가로 막으려 하다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어 말이 안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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