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 확대는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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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종상 님의 글입니다)
지난 11월 미국에서의 중간 선거를 통해, 유권자들은 세금 인상에 극렬하게 저항한다는 것을 표로서 보여 주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워싱턴주의 경우, 심지어는 주민들이 연소득 4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에게만 걷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자세'까지도 반대표를 던져 재정이 심각하게 왜곡되게 됐고, 이로 인해 교육 부문의 예산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심지어는 이 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사람들까지도 나중에는 주 재정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깨닫게 됐다는 TV 인터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가운데에서도 이들이 지켜낸 것들도 있습니다. 어린이들에 대한 무상 진료지요. 만 19세가 될 때까지 연방빈곤선 이하서부터 연방빈곤선의 2배 이하의 수입(2010년 4인가족 기준 2만 2천 50달러 - 4만 4천 1백달러) 까지의 가정의 자녀들은 무상으로 진료받을 수 있고, 또 무상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동들에 대한 '베이직 헬스' 보험은 연방 빈곤선의 2.5배 이상의 수입을 버는 이들에게까지는 매우 저렴한 불입료로 커버가 됩니다.
이들은 다른 것은 못 지켜내도 아동들의 건강과 급식만은 어떤 경우에도 커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연방 빈곤선의 2.5배라면 그렇게 힘들게 사는 가정들이 아닙니다. 상위 소득계층을 제외하고 이정도 수입이면 대략 먹고 살거 다 먹고 살고, 누리고 살거 거의 누리고 사는 가정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정부에서 이정도의 지원을 해 주는 것은 어린이들이 누려야 하는 기본 권리들 중에서도 이런 것들은 가장 중요한 권리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크리스 그레고어 주지사가 얼마 전 삭감된 주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나도 이렇게 형편없이 삭감된 '균형' 예산을 발표하는 것이 싫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한가지다. 정말 이 삭감으로 피해를 보게 되는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TV에 비친 그녀의 눈엔 눈물이 글썽글썽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주지사는 아동들에 대한 복지예산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부문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요즘 무상복지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말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한 국가의 미래를 담당하는 어린이들을 위해 복지예산을 배정하고 이를 실행하는 것이 '포퓰리즘'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어차피 지금도 미래 세대들에게 저당잡히고 사는 것이 많습니다. 그런 점을 생각해서라도 복지는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합니다. 또 한가지 우려되는 것은, 과거에 학교에서 무료 급식을 받아먹는 아이들에게 '거지밥 먹는다'며 따돌렸다는 이야기를 되돌이켜보며 느껴지는 것입니다. 같은 밥을 한 교실에서 먹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그냥 점심을 나눠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요즘같은 경제의 어려움 속에서도 유치원들을 증설하고, 이들을 위한 급식 시설, 그리고 유치원 교사를 고용할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우고 이들을 교육할 시설 역시 계속 증설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 느꼈던 감동 같은 걸 우리나라에서 느껴보면 안 되겠습니까? 늘상 보는 것이고 겪는 것이기에 감동이 줄긴 했지만, 처음에 미국 와서 스쿨버스가 지나가다가 아이들을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서면, 그 뒤를 따르는 모든 차량들은 일제히 서야 하는 것을 봤을 때, 적어도 미래 세대를 위해 보여주는 배려가 이 정도는 되는구나 하고 감동했던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 미래에 대한 투자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해보면 어떻겠습니까?
시애틀에서...
댓글목록
권종상님의 댓글
권종상 작성일
아, 이 글 올리려 했을 때 서버가 말을 잠깐 안 듣더라는.
그런데 벌써 퍼 오셨군요, 쩝.
강산님의 댓글의 댓글
강산 작성일
서버가 가끔 그런 문제가 있는데 왜 그러는지..
아무튼 늦으면 자신의 글도 이렇게 도둑맞기도 합니다 그려...ㅎㅎ
와일드우드님의 댓글
와일드우드 작성일
좋은글 감사합니다.
재원만 확보할수 있다면 복지는 확대되어야합니다.
미국정부가 실업수당을 확대 연장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확대하는 것은
경기회복을 위한것인 것같이 복지의 확대는 낭비가 아니라 경제 선순환의
출발점인 것이지요, 권종상님의 넓은 식견앞에서 저의 짧은 상식을
한번 피력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