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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말하지 않는 용기없는 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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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산
댓글 0건 조회 2,739회 작성일 11-01-15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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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이슈의 민족/국제에 올려진 '하워드 진과 리영희를 보내며' 글의 후반부입니다.  지식인이 스스로의 자유를 실천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인간적인 자질이 필요합니다.  먼저 사람이 되는 것은 지식인에게 더더욱 해당되는 말이겠습니다)

/이승헌 교수의 책에는 천안함 '피격'의 증거로 정부 측이 제시한 결정적 자료, 즉 '1번 표시 어뢰추진체'의 신빙성 여부를 밝히는 과학적 검토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동시에 거기에는 과학계의 동료, 선후배, 스승들에게 이 작업에 동참해줄 것을 요청하는 이승헌 교수의 간절한 호소가 담겨있고, 또한 그 호소에 대한 과학자들의 반응이 기록되어 있다. 과학자들의 반응은 다양하지만, 결론은 한결같이 동참불가라는 것이다. 끝내 답변을 주지 않고 침묵을 고집하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이승헌의 실험결과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시간이 없어서", "두려워서", "해봐야 소용없을 것이기 때문에" 참여를 하지 않겠다는 답변인 것이다.

이러한 과학자들이 빠져있는 가장 큰 함정은 역시 국익이라는 관념이다. 많은 경우, 그들은 진실보다는 국익이 우선이라고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자신의 침묵이나 회피가 결과적으로는 '국익논리'에 동조하게 된다는 것을 그들이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하기는, 안락한 연구실 환경에 익숙한 오늘의 학자, 전문가들이 이런 성가신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북한이 범인이라는 정부와 극우언론의 '결론'을 거스를지도 모를 일에 개입한다고 생각하면 사실 불안할 것이다. 게다가 연구비 생각을 하면 망설이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렇게 보면, 이승헌 교수와 그의 몇몇 동지들이 문제의 '1번 어뢰추진체'가 결국은 출처불명의 고철덩어리에 불과하다고 용기있게 발언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해외 거주 과학자들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물론 해외 거주 과학자라고 해서 모두 과학적 양심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오늘의 현실에서 예외적인 과학자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단순히 실력있는 전문가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이승헌은 그의 일기 속에서 극히 부실한 증거를 가지고 국제사회를 설득하려 한 정부의 무모함에 안타까움을 느끼며 "감추어야 할 치부를 갖게 된 한국정부가 앞으로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경제적·도덕적 손실을 끼칠 것인가"라고 탄식한다. 이러한 고뇌는 정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고결한 인간이 아니면 기대할 수 없다. 상투적인 국익논리에서 벗어나오지 못하는 인간으로서는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정신적 자세가 거기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인간적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 일찍이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에 관해서 진지하게 물었던 루이스 코저는 《지식인과 사회》(1965)라는 고전적인 저서에서 "오늘날 대학교수를 지식인이라고 부르기에는 그들의 시야가 너무나 좁다. 그들은 자신이 지식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신랄한 말은 그대로 오늘의 한국 대학사회에 적용하더라도 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지식인이 정직하고 용기있는 발언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그의 사회적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다. 하나의 개인으로서 지식인 자신이 위엄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한, 그것은 불가피하다. 자신이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이고자 한다면 그 자유는 실천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의 자유의 실천이야말로 아마도 공자가 말한 인(仁)의 실천이며, 철학자 푸코가 말한 '자기배려'이기도 할 것이다./

김종철...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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