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이 다스리는 남북한 - 사람사는 세상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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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들에게 납치됐다가 총까지 맞아 사경을 헤매던 '아덴만의 숨은 영웅' 석해균 선장님의 의식이 회복됐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선장과 선원들을 구출한 UDT 대원들의 용기와 용맹도 치하받는 게 당연하지만,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기지를 발휘하고 지혜와 경험으로 배와 선원을 구할 수 있게 한 석 선장님의 용기 또한 당연히 칭송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제가 무기 체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해적들이 쓰던 총은 AK 계열 소총이었습니다. 돌격총이고 위력이 뛰어난 총으로 알고 있습니다. 탄환도 7.62mm 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석 선장은 '총탄 제거 수술'을 받고 두 발인가 탄환을 몸에서 제거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마 짐작컨데, 해적들의 제압 과정에서 우리 군이 사용한 MP5 총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은 저뿐만은 아닐 듯 합니다. 조금만 상식이 있다면, 독일제 MP5의 경우 권총탄(파라벨럼탄)을 사용하기 때문에 총탄이 관통하지 못하고 몸에 박힐 수 있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뭐, 이걸 문제삼자는 건 아닙니다. 인질 구출 작전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무엇보다 석 선장님께서 다시 의식을 회복하셨고, 최소한의 희생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 작전이니까 말입니다. 오히려 작전 자체로는 우리가 해외의 경우에서 보았던 수많은 다른 비슷한 작전들보다 결과적으로 훌륭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제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것은 이것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보여진 모습들입니다. 이런 자세한 사항들, 그리고 조금만 밀리터리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뻔히 알 수 있는 일들을 굳이 감추려 했을 필요가 있냐는 겁니다. 아마 이것을 '대통령이 지휘한 완벽한 작전'으로 만들기 위해서 이런 사실을 감추려 하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거죠. 그리고 석 선장의 몸에서 제거한 탄환 - 해적의 살상행위에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 을 분실했다는 뉴스는 이런 생각을 더 들게 만드는군요.
이 정권에 가장 문제가 있다면, 일을 참 허술하게 한다는 겁니다. 구제역에 대한 대처에서 보는 것도 그렇고, 천안함에 대한 발표도 그렇고, 한미 FTA 협상도 그렇고... 심지어는 자기네들이 '저지른'일들이나, 남이 저지른 일들이나 증거를 보관하고 하는 가장 초등적인 일조차도 허술하다는 겁니다. 허술한 건지, 혹은 허술한 척 하는 건지.
신뢰는 그냥 쌓아지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일에서부터 솔직한 것부터 신뢰는 쌓아집니다. 그러나 국민에게 신뢰를 잃을 대로 잃어버린 이 정권이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는 건 해방 이후 60년을 훌쩍 넘어 보관하고 있는 프로파갠다와 이데올로기 덕분이지, 절대로 이 정권이 '신뢰를 받고 있어서'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보고 있으면 정말 '망령의 어두운 주술력' 덕분에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언데드들을 보는 듯 합니다. 뭐, 우리 뿐입니까. 저 북쪽의 3대 세습 정권도 이 점에 있어선 마찬가지라는 거고, 거기도 한국전쟁의 망령을 불러내는 네크로멘서들이 똑같이 통치하고 있는 꼴들을 봅니다.
언제쯤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를 보게 될지, 참 궁금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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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여명님의 댓글
여명 작성일사막의 귀신들에 빙의된 사람들이 여명에 제정신이 드는 때가 아닐런지요...
마하님의 댓글
마하 작성일
두 망령이들이 문젭니다
남에서는 쥐신의 망령이 사라져야되고
북에서는
김일성 망령이 사라져야
진정한 통일이 오지않을까요
시민님의 댓글
시민 작성일
아니....
제거한 총알을 분실했다고요??
이런 또라이들이 있나?
냄새를 풀풀 풍기는군요...
밝힐 것은 바로 밝혀야지 뭘 그리 감추고 숨기려는지.
조작과 사기질의 명수가 수장이니..,
폰툰님의 댓글
폰툰 작성일
일을 어설프게 처리해가고 있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아마도 그만큼 상대를 만만하게 본다는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도 상대인 국민들의 정서에 전혀 개의치 않고
여러 중요한 사안들을 마구 밀어부칠 확율이 높다고 봅니다.
황당한 상황들이 적지아니 생길 것으로 매우 우려됩니다.
제이엘님의 댓글
제이엘 작성일
다음은 개헌이겠죠? ?
요즘 중동지역을 달구는 시민혁명을 보고서
어떻게 느끼고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