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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인 증거는 결정적인 순간 왜 사라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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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상철
댓글 0건 조회 2,422회 작성일 11-02-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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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호 사건, 아덴만 사건 그리고 천안함 사건
결정적 증거물들은 왜 결정적인 순간 모두 사라지나

(서프라이즈 / 신상철 / 2011-02-09)


1. 한만호 사건 - 총괄장부도 없다, USB 메모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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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한신건영 한만호 사건 6차 공판에서 한만호 사장은 “제보자 남씨가 ‘이 사건은 아주 윗선에서 만들고 있다’며 자신을 압박했다”고 진술하였습니다. 제보자 남씨는 검찰 특수부에서 큰소리를 칠 정도의 위인으로 한 사장 구속 후 대표이사를 임의로 변경하고 정모 경리부장에게 채권목록을 작성케 했던 바로 그 인물입니다.

이 사건 첫 공판부터 증인으로 나왔던 경리부장 정모씨는 자금 담당자로서 문제의 9억을 조성하는 역할 정도에 그치는 듯했으나 2차 증인으로 출석한 지난 공판에서는 자신이 직접 투자자로 참여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친 자금을 활용, 어음할인에 깊숙이 간여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정모씨가 세 번째 출석한 이번 공판에서 그녀는, 그녀 스스로 이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을 실토한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 사장이 ‘문제의 9억 원이 한명숙 총리에게 건네어 간 것이 아니며 정 부장에게 그렇게 말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도 그녀는 ‘그렇게 들었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은 지난 공판에서 자신이 “직접 자금을 전달한 것도 아니”라며 자신은 자금만 조성했을 뿐 누구에게 전달된 것인지 모른다고 했던 진술 자체를 스스로 번복한 셈인데, 사실상 제대로 갖추어진 증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녀의 진술과 ‘의원’이라는 기록 하나에 목을 매고 있는 검찰의 조급함이 그대로 묻어 나오는 대목입니다.

지난 공판 후 논가외딴우물님의 글에서 “의원을 거쳐 총리까지 지낸 분에 대해 상식적으로 어느 누가 ‘의원님’이라 부르는가”라는 문제제기가 있었는데, 이번 공판에서 한 사장은 “의원님이라 호칭한 적이 없으며 언제나 총리님이라 했다”는 진술을 하였습니다. 이것은 장부에 기재된 <의원>이라는 기록의 신빙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번 공판에서 밝혀진 가장 중요한 내용은 “이 사건을 윗선에서 만들고 있다”는 진술 외에도 “장부 간 내용이 일치하지 않으며 그 근거가 되는 총괄장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공판에서 엑셀로 출력된 자료에 수기로 부기 되어 있는 것 또한 자료의 근거로서 부실한 것의 단면인 셈입니다.

‘B 통장과 B 장부가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 정 경리부장은 “그것이 왜 맞지 않는지 나도 모르겠다”라고 진술합니다. 심지어 “B 장부와 공사장부에 기재된 내용이 다르거나 누락될 수 있지 않느냐”며 검찰이 거들고 나서자 “그건 아니”라면서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며 당황스러워 합니다.

변함없는 사실 하나는, B 장부든 공사장부든 모든 장부가 ‘총괄장부’로부터 출발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금전 거래든 일단 총괄장부에 기록이 되고 난 후, 그 총괄장부에서부터 B 장부가 만들어지고, 공사장부가 만들어지고, 기타 장부들이 파생되어 분류되고 기재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총괄장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총괄장부가 어디에 있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도 “글쎄요. 이 기록들이 있는 걸로 보아 총괄장부를 보고 적었다는 건데, 총괄장부를 도대체 누가 갖고 있는지…”라고 중얼거립니다. 총괄장부가 없습니다. 총괄장부로부터 정리했다는 엑셀파일도 부실하고 수기로 적혀 있을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USB 메모리도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핵심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 아덴만 사건 - 호주머니에 넣어 뒀다가 분실한 결정적 증거물 ‘총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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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의료진이 지난달 26일 오만 살랄라 병원에서 2차 수술을 통해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몸 속에서 제거한 총탄. 사진 속의 총알이 해군이 쏜 오발탄인지, 오만에서 분실된 총알인지는 불명확하다. ⓒ연합뉴스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이 맞은 총탄 4발 중 적어도 1발은 우리 해군이 쏜 오발탄임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동안 네티즌들이 줄기차게 주장하였던 ‘아군 오발 가능성’이 사실로 밝혀진 셈입니다. 네티즌들이 그러한 의혹을 제기한 데에는 ‘AK소총을 네댓 발 몸에 맞을 경우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분석에 근거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안형환 한나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석해균 선장에 대해 우리 군이 사격을 했다는 허위사실이 인터넷에 떠돌았다. 과연 이것이 있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 이 사람들은 대체 어느 나라 사람들이고,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중략) 이 사람들은 간첩의 소행이나 다름없다”며 색깔 공세와 함께 비난한 바 있습니다.

정부와 군은 삼호주얼리호 피납 구출사건을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으로 땅바닥까지 떨어진 신뢰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겼던 듯합니다. 그러다 보니 군사작전을 마치 스포츠경기 중계방송하듯 모든 매체를 동원하여 홍보에 열을 올렸고, 정작 그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들은 모두 의도적으로 배제해버리는 오류와 과오를 범하였습니다.

‘구출작전감행 - 구출성공 - 이명박의 성공’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오색채광을 입히기에 몰입한 나머지 그 빛을 가리게 하는 중요한 사실들을 숨기고 감추기에 급급하였습니다. 초기 석 선장의 피탄 상황과 건강상태에 대해 진실을 호도하고 낙관적인 보도로 일관하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자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부산을 떨었습니다. 그리고 일체 함구하고 비밀에 부쳐졌던 파편과 총알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습니다.

석 선장의 몸에서 빼낸 ‘총탄과 파편’은 이 사건을 둘러싼 모든 관계자들의 운명에 엄청나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증거물입니다. 그런데 네 발 가운데 한 발은 우리 군이 쏜 총탄이며, 다른 한 발은 오만에 급파했던 우리 의료진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분실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분실할 것이 따로 있지요. 피탄자 몸에서 빼낸 총알을 분실하다니요.

의료인은 일반인들의 수술이라도 중요한 병변의 경우 사진이나 영상촬영은 물론, 병변과 관련된 중요한 조직이나 물질조차도 별도의 용기에 담아 태그를 붙이는 등 중요하게 다루는데, 이 엄청난 사건에서 결정적 물증인 총탄을 그저 ‘바지 호주머니에 넣어 뒀는데 잃어버렸다.’라는 것이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더구나 외교부 신속 대응팀으로 오만 현지에 파견되었던 양제혁 서기관이 국가 대리인 자격으로 현지에 있었음에도 살랄라 병원 측은 “(양 서기관이) 보호자이거나 승인받은 사람이 아니라 탄환을 줄 수 없다. 총알은 받아야 할 사람에게 갈 것”이라고 말하였고 이후 한국 의료진에 직접 건네 주었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는 첫째, 외교부에서 석 선장 몸에서 나온 탄환을 수거하려 했었던 점을 시사하고 있으며 둘째, 살랄라 병원 측이 한국 정부기관인 외교부에 건네는 것을 거절하고 의료진에게 직접 주었다는 사실 셋째, 살랄라 병원 측, 외교부, 의료진 모두 탄환의 전달과 소지에 대해 중요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결정적 증거물 4점 가운데 1-파편(쭈그러진 쇳조각, 양 서기관 증언), 1-우리 해군이 오발한 총탄, 1-해적의 AK 소총탄 그리고 나머지 1-분실, 이렇게 되는 것이네요. 

의료진이 호주머니에 넣어뒀다가 분실했다는 총탄이 AK탄이라면 해적의 의도적 사격에 무게가 실리겠지만 만약 아군의 총탄이라면 상황은 매우 복잡해 질 것이 뻔합니다. ‘무모한 군사작전’이라는 비난과 함께 ‘아덴만의 여명’ 자체가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되니 말입니다. 아무튼, 이 또한 과실인지 고의인지 모르겠으나 ‘결정적 증거물’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3. 천안함 사건 - ‘비밀’이라는 상자 속에 감추어 버린 결정적 증거

한신건영 한만호 사건에서 ‘총괄장부’가 존재한다면 사건의 얼개를 찾아내기가 매우 쉬울 것입니다. 어떤 자금이든 입출금된 내역이 빠짐없이 기록되어야 하는 장부가 바로 ‘총괄장부’이고 그 속에 자금의 흐름이 고스란히 다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총괄장부가 없다 하더라도 총괄장부를 입력시켜 놓았다는 USB 메모리가 존재한다면 그 또한 총괄장부에 버금가는 중요 자료가 될 것입니다. 총괄장부를 보고 그대로 타이핑을 쳤을 것이기 때문이고 입력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유추하기가 매우 쉬웠을 겁니다.

그러나 ‘총괄장부’도 ‘USB 메모리’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누가 갖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 사장에 대해 악의적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작성한 ‘채권회수목록’ 하나만으로 기소를 하고 재판을 진행해 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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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석 선장이 가벼운 부상을 입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여섯 발의 총격으로 중태에 빠졌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선원으로부터 해적 ‘아라이’가 석 선장에게 AK소총을 겨누고 집중 사격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증언이 나옵니다.

그런데 쇳조각 파편 하나를 제외하면 아군의 총탄 한 발, 해적의 총탄 한 발이라 합니다. 마지막 하나가 어느 쪽의 것인지 여부는 해적의 운명뿐만 아니라 아덴만 작전의 운명까지 틀어쥐고 있는 중대한 결정적 증거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한 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허무하게도 의료진의 바지 호주머니에 있다가 분실되었다고 합니다. 왜 결정적 증거물은 그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적인 방법으로 사라지는 걸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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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사건에서 ‘총괄장부’에 버금가는 증거가 무엇일까요? ‘USB 메모리’에 해당하는 증거가 무엇일까요? ‘아덴만의 총탄’에 견줄만한 증거가 무엇일까요? 천안함에서의 결정적 증거물은 바로 - 천안함의 항적, 침로, 속도, KNTDS 정보, 교신내용 및 TOD 영상입니다.

천안함 사건에서의 결정적 증거물은 분실하지도 잃어버리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비밀’이라는 미명하에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감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공개한 것은 편집된 조각만 보여주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말합니다. ‘어뢰가 바로 결정적 증거물’이라고. 그러나 저는 말합니다. ‘어뢰는 무슨 얼어 죽을 어뢰냐’고.

어뢰 속에서 발견된 참가리비는 사건 당시 ‘어뢰의 존재’ 자체를 부정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중요한 증거물을 임의로 제거해 버리고 사실 관계를 조작합니다. 방송에서 그 허구성을 취재하자 압력을 가하여 방송되지 못하게 합니다. 그것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앞으로 재판이 시작되면 ‘어뢰의 존재’가 왜 터무니 없는 것인지, <새로운 증거>와 함께 하나하나 밝혀지게 될 것입니다.

 

신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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