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짓는 아메바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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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짓는 아메바 발견 | |
사이언스온 | |
오철우 기자 | |
원시적인 단세포 생물인 아메바는 박테리아를 잡아먹으며 산다. 그런데 먹이인 박테리아를 지니고 다니다가 새로운 정착지에서 씨앗처럼 뿌려 더 많은 박테리아 먹이를 수확하는 아메바 종의 독특한 ‘농사’ 습성이 발견됐다.
수 많은 개체들이 뭉쳐 점액의 덩어리를 이뤄 형태를 바꾸기 때문에 ‘점균(변형균)’으로도 불리는 이 아메바 종(Dictyostelium discoideum: 딕티오스텔리움 디스코이데움)은 자신들의 먹이인 박테리아 중 일부를 따로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좋은 환경 조건에서 길러 박테리아 먹이를 수확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이런 아메바 종의 농사 습성을 발견한 미국 라이스대학 진화생물학자 조언 스트라스먼 교수와 대학원생 데브라 브록 등의 연구팀은 이 종에 ‘농부 아메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점균 아메바 종은 주로 흙에서 수만 마리씩 뭉쳐 덩어리를 이루며 사는데, 주변에 박테리아 먹이가 줄어들면 점액 덩어리(slug) 상태로 조금씩 움직여 새로운 곳으로 이동한다. 이어 영양분이나 먹이가 많은 곳이 나타나면 그곳에서 포자 달린 자실체를 형성한다. 이들 포자가 발아해 후손 아메바 세포가 만들어져 번식한다 (그림 참조).
이 과정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실이 처음 관찰됐다. 연구팀이 야생에서 채집한 아메바 덩어리 35개를 분석했더니, 그중 3분의 1가량이 박테리아 먹이를 다 먹어치우지 않고 일부를 아껴 덩어리 몸 안에 남긴 채로 다른 곳으로 이동한 다음에 가져온 박테리아를 뿌려 더 많은 먹이로 번식시킨 뒤 이를 잡아먹는 것으로 밝혀졌다. 주변에서 먹이가 줄면 아메바 점균은 박테리아 일부를 가지고 또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번식한다. ‘농사 짓는’ 아메바와 그렇지 않는 아메바는 같은 종인데도 이런 차이를 보였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또 농부 아메바는 이동 거리가 짧고 후대 번식 능력에서 다소 떨어지는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논문 초록에서 “최근 연구에서는 미생물이 놀라울 정도로 공생과 협력, 커뮤니케이션, 인지 같은 정교한 거동을 한다는 점에서 동물과 흡사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우리 연구에서는 사회성을 띠는 아메바인 딕티오스텔리움 디스코이데움이 파종과 수확을 포함하는 원시적인 ‘농업 공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농사 개미나 바다달팽이나 담셀피시 같은 몇몇 생물종에서도 자기 먹이를 경작하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매우 원시적인 생물인 아메마의 일부 종이 농사 습성을 지니고 있음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최근호에 실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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