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분노와 독재자 무라바크의 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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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분노와 독재자 ‘무라바크’의 파멸
어떤 독재도 국민을 이기지 못한다는 교훈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11-01-31)
▲ 29일 카이로에 모인 반(反)정부 시위대가 이집트군의 장갑차 위로 올라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스핑크스’가 화났다. 이집트가 일어났다. 이집트 국민이 일어섰다. 작금의 이집트 사태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각이다. 독재자 ‘무라바크’는 홍해 인근의 휴양지로 도망을 쳤다고 외신이 전하는가 하면 그의 후계자로 지목된 둘째 아들은 해외로 탈출했다고 한다.
이미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서 경찰의 발포로 150여 명이 사망했고 수천 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외신들은 전한다. 민주주의는 피를 마시고 자란다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이승만 독재에 저항해 궐기한 국민의 분노는 4·19 혁명으로 이어졌다. 경찰이 발포를 했다. 경무대 앞에서, 치안국 앞에서, 서울시내 각 경찰서 앞에서 수도 없이 많은 대학생들이 ‘쏘라고 준 총’에 맞아 쓰러졌다. 달리던 트럭에 매달려 독재타도를 외치던 대학생들이 경찰이 쏜 총탄에 힘없이 굴러 떨어지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아스팔트에 낭자하던 피가 지금도 끔찍스럽다.
계엄령이 선포되고 군인이 나섰다. 국민들이 환호했다. 탱크에 올라 만세를 불렀다. 계엄군이 미소 지었다. 지금 이집트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웃고 있다고 한다. 군은 독재자의 편이 아니었다.
튀니지에서 축출된 독재자 ‘벤 알리’부부는 외국으로 도망가면서 1.5톤의 금괴를 챙겼다고 한다. 독재자들이 다 그렇다. 쫓겨난 필리핀 대통령 마르코스의 부인 이멜다가 하와이로 도망갈 때 구두 1500켤레를 가지고 갔다고 한다. 평생 호강을 한 ‘이멜다’의 발은 얼마나 예쁘게 생겼을까.
30년간 이집트를 독재로 억눌렀던 ‘무라바크.’ 그는 자신의 종말이 이처럼 비참하게 마감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튀니지의 한 대학졸업생이 취직을 못 해 거리에서 과일장사를 하다가 경찰에 의해 그나마도 못하게 되자 그는 분신했다. 이 사실을 안 튀니지 국민이 들고일어났다. 이어서 이집트 국민도 궐기하고 수단도 궐기했다.
독재와 반민주로 얼룩진 이들 추악한 지도자들에 대한 분노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세계 도처에서 혁명의 불꽃으로 타오른다. 한국의 4·19혁명이 필리핀에 영향을 미친 것과 같다고 할 것이다.
이제 튀니지와 이집트의 반독재 혁명도 역시 도미노 현상을 일으킨다. 카이로 거리를 가득히 메우고 구호를 외치는 이집트 국민을 보면서 4·19 혁명이 떠오른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직후 광우병 관련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던 서울시민들을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때 이명박 대통령은 깊은 밤중에 뒷산에 올라 반성을 했다고 했다.
역시 국민의 요구가 대통령을 뒷산에 올라 반성하게 만들고 사과를 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국민의 힘은 위대한 것이다.
▲ 한 시위자가 25일(현지시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30년 장기집권 호스니 무라바크 이집트 대통령의 포스터를 찢고 있다. |
30년 독재의 무바라크가 처음부터 독재를 포기하고 국민과 함께했다면 오늘의 비참한 처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양의 동서 막론하고, 역사의 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의 뜻을 거부하는 지도자는 반드시 몰락한다는 사실을 이집트의 무바라크를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는 어떤가.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전 같으면 모두 가슴이 설렐 것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꿈에도 그리던 고향을 일 년에 추석, 설 이렇게 두어 번 찾는다. 금년에는 아니다. 그놈의 구제역 때문에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란다. 도리 없다. 국가의 명령을 따라야지. 안 따르면 또 국민 핑계 댈 것이 아닌가.
도탄에 빠졌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물가는 올랐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냥 높이뛰기를 했다. 그런데도 경제성장은 6%라고 한다. 그럴 것이다. 돈 많고 돈 잘 버는 재벌들에게는 6%뿐이겠나. 경제성장 얘기 아무 데서나 꺼내다가는 뺨 맞기 십상이다.
날씨는 왜 또 이렇게 극성맞게 추운지. 서울역 노숙자들이 부산으로 피난이 아닌 피한을 간다. 남쪽이라 조금 따뜻해서란다. 전세값이 다락같이 올라서 장가갈 총각들이 난감하다.
뉴타운으로 바람을 잡았던 은평의 아파트는 추위에 목욕탕이 얼어서 냉동 창고란다. 잘못 지은 탓이다. 원망이 하늘을 찌른다.
희망이 보이는가. 지금 비록 고생을 하더라도 희망이 보인다면 국민들은 참고 견딘다. 참고 견디기를 우리 민족처럼 잘하는 국민이 어디 있는가. 그러나 절망한다. 이유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희망이 보이지 않는가. 비정상이 정상을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순시대에도 간신은 있었고 성군인 세종시대에도 충신과 간신은 있었다. 문제는 간신을 가려내고 내치는 군왕의 지혜다. 사람을 볼 줄 아는 혜안을 가진 군주나 지도자라면 국민은 행복하다.
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방송을 한다고 한다. 국민을 향해 자신의 소신을 말하고 싶을 것이다. 말이 많다. 방송을 하면 방송전문인 방송사에 맡겨야 하는 것이 순리다. 그게 아닌 모양이다.
기획 제작 연출 출연 모두가 청와대다. 방송국은 그냥 중계만 하는 것이다. 언론노조가 반대 성명을 냈다. 국민은 어떻게 생각할까.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이 방송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문제다. 이럴 경우 대통령이 얻을 것이 무엇인가. 시청률인가. 잃는 것은 무엇일까. 득보다 실이 많다면 이건 할 짓이 아니다. ‘내 말 들어!’ 할 때 ‘싫어!’ 하면 어쩌지.
하루가 다르게 긴박하게 돌아가는 이집트 사태가 주목된다. 이집트 국민은 30년 만에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을까. 군부가 마침내 ‘무라바크’에게 퇴진을 요구했다고 한다. 외신은 ‘무라바크’를 걸어 다니는 시체라고 했다.
150명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부상을 했다는데 유혈사태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를 빈다. 우리도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2011년 01월 31
이 기 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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